국제·과학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정부의 '천박한 MB식 인권', 국제사회에서 '망신'
UN 사회권위원회, '한국 인권' 맹성토…정부 관계자들, "문제 없다" 항변
 
취재부   기사입력  2009/11/11 [11:41]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를 둘러싼 일련의 논란에 대해 국제사회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국내 인권 상황을 바라보는 한국 정부의 '천박한' 인식이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인권회의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한국정부, 국제인권사회 '지적'에도 "모든 정부부처 장관은 대통령이 임명"
 
'유엔(UN)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이하 사회권위원회)는 10일(현지시간) 한국정부의 '사회권 규약' 이행 여부에 대한 첫 심의를 열었다.
 
11일 국내 인권시민단체들로 구성된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에 따르면, 이날 심의에선 총 11명의 참석 위원들 중  무려 8명이 국가인권위의 인력과 기능, 권한 축소 등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 현병철 위원장     © CBS노컷뉴스 (자료사진)

이들은 "이명박 정부 이후 인권위 인력과 기능이 약화됐다"고 지적한 뒤, 한국정부 파견단에게 인권위 축소를 질문할 정도로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이번 심의에서 한국 정부는 외교통상부, 법무부, 노동부, 보건복지부, 교육과학기술부, 국토해양부, 여성부, 행정안전부 등 12개 관계 부처 실무자들로 구성된 대표단(수석대표 이성주 주제네바대표부 대사)을 현지에 파견했다.
 
유엔 사회권위원회 위원들은 "한국 정부가 경제성장을 이룬 만큼 인권의 증진에도 노력해야 하지만, 국가인권위를 축소한 것에 대해선 유감"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파리 원칙에 따르면 인권위는 독립성을 인정해야 함에도 정부가 조직을 축소해 기능을 훼손하고 있는 것 아니냐", "대통령이 새로 임명한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은 인권 경험과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고 임명절차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행안부 김형만 과장은 "인권위를 축소한 것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새 정부가 작은 정부를 지향하면서 모든 정부 부처에 대해 이뤄졌다"며 "(인권위) 감사결과 조직운영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아가 법무부 인권정책 김종민 과장은 현병철 인권위원장 임명절차에 대한 유엔의 지적과 관련, "모든 정부 부처의 장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인권위가 약화되었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사회권위원회 필레이 위원이 "임명 메카니즘(mechanism)을 개선할 가능성이 있느냐"고 물었으나, 김 과장은 "(인권위) 조직 조정은 있었지만 파리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논점에 어긋난 답변을 되풀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성주 한국대표는 유엔의 거듭된 지적에 대해 "한국이 인권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는데 개선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인권단체 "인권 문제의식이 얼마나 천박한지 그대로 드러내"
 
공동행동은 11일 논평을 내고 "유엔 사회권위원회의 우려 섞인 질문에도 정부의 답변은 너무나 궁색했다"며 첫 심의에서 드러난 한국정부의 인권 의식을 강하게 질타했다.
 
먼저 공동행동은 행안부 김형만 과장이 인권위 축소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한 것과 관련,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인권위를 제외한) 대부분의 정부부처가 2% 이상의 조직축소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김종민 과장이 현병철 위원장 임명에 문제가 없음을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인권위의 독립성이 보장되는 인적 구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얼마나 천박한지를 그대로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핵심질문엔 답변하지 않은 채 정부입장 만을 되풀이했다는 것이다.
 
공동행동은 "여러 위원들이 '아시아 인권위(AHRC)가 한국 인권위의 등급을 하향 조정해 달라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우려를 표명했으나, 정부 관계자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 지난 7월20일 서울 무교동 국가인권위윈회 배움터에서 열린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취임식 모습.     © CBS노컷뉴스

나아가 "현 정부가 적당한 변명으로 사회권 규약 심의는 넘어갈 수 있을지 몰라도, 한국의 인권위 독립성 훼손과 전반적 인권 후퇴 현실은 말로 가릴 수 없다는 사실을 각인하고 이번 심의를 변화의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유엔 사회권위원회 160개국 참여, 국제사회와 거꾸로가는 'MB식 인권'
 
한편 유엔은 지난 1976년 처음으로 사회권 규약을 발효했으며, 한국 정부는 지난 1990년 처음으로 가입했다. 이후, 1995년과 2001년 각각 1, 2차 이행 보고서 심의를 받았으며 이번 3차 이행 보고서 심의는 8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사회권위원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에서 선출된 당사국 출신위원 18명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규약 당사국은 160개국이며, 위원들의 임기는 4년이다.
 
이번 회의에서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지난 2007년 7월 제출한 제 3차 이행보고서와 2009년 8월 제출한 위원회 사전 질의에 대한 답변서, '국제엠네스티'와 한국 인권시민단체 등이 제출한 보고서를 중심으로 심의를 진행했다.
 
앞서 노마 강 무이코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조사관은 지난달 말 국내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상황 등을 점검하기 위해 방한, 한국정부가 유엔과 국제노동기구(ILO)과의 협약을 지킬 것을 촉구하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노마 강 조사관은 당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비정부기구 관계자들과 함께 (유엔 사회권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보고서를 발표할 것"이라며 "그 위원회의 전문가들이 한국의 상황을 독자적으로 판단, (상응하는)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병철 위원장에 대한 '자격 논란'과 인권위 축소 등 한국의 인권 상황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현 정부의 'MB식 인권'이 160개 국으로 구성된 국제인권기구에서 조차 참담할 정도의 망신을 당하고 있는 순간이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9/11/11 [11:41]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