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정치세력화? 보병으로 의지만 하다 미움받고 좌절 지난 10일 하부영 전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과의 인터뷰는 장장 3시간여에 걸쳐 진행됐다. 그는 지금까지의 노동운동과 노동자 정치세력화 과정에서 나타난 과오, 문제점, 타개책 등을 격정적으로 토로했다.
심각해진 그의 얼굴에서 오늘의 노동운동에 드리워진 위기가 간단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은 1부에 이어서 연재하는 하부영 전 본부장의 인터뷰 내용이다.
안일규 : 울산 북구가 노동·진보정치 1번지임에도 아직까지 노동정치를 대표할 만한 인물을 배출하지 못했다. 왜 이런 비극이 생겼을까?
▲ "우리는 지난 10년동안 노동자 정치세력화 한다면서 위탁과 의존만 해왔다." © 정민우 | |
하부영 : 나 자신이 부끄러운 질문이다. 전반적으로 현장 노동자들의 실력과 수준, 역량이 뒤떨어지고 취약했다.
95년 민주노총을 만들고 노동자 정치세력화로 방향을 명확히 하면서 2000년도에 민주노총이 중심이 되어 민주노동당을 창당했다.
'민주노총은 노동운동을 열심히 하고, 정치는 정치활동 하는 사람들이 열심히 해줬으면 좋겠다.'는 식의 '의존형 노동자정치세력화'가 진정으로 노동자의 정치적 진출과 노동자 권력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우리가 주인으로, 주체가 되어서 행동하는 그런 그림이 잡혀있던 게 아니었다. 저들에게 맡기고 잘해줬으면 좋겠다는 의존형이었다. 그런데 제대로 하는 게 없더라. 결과는 누구 개인에게 금배지 달아준 것밖에 없고, 누구 개인을 구청장 시킨 것밖에 없었다. 개인 출세주의로 결론이 드러난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노동자 정치세력화 한다면서 위탁과 의존만 해왔지, 노동자 스스로가 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해서 진짜 노동정치를 해보겠다는 꿈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사람(인물)이 없다.
있어도 대부분의 현장 지도자들은 선거법에 저촉돼 집행유예 등으로 선거권, 피선거권이 박탈되어 있다. 우리는 선거가 열리면 보병으로서, 나도 벌금 150만원 받아서 5년 동안 박탈되어 있는데, 현장 지도자들과 간부들은 투쟁하다 선거법 등 실정법에 걸려서 출마할 자격조차 없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그래서 사람을 찾아도 없다.
그런데 저들은 선거권, 피선거권 박탈 그런 것도 없다. 왜냐하면 폭로만 해왔으니까. 폼만 잡았지 않나. 우리는 뒤에서 몸 대고 돈 대고 표 대고.
이처럼 보병으로서만 의지했고, 한 번도 제대로 된 노동정치를 해보자는 그림이 없었다. 그럴 실력도 부족했고. 그래서 지금 이 공황상태가 된 것이다. 정파가 문제였다 해도 그것을 극복할, 현장 노동자들의 정치세력화가 지난 10년 동안 잘못돼 왔다. 우리가 주인이 되는 주체 세력화를 해보자고 했으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고 사람도 없없다. 실력, 인물, 사람이 없었고, 해봤자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선거법에 걸리고.
그 결과 (지금은) 노동자 정치세력화 자체가 미움을 받고 있다. 요즘 민주노총이 막 공격받으면서 "민주노총의 정치파업, 노동운동이 순수한 노동자의 권익을 위한 게 아니다."고 하지 않나. 그게 먹히지 않나. "노동자들은 권익을 위해서 가야지 왜 정치파업 하고, 권익과도 상관없는 한미FTA 파업, 비정규직 파업 그런 걸 하느냐." 그런 게 잘 먹히지 않나. 나는 여기에 진실이 있고 답이 있다고 본다.
자본이나 정권이 하지 말라는 것을 하면 된다. 즉 반대로 하는 게 정답이다. 쟤들이 정치파업 못 하게 막고, 민주노총 성폭력 사태로 내부 분열 일으키고, 금속노조 탄압하고, 민주노총에서 탈퇴 총투표가 진행되고 이런 것들은 다 정치파업 하지 말라는 얘기다. 정치파업 했을 때 정권이 흔들린다는 거다. 그래서 저들이 하라는 것 반대로 하면 정답이다.
현장에선 회사가 하지 말라는 데로 가면 된다. 우리도 현장에서 탄압 많이 받았다. 그래서 위축되어 있고. 회생시켜줘 봤자 왜 시켜줬는지 모르겠고, 시켜주니 당 깨먹고 또 현장출신이 나서볼까 싶어서 해보니까 손학규 지지한다고 선언해버리고... 도대체 뭐 좌절, 좌절뿐이었다. 냉소를 넘어서 혐오로 가고 있다. 큰 일이다.
'보상 엘리트주의'로 똘똘 뭉친 '정파' 안일규 : 결론은 지난 노동·진보 집권 8년이 무능했을 뿐더러 노동계급 정치가 아닌 엘리트 정치였다고 보는 것 같다. 하부영 : 맞다. 그들은 학생운동가가 다는 아니지만 70~80%가 계몽주의자들이다. 나는 그들을 보면서 이런 얘길 한다. "지도자는 모범을 보이고 지배자는 군림한다. 그들은 우리를 계몽 대상으로 봤다."고.
계몽 대상자에게 계몽주의자들은 항상 "너네에게 이거 해주고 형편 좋아지고 민주화 해줬다."며 이젠 보상을 요구한다. 민주당이나 한나라당 간 사람들은 다 금배지 달았는데, (자기들이야말로) 진짜 현장 와서 고생하고 열심히 노동자 편에 섰으니까 (뭔가를) 해줘야 되는 거 아니냐는 거다.
결국 '보상 엘리트주의'로 보상 심리가 작동하고 엘리트주의로 흘러간다. 그건 자동이더라. 내가 만났던 사람들이 거의 다 계몽주의로 진보가 아니더라. 진정한 진보? 노동계급 대변하는 노동정치의 상이 없는 사람들이다. "공돌이, 공순이로 노예같이 일하는 자들에게 의식을 깨우쳐서 노동자 계급을 위해 해줬으면, 이제 너희들이 나를 위해 대가를 지불해줘야지, 보상 해줘야지, 내가 나간다고 하면 당연히 찍어줘야지." 이런 생각으로 바뀌더라.
그게 지금의 정파다. 정파 만들어서 자기들은 성공했지 않나. 그게 우리나라에서 검증된 방식 아닌가. 민주노총 선거, 금속노조 선거, 각 기업이나 단일 노조 선거에서 정파 패거리 형성해서 지부장 당선시키고 금속노조 위원장과 민주노총 권력을 잡고, 그 권력으로 자기 정파에 힘을 실어주고 그 정파에 소속된 사람이 시의원, 구의원, 국회의원 등 정치적 진출을 하는 데 교두보이자 창구 역할을 해준다. 이처럼 자신들의 권력 확대와 재생산을 해주는 구조가 검증된 정파 구조였다. 우리 현장은 다 거기에 학습, 지도, 줄서기를 통해 현장조직을 만들고, 간부들 조차도 거기에 줄을 서게 되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진 거다.
그런 정파가 검증된 지도력이냐. 아니다. 권력을 놓고 쟁투를 벌이는 패거리 정치를 하고 있다. 검증된 지도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현장은 거기에 줄 서서 뭐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고 "와, 쟤들이 나쁜 짓 하니까 우리는 '1·3·5'를 찍자."였다. 세팅 투표, 어느 한 쪽만 그랬나. 양쪽 다 그랬지. 우리는 뭐가 뭔지도 모르고 "저 나쁜 놈 되면 안되니 응징하기 위해서 1·3·5다! 1·3·5!" 하며 따지지도 않고 묻지마 세팅 투표, 줄세우기 이런 악행을 일삼아 왔다. 그러다 스스로 무능력이 발견되고 있는데 현장은 준비가 안 되어 있고, 괴리와 공황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빨리 극복을 해야 된다. 우리 노동자들 스스로 자주성, 주체성, 실력,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빨리 키워내는 게 최고 상책이다. 그럴려면 정파 중심의 당운동·노동운동이 아니고, 정파의 힘을 빼고 공조직 중심의 노동운동·당운동이 되어야 한다. 정파가 배후 조정하면 공조직은 무너진다. 현재 민주노총 금속노조 사태, 민노당도 똑같이 하다가 간 사람들 아닌가. 노동조합 운영하는 시스템대로 당 운영하고 파벌 형성하고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들도 한계에 봉착했다.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른다.
나 같은 경우는 "다시 현장으로 가자, 대중 속으로 가자, 우리가 운동 잘못했다."고 한다. 뭘 잘못했나? 우리가 가고자 하는 것은 너희들이 가고자 하는 길이 아니라 대중들의 요구와 지향에 맞는 운동, 대중 중심의 진보다. 다수의 진보를 행복하게 해야 하는데 지금은 소수 정파 몇 명이 다수를 끌고 가고 있다. 소수의 부자들이 지배하고 권력을 끌고가는 거나 운동권의 정파나 똑같은 논리 아닌가. 우리한테는 이들도 지배자고 저들도 지배자다. 그래서 대중 중심의 운동, 대중의 요구와 지향에 맞는 운동에 정답이 있다. 이것을 찾아야 한다. 정파의 줄서기를 거부해야 한다.
자주성 상실한 노조 간부들 '중성 똘마니' 안일규 : 지금까지의 진보가 진보라기보다는 수구에 가까웠다는 말인 것 같다. 그게 7~80년대 학출과 노출의 관계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학출, 정파 중심을 노출과 대중 중심으로 바꾸자는 뜻인가? 하부영 : 그렇다. 프레임을 다시 짜야 한다. 그래서 현장 지도자들 중심, 간부들, 공조직 중심으로 결의되고 회의되어야 한다. 공조직에서 결의하려 해도 정파가 다 개입하는 게 지금의 상황이다. 자기들에게 유리한 결정이 나오도록 말이다. 결국 대리전만 치룬다. 노동운동 내부에서 정파 대리전을 하는 건데 웃기는 거다.
자기 조합원들이 요구하는 걸 가서 얘기하고 싸워야 되는데, 그걸 관철시키고 투쟁으로 만들어내서 가야 하는데 이쪽 대중과 아무 관계없는 정파의 지침, 정파의 정치방침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하니 정상이 아니다.
▲ "울산의 반 진보진영 흐름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나는 급변한 게 아니라 ‘누적된 결과’라고 말한다." © 정민우 | |
우리 노조 간부들은 자주성을 상실했다. '중성'이다. 더 심한 말로 자주성과 주체성을 상실하고 정파의 '꼬봉'과 '똘마니'에 불과했다.
이런 얘길 정말 싫어하지만, 교육시킬 때 흥분하면 "우리 뭐하냐. 나 자신도 특정 정파에 소속되어서 해보니 우리 얘기와 관련이 없고 '몇 번 찍어라' 이것만 나오더라."고 말한다. 몇 번 찍기 위해 선거운동한다. 어디로 나와서 며칠 날 몇 시까지 출근해서 출근 인사한다. 이런 것만 했다.
나는 내가 꼬봉이었고 똘마니 역할을 해왔는데, 그게 잘못되었다고 해서 뛰쳐나와 현장 중심, 대중 중심으로 가야겠다는 각성을 가지고 한다. 그런데 아직도 꼬봉이고 똘마니로 줄 서서 하는 사람들이 천지다. 대리정치, 대리투쟁이다. 빨리 우리가 각성해야 한다. 지금은 소수지만 그런 세력과 사람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정파는 힘이 빠지고, 노동운동과 당운동이 공조직 중심으로 갈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안일규 : 뭔가 바꿔야 하는데,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방법론이 문제 아닐까. 하부영 : 어차피 세력, 힘 대 힘으로 정리되지 않겠나. 정파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또 다른 정파냐'는 비난과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이 낡은 정파 시스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흐름, 새로운 세력이 나타나야 된다. 힘으로 정리된다. 그래서 정파를 또 만드느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낡은 프레임에 갇힌 정파를 극복하는 새로운 정파, 새로운 운동세력이 형성되어야 한다고 본다. 나는 그걸 주문하고 다닌다. 어떤 형태로든 힘 대 힘으로 정리될 수밖에 없다. 대중의 힘을 누군가는 폭발시켜서 정파를 제압해야 한다.
'反현대차·反민주노총'은 십수 년간 누적된 결과 안일규 : 다시 울산 현장 이야기를 해보자. 지난 8년 동안 뭘 했느냐는 근본적인 물음부터 최근 지역의 자영업자와 주민들의 '反진보진영, 反현대자동차' 이런 흐름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어떻게 보면 이들이 한때는 진보진영의 절대적인 지지자였고, 진보 8년 집권의 기틀이었을 텐데 왜 이렇게 정반대로 돌변했다고 보나. 하부영 : 십수 년간 누적된 결과다. 노동운동도 했고, 정치 진출도 시도했고, 파업도 임금인상부터 시작해서 경제투쟁뿐만 아니라 정치투쟁까지 울산에서 큰 파업, 큰 투쟁들을 계속 주도해왔다.
결정적인 게 96-97년 노동법 개악할 때다. 크리스마스 날 날치기로 정리해고법을 통과시키면서 우리는 한 달 이상 정치파업을 했다. 그때부터 대응방식이 바뀌었다. 다들 정리해고가 있으면 안 된다며 그 때 박수 받아가면서 마지막 파업을 했다. 그런데 파업 이후에 정리해고법이 없어진 게 아니고, 정리해고법은 법대로 들어와서 해고시키더라는 거다. 그런 원망들이 늘어갔다. 파업을 했는데 정리해고시키고 비정규직은 늘어나고 있고...
그래서 민주노총 너희들이 나서서 한다고 했는데, 박수 쳐주고 했는데도 책임지고 못했지 않느냐는 갭이 생기기 시작한 거다. 현실은 우리가 투쟁하고 해봐야 되는 일이 없지 않냐는 것이었다. 그때는 대통령이 사과하고 고치겠다 했는데 나중에 이상하게 민주노총이 들어가서 합의해주지 않았나. IMF 터지고 국가경제위기 상황에 끌려가서 합의해줬다. 그래서 자기 일관성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정리해고법은 도입되었고 민주노총은 찬성했고 노동자들은 정리되었고.
그 때문에 정리해고나 비정규직 사태가 악화될수록 민주노총에 대한 반발은 커지고, 파업해 봤자 되는 일도 없고 우리만 살기 힘들어진다는 이야기가 먹히기 시작한 것이다. 울산 같은 경우 反현대자동차, 反민주노총이 거의 북구를 통해서 형성되는데 대공장 정규직 중심, 이기주의, 노동귀족 이런 것들이 거론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란 회사도 대단한 회사다. 십수 년 동안 현대자동차 임금인상이 타결되면 곧바로 CR(Cost Reduction) 3%씩 강제적으로 납품 인하 작업 들어간다. 노동조합에게 임금인상 해줬으니 보전해야 된다면서 강제로 납품 단가 3%씩 인하한다. 그걸 십수 년간 해왔다. 처음엔 '아니다, '맞다' 얘기가 되다가 노동조합 임금인상만 하면 하니까, 십수 년간 해마다 파업하면 납품단가 깎아서 임금인상 못해주겠다 하고, 경영도 어렵다고 계속 그러다 보니 (납품회사의) 노동자들, 노조 간부들까지 현대자동차 하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지역의 언론들은 방송·조중동은 얘기할 것도 없이 현대자동차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건 거의 생중계하듯 한다. 사소한 것까지. 그들이 우리 노동자들한테 유리한 얘기 하나? 광고 받아 유지되는 게 지역 방송사고 신문사인데.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내용을 수도 없이 쏟아낸다. 그게 십수 년 된 거다. 진실은 어디 갔는지 가려지고, 없어지는 거고.
지금 어떤 아저씨가 현대자동차 작업복 입고 택시타면, 과격한 아저씨들은 어떻게까지 하느냐면 "현대차 작업복 입은 놈 보면 때려죽이고 싶다."고 한다. 이런 얘기까지 듣고 살아야 한다. 파업하고 분위기가 나쁠 때 지역 언론사에선 거의 악으로 규정한다. 현대자동차 다니는 사람들은 자기들 배 불리기 위해서 경제 사정이나 지역주민들이 어떻게 사는지 생각하지 않고 파업한다고, 파업해서 장사도 안 된다고 한다.
파업 반대하는 사람도 '왜곡되고 잘못된 등식'만 머리에 박혀 파업하고 장사하고 관계가 없다. 파업하면 오히려 장사가 더 잘 된다. 일찍 나가서 술도 먹고, 당구도 치고, 음료주스도 잘 먹고 해서 장사가 더 잘 되는데, 음식점협회들부터 기업사랑운동, 시장, 지방 정부, 지역 언론사, 상공회의소가 주도해서 反노동자 관제 데모하고, '현대자동차 파업 안돼' 운동한다. 음식점까지 나서서 현대자동차 파업해서 우리 음식점 장사 안 된다는 식으로 현대자동차 파업을 빨리 끝내야 한다고 관제 데모에 음식점협회가 동원되어서 앞장서서 한다. 택시는 반민주적 지도부들이 주도하고 상공회의소가 개입하면서 그런 일들을 지속적으로 하다 보니 택시기사들이 자신들은 비정규직만큼도 못하다고 말한다.
자신들의 삶의 질이 하락되는 걸 현대자동차 노동자와 민주노총 투쟁 때문에 그렇다고 자기들 머리 속에 이미 등식이 성립되어 있는 거다. "때려죽이고 싶다, 현대차 공장이 다른 데로 어디론가 갔으면 좋겠다, 해외공장 다 짓고 이거 문 닫아서 저 놈들 다 정리해고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중소기업이건 비정규직 노동자건 자영업자건 택시 노동자들까지 그들 머리 속에 왜곡되고 잘못된 등식으로 차 있다. 나는 그것이 진실이 아니기 때문에 언젠가는 밝혀진다고 생각한다.
내가 2006년에 현대자동차 파업 문제 가지고 지역에서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반대편이) 우리가 경제 살리기를 반대해서 경제를 말아먹는다고 말하자, 나는 과연 경제를 장사꾼들이 살리는지 노동자들이 살리는지 두고 보자며 '소비파업'을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별의 별 파업을 한다고 조중동에게 많이 맞았는데, 장사하는 사람들은 본능이 있지 않나. "어?, 저것들이 지갑을 닫겠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돈이 안 되거든. 그래서 음식점에서 "우리가 한 게 아니다. 협회 간부들이 하는 거지."라며 민주노총에 막 전화가 왔다. "소비파업을 해도 큰 장사들은 살지만 우리같이 조그만 장사나 식당 하나 하면서 못 먹고 사는 사람들은 당신들이 지갑 닫으면 우린 죽는다. "며 "소비파업 하지 마라. 간부들만 응징해라. 간부들이 하는 거지 우리와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다."는 얘기들이 들어왔다.
▲ 하부영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좌)과 안일규 인터뷰어(우) © 정민우 | |
그런 계기를 통해 조합원들은 경제의 주체이고 소비의 주체인 우리가 자본주의에서 어떤 역할과 기능을 하고 있는지, 노동자들이 이 세상의 주인으로서의 기능이 확고하다는 걸 깨달은 거다.
장사꾼들, 음식점 주인들이 "쟤들 저렇게 나오면 골치 아프다, 지갑 일주일만 닫으면 울산 경제 마비된다."는 말들을 자기들이 하더라. 우리도 음식점 갔다가 모니터링 해볼 거 아닌가. 내가 직접 들었다. 음식점 주인과 직원들이 앉아서 "민주노총 쟤들 머리 정말 좋다. 아니 소비파업을 하면 우린 다 죽지. 쟤들하고 자꾸 부딪히면 안돼. 쟤들이 어떤 놈들인데 조직해서 진짜 지갑 닫아버리면 큰일난다."고 하더라. 음식점 주인들은 다 안다.
어쨌든 지난 십수 년, 노동조합 22년 동안 누적된 결과가 反현대자동차, 反노동자, 反민주노총이다. 현대자동차 같은 경우 가족사업까지 한다. 불러서 양산 하나씩 주고 선물 주면서 노동조합과 간극을 벌리는 거다. 거기에다 진짜 무리한 요구하고, 회사사정 보지 않고, 우리나라 경제를 살피지 않으면서 하니까 집에 부인들까지 다 등돌린다. 부부간에도 갈라 놨다. 우리는 고립된 투쟁만 계속해 온 거고, 잘 안 되고 고립되니까 더 강한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 구호는 선명해지고. 그렇지 않나. 더욱더 고립되는 과정이다.
사회의 진실과 정의 위한 조직으로 꾸준히 거듭나야 당장 돌파는 안 된다고 본다. 반현대차 정서, 반노동자 정서, 반민주노총 정서가 당장 돌파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꾸준하게 산별노조로 전환하고, 지역 중심의 지역사회 연대, 지역 지부를 만들면서 예산과 사업 부분을 지역으로 이전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꾸준하게 이 사회의 진실과 정의를 위해서 싸우는 조직으로서 노동운동, 현대자동차 노조, 민주노총으로 재인정 받는 기나긴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 가족까지 재조직하고, 지역 주민들도 우군·동맹군으로 조직하고, 생활공동체 문화 운동 등 우리가 실력이 있는 사업들을 배치해서 성공해내고 이렇게 했을 때 뒤집어진다. 당장은 안 될 거다. 상당 기간 안 될 거다.
그리고 이건 진실이 아니고 왜곡된 것이기 때문에 민주노총하고 손잡아서 표 안 된다고 얘기하는 것은 앞에서 말한 대로 진보정치 하는 사람이 아니다. 제거될 대상이다. 99%가 반대해도 1%의 진실을 위해서 싸우는 것이 진보정치이고 노동운동이 되어야 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