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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깐 2007/11/07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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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뱀발 한마디만 붙여주지요

    신사임당이 지폐에 붙어 민폐끼치게 된 것은 이런 저런 말 더 할 것도 없이 분명하게 통탄스러울 가부장주의적 사태이다.

    그러나 그것을 논하는 이 글의 제목 또한 부적절하기 이를데 없다.
    아마 그것이 지폐에 '아들내미 잘 둔 엄마/과열 사교육의 선조' 신사임당이 박혀 나오는 사태를 막을 수 없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허스토리Herstory'라니, 지금 장난하나??
    'Herstory'라는 말 은 이를테면 영어권의 단어 'History'에 대한 여성주의적 비판을 담은 말이다. 그런데 한국말에서 역사를 '남정네의 스토리'라고 쓰던가?
    비슷한 사례 하나 더, 이를테면 여성주의자들이 하던 이야기 중에는 '성별화 되지 않은 추상적,보편적 휴머니즘에 대한 비판' 같은 주장도 있다. 내용은 물론 일정한 합리성이 있다. 그러나 그 역시 '인간'이 'man/men'으로 지칭되는 유럽어 문화권이 실제 배경이 된다. 그 배경 속에서 'women'이 'men'의 보편적 권리라는 말에 대해 '성별화 되지 않은 추상적 인간주의와 인권에 대한 비판'을 말하는 것은 아주 상식적이다.
    하지만, '남자-여자-사람'이라는 어법을 가진 사회에서 '추상적/보편적 인간주의와 인권'을 비판하는 건 한참 들은 다음에도 '부분적으로 옳은 지적도 있지만'일 뿐이다.

    신사임당이 지폐에 얼굴을 들이밀어서는 안될 이유는 충분하고 남는다.
    막말로, 신사임당이 한명의 인간, 한명의 개인 자신으로서 당대의 사회에 대해, 공적으로 기여 한 것이 대체 무엇인가? 그리고 이 시대에 신사임당이 전할 메시지는 '사교육 열심히 시켜 아들내미 출세시키라'는 이야기 밖에 안된다고 말해도 전혀 지나치지 않는다. 당연히, 여자의 낯짝이 돈에 박힌다고 여성의 사회적 위치가 어쩌고 할 이야기가 전혀 못된다.
    초등학교 역사책만 뒤져도 여왕도 있었고, 여성 애국지사도 나온다. 그걸 다 제치고 '아들네미 덕으로 지폐에 오르는 것'이 '강남 엄마들'이 전위대뛰는 사교육 열풍으로 망조가 드는 나라답다고나 할까.

    그러나, 그 사태를 마주하고 기껏 생각난다는 것이 '허스토리'라는 단어라면 먼저 할 일은 글쓴이의 뇌세포를 귀국시키는 일이다.
    '페미니즘'의 번역어'여성주의'가 사회적 상식 비슷한 것이 된지도 10년을 넘는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 '신여성'과 일부 교양계층 남성의 호사를 장식하는 번역어의 신세를 정말 벗어났는가?
    아예 번역조차 불가능한 '허스토리'라는 단어를 상대하며 들 수 밖에 없는 생각이다.
    어디에서나 사회적 상태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이들은 '작업대상'이 되는 사회에 대한 '역사적 지리적 구체성'을 인식한 가운데 피아를 식별하고 스스로를 설명할 방법을 다시 창안해야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에 앞서, 적어도 '한국말'은 되어야 할 것 아닌가?
    재주있으면 'Herstory허스토리'를 번역 한 번 해 보라?

    적어도 동아시아에서는 사람이 있고 여성과 남성이 있다고 되어 있다. 언어부터 '남성-인간'과 '모자른 남성-모자른 인간'이 있는게 아니다. 역사는 지내온 사연이지, 남정네의 스토리가 아니다.
    물론 가부장제는 여기서도 차고 넘친다. 그러나 차이는 여기에서는 가부장제를 비판하기 위해 '인간이라는 허구적, 추상적 보편성'을 덤으로 비판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유럽어권에서 인간의 보편은 곧 '남성'이지만, 여기에서 사람의 보편은 적어도 명목상으로는 성별에 앞서는 무엇이다. 가부장제와 차별은 어디에서나 곧잘 문화의 외양을 뒤집어쓰고 작동한다. 그런데 가부장제와 차별을 해체하겠다는 사람들이 자기 해체대상이 존재하는 구체적 맥락조차 파악하려 하지 않고서 무엇이 가능할까?

    외국어 페미니즘과 그 번역어인 여성주의가 여전히 교양의 대상 정도를 넘지 않는다면, 그것은 처음부터 구체적 상황속에 쓸 수 있는 물건으로 재창조 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때문에 페미니즘은 진부해질 정도의 통속어가 되어도, 국가의 공식 지폐에서 떡하니 '여성인물'을 이유로 '신사임당'이라는 여성의 인간적 권리에 대한 상징적 테러가 자행되는 것이 막아지지 못하는 것 아니겠는가?
    (*신사임당에 대한 재해석이니 재평가니 하는 것은 '절대사절'이다. 대중적 역사-아이콘 신사임당의 의미는 스콜라적 재해독으로 바뀔 수 없는 정치적 문제에 해당하니까 말이다.)
  • ㄹㄹ 2007/11/08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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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뭐 어쩌라는 거냐...
    그 시대에 살았던 사임당이 당연히 그럼 가부장적 체제하의 사람이지 어떻게 아닐 수가 있다는 건가. 유관순은 거기에서 자유로운가.
    그게 이유가 되냐.

    그럼 화폐인물에 여성단체 페미 얼굴이라도 집어넣자는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