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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시대, 동북아 중심국가의 견인차는 인천공항
허브공항 인천공항은 국제컨벤션 센터를 지향해야ba.info/css.html'
 
민경진   기사입력  2003/01/15 [02:12]
{IMAGE1_LEFT}공항은 여러 모로 흥미로운 곳이다. 별의별 사람들이 만나고 헤어지고. 현대의 공항들이 철제빔과 유리벽 일색으로 통일되면서 점차 개성들이 사라지고는 있지만 공항은 그 나라의 운영방식과 특색을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이다.

필자는 스웨덴의 관문인 스톡홀름의 알란다 공항에 들렀을 때의 첫 인상을 잊지 못한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게이트를 나서니 바로 맞은 편에 래디슨 호텔의 체크인 데스크가 있었다. 일을 마치고 호텔 체크아웃을 하면 비행기 체크인까지 원 스톱으로 완료된다. 승객은 그냥 몸만 가면 된다. 이렇게 편리할 수가 없다.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간편한 체크인/체크아웃 시스템이다.

[민경진의 깐느통신] 한반도 물류기지 대망론, 대자보 90호

알란다 공항에서 스톡홀름 시내까지는 고속전철이 있어 20~30분이면 갈 수 있지만 효율을 사랑하는 스웨덴 사람들은 이것마저 그냥 놓아 둘 수 없었나 보다. 어차피 호텔에 모여 회의를 하고 업무를 볼 것이라면 공항내부의 호텔에서 모든 것을 끝내면 얼마나 서로 편리하겠느냐는 사고방식이다.

영국의 버밍햄 공항 역시 잊혀지지 않는다. 이곳에는 NEC라는 영국 최대의 전시/컨벤션센터가 있는데 공항과 전시장, 기차역 그리고 호텔이 모두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되어 있다. 외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든, 런던이나 다른 대도시에서 기차로 오든, 아니면 직접 차를 몰고 오든 간에 굳이 갈아타고 이동할 필요가 없이 이곳에만 도착하면 모든 것이 한 번에 해결이 되는 것이다.

필자는 삼성동의 ASEM 센터를 보면 그저 한숨이 나온다. 참 멋지게 잘 지은 건물이지만 내 생각에는 위치를 잘못 잡았다. ASEM 센터는 처음부터 인천공항과 한 건물로 지어졌어야 했다. 동경이나 홍콩에서 2~3시간 비행기 타고 와서 공항에서 그곳까지 가는데 또 2시간을 길에서 허비해야 한다. 이런 난센스가 세상에 어디 있나? 아마도 ASEM 회의에 맞추어 독자적인 프로젝트로 진행하다 보니 인천공항과의 연계성에 대해서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것 같다.

이미 지은 건물은 그대로 활용할 수밖에 없겠지만 필자는 이제라도 인천공항을 국제컨벤션 센터를 목표로 개조할 것을 권한다. 공항당국의 자랑처럼 비행거리 2시간 내에 거주하는 대도시 지역의 경제인구가 10억을 넘는다. 그 정도 배후규모라면 시장성은 충분하다. 문제는 얼마나 컨벤션만을 위해 집약된 복합공간이냐는 것이다.

이미 초현대식 시설을 자랑하는 공항이 있다. 육중한 전시물품의 수송과 수천 수만의 관람객을 무리 없이 처리할 수 있는 설비다. 여기에 공항과 접속된 초대형 전시공간과 컨벤션센터, 대규모 호텔단지 그리고 장차 완성될 초고속 전철까지 연결이 된다면 아마 아시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컨벤션 인프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인천공항 철도는 또 경부고속전철과도 연결이 되어야 한다. 인천공항 역에서 출발해 전국의 주요 대도시로 직행하는 철도노선이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 여기에 영종도 항구까지 같이 개발이 된다면 인천공항은 육해공에서 모두 접근이 가능한 첨단의 컨벤션 단지로 거듭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영종도 내부에 대규모 위락단지를 짓는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IMAGE2_RIGHT}서울 뿐 아니라 제주 및 여타 지방도시까지 나서서 국제업무단지 혹은 금융단지를 지향한다고 외치고 있지만 나는 이런 시도를 비관적으로 본다. 국제금융도시가 되려면 일단 막강한 자체 배후경제권을 두고 있어야 하고 영어에 능숙한 인재들이 풍부해야 한다. 서울이나 제주는 이런 면에서 100년이 넘게 국제도시로 자리 잡아 온 상하이나 홍콩 같은 선배도시에 한참 뒤지고 앞으로도 쉽게 따라잡을 전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예로부터 동북아의 십자로에 위치한 탓에 외침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교류와 소통이 화두인 21세기에 한반도 같은 적지가 없다. 그런 면에서 노무현 정권의 동북아 중심국가라는 꿈은 분명히 의미가 있지만 문제는 과연 무엇의 중심이 되겠느냐는 것이다. 내 생각에는 ‘허브국가’라는 단어의 원래 의미에 충실한 산업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 같다.

부산이나 광양은 남북철도 연결을 통해 해상과 육상운수가 집약된 동북아의 환적(循積) 항구를 지향하고 이미 연 수 천만명의 승객이 모이고 흩어지는 동북아 허브공항 인천공항은 국제컨벤션 센터를 지향하는 것이 가장 적절해 보인다. 우리의 지정학적 위치가 그렇고 중국, 일본, 러시아, 동남아 등 주변 국가 역시 한국이 이런 역할을 해준다면 박수를 칠 것이다. 남은 문제는 우리가 얼마나 현실적이고 트인 머리로 그에 걸맞은 계획과 준비를 해 나갈 수 있느냐 일 것이다.

jean

* 필자는 [테크노 폴리틱스](시와사회, 2002)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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