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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도 주가폭락, 7월 15일은 블랙먼데이
유로화 강세에 따라 유로 가입 쟁점으로 떠올라ba.info/css.html
 
배정원   기사입력  2002/07/22 [05:06]
7월 16일자 가디언지의 1면에 톱면으로 '브라운의 큰 도박'(Brown's big gamble)기사와 '5년이래 최저가의 주가폭락'에 관한 기사가 동시에 실렸다.

고든 브라운(Gordon Brown) 영국 재무상(Chanceller)은 지난 7월 15일 앞으로 3년간에 걸쳐 공공부분지출에 610억 파운드를 증액하는 것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대대적인 영국정부의 예산안 증액을 발표했다. 브라운 재상은 이날 의회에서 37분간 발표한 향후 3년간 재정지출 검토(Spending Review)을 통해 147억파운드(약 29조원)에 달하는 교육부문 예산 증액으로 학교시설을 현대화하고 교사증원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영국 각 고등학교(Secondary School)들은 내년 4월부터 매년 16만5천파운드씩 지원을 받게되며, 이중 1천4백개교는 교사 채용비용으로 12만5천파운드씩을 추가로 지급받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또 초등학교(Primary School)들도 앞으로 3년간 매년 5만파운드씩의 지원을 받을 것이라고 브라운 재상은 덧붙였다.

아담스미스 연구소(Adam Smith Institute)에서 발간될 예정인 '소비자는 관료주의자가 아니다' (Customers are not Bureaucrats)라는 리포트에서 사립학교가 교육행정면에서 더 효율적이고, 학생대 교사의 비율도 평균 22.5:1이라고 한다. 사립학교에 비해 여러면에서 열세인 공립학교의 질적인 향상을 위해 교원노조는 그동안 절실히 정부의 재정지원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이와 함께 영국 국내치안분야에 135억파운드를 투입해 경찰관을 13만명까지 증원할 계획이라고 브라운 재상은 말했다. 그는 정부 각부처 예산은 올해 2천4백억파운드에서 3년후 3천110억파운드로 증액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운 재상은 근로자들을 위한 대대적인 주택건설 계획도 아울러 발표, 약 15억파운드가 신규주택건설에 투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IMAGE2_LEFT}교통부문 예산은 철도서비스 개선 등을 위해 앞으로 3년간 12%가 증가할 것이며, 2005/6년까지는 39억 파운드가 추가 책정되었다. 최근 영국은 대처 정권이 밀어부친 철도 민영화로 대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당 일부에서는 재국유화 의견도 불거져 나온다. 많은 철도회사 노조들이 수시로 지역단위 파업을 하고있어 그 정보를 모르고 역으로 갔다간 낭패를 보기 일쑤다. 복잡한 운영 시설 시스템과 철도 노선은 영국을 유럽에서 철도 후진국으로 만들었다. 영국과 유럽을 왕래하는 초고속 열차 유로스타는 영국만 진입하면 초저속 열차가 되고 만다는 우스개소리가 있을 정도이다. 철도에 대한 예산증가는 이미 예견된 일이다.

국가의료 예산은 국민의료비를 GDP대 비율 현재의 7.7%에서 2007/8년에는 9.4%로 증가할 예정이다. 국방예산은 35억파운드가 증액될 것이라고 브라운 재상은 말했다. 영국은 사회복지 정책 중 '왕관의 보석'이라 비유되는 NHS (국가보건서비스, 전 국민이 무상으로 의료혜택을 받음)는 막대한 정부지원을 필료한 실정이다. 영국은 병원 등 의료기관의 대부분이 공영이고 사실상 재원의 대부분을 국민의료 보험료가 아닌 조세에 의한 국고보조로 충당한다. 참고로 의료서비스에 국가가 지원하는 예산의 배경은 크게 두가지이다. 세전소득에서 약 10%를 원천징수해서 의료서비스 뿐아니라 고용 기타 모든 복지예산의 원천인 국민보험과 고소득층은 40%, 일반은 34%까지 이르는 소득세이다. 이런 엄청난 재원의 투자에도 불구하고 요즘 국가보건서비스(NHS)는 만성적 인력난과 재원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영국정부 예산중 재정지출 예산안을 3년간 4.3%로 증가하는 주 이유는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로 제3기 노동당 정부의 재집권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공공부분 지출은 보수당 정부하에서 증액되지 않았고 또한 집권당인 노동당 정부의 초기 2년간 동결된 상태였다.

최근 유로화가 7월 15일 유럽 주요 외환시장에서 지난 2000년 2월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인 1.0026달러까지 치솟아 유로-달러 교환가치가 약 2년 6개월만에 유로-달러 환율이 거의 1대1이 되었다. 전문가들은 달러약세 지속과 미 증시의 오랜 침체가 유로화 가치 상승을 부추겼다면서 향후 몇달간 유로화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유로화 강세는 특히 영국의 유로화 채택에 더 많은 압력을 넣을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화에 대한 강한 자부심으로 인해 유로(원래 정확한 의미는 EU(European Union:유럽연합)의 단일화폐로, 1995년 12월 15일 에스파냐 마드리드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15개 회원국들은 1999년 1월 경제통화동맹(EMU)을 출범시키고 단일통화의 명칭을 ‘유로’로 하는 데 합의한 것을 지칭하는 것이고, 여기서는 편의상 '유럽통화동맹'의 가입을 통칭해서 유로라고 함-편집자 주) 가입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해온 영국인들은 최근들어 유로에 대한 반감이 상당히 완화된 것으로 여론 조사에서 나타났다.

영국의 중소기업 연합회와 대기업들은 영국정부가 유로에 가입하기를 강력하게 촉구해왔다. 일본계 다국적기업들중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영국정부가 빠른 시일내에 EU에 가입하지 않는다면 유로가입국인 스페인등으로 공장을 이전하겠다고 통고한바 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유로가입에 관련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유로화 채택에 앞선 몇개의 준비작업을 내년 중반까지 완료할 것이라고 이미 밝힌바 있다. 보수당은 유로 가입을 적극적으로 반대한다는 당론을 택하고 있으며, 노동당내에서도 유로  가입여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여 합의점을 보지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IMAGE1_RIGHT}스웨덴의 요란 페르손 총리도 7월 15일 런던에서 블레어 총리와 회담한 후 스웨덴이 유로  가입 여부에 관한 국민투표를 9월에 치를 예정임을 상기시키면서 영국도 이후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스웨덴의 경우 유로화 완전 통용이 성공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유로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형성되어 한때 도입 찬성률이 50%를 넘어선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비유로화 채택국인 영국을 유로에 가입하도록 강하게 유혹하고 있다. 현재 유로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는 영국,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이다.

7월 15일은 블랙 먼데이(Black Monday)로 불릴만큼 런던 증시에서 주가가 최저로 폭락한 날로 기록되는 날이다. 영국 주가가 런던증권거래소 기준 주가지수 FTSE 100의 심리적 저지선인 4,000선이 붕괴되면서 지난 96년 12월 이후 최저치로 폭락했다. 7월 15일 런던증시에서 FTSE 100 지수는 장중 3,990.8까지 떨어졌다가 소폭 반등했으나 전날보다 225.3포인트, 약 5%가 폭락한 3,998.8로 마감, 심리적 저지선인 4,000선이 붕괴됐다.

이날 런던증시의 주가폭락은 고든 브라운 재상이 대대적인 재정지출 확대계획을 발표한 것과 때를 맞춰 일어났으며, 이로 인해 FTSE 100 지수는 연초보다 23%가 떨어진 수준으로 마감됐다. 뉴욕증시의 약세도 런던증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시장관계자들은 분석했다. 미국 뉴욕증시 다우지수가 4년래 최저치로 추락하는가 하면 나스닥 또한 5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급강하했다. 뉴욕증시가 끝없는 추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유럽증시 역시 폭락세로 장을 마감하는 등 세계증시가 ’월가의 악몽’에서 비켜나지 못했다. 대기업들의 경영실적 부진으로 미국경제에 대한 실망감이 투자자들 사이에 확산되면서 지난 7월 18일 장후반부터 일기 시작한 세계적인 투매현상은 이날 아시아 증시에서부터 퍼지기 시작, 뉴욕증시 폭락의 영향이 겹치면서 유럽까지 단숨에 확산됐다. 이날 폭락으로 인해 뉴욕증시는 지난 5월17일을 정점으로부터 17.5%, 런던, 프랑크푸르트, 파리증시는 5월15일 정점으로부터 각각 20.5%, 19.3%, 23.1%가 빠진 수준으로 물러앉았다.

미국 경제의 불투명한 전망이 계속되자 달러화도 떨어져 엔-달러 환율이 115엔아래로 내려갔고, 유럽 외환시장에도 같은 영향을 미쳐 유로화의 대미달러 환율이 유로당 1.02달러 이상으로 회복됐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미국 금융시장에서의 국제자본 이탈과 관련, 미국의 주가하락 및 달러화 약세에 따라 최근 자금은 유럽과 일본으로 흘러 들어가고 이에 따라 유로화와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의 경우 '강한 유로'에 따른 인플레이션 억제 효과를 누리고 있지만 이면에는 수출 타격 및 관광수입 감소라는 악재로 고심하고 있다.

영국정부의 야심찬 재정지출 확대계획 발표와 동시에 런던 증시는 5년 이래의 최악의 주가인 FTSE 100의 심리적 저지선인 4,000선이 붕괴되면서 지난 96년 12월 이후 최저치로 폭락했다. 세계 주요증시의 주가가 최저로 하락하는등 경기가 침체함에 따라 전반적으로 세계경제가 저성장과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브라운의 공공부분 지출확대 계획은 영국 각계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으나 영국경제가 저성장으로 인해 침체기에 진입하면 재원확보에 차질이 있을 것이며, 따라서 소득세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노동당 정부가 이번 지출확대 계획을 통해 공공부분의 공적서비스를 개선하고 영국민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 3년후에 있을 총선에서 승리하여 재집권할지의 여부는 고든 브라운 재상이 그때까지 재상으로 계속남아 영국살림을 도맡아 수행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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