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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여성에겐 총성없는 전쟁터
[칼럼] 살인범의 여성혐오발언과 언론, 여성정치인 ‘패러디’에 대한 단상
 
정문순   기사입력  2004/08/09 [16:10]
전쟁, 이라크에만 있나
 
노무현 정권의 전격적인 파병으로 전쟁과 살육은 더 이상 이 땅이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 돼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전쟁이 이전에도 남의 나라만의 일인 적은 없었다. 집밖에만 나가면 살벌한 전쟁터인 이 나라의 여성들에게 ‘이라크’는 처음부터 몸으로 느끼는 현실이었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 사건과, 여성 정치인에 대한 패러디는 이 전쟁의 생생한 증언자들이다. 희대의 여성 대상 범죄를 다루면서 미디어들이 여성에게 한 일은 살 떨리는 ‘충격과 공포’를 심어준 것 외에는 없었다. 살인범의 어처구니없는 여성 혐오 발언을 여과 없이 쏟아내는 언론은 내게 범인 못지않게 혐오스러웠다.
 
누군가로부터 이유 없는 증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건 두렵기 그지없는 일이다. 범죄를 당하지 않으려면 집에 틀어 박혀 있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을 것이다. 피해를 입지 않은 여성들은 언제 자신이 비슷한 범죄에 노출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떨고, 비명에 간 피해자들은 넋을 위로 받지도 못한다.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된 여성
 
언론이 피해자 중에 유흥업소에 나가지 않는 ‘일반’ 여성이 있나 없나 캐는 것은 얼마나 천박하고 상스러운가. 어느 신문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여성들도 반성해야 한다는 살기등등한 글이 버젓이 논객의 이름으로 올라와 있다. 겉으로는 범죄에 경악을 느끼는 척하지만 내심 사건을 즐기고 피해자들을 비웃는 기색이 역력한 이들은 여성 경멸이라는 점에서만큼은 가해자와 감수성이 통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여자들이 죽은 듯이 수그리고 있는 세상이라면 여성 혐오는 굳이 고개를 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여성들이 꿈틀거리는 기척만으로도 위협을 느끼는 자들이 세상에는 적지 않은 모양이다. 그런 세상에서 약자들은 지은 죄도 없이 돌을 맞는 처지에 놓인다.
 
드물게 남들이 무시못할 힘을 가진 여성의 처지는 증오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된 다수의 힘없는 여자들과는 처지가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이라고 해서 자신이 선택하지도 않은 성으로 태어난 대가를 치르지 않는 것은 아니다. 대중의 평판으로 사는 여성 정치인들의 경우 꼬투리만 잡히면 언제든 만인의 웃음거리로 떨어질 위기에 놓인다.
 
최근 한 야당의 여성 대표는 당의 행보에 분노를 느낀 어떤 네티즌에 의해 성적 패러디 대상으로 전락했다. 속옷만 입혀진 여자 사진에 정당 대표의 얼굴이 박힌 것을 보고 사람들은 재미있다고 킬킬거린다. 문제의 패러디 제작자가 노린 것이 이 지점이다. 그녀가 사람들에게 성적인 모멸을 당하는 처지로 떨어지는 데서 패러디의 효과를 계산한 것이다.
 
이유 없는 적대의식 사라져야
 
여성을 공격하는 데 성이 곧잘 동원되는 것은 여성의 수치심을 일으켜 무력하게 하는 데 효과 만점이기 때문이다. 성이 여성에게 금기로 통하는 세상에서 성적인 것은 언제든 여성을 괴롭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 남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약점을 건드리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성적 패러디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표현의 자유라는 방패막이에 곧잘 숨음으로써 여성 정치인에 대한 성적 비하의 근절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정치적 행적이 논란을 일으킬만한 여성들은 예외 없이 이런 식의 성적 모욕을 통과의례처럼 겪었다.
 
여성 혐오 범죄와 여성 정치인 패러디 모두 집밖을 나선 여성들이 피해자라는 데 공통점이 있다. 여성에 대한 이유 없는 적대 의식이 밑바탕에 도사리고 있는 점도 동일하다.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는 처지에 있는 여성들이 끔찍한 일을 당할 때 남들의 부러움을 살 만한 지위에 있는 여성들은 대중의 노리갯감으로 전락했다.
 
여성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는 누군가의 위기의식을 반영한다. 불황일수록 자신들과 경쟁하려는 여성에게 느끼는 남성들의 경계심은 커지며, 가정에 머물지 않는 여성은 냉소를 당하기 쉬워진다.
 
집밖을 나가면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이 사회는 여성들에게 총성 없는 전쟁터다. 그러나 여자들이 집에서 나오지 않거나 자신들의 보조 업무로 만족하길 바라는 남성들의 소망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그런 세상은 이미 지났다. / 편집위원

* 필자는 문학평론가입니다.
* 본문은 '언론개혁을 바라는 시민들이 힘을 모아 만든 신문' 경남도민일보 http://www.dominilbo.co.kr/ 8월 9일자에 실렸습니다.  
* <대자보> 편집위원, 문학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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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8/09 [16:1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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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민 2004/08/12 [01:05] 수정 | 삭제
  • 산업재해, 질병, 교통사고, 폭력사건, 살인사건....
    죽는 사람 중에 남자가 훨씬 많을텐데(군대에서 사망하는 사람은 100%남자죠 아마) 그럼 대한민국은 남자에게만 전쟁터란 말이 더 진실에 가깝겠군요. 정문순씨 논리에 의하면 말이죠.(그럼 여자에게는 천국인가?)
    성 갈등만 유발하는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수구 꼴통언론이 하는 식으로 어거지로 꿰어맞추는 글은 그만 보았으면 하는 희망이 있네요.
    물론 정문순님은 뭐 대단한 거 발견했다고 믿겠지만.
    하품만 나옴.
  • 이상하군 2004/08/11 [22:01] 수정 | 삭제
  • 세상을 보는 기준이 오직 밖에 없는 것 같네요.
    살인사건 피해자도 아마 남자가 몇배는 더 많겠지요.
    여성일반을 혐오하는 것보다는 당신같은 사이비 문필가들을 혐오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소만...
    물론 당신은 그걸 또 여성에 대한 공격이라고 우기겠지. 당신도 라는 이유로... 뭘 어쩌라고요?

    대략 한심스럽다.

    한번 정도 자기 의견을 짚어봤으면 됐지, 계속 똑같은 어거지를 기고하는 이유는 뭔가?
    어렵게 쓰느라고 수고는 했소만.
  • 이런이런 2004/08/11 [11:59] 수정 | 삭제
  • 필자는 진짜 전쟁터 하나도 안겪어본 티가 물씬 난다.
    누구나 전쟁처럼 하루하루를 산다.
    그 속에서 여자가 더 힘들다고?
    서울역에 가봐라. 지린내가 진동하는 곳에서 죽지못해 사는 노숙자의 100%가 남자다.

    대체 우리나라 남자 여자 누가 더 불쌍한지 경쟁시켜서 뭘 얻겠다는 건지?
    그게 필자가 먹고사는 밥줄인가?

    배부르고 등따신데 뭐 또 구라 풀일 없나 헤매는 전형적인 꼴통 페미니스트... 재수없다.
  • 한심 2004/08/11 [11:40] 수정 | 삭제
  • 불황일수록 여성들이 경쟁자라 남성들이 협오하게 된다고? 쯧쯧...

    길을 막고 물어보쇼.
    상대가 남자건 여자건 정당한 경쟁을 기피하는 사람이 있는지.
    경쟁이고 뭐고 앞뒤가 꽉막힌 경제현실을 조금이라도 알고나 하는 소리요?

    근거도 없는 유치원스러운 상상력의 극치구만요.

    정문순씨가 여성혐오 풍조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만 알아두시길.
    이런게 글이라고 대자보에 올라오는게 혐오스럽네.
  • 그런가? 2004/08/11 [11:30] 수정 | 삭제
  • 그만 좀 합시다.
    비약에다 상상력이 결합된 이런 류의 '피해자되기' 구라를 왜 계속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소. 한두번도 아니고.
    정문순씨 솔직히 한심스럽네요. 한두번 해서 안되니까... 오기인가요?

    내가 보기엔 우리나라의 옆길로 샌 여성주의자들의 밑도 끝도 없고 근거도 없는 과장된 무조건적 남성혐오와 남성적대주의가 더 큰 문제인 것 같소.

    정문순님 같은 부류의 글을 읽으며 나도 슬슬 여성혐오 내지 여성무시론자가 돼 가고 있다는 걸 느끼네요.
    앞으로 여자는 사람도 아니고 그냥 여자라고만 생각해달라는 무지무지 전근대적인 의식만 엿보일 뿐이오.

    정문순님은 여성들을 위한답시고 이런 걸 썼겠지만, 님 덕분에 보면 볼수록 많은 사람들이 역시 여자는 안돼.... 이런 객적은 소리만 속으로 하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소. 그런 걸 원하는 건지?
    정문순님 같은 사람들이 여성들을 영원히 객체로서 남기고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 hohoho 2004/08/10 [04:27] 수정 | 삭제
  • 신경안쓰고 자신만의 세계를 잘 고집해 가시는 사람.
    자기는 나름대로 재밌고 사명감에 불타 열심히 사는가 몰겠지만
    가끔씩 대자보에 올라오는 글들로 인해 하루가 짜증이다.

    그리고 계속 박그네씨를 여성정치인의 테두리 속에서 보호할려는
    이유는 뭐냐.
  • 헐헐 2004/08/09 [19:35] 수정 | 삭제
  • 패러디하나로 여성혐오에다 적대의식까지 썰을 푸시다니..
    연세가 어케 되세요?
    연세가 좀 되신분이면 그러려니 생각할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