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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5개월 째인 고구려연구재단은 반쪽자리
중국의 동북공정에 소극적 대응일관, 각분야 합동전격전 펼쳐야
 
月光狼   기사입력  2004/07/23 [12:42]
고구려연구재단, 무엇을 할 것인가?
 
지난번에 중국외교부 공식 홈페이지의 한국역사 관련 내용중 '고구려'가 삭제된 것에 대해서 정부가 중국정부에 고구려사에 대한 공식입장을 요구한적이 있었는데 이에 중국 외교부측의 답변이 있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상당히 오만불손 했다. '한번 게시된 내용은 수정이 불가하다' 라는 것이었다.
 
초등학생도 홈페이지 만들기 초보과정만 마치면 바꿀 수 있는 것을 못하겠다는 얘기는 결국 '너네들이 상관할 일이 아니다' 라는 것이다. 돌려서 말했을 뿐이지 그것은 이제 외교부 홈페이지 뿐만이 아니라 각종 공식 문서를 통해서 고구려사를 한국사에서 빼내겠다는 것과 매한가지인 것이다.
 
이러한 파렴치함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 중국정부의 입장은 중국내 학술연구단체와의 입장과 다르다고 하거나 아직 몇몇 웹페이지에서 고구려를 한국사라고 표기하고 있기도 한 것은 일종의 양동작전으로서 눈가림용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이제 서서히 고구려사를 한국사에서 빼앗아 지워나가겠다는 흉칙한 발톱만 드러낸 셈인 것이다.
 
이번에 정부가 이례적으로 중국정부의 입장을 요구한 것은 필자생각으로는 고구려사 왜곡과 관련하여 '단지 학술상의 문제'라는 식의 중국정부측의 연막전술에 정부가 넘어갔기 때문은 아닌가 한다. 결국 중국외교부를 통해 뒤통수를 맞은 격인데 우리 정부는 과연 어떻게 싸워나갈 것인가?
 
만일 지금이 대막리지 연개소문이 지휘하는 고구려시대였으면 중원은 최강 철기병에 의해 사단이 났어도 열두번은 더 났을 것인데... 아아 힘없고 못난 후손들이여!
 
분한 마음 그지없지만 그래도 우리 태극전사들이 이 원통함을 후련하게 풀어주니 그나마 위안이다. 하지만 역사지키기와는 무관한 일... 그와같은 속시원함을 우리는 고구려역사를 지키기 위해 출범한 '고구려연구재단'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을까? 한 번 기대해봐도 될까?
 
필자 우연히 고구려연구재단에서 나온 '설립취지와 활동에 관한 언론보도자료'와 '2004년도 공동기획연구 및 자유연구과제와 석박사 논문 지원 사업 선정 공모 안내자료'를 입수하게 되었는데 부족하나마 이를 토대로 고구려연구재단의 예상되는 활동을 알아보고 몇가지 의견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인터넷에 아래한글 파일로 올라와 있으니 관심있는 독자는 직접 다운받을 수 있다.)
 
우선, 지난번에 예산이 반으로 줄어서 50억이 되었다고 했었는데 예산과 관련한 또다른 흥미로운 사항이 있어서 인용하겠다. 언로보도자료 속의 '발전방향'에 보면...
 
"... 그러나, 정부의 지속적인 예산 지원이 없는 경우, 자료, 연구센터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음. 즉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핵심 대응방안인 학술적 대응이 부실화되고, 향후 전개될 동아시아 3국의 역사전쟁에도 중장기적으로 대응할 수 없음" 이라고 나와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하루빨리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승격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즉, 고구려연구재단은 이미 그 출발부터 예산이 빠듯한 상태라는 것이고 추가적인 지원이 없을 경우에는 활동을 중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란 것이다. 이것은 재단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되는데 다음 인용문을 보면 알 수 있다.
 
"연구재단은 자료, 연구, 연구지원, 전문가양성지원, 국내외 학술교류, 홍보, 시민사회단체 지원 등 다양한 기능을 복합적으로 수행하고자 함. 이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학계, 시민, 사회단체가 광범위하게 참여하며, 학계 전문가의 견해를 폭넓게 수렴한 연구활동을 전개함으로써 범국민적 열망을 총 결집하는 '정-학-민-관' 네트워크의 중추기관이 되고자 함"
 
위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재단의 사업이 상당히 광범위하고 많음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단순히 학술적인 차원에서의 대응만이 아니라 '정-학-민-관' 이라는 네트웍 상에서의 조직적인 대응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재단이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는 옳은 판단이다. 동북공정이 현재 중국정부의 태도로 봐서도 알 수 있지만 원래 짙은 정치적 목적을 배면에 깔고 있으니 우리의 대응도 '정-학-민-관'의 '합동전격전'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 점을 직시해야 한다. 아울러 지속적인 예산지원을 위한 장치를 필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행여나 혹시 예산이 깍인것이 '정-학-민-관' 네트웍에서 각각 '정'과 '관'의 삐그덕 때문은 아닌지 걱정이다. 다시 말하지만 고구려연구재단은 예산이 삭감된 이유를 공개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 아울러 예산확보를 위한 공개적인 여론조성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음으로 기구조직에 대해서 잠깐 살펴보자. 이사장 밑으로 행정지원실과 연구기획자료실, 그리고 대외협력실이 있는데 연구기획자료실은 6개의 내부연구팀들을 산하에 두고있다.
 
대내외 연구사업 기획, 고구려사 왜곡 대응방안 마련, 연구자료 수집, 정리, 보급등은 연구기획자료실에서 총괄하며 대내외 학술행사 기획과 진행, 국내 및 국외 교육과 홍보, 시민사회단체 및 국제사회와의 협력, 연구성과물의 편집, 출판, 보급 등은 대외협력실에서 총괄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전에도 피력했듯이 필자는 재단의 '외부지원'에 관심이 있는데 위의 기구조직에 의하면 연구기획자료실과 대외협력실 두 곳을 통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 두 기구에 의해 고구려연구재단이 근래 두 가지 가시적인 대외활동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고구려사 시민강좌'(대외협력실)와 '연구과제 선정 공모 및 논문 지원 사업'(연구기획자료실)이 그것이다.
 
'시민강좌'보다는 응당 '공모와 지원 사업'이 더 흥미로우니 그 쪽으로 촛점을 맞추어 살펴보자.
 
우선 공모과제는 31개로 되어있다. 6개가 공동기획연구과제이고 25개가 자유연구과제이다.
 
공동기획연구과제는
1. 고조선과 부여의 주민 구성 및 국가 형성
2. 고구려의 국가 형성
3. 고구려의 고분 벽화 연구
4. 고구려와 발해의 계승 관계 연구
5. 한,중 외교 관계에 대한 연구 - 조공, 책봉 관계를 중심으로
6. 근대 한,중,일,러의 국경 획정 과정 연구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유연구과제의 경우는 연구 범위가 주어져 있는데 고구려연구재단에서 수행하는 범주에 한정된다. 다음과 같다.
 
한민족의 형성, 동북아 고고학, 고조선사, 부여사, 고구려 역사, 고구려 문화, 발해사, 고대 한중관계사, 고려-근대 한중관계사, 고려-근대 한일관계사, 고려-근대 영역문제, 근대 민족문제, 북방민족사, 한중일 역사인식 등 이다.
 
위의 범주에서 공동연구 5개와 단독연구 20개가 수행될 예정인 모양이다. 위 두 연구과제에 지원될 연구비는 최고 5천만원에서 1천만원 사이이다.
 
그리고 끝으로 '2004년도 석박사 학위논문 지원 사업 선정 공모'는 '연구과제 선정 공모'가 공고 1호인 관계로 공고 2호로 분류되어 있는데 논문의 범주는 자유연구과제의 그것과 대동소이하다. 지원비는 석사논문에 300만원, 박사논문에 700만원이 지원될 예정으로 보인다.
 
일단 필자가 보기에 연구과제는 잘 배분되어 있는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고구려뿐만 아니라 발해사, 고조선사 그리고 특히 부여사가 추가된 것이 눈에 뜨이고 동북아 고고학이라든지 북방민족사에도 관심을 가진듯 하다. 근대 민족 문제와 한중일 역사인식도 중요하다고 하겠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이런 과제들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연구되느냐에 있다. 가령 중원을 제외한 제민족사들을 보면 다음과 같다.
 
북방제민족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분류해 낼 것인가?
북방제민족사와 고조선사 부여사 그리고 고구려사를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
하상주(夏商周)의 역사와 고조선사, 그리고 북방제민족사의 관계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또한 고고학적 유물들과 어떻게 연관지을 것인가?
 
등등... 수없이 산재한 문제들이 있는데 과연 고구려연구재단의 연구활동이 이런 부분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고구려연구재단이 기존학계의 입장을 고수하여 북방민족사만을 독립적으로 다루면서 고조선사와 분리하여 연구할 것인지 아닌지에 따라 같은 연구과제라도 전혀 다른 방향에서 접근이 가능하며 그 결과물의 성격도 많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55개의 다양한 민족사를 뭉뚱그려서 하나의 중화사로 인식하는 통일적다민족국가론을 부수는데에 북방제민족사와 고조선사의 분리가 과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까?
 
필자 생각으로는 만일 고구려연구재단이 기존의 대동강유역의 고조선만을 고집한다면 스스로 운신의 폭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쉽다. 그도 그럴것이 중국 역대 사료에 기록된 한족위주의 북방민족해석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한족과는 구별된 고유한 북방민족문화의 계통을 복원해 들어갈 필요가 있는데 흔히 단군조선을 포함한 북방제민족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분야에 걸친 유사성과 연관성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재단에서 재야사학의 논리적이고 근거있는 주장들 만큼은 나름대로 어느정도 수용할 생각은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단지 한가지 고조선사와 북방제민족사를 예로들어 보았지만 같은 경우가 고구려사나 발해사 심지어는 고려사 조선사에 이르기까지 적용될 수 있음도 알아야 할 것이다.
 
즉, 연구과제 선정보다도 그 연구과제들이 어떻게 서로 결합되어 종합적으로 다루어져서 궁극적으로 중앙아시아 역사속에 하나의 거대한 한국사의 새로운 틀을 구성하면서 나아가 동북공정의 허구성을 파헤쳐 분쇄하느냐가 진짜 우리가 추구해야할 목표라는 것이다.
 
그런데 '연구과제 공모'의 '응모조건'을 보면 필자는 솔직히 염려가 된다.
 
응모가능한 자
1. 국내외의 교육기관 및 그 소속 교원
2. 대학의 교원과 공동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시간강사 및 박사학위 소지자로 대학에서 연구 중인 자
3. 국내외의 학술연구기관, 단체와 그 소속 연구원
 
과연 재야사학은 고구려연구재단으로부터 무엇인가를 기대할 수 있을까? 재단은 '정-학-민-관' 네트웍의 중추역할을 한다고 했는데 과연 재야사학은 그 '민' 속에 속할 수 없는 것인가? 혹시 재단에서 지원할려고 하는 사회, 시민단체에 재야사학이 고려대상에 들어있을까? 아마도 앞으로 점점 분명해 지리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몇가지 사항을 언급하면서 글을 마무리하자.
 
첫째, 근대 민족 문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설립취지문에서 밝혔듯이 배타적 민족주의가 아닌 열린 민족주의만으로는 국사해체론이나 민족폐기론과 맞서기가 버거울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고구려연구재단의 이와 관련한 입장을 듣고 싶다. 앞으로 충분히 쟁점화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둘째는 왜 아직도 홈페이지를 열지 않느냐는 것이다. 3월 1일에 공식활동에 들어갔으면 당장 3월 안에는 공식 홈페이지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사업부문에는 분명히 홈페이지구축이 계획되어 있는데 7월이 다 가도록 오픈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 어서 자체 웹사이트를 개설하여 다양한 홍보와 함께 네트즌의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쌍방향 창구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명실공히 네트웍의 중추역할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석박사급 논문 지원 사업'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전에 어떤분이 댓글에서 고구려연구재단이 예산을 나눠먹기식으로 운용한다고 했는데 얼마나 정확한 정보인지는 모르겠으나 필자 경험에 비추어보면 이와 관련한 의혹이 있을 수 있다면 아마도 '석박사급 논문 지원 사업'이 가장 가능성이 있을 수 있겠다.
 
물론 위에서 알아본 바와 같이 지원 대상 논문의 범주는 재단이 제시하는 범주와 같아야 하고 특히나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고조선, 고구려, 발해 관련 논문발표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하지만 역시 문제는 얼마나 공정하게 그 대상이 선별되고 얼마나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지원의 문이 열려있느냐는 것이다. '연구과제 선정'에 대해 필자가 지적했던 부분이 역시 여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하겠다.
 
아직은 고구려연구재단의 활동이 본격적으로 제 궤도에 오른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 든다. 앞으로 더 지켜보아야 할 상황이다. 아무쪼록 설립취지에 맞게 '우리역사지키기 네트웍'의 진정한 '허브'가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우리 국민들도 지속적인 관심과 격려, 그리고 잘못된 부분에 관해서는 가차없는 비판을 해야 한다. 고구려연구재단은 스스로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서 사사로운 잇속들로 인해 본 취지가 멍들지 말도록 항상 철저히 경계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정작 중요한 새로운 동북아시아의 역사를 정립해 나갈 '역사이론개발'에 관해서는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한다. 아쉽게도 고구려연구재단의 사업계획에는 아직 들어있지 않은 것 같다.
 
* '네티즌에게 고함' 코너는 네티즌들의 자유로운 발언대입니다.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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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7/23 [12:4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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