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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에 떠내려가는 쓰레기들
버려진 한국인들의 양심
 
이대로   기사입력  2002/08/09 [03:00]
{IMAGE1_LEFT}어제 8월7일 방송 뉴스에서 이번 큰비 때 떠내려 온 쓰레기로 호수가 쓰레기장이 되었다면서 계곡에 놀러온 사람들이 숨겨 놓았던 것들이라고 말했다. 사진을 보니 춘천호와 의암호에는 온갖 쓰레기로 뒤덮였고 한강에도 쓰레기가 많이 떠내려가고 있었다. 방송 기자는 월드컵 경기 땐 잘 하더니 딴판이라며 말을 잊지 못했다. 나는 그 방송을 보면서 저 모습이 바로 우리 참모습이고 수준이라는 생각을 했다. 자기 자신만 편하고 자기 이익만 챙기면 된다는 사람들이 놀이판에서뿐만 아니라 이 나라에서 잘났다는 사람들이 있는 정치판, 사업판, 학술판, 언론판 들 곳곳에서도 이런 꼴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려서 자연을 더럽히고 우리 꼴을 보기 흉하게 하는 것은 전보다는 좀 나아졌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 못된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전부터 큰비가 올 때마다 강물은 흙탕물과 함께 온갖 쓰레기가 강과 바다로 떠내려갔다. 난 6년 전 여름 장마가 지난 뒤 인천에서 배를 타고 중국 천진까지 간 일이 있다. 그 때 인천을 떠나 몇 시간을 지날 때까지 우리 나라 연안 바다 물은 파랗고 깨끗한데 라면과 과자 봉지, 패트 병과 스치로프 쓰레기들이 바다 곳곳에 떼지어 떠다니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런데 중국 연안으로 가니 물은 흙탕물인데 쓰레기는 없었다. 그 풍경을 비교해보면서 부끄러운 생각도 들고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고 해야겠다는 마음을 들었다. 난 그 여행 뒤 피씨 통신 게시판에 그런 이야기를 쓴 일이 있다. 하수구에 쓰레기 버리지 말고 장마 전에 물에 떠내려 갈 쓰레기 모두 찾아 치우자고...

그리고 3년 전 부산에서 배를 타고 일본 시모노세끼로 가면서 바다를 유심히 보았다. 그 땐 겨울이라 그런지 양쪽 바다가 깨끗한 편이었다. 대신 거리 풍경에서 눈에 띄게 차이가 보였다. 우리 도시 거리엔 담배꽁초와 비닐 봉지 쓰레기가 바람에 날리는데 일본의 거리는 신기하다 싶을 정도로 시내가 깨끗했다. 사람과 산천은 외국에 온 느낌이 안 들 정도로 일본과 우린 너무 비슷한데 그 거리 깨끗하기가 뚜렷하게 달랐다. 난 우리와 저들 차이가 영어나 기술이 달리고 잘하는 것이 아니라 지저분한 양심과 국민성, 생활 습관이 뒤떨어지는 것이 문제란 생각을 했다. 보따리 상인들이 배에서 양주와 양담배를 싹쓸이하고 우리 세관에선 불법 통관하는 양심이 문제로 보였다.

자기가 좋아서 양담배를 피는 것은 오늘날 말릴 수 없지만 그 꽁초를 하수구나 거리에 슬그머니 버리는 것은 못된 짓이다. 과자를 사 먹는 것도 마찬가지 자기 마음이지만 그 봉지를 구석진 곳에 숨기는 것은 양심을 버리는 것과 같다. 정치인들이 자기 집권과 당선을 위해 온갖 못된 짓과 불법을 저지르는 것도 쓰레기 버리는 양심과 같다고 본다. 돈 많은 이들이 내 돈 내가 마음대로 쓰는데 어떠냐 면서 양주와 양담배, 해외골프에 외제 명품을 사는 것은 자유지만 마구 사들여 무역 적자 일으키게까지 한다면 양심 없는 짓이다. 권력자와 그 아들딸들이 부정을 저지르는 것도 그런 꼴이다. 제 나라 말글을 쓰기로 한 법과 규정을 어긴 공문서와 미국말글 간판도 그런 마음보요 제멋대로 미국말글과 일제 한자말을 섞어 쓰고 이름짓는 짓도 똑같은 식이다.

우리 서해 바다에서 새우나 물고기를 잡기 위해 그물을 내리면 새우보다 비닐봉지와 고무 쓰레기들이 더 많이 올라오고 있다. 자기는 어부가 아니고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 강과 바다가 죽던 상관하지 않고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는 것은 자신을 포함해서 인류에게 피해를 주는 비양심 행위다. 권력자들이 제 마음대로 부정한 돈을 챙기고 국민을 속이는 것도 마찬가지 결국엔 나라와 사회를 더럽혀서 자신과 자신의 자손까지도 피해를 보게 만든다. 이 밖에도 자기 편하자고 남에게 피해를 주고 불편하게 하는 일들이 많은데 모두 한국인의 양심버리기다.

나는 한자나 영어 몇 줄 더 알고 쓰는 것보다 모두 양심을 되찾고 국민 수준을 높이는 것이 시급한 일이고 온 국민이 함께 힘써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담배꽁초나 과자봉지 함부로 버리는 것과 공무원과 기업인이 부정한 짓을 하지 않게 하는 것이 큰 돈 들여서 월드컵을 열고 국제 경기를 하기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깨끗한 거리, 깨끗한 양심, 깨끗하고 바른 우리 말글살이와 행동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이제 작은 잘못이라도 하나하나 고쳐가야 할 때이다. 우리 귀중한 양심을 바다에 떠내려보내면 우리 진짜 못난 국민으로 남을 것이고 선진국은 이루지 못할 꿈이 될 것이다. 큰물이 난 뒤에도 강물에 쓰레기가 떠내려가지 않은 나라에서 살고 싶다.



[관련기사] = [문화방송 9시 뉴스 옮김, 2002.8.7 ]

호수가 쓰레기장

앵커: 집중호우로 북한강 상류, 춘천호와 의암호는 떠내려온 온갖 쓰레기로 또다시 뒤덮였습니다. 행락객들이 계곡 곳곳에 숨겨놓았던 것들입니다. 박병근 기자입니다.
기자: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황토빛 흙물로 변한 춘천 의암호입니다. 덤불에 섞인 오물들이 상류에서 하류로 떠내려 가고 있습니다. 상수원이라고 부르기에 민망할 정도로 더럽혀져 있습니다.
인터뷰: 사람들이 놀고 정리를 잘 안 하고 그냥 가는 것 같아요. 좀 신경을 많이 썼으면 좋겠어요. 월드컵 때는 잘 하더니...
기자: 호수에 인접한 낚시터입니다. 기름통과 농약 빈병까지 떠다니고 있어 쓰레기장과 다를 바 없습니다. 생활 쓰레기부터 건축 폐자재에 이르기까지 온갖 부유물이 호수 한 면을 완전히 뒤덮고 있습니다.
기자: 춘천호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타이어에 물놀이 기구까지 온갖 쓰레기들로 호수의 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모두 인근 행락지에서 떠내려온 것들입니다. 지난해 1500톤의 쓰레기가 수거되었던 춘천호는 올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쓰레기가 나올 것으로 보여 갈수록 오염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박병근입니다. [박병근 기자]

* 필자는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 공동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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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08/09 [03:0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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