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발전파업 이후, 어떤 일들이 있었던가
인권/노동기본권은 짓밟히고, 대규모 손해배상 청구당해ba.info/css.htm
 
취재부   기사입력  2002/07/20 [02:47]
연초를 달구었던 발전노조의 38일 파업이 이제 아스라하다. 때가 때인지라 대형 뉴스거리가 넘쳐났고, 그 덕에, 그리고 본래 우리는 잘 잊는다고 스스로 자조하는 것처럼, 그렇게 우리사회는 발전노조의 38일 파업을 잊었다. 그 사이 발전회사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던가.


지난 7월 11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발전노조 인권침해 실태 일권단체 조사단 결과 보고회 및 토론회>가 있었다. 38일 파업 이후를 확인하고 인권유린을 고발하기 위해 활동했던 본지 및 인권운동사랑방, 다산인권센터, 인권실천시민연대 등 13개 인권단체가 참여한 공동조사단의 사업을 1차 마무리하면서 그동안의 조사 결과를 보고하고, 시사점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관련기사] 노항래,  역사적인 투쟁, 발전파업이 남긴 과제, 대자보 88호  

조사단은 파업 이전의 노정대치가 여전하고, 노조나 노조의 단체행동을 대하는 정부부처 공무원들의 일방적이거나 편의적인 주장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들은 “한전에서 분할되면서 한전직원이라는 프라이드를 계속 가질 수 없게 되어서 파업을 일으켰다”거나, “민주노총 지도부의 부추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파업의 당사자인 노조나 조합원들은 전혀 달랐다. 노동자들은 여전히 “일방적인 전력산업 구조개편 정책, 특히 발전소 매각정책을 전력산업을 담당하고 있는 우리 자신이 승인할 수 없었다. 지금도 이해하지 못하겠다. 전력산업 민영화 정책이 전면 재검토, 수정되지 않는 한, 똑같은 사태를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발전파업과 관련, 역시 최대의 쟁점은 노조가 정부의 정책인 민영화 문제에 대해 ‘주관적으로’ 사회공익적 요구를 내걸고 교섭권을 행사하거나 단체행동권을 행사하는 것이 정당한가의 문제와 필수공공서비스산업 노동자(노조)에 대해 단체행동권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직권중재 제도가 정당화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노조는 사회공익적 요구를 낼 수 있고,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 제한은 그 자체로 비민주적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나 사용자측은 여전히 ‘교섭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한편 이번 조사단 보고에서는 이러한 큰 쟁점 이외에 발전노조의 파업 복귀 이후 거듭되어온 현장에서의 노조 탄압, 인권유린이 집중적으로 조명되었다.

우선 불법파업이라고 규정된 만큼 공권력을 동원한 노조탄압이 상투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318명의 해고자 발생, 900여 명의 조합원에 대한 고소고발, 20여 명의 노조간부 구속 등은 파업복귀 이후 노사․노정갈등이 오랜 구태를 답습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특히 해고의 경우,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대규모인데다가, 파업에 참여했던 평조합원에 대해서도 ‘적극가담자’로 분류해서 해고함으로서 대량해고사태를 불러왔다. 현재 해고자문제는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계류 중이다.

{IMAGE2_RIGHT}또한, 조사단의 확인에 의하면 발전회사들은 4월 초 조합원의 현장 복귀 이후 파업에 가담했던 전 조합원에 대해 서약서를 강요했고, 해고위협으로 협박하면서 서명을 받아내었다. 가장 일반적인 서약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 FONT COLOR=BLUE>“서명자는 불법쟁의행위를 중단하고 복귀하였습니다. 본인은 향후 회사업무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회사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저해하는 태업, 준법투쟁, 설비점거 등의 행위는 결코 하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상기 서약을 어기는 행위를 할 경우에는 가중처벌과.. 손해배상청구에 대해서 이의없이 이를 배상토록 하겠습니다.”

조사단은 이와 같은 서약서가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과 국제인권규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사단의 보고에 의하면, 회사는 조합원의 징계절차에 따른 조사라며 ‘’파업지침은 누구로부터 받았는지‘, ’근무지 이탈은 누구의 권유로 했는지‘, ’파업 중 함께 행동한 조원은 누구였는지‘, ’복귀 후 집회에 참여한 적이 있는지‘, ’이후 노조의 지침을 따를 것인지‘, ’민주노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의 정해진 질문에 답하게 함으로서 노조활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고, 이후 노동자들의 자유로운 노조활동을 억누르는 행위를 거듭해 왔다. 더구나 이에 더하여, 회사는 조합원을 온건-중간-강성-구제불능 등의 단계로 구분지어 전 조합원에 대해 분류표를 작성하는 등 노동조합 활동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노무관리를 통해서 사실상 노조 와해를 도모해 왔다. 노조사무실 출입을 차단하거나, 조합원의 동태 감시, 회합 방해 역시 계속되었다.

한편 인권단체 공동조사단은 신종 노동탄압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업무방해 고발 및 손해배상 청구 가압류 조치를 주목했다. 회사는 ‘불법파업’에 참여한 모든 조합원에 대해 형법상의 업무방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며, 900여 명의 조합원을 고발해 놓고 있는 상태다. 이에 더하여 조합원 3,500여 명을 상대로 225억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놓고 있으며, 법원으로부터 가압류 청구를 승인받아 손해배상청구소송 대상자 전원에 대해 월급을 가압류하고 있다. 이러한 가압류 역시 이전까지 쟁의행위와 관련한 손해배상 청구나 가압류가 노조 또는 핵심 노조간부에 한정되었던데 비해 발전회사는 발전노조의 조합원 중 60%에 가까운 일반 조합원 전원을 상대로 가압류를 제기하여 민사적인 압박을 강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사단은 “신속한 가압류 조치로 조합원을 위축시키고, 이를 통해 노동조합의 활동기반을 원천적으로 무너뜨리기 위한 공세”라며, 법인격인 노조의 행위 책임을 개별 노조원에게 묻는 것은 법리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공동조사단은 가압류조치야말로 가족의 생계수단을 파괴하고 가정을 유린하는 반인권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와 같은 가압류, 업무방해 청구는 최근 발전노조 외에 파업이 발생하는 거의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상투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도 확인되었다. 민주노총은 2002년 6월말 현재 민주노총 소속사업장 중 39개 사업장에서 1264억 6539만원의 손해배상 청구가 현재 계류중에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노사갈등을 대하는 자본측이 업무방해 고발, 손해배상 청구, 가압류 청구 등을 신속하고 유력한 노동탄압 수단으로 인식하고, 이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공동조사단 토론회에서는 기업논리가 독주하는 속에서 인권과 노동기본권이 방치되고 있으며, 노동기본권을 포함한 민주적 권리는 답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산권 보호를 핵심으로 하는 시장경제 논리는 횡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거듭되었다. 노사관계의 현실을 조망할 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불균등 발전, 민주주의의 답보와 시장논리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공동조사단은 발전회사 노사간, 노조와 정부간의 이와 같은 인권․노동기본권 현실을 조사한 결과를 보고하면서, 노동행정당국이 노동조합 활동을 부정하는 사용자 행태에 대한 강력한 시정조치와 부당노동행위 규제가 있어야 한다는 점과, 파업사태의 쟁점이었던 전력산업구조개편 및 발전소 매각정책에 대해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한 정부의 개방적인 태도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의 작성시 노항래 공공연맹 연대사업국장께 많은 도움을 받았음을 밝힌다.
* 사진 및 문서자료는 디지털말에서 제공하였습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2/07/20 [02:47]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