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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조순형 쿠데타 분쇄, 공화국을 지키자
민주공화정을 지킬 것인가? 봉건제로 돌아갈 것인가
 
이태경   기사입력  2004/03/12 [17:13]

보수야당들은 개헌을 통한 영구집권을 꿈꾸는가?

 시간이 갈수록 보수야당들-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의도가 분명해지는 듯 하다. 보수야당들이 처음 탄핵안을 발의했을 때의 의도와 목적은 어떠한 것이었는지 단언하기 어렵지만,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오늘은 그들의 다음 행보가 무엇일지 점점 명확해지는 듯 하다.

도대체 이유같지 않은 이유로 국민들의 직접선거를 통하여 선출된 대통령을 탄핵소추한 한나라당과 민주당 소속 수뇌부들 및 의원들의 진정한 속내는 무엇일까? 그것도 이제 고작 임기가 1개월 정도 밖에 남지 않은 국회의원들이 임기가 4년이나 남아 있는 대통령을 축출하자고 일제히 봉기(?)한 까닭은 무엇일까?

단지 대선자금수사 국면을 탄핵정국으로 전환하고, 4.15 총선을 반노(反盧)와 친노(親盧)의 대립전선으로 구축하여 총선에서 유리한 정치지형을 형성하고자 하는 정략적 계산을 웃도는 그 무엇이 있음직 하다. 그리고 아마도 그것은 참여정부 출범 무렵부터 한나라당과 민주당 일각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왔던 '개헌론'일 것이다.

보수야당들-원조보수임을 자임하는 자민련도 넣어주자-이 추진하려는 헌법개정안의 핵심은 말할 것도 없이 '내각제' 혹은 '분권형대통령제'로의 통치구조 개편일 것이고, 그 궁극적인 지향은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한 한나라당과 민주당 그리고 자민련의 보수대연합을 통한 영구적인 권력분점일 것이 자명하다. 물론 이러한 보수야당들의 의도를 입증할 움직일 수 없는 증거-그러한 증거를 찾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는 없지만 방증(傍證)은 충분하다.

불과 얼마전까지 선거법위반-이는 명백한 사실왜곡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노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 선거법 위반이라고 결정한 바 없으며, 권고를 했을 뿐이다!-대통령이 사죄(?)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면 탄핵소추안 발의를 철회할 수 있다고 말했던 민주당 조순형 대표는 지난 3. 10. 기자회견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설령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한다고 하더라도 탄핵소추안을 의결할 것이라고 호언하였고, 한나라당의 최병렬 대표도 기자회견을 통하여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고, 헌재의 최종결정이 나면 국민의 뜻을 모아 다음 대통령 선거를 할지, 개헌을 할지 등의 문제가 자연스럽게 결정날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이들의 의도를 방증한다고 하면 지나친 확대해석일까?

 이뿐이 아니다. 우익총궐기의 호소로도 모자라 심지어 군부쿠데타를 충동질하던 조갑제 월간조선 대표는 최근 ‘노대통령의 탄핵 뒤 조순형 민주당 대표를 대통령 후보로 올려야 한다’며 ‘민주당 한 중진의원이 “한나라당과 손을 잡더라도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을 한다”고 열을 올리더라’는 글을 쓰는 등 개헌방법까지 제시하기도 했다. 보수야당들에 의해서 진행되고 있는 탄핵소추안 발의 및 의결의 일련과정은 수구보수의 교사(敎師)인 조갑제가 제시한 로드맵(?)을 충실하게 따라가고 있지 않은가?

두차례의 대선(大選)패배와 이번 총선에서 의회권력을 상실할 위기에 놓인 한나라당, 호남자민련으로 전락할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린 민주당, 내각제를 발판으로 권력을 일정부분 분점하려는 자민련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가 오늘의 탄핵소추안 의결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들은 결코 그 지점에서 멈추지 않고 개헌을 향해 내달릴 가능성이 높고, 이를 위해서 4.15 총선을 연기시키려고 시도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민주공화정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오늘 탄핵소추안 의결에 찬성한 국회의원 193명의 이름과 얼굴을 잊지말자! 탄핵소추안 의결이 확정된 후 만면에 피어나던 그들의 음흉한 미소를 잊지말자! 무기명투표라고 해서 그들이 누구인지 모르겠는가!

그들은 헌법의 기본원리를 파괴하였고 민주공화정의 근본정신을 교살(絞殺)하였다. 그들이 수호하려는 것은 헌법과 대의민주주의가 아니고 자신들의 특권-각종 면책특권과 각종 이권에 개입할 권리-과 기존의 부패한 정치질서이다.

그들의 모습에서, 얼마전 대선불법자금과 관련해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공동책임을 지라고 기염을 토하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모습을 본다. 한국사회 주류(main stream)들의 진면목을 목격한다. 일반국민들에게는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라고 추상같이 말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헌법과 법률 위에 군림하고 있는 이땅의 기득권세력의 실체와 힘을 뼈아프게 실감한다. 그들로 하여 한국사회가 여전히 반상(班常)의 구별이 엄연한 봉건사회임을 고백하게 된다. 공화국 시민으로서의 기본적 의무-준법의무와 병역의무 등-는 이행치 않으면서 봉건귀족으로서의 권리는 무한대로 누리는 저들의 본질을 새삼 깨닫는다.

하여 이번 4.15 총선은 단순히 의회권력에 의한 쿠데타를 응징한다는데 그 의미가 머무르지 않는다. 이번 총선은 대한민국을 민주공화국으로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특권과 초법(超法)이 지배하는 봉건제로 돌아가게 할 것인가를 결정할 역사적 선택의 장(場)이다. 역사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려는 수구기득권 세력의 총궐기에 맞서서 우리들의 민주공화국을 수호하자! 이제 물러설 수 없는 전선(戰線)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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