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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배의 디지털 觀点] 위키위키와 블로그
홈페이지의 업그레이드를 넘어 1인 미디어시대로ba.info/css.html
 
민경배   기사입력  2002/10/17 [14:13]
{IMAGE1_LEFT}개인 홈페이지 갖기 붐이 한동안 일더니 요즘은 오히려 홈페이지를 문닫는 사람들이 주변에 부쩍 늘어났다. 저마다 이유야 있겠지만 일단 제일 많이 나오는 이야기는 홈페이지 관리가 성가시다는 것이다. 사실 홈페이지 하나 제대로 관리하는게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컨텐츠를 꾸준히 업그레이드해야 함은 기본이요,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에 일일이 답변 다는 것도 꽤나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여기에 대책없이 쏟아지는 광고물들을 수시로 삭제하지 않으면 게시판이 순식간에 쓰레기장으로 전락해버릴 터이니 홈페이지 하나 때문에 여기저기 신경 쓰면서 시간 뺏기는 일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그러니 처음에야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는 맛에 홈페이지 만들고 애지중지 관리했지만 차츰 시간이 지날수록 귀찮은 천덕꾸러기로 느껴지게 되고 결국엔 문을 닫게 된다는 것이다.

인터넷 공간의 작은 집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 안타까운 일이다. 비록 웅장하고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나름대로 개성있고 내실있게 꾸며진 수많은 개인 홈페이지들이야말로 상업화의 거센 물결 속에 휩쓸려가고 있는 풀뿌리 네티즌 문화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개인 홈페이지의 운영자들이 이러한 업그레이드와 관리의 번거로움을 덜어내고 보다 효율적으로 홈페이지를 꾸려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다행히도 최근 전혀 새로운 방식의 홈페이지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그 해결책을 제시해주고 있다. 지금부터 소개하려는 위키위키(wikiwiki)와 블로그(blog)가 그 대표적인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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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말로 '빨리빨리'라는 뜻을 의미하는 위키위키는 누구나 내용을 고치고 추가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홈페이지이다. 기존 홈페이지의 경우 운영자만이 그 내용을 고칠 수 있으며, 방문자들은 단순한 독자에 불과했다. 방문자가 글쓰기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래야 게시판과 방명록 정도가 고작이다. 하지만 위키위키 형식의 홈페이지에서는 방문자들이 내용을 보다가 수정할 것이 있으면 몇 가지 명령부호를 사용해서 자신이 곧바로 내용을 수정하고 새로운 내용을 추가할 수 있다.

좀더 쉽게 비유하자면 게시판이 일종의 벽보와 같은 것이라면 위키위키는 누구나 자유롭게 썼다 지웠다를 반복할 수 있는 칠판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위키위키에서는 운영자와 방문자간의 구분 자체가 사라짐으로써, 홈페이지 주인으로 하여금 컨텐츠 업그레이드의 부담감을 덜어준다. 그리고 나아가 이 공간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을 온라인 지식 공동체로 묶어주는 것이다.

{IMAGE2_RIGHT}블로그는 이와는 또 다른 방식의 홈페이지이다. web log, 즉 웹에다 기록한다는 말의 줄임말로부터 유래했다고 하는 블로그는 누구나 자유롭게 웹출판을 할 수 있도록 제공되는 온라인 솔루션을 가지고 만들어지는 웹사이트를 지칭하는 용어이다. 일반적으로 개인 홈페이지들은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해주는 마법사 기능이나 홈페이지 제작 소프트웨어를 통해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 경우 메뉴 구성 등에 제한이 따르고, 컨텐츠를 업그레이드 할 때마다 매번 수작업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제일 좋은 방법이야 상업 사이트에서 하는 것처럼 웹출판을 위한 프로그램을 짜서 홈페이지를 간편하게 관리하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이는 대부분의 일반 이용자들로서는 엄두도 못낼 일이었다. 그런데 블로그는 바로 이러한 자동관리 프로그램을 웹을 통해 제공해 줌으로써 누구나 간편하게 홈페이지를 만들어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위키위키와 블로그는 이미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외국의 몇몇 대학에서는 위키위키 홈페이지를 통해 학생과 교수가 서로 의견을 올리고 수정하는 등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또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한 각종 소식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다른 블로그 이용자와 정보를 교환하는 인터넷 게릴라 언론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렇듯 위키위키와 블로그는 인터넷 초창기의 기본 정신을 기술적으로 다시금 구현시키고 있다. 즉 정보의 생산자와 소비자의 구분이 없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정보의 자유로운 공유, 그리고 시공을 초월하여 관심사 중심으로 형성되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이 새로운 기술을 통해 한 차원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것이다.

신기술은 늘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하지만 위키위키나 블로그 역시 지금까지 모든 기술이 그래왔던 것처럼, 저변이 확대되고 이용자들이 늘어나게 되면 또 다른 일탈을 낳거나 급격한 상업화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은 항상 경계해야 할 일이다.

* 블로그 관련 홈페이지 안내 : http://enamu.com/wik/
* 본문은 iWeekly 122호(2002. 10)에 게재된 글입니다.
* 필자는 사회학박사로 사이버문화연구소 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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