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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대 한자 문자전쟁(3), 한자병용파들의 정체
[한글 살리고 빛내기64] 덕수궁 세종대왕동상 앞에서 한자병용 반대 집회
 
리대로   기사입력  2023/06/24 [00:45]

1999년 2월 9일 문화관광부가 공문서 한자병용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국회에서 한글전용법 폐기를 시도했지만 어려울 것으로 보고 별도로 정부가 한글을 못살게 하려고 공문서와 주민등록증, 도로표지판에 한자를 함께 쓰겠다고 했다. 그때 주민등록증은 한글로 만들기로 해서 만들고 있었고, 한글과 영문만 쓴 도로표지판을 모두 다 바꾸려면 엄청난 나라 돈이 들게 되었다.  그래서 한글단체는 바로 2월 10일에 문광부 앞에서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신낙균 문광부장관을 만나자고 했으나 만나주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한자병용반대투쟁위원회(위원장 원광호)를 꾸리고 2월 13일에는 덕수궁 세종대왕동상 앞에 모여 한자병용 반대 집회를 열었다. 

 

▲ 한국방송 보도(왼쪽)와 한글단체가 문광부 앞에서 반대 시위하는 모습을 보도한 경향신문.  © 리대로


한글단체 회원들은 덕수궁 세종대왕동상 앞에서 우리 주장을 쓴 103미터 펼침막을 들고 집회를 열고 신낙균 문광부장관 영정 사진을 들고 광화문 정부총합청사 쪽으로 거리 시위를 하려고 덕수궁 정문을 나가려 하니 경찰이 막았다. 내가 앞장을 서서 밀고 간신히 정문을 나섰으나 전투경찰은 다시 시가행진을 못하게 하려고 진을 치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나서서 대열을 정비하고 구호를 외치다가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서 100미터 펼침막을 길게 펴들고 광화문 종합청사 쪽으로 나갔다. 그렇게 몸싸움을 하면서 간신히 선두가 조선일보 앞까지 갔을 때 경찰이 갑자기 몰려들어 펼침막을 찢고 뺏었다. 

 

▲ 덕수궁세종대왕동상 앞에 모여 구호를 외치고 신낙규 문광부장관 영정 사진을 앞세우고 덕수궁 정문을 나서는 한글단체 시위대 모습.  © 리대로


그날 시위대 뒤쪽에 있는 오동춘 한글학회 이사, 원로 회원 안송산 선생님들을 파출소로 끌고 갔으나 앞에서 시위대를 이끄는 나와 원광호 전 의원은 건드리지 않았다. 국민이 제 나라 글자를 안 쓰면 쓰게 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한글을 못살게 굴고, 일본 경찰도 아니고 대한민국 경찰이 정부가 잘못하는 것을 알려주려고 평화시위를 하는 국민을 가로막고 잡아가니 기가 막혔다. 그날 펼침막을 전투경찰에 빼앗기고 파출소로 끌려간 분들을 풀어달라고 하다 보니 시위대는 해산 되었다. 우리는 할 수 없이 한글회관으로 가서 다음 할 일을 의논하고 오는 삼일절에 서울과 부산, 대구 들 지방에서 더 크게 반대 집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 항의 시위 모습  © 리대로


정부는 그렇게 무력으로 막으면 다 자신들 뜻대로 될 줄로 알았을 것이다. 한글단체는 경찰과 격렬하게 싸우며 시위를 했지만 신문과 방송에는 하나도 보도되지 않았다. 그래서 일반 국민은 그런 사실을 하나도 몰랐으나 우리는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들 통신에 우리가 한 일과 뜻을 올릴 수 있어서 통신을 하는 젊은이들은 알고 있었고 뜨겁게 정부를 비판하고 토론도 했다. 그래서 신문이 통신에 올린 글을 인용해서 한자병용 반대 여론이 높다는 것을 보도하기도 했고,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위원들에게 우리 뜻을 밝히는 글과 반대 서명 종이를 전송했기에 국회 문화관광위원들이 문광부장관을 불러서 따지기도 했다.

 

▲ 국회 문화관광위에서 국민회의 간사 신기남 의원이 정부가 무리하게 한자병용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따졌고, 자민련(총재 김종필) 의원은 잘했다고 했다.(문화방송 보도사진)  © 리대로


그때 행자부는 공문서 한자병용이 어렵다고 의견을 냈다. 나는 그때 한자병용 말썽은 김종필 총리와 국립국어원 심재기 원장이 원흉이라고 보았고, 신낙균 장관은 김종필 총리와 연합 정권을 꾸린 김대중 대통령이 나서니 어쩔 수 없이 총대를 멘 것으로 봤다. 그리고 그 한자병용 말썽 뒤에는 일본 식민지 국민으로 태어나 일본 식민지 한자혼용 교육에 길든 세대가 있고 그 뒤에는 일본이 있다고 봤다. 그러나 한글이 훌륭함을 깨달은 더 많은 젊은이들이 있으며 나라와 겨레를 사랑하는 분들이 있기에 그들과 싸워 이길 자신이 있었다. 삼일절에 탑골공원에서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공동대표 이대로)이 앞장서서 한글문화독립선언을 하고 한글회관까지 거리 시위를 할 때에 독립유공자유족회(회장 김삼열)가 확성기가 달린 차를 지원해주어서 나는 목이 터져라 구호를 외치며 시위대를 이끌었지만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그날 부산과 대구들 지방에서도 한글단체와 시민단체가 한글문화독립선언을 했다.   

▲ 한자병용 반대 투쟁 결의 때 여든이 넘은 허웅 한글학회 회장도 어깨띠를 두르고 함께 했다.  © 리대로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국어인공지능학회 회장

한글이름짓기연구소 소장
세종대왕나신곳찾기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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