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의 우리말글사랑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한글전용법 폐기 반대, 전송(팩스)작전 펴다
[한글 살리고 빛내기63] 천만인 서명, 한자혼용파들과의 문자전쟁(2)
 
리대로   기사입력  2023/06/15 [00:41]

일본처럼 한자혼용하자는 무리들은 1991년에 노태우, 김영삼, 김종필이 손잡고 만든 민주자유당(한나라당 전신)을 중심으로 국회의원 98명 서명을 받아 “한글전용법 폐기 청원”을 한 일이 있었는데 1998년에는 한나라당과 국민회의, 자유민주연합 들 국회의원 151명이 서명해 청원을 했다. 국회의원 절반이 넘는 수였으며 이들은 한글전용법 폐기 법안도 냈다. 또 지난날에는 한국어문회(회장 남광우)만 나섰으나 이번에는 한자교육추진연합회(회장 진태하)가 새로 출범해서 함께 나섰기에 문제가 심각했다. 그래서 한글단체는 위기감을 가지고 강력하게 반대 시위를 하는 것과 함께 “한글전용법 지키기 천만인 서명 운동본부(본부장 이오덕)”를 조직하고 전국에서 서명운동을 벌였다. 

 

▲ 내가 종로경찰서에 거리서명을 하겠다고 낸 집회신고서 접수증(왼쪽)과 한글전용법 폐기 청원을 소개한 이경재, 전속홍, 정희경, 허남훈 의원이 낸 한글전용법 폐기 안(오른쪽)  © 리대로


이 서명운동은 1998년 12월 2일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공동대표 이오덕, 김경희, 이대로)이 앞장서서 한글전용법지키기천만인서명운동본부(본부장 이오덕) 모임 발대식을 갖고 서울과 지방 곳곳에서도 거리 서명을 받고 전교조와 한글단체도 함께 했다. 이오덕 선생이 앞장서서 1998년 초에 출범한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은 초등학교 선생들이 많았고 부산에 김정섭 선생, 진주 김수업 교수, 대전 김조선 교수 들들 지방에 계신 쟁쟁한 회원들이 많았기에 서명을 받은 것을 그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에게 바로 전송하면서 서명운동본부에서는 모든 서명 종이를 모아서 계속 문광위원들에게 전송했다. 그러니 문광위 간사와 위원들은 전송이 많이 와서 업무를 볼 수 없다며 한글전용법 폐기 법안은 꼭 막을 것이니 그만 전송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 1999년 4월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공동대표 이대로)이 한글전용법 지키기 거리 서명을 한 찍그림. 부산, 대구 들 지방 곳곳에서도 서명운동을 벌렸다  © 리대로


이 전송 작전은 성공이었다. 한글전용법 폐기 반대 시위는 경찰이 막아서 거리로 나가지도 못하고 언론이 하나도 보도해주지 않기에 국회의원들도 국민도 그 사실을 잘 모르는데 거리에서 서명하면서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나누어주며 실정을 알리고 국회의원들에게 그 서명 종이를 바로 전송하니 그 효과가 좋았다. 나는 서울 거리에서 뜻벗들과 함께 거리 서명운동을 했는데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서명을 받을 때에는 젊은이들 반응이 뜨거웠다. 그렇게 전국에서 서명을 받고 한글단체들도 서명을 받은 것을 모아 바로 전송(팩스)하는 방식은 수십만 명 서명을 받고 한꺼번에 우편이나 또는 직접 가지고 가서 건의하는 것보다 아주 효과가 있었다. 

 

▲ 한글전용법지키기서명운동본부는 한글전용법 폐기 법안을 다루는 문화관광위원회 위원장과 간사들, 위원들의 전송 번호를 회원들에게 알려주고 서명을 받아 바로 전송(팩스)하도록 했다.  © 리대로


한글전용법 폐기 건의문과 함께 제 지역 유권자들이 서명한 용지가 그 지역 의원들과 서명한 의원에게 바로 전송되니 어떤 의원은 한글전용법 폐기 대열에서 자신은 빠지겠다고 알려오기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에 또 큰 성과는 지방에서 글쓰기 활동하던 이오덕 선생과 여러분들이 한글을 못살게 구는 정부와 정치인들 실상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오덕 선생(1925년 생)은 당신과 같은 또래인 김대중(1924년 생), 김종필(1926년 생), 김영삼(1927년 생) 들 정치 실권자들과 국어학자들이 하나가 되어 일본 식민지 교육으로 길든 한자혼용 세상을 만들려고 나서는 것을 보고 실망하고 그동안 한글학회가 우리말 살리는 일에 나설 겨를이 없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고 내가 그들과 싸우는 선봉에 서서 애쓰는 심정을 알아주는 계기가 되었다. 

 

▲ 1996년 자민련(총재 김종필)이 한글전용법법 폐기 법안을 내겠다고 해서 내가 피시통신 하이텔에 그 잘못을 알리는 글을 올렸는데 경향신문이 그 글을 소개한 것이다.  © 리대로


사실 나는 1996년에 서울대 이희승 교수 뒤를 이어서 그 제자인 남광우 교수가 한국어문회장을 맡고 이재전 한자교육추진회 회장과 함께 김종필 자민련 총재를 움직여서 한글전용법 폐기 법안을 낸다고 할 때부터 그들 속셈을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세 김씨가 손잡고 그 법안을 내는 것을 보고 위기감을 느꼈다. 그러나 이오덕 선생은 지방에서 글쓰기 운동을 하면서 그렇게 심각한 줄은 모르고 있다가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1998년에 우리말살리는겨로모임을 함께 만들면서 내가 한글과 우리말을 살리려고 애쓰는 사람에게는 세종대왕상을 주고 그렇지 않은 자에게는 최만리상을 주자고 제안하니 바로 찬성했다. 다만 그 행사 이름을 “우리말 지킴이와 헤살꾼 뽑기”로 하자고 해서 1999년부터 한글날마다 오늘날까지 그 행사를 하고 있다.

 

▲ 우리말살리는모임은 1999년 한글날에 김종필 총리를 우리말 으뜸 훼방꾼, 한승헌 감사원장을 우리말 으뜸 지킴이로 뽑아 발표했다. 그리고 “우리말 우리얼”이라는 회보를 냈다.  © 리대로


이렇게 이번에 한글전용법지키기천만인서명운동본부(본부장 이오덕)를 조직하고 바로 국회의원들을게 서명 받은 것을 이오덕 선생이 쓴 글과 함께 의원들에게 전송하니 그 효과가 좋아서 그 법안은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김종필 총리와 심재기 국립국어원장이 앞장서서 공문서에 한자를 함께 쓰고, 한글로만 만들기로 한 주민등록증과 거리 도로표지판에 한자를 병기하겠다고 해서 문자전쟁을 계속 하게 된다. 참으로 끈질긴 한말글 헤살꾼들이다. 그런데 이번 문자전쟁에서 나를 믿어주고, 나와 한 마음으로 잘 싸워 이길 수 있게 해준 이오덕 선생과 허웅 한글학회 회장이 이번 싸움이 끝난 몇 년 뒤에 돌아가셔서 안타깝고 가슴이 아팠다. 나이가 많은 분들이라 이번 싸움이 너무 힘들고 정부와 국회와 언론이 함께 한글을 죽이려고 하니 충격이 컸던 거 같다. 

 

▲ 이오덕 선생이 쓴 글(왼쪽)과 우리 말글 독립선언문(오른쪽)을 서명운동을 하면서 국회의원들과 시민들에게 뿌렸다.   © 리대로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국어인공지능학회 회장

한글이름짓기연구소 소장
세종대왕나신곳찾기모임 대표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23/06/15 [00:41]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

  • 정문순 2023/06/25 [13:49] 수정 | 삭제
  • 한 길을 꿋꿋이 헤쳐나가시는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그런데 첫 월 끝 도막에 '벌였다'라고 해야 할 것을 '벌렸다'라고 하셨어요.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