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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L 발언, 아니면 말고로 끝나면 되나?
[노컷사설]
 
노컷뉴스   기사입력  2014/05/09 [22:54]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 고 노무현 대통령이 NLL(북방한계선)을 포기하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은 지난해 내내 정국을 뒤흔든 최대 이슈였다. NLL 발언 의혹은 보수언론까지 가세해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와 대통령 기록물 보관 논란까지 이어지며 정국이 마비 지경에 이를 정도로 큰 후유증을 겪었다. 하지만 정상회담 대화록 그 어디에서도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은 없었고, 거짓 주장에 국력만 낭비한 셈이 되고 말았다. 책임지는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 여당의 원내수석부대표로 NLL 공세의 선봉에 섰던 윤상현 의원이 임기를 마치며 자신의 그간 주장과 정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김정일 위원장이 4번이나 '포기'라는 단어를 쓰며 (노 전 대통령을) 유도했으나 노 전 대통령께서는 한 번도 포기라는 말을 쓰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또 "노무현 대통령은 NLL을 뛰어넘어 큰 틀의 경제협력 사업이라는 큰 꿈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사료된다"며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지난해 윤 의원의 발언과 비교해보면 같은 사람의 말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180도 달라졌다. 윤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과 극히 비정상적인 저자세로 굴욕적 정상회담을 했다”면서 “NLL 문제를 사실상 포기하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정일 위원장이 NLL 관련법을 포기하자고 할 때 좋다고 말하고, NLL을 괴물로 표현한 장본인이 누구냐”며 노 전 대통령을 공격했다.

여야 지도부가 NLL 정쟁 중단을 선언한 상황에서도 “NLL 논란을 종식시킬 유일무이한 방법은 국정원에 있는 정상회담 음원을 제한된 범위에서 열람하는”’이라며 계속 쟁점화를 시도한 장본인도 윤 의원이었다.

윤상현 의원은 이렇게 말을 바꾼 데 대해 과거에도 NLL ‘포기’라는 말을 쓴 것이 아니라 ‘사실상 포기’라는 표현을 썼다고 말했다. 또 “지난 1년간의 여의도 정치는 한마디로 2012년에 끝난 대통령 선거의 연장전을 치른 한해였다"며 야당의 거센 대선불복 투쟁에 그 최전선에서 맞서야 하는 그런 위치에 있었다"고 했다.

이 시점에 왜 굳이 그런 말을 하느냐는 물음에는 “원내수석 하면서 가장 큰 사안중 하나로 떠나는 마당에 생각과 소회를 밝히고 싶었다”고 밝혔다. 참으로 군색한 변명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고해성사도 아니고, 정치인으로서 자세와 책임감을 새롭게 다지는 떳떳한 모습도 아니다.

오로지 정파적 입장에서 그것도 잘못된 주장으로 정치를 파행으로 만들고 국민들의 정치 불신을 가중시킨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윤 의원의 말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노 전 대통령과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그의 바뀐 발언이 자신의 강성 이미지를 희석시키고, 원내수석대표 임기를 마치며 향후 정치적 입장을 고려한 기록용이었다면 매우 잘못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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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05/09 [22:5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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