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진영 복지 '항명'…박근혜정부 파열음 시작
정 총리 '업무복귀'호소에 '복귀 안한다' 응답…靑 사표 수리 불가피할 듯
 
안성용   기사입력  2013/10/01 [20:11]
채동욱 검찰총장 문제가 일단락되자 진영 복지부 장관의 거취가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진영 복지부 장관은 29일 장관실 직원의 결혼식에 참석해 "업무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날 정홍원 국무총리가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업무복귀를 촉구한 데 따른 응답이라고 할 수 있다.

청와대는 이날 업무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진 장관의 발언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내놓거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지만 곧 사표를 수리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주 정홍원 총리에게 사표를 제출했던 진 장관이 '업무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힘에 따라 청와대도 그를 주저앉힐 뾰족한 방법을 찾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 장관 자리 놓고 청와대-진영 '핑퐁게임'

복지부 장관직을 내놓겠다는 진영 장관의 뜻이 알려진 것은 추석 직후 한 일간지 보도를 통해서였다.

당시 진 장관은 보건의료산업 관련 양해각서 체결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국내에 있던 국회 보좌관에 의해 이런 뜻이 알려졌다.

청와대는 갑작스런 사퇴의사가 기초연금에 대한 대통령 공약을 지키지 못한 데 따른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매우 불쾌해하면서도 일회성의 해프닝으로 끝내려는 기류가 강했다. 정기국회가 곧 본격화되고 국정감사에서 복지부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정홍원 총리가 25일 사우디아라비아 출장 결과를 보고받기 위해 진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사의설을) 없었던 일로 해두자"고 말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진 장관은 이틀후 책임을 통감한다며 총리실에 사퇴서를 제출하고 출근을 하지 않았고 총리실은 청와대와의 조율을 거쳐 이번에도 반나절만에 사퇴서를 물렸다.

이어 정홍원 총리가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진 장관의 업무복귀를 호소했지만 진 장관이 업무 복귀 불가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면서 진 장관 사태가 막바지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 "못하겠다" 던지는 진 장관, 황당한 청와대

채동욱 검찰총장 사태는 유례가 없는 특이한 사건이었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하고, 박 대통령은 검찰총장의 사표를 진실규명이 우선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반려했다가 사태가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자 보름만에 수리했다.

진영 복지부 장관 사퇴 문제로 벌어지고 있는 청와대와 진 장관의 핑퐁게임도 기존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점에서 청와대가 느끼는 황당함과 배신감이 이해가 된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진 장관으로서도 할 말이 있는 듯하다. 기초연금을 국민연금에 연계하는 데 대해 반대입장을 밝혔지만 청와대에 의해 묵살되면서 더 이상 일을 할 의욕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 차관 출신으로 지난 8월 청와대 개편때 합류한 최원영 고용복지수석이 진 장관을 무시하고 기초연금 문제를 주도하면서 양자간에 갈등이 있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나 일반인들이 볼 때는 진 장관이 항명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원칙을 중시하고 진퇴가 분명한 진 장관으로서도 할 말이 많은 모양새다.

진 장관이 29일 업무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국민연금과 연계한 기초연금을 반대한 사람이 어떻게 국민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 이건 양심의 문제다"고 한 부분은 새겨볼 만하다.

◈ 박근혜정부 최초의 '파열음'

진영 장관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고, 새정부 초대 복지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당시만해도 진 장관이 전문성은 약간 떨어지더라도 대선 때 내세운 복지정책들을 확고하게 추진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달린 인사였다는 해석이 주를 이뤘다. 언론의 평가도 후했다.

하지만 진 장관은 복지부 장관 취임 불과 몇 개월만에 보건복지 분야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이 극히 제한돼 있음을 인식하고 회의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돈은 기획재정부가, 사람은 안전행정부가 갖고 있는 상황에서 복지부 장관은 주어진 일과 할당된 예산을 그대로 집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제시했고 자신도 여당 정책위의장으로서 관여했던 주요 복지정책에 대해 주무 장관이 됐는데 정작 자신은 소외되는 상황을 심각하게 느낀듯 하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진영 장관의 이번 사퇴 파동은 박근혜정부의 첫 파열음이라고 할 수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7개월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정부조직개편안 처리 지연과 인사실패 등으로 새정권의 본격적인 출발이 늦어졌고, 윤창중 전 대변인 성추행 사건으로 도덕성도 큰 타격을 입었다. 

이런 문제들은 외부적 요인과의 싸움 와중에 불거졌거나 돌출적으로 생긴 문제였다. 채동욱 총장 문제도 정권 내부의 문제였다기 보다는 전정부에서 임명이 확정된 권력기관 수장과의 불협화음의 결과였다.

그러나 진영 장관은 인수위부위원장을 역임한 현정권의 핵심 인사라는 점에서 그로 인해서 벌어진 파동은 분명 내부 파열음이다. 왜 이런 문제들이 벌어졌을까? 결국은 대선공약과 인사, 박 대통령의 리더십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3/10/01 [20:11]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