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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결국 아버지를 넘어서지 못하는가
 
도성해   기사입력  2012/10/22 [16:26]
'결국 아버지를 넘어서지 못하는가.'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의 정수장학회 관련 기자회견을 지켜본 한 정치권 인사의 말이다.

21일 갑작스럽게 잡힌 회견에서 박근혜 후보는 '전향적인 입장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 강탈 논란을 일축했다.

부일장학회 설립자인 고 김지태 씨는 부정축재자였고, 부패 혐의로 처벌될 것을 피하기 위해 재산을 자진해서 헌납했다고 주장해 역풍을 자초했다.

"법원에서 강압적으로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재산 헌납의 강압성을 인정한 법원 판결도 잘 모르고 있었다. 회견 내용을 종합하면 정수장학회의 설립과 운영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부적절한 인식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고 보수 언론들마저 비판에 가세하고 있다.

서울대 강원택 교수는 "정수장학회 문제는 계속 쟁점이 돼왔고 박 후보 본인으로서도 상당히 부담을 느껴온 민감한 이슈임에도 법원 판결 내용 같은 팩트를 정확하게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며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지지층의 외연을 확대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박 후보의 캠프의 이상돈 정치발전위원도 "1심 법원은 사실상 강탈에 가깝다고 판결했다"며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뭐라고 할 말이 없다"고 강한 우려감을 표시했다.

이처럼 "하지 않은 것만 못한 회견"이라는 비판이 충분히 예견됐음에도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정수장학회를 둘러싼 공방이 개인 재산 강탈 논란으로 확산되면서 그 화살이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기자회견이 이뤄진 배경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박 후보의 한 핵심 측근은 "야당의 정치공세 속에 고 김지태 씨의 유족들이 눈물 흘리는 것만 보도되면서 박 후보가 '더 이상은 안 되겠다'며 단호하게 나선 것"이라고 회견 배경을 설명했다.

이 측근은 "그동안 정수장학회 부분에 대해 당 대변인들이 적극 해명했지만 보도에 잘 반영되지 않아 박 후보가 그동안 참고 견디면서 답답해하다가 나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수장학회라는 명칭은 박 후보의 아버지 박정희(정)와 어머니 육영수(수)의 이름을 한 자씩 따서 만들어졌다. 이런 장학회가 강탈 재산으로 설립됐다고 공격당하는 것을 박 후보가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박 후보가 여전히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원택 교수는 "국민들은 미래 대통령으로서의 박근혜를 기대하고 있는데 박 후보는 여전히 과거 박정희 대통령의 딸로서의 이미지를 강화시키고 있다"며 "과거사에 대해 더 전향적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부일장학회가 정수장학회와 전혀 상관이 없다는 얘기를 어느 누가 믿어주겠냐"며 "박 후보의 경우 가족 문제가 나오면 의외의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에도 정수장학회를 '가족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박 후보 입장에서야 억울한 측면도 있겠지만 이는 자신의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근현대사의 문제이고 피해를 당한 또 다른 가족들이 있는 문제"라며 "인혁당 '두 개의 판결' 발언 논란 때처럼 역지사지가 안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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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10/22 [16:2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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