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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서울시장 선거, '세대 간 불화' 확인
 
윤지나   기사입력  2011/10/27 [06:59]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결과에 대한 여러 분석틀 가운데 의미 있는 것 중 하나는 세대 간 대결 프레임이다. '세대 간 불화'를 확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세대별 지지율이 크게 엇갈렸기 때문이다.

26일 범야권 박원순 후보가 출구조사에서 9.2%포인트 차이라는 압도적 표차로 승리한 데에는 20~40대 젊은 층의 압도적 지지가 있었다. 박 후보는 20대, 30대, 40대에서 각각 69.3%, 75.8%, 66.8%의 지지율을 얻었다. 반면 나경원 후보는 50대와 60대에서 56.5%, 69.2%의 지지를 받았다.

통상 젊은 층은 진보·야권 성향이 강하지만 그동안 선거에서 세대 간 차이는 영·호남 지역변수의 부차적인 측면이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과반을 훨씬 넘는 수준으로 '표쏠림' 현상이 벌어졌다.

젊은 층의 가장 큰 고민인 일자리·주거 정책 면에서 두 후보를 살펴보면 나경원-박원순 후보 간 큰 차이가 없다. 일자리 수를 대폭 늘리고 임대 아파트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박 후보의 공약은 나 후보와 별다른 차별점을 갖지 못했다.

그럼에도 젊은 층이 박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고민에 대처하는 자세' 면에서 박 후보가 좀 더 설득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일자리·주거 문제가 각박한 경쟁과 상위 소득계층에 집중된 경제 질서 때문이라며 공감을 얻는데 주력했다. 반면 나 후보는 문제의 원인을 충분히 언급하지 않고 현상과 이를 해결할 공약만 이야기해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선거에서 박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직장인 박혜연(31)씨는 "비정규직 확대 등 고용의 유연성을 강조하고 복지정책 확대를 반대해왔던 한나라당이 젊은 층의 좌절을 이해한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며 "단순히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마음에 없는 약속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시험기간임에도 투표장을 찾은 대학생 이대욱(25) 씨도 "이제는 서울시장이라는 자리가 복지의 확대라든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들을 펼치는 사람이 채웠으면 좋겠다"며 "젊은 세대의 불만은 단순한 일자리 공약 가지고 해결될 수 없는 사회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청년 실업을 겪는 젊은 층의 불만이 서울시장 보궐선거라는 정치 공간에서 박 후보에 대한 지지로 표출된 셈이다. 반대로 50대 이상 연령층은 상대적으로 문제적 상황이라는 인식이 낮았고, 따라서 안정을 위해 여당 후보를 선호했다.
 
이날 출구조사 결과발표 이후 패색이 짙어진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 선거사무소에서는 50∼60대 지지자들이 "나는 나 후보를 찍었는데 우리 자식들이 안 찍었다"며 "딸·아들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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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10/27 [06:5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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