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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는 '김광수'를 본받아라
[공희준의 일망타진] 사과할 필요 없다‥호남 정치인도 뻔뻔해져야 산다
 
공희준   기사입력  2010/12/31 [21:26]
노무현보다 경박해지고, 이명박보다 천박해져야
 
꽤 지나간 얘기를 해보겠다. 2007년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의 일이다.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천정배 후보의 대선캠프에서 활동하던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흔히 ‘컷오프’라고 칭해지는 예비경선 날짜가 임박해서였을 게다. 천 후보를 포털사이트, 구체적으로 네이버 뉴스서비스의 메인화면에 노출시키는 방법이 있으면 알려달라는 거였다. 지지율은 어쩔 수 없으니 최소한 인지도라도 높여야겠다는 마지막 승부수인 듯싶었다.

그래서 방법을 가르쳐줬고 작은 활자로마나 네이버에 노출이 되었다. 그럼에도 천정배 씨는 예비경선에서 추미애 씨와 나란히 미역국을 마시고 말았다. 문제는 내가 그 아이디어를 알려줬음에도 불구하고 그때 무슨 방법으로 포털에 노출이 되었는지 전연 기억이 안 난다는 거다. 즉 임팩트 있는 묘수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하여튼 천정배 후보의 동향과 관련된 소식이 포털에 노출이 되긴 됐으니 내가 난 놈은 난 놈 같다.

그러나 나름대로 재주깨나 있다고 자부하는 나조차 입을 도저히 다물지 못하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강적이 출현했다. 코어콘텐츠 미디어의 김광수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김광수 사장에 관한 정보는 내가 이전에 썼던 글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관련 칼럼 : “조승수와 이정희의 남녀공학”

나는 웬만큼 중요한 쟁점이 아니면 좀처럼 입장을 번복하는 성격이 아니다. 허나 김광수 사장에 대한 지난번 의견은 취소다. 그는 정말 난 인간이다. 삼성그룹 이건회 회장보다도 어쩌면 더 특출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까놓고 말해서 이건희는 선대회장인 고 이병철 씨의 아들만 아니었다면 그야말로 뭣도 아닌 존재 아닌가?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씨도 마찬가지고. 정용진 부류의 다른 재벌 2~3세들도 본질은 똑같은 ○○들이다. 2박 3일에 걸쳐 오직 18센티미터 헤엄친 것이 제 인생에서 자력으로 일궈낸 유일한 성과물인 탓이다.

2010년 12월 28일은 문자 그대로 ‘김광수의 날’이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포털사이트로 불리는 네이버의 실시간 인기검색어 상위 10개 중에서 무려 3개가 김광수 사장과 연관된 단어들이었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놀라운 점유율을 기록한 인물은 아마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정도였으리라. 전자는 충격적인 투신자살로, 후자는 천인공노할 연평도 포격으로. 노 전 대통령이나 김 위원장과는 아주 다르게 김광수 씨는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은, 참다운 의미의 무혈(無血)로써 검색어시장을 거의 평정하다시피 하였다.

언론플레이의 결과든, 노이즈 마케팅의 산물이든 우리 같은 범인들로서는 감히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위업이다. 예컨대 지금 당장 제일기획 또는 금강기획에 현금 10억 원을 바리바리 싸들고 찾아간다고 하여도 당신이 광고하고픈 상품과 메시지가 수많은 대중들에게 광범위하게 알려진다는 보장은 전혀 없는 것이다.

우리가 농담 삼아 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온몸이 무기’라는 표현이다. 김광수 사장은 온몸이 무기 차원을 넘어서 ‘온몸이 보도자료’인 셈이다. 보증 잘못 섰다가 1년 전에 개인파산을 신청한 사실마저 수백만 네티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만드는 건 친분 있는 연예담당 기자들 몇 명 대충 구워삶는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자신의 온몸을 보도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수완과 감각이 뒷받침되어야만 비로소 성취 가능한 작품이다.

말 위에서 천하를 손에 넣을 수는 있어도 말 위에서 천하를 다스릴 수는 없다고 한다. 역발상을 해보자. 이는 천하를 손에 넣을 때까지는 말 위에서 잠시도 내려와서는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2007년의 천정배 씨는 천하는 고사하고 고향인 호남민심마저 제대로 휘어잡지 못한 처지임에도 말은 물론이고 당나귀조차 마련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왜냐? 천정배는 지식인이니까? 점잖은 지식인이 어떻게 오랑캐처럼 말 타고 천방지축 뛰어다니겠는가? 로도스 섬에 앉아 고상한 철학적 담론이나 나눠야지. 천정배 씨만이 아니었다. 정동영 씨도 그렇고 김근태 씨도 그렇고 죄다 스타일 구기는 일, 이미지 금가는 일은 극력 마다하기 일쑤였다. 소위 ‘고향까마귀’ 좋아하는 형님들 간에 이뤄졌을 ‘노명박 커넥션’의 실체를, 우리나라 국민들이 폭로된 남의 나라 외교문건을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게 된 통한의 결정적 이유다.

나는 정동영 씨나 천정배 씨 개인을 탓하고만 싶지는 않다. 진보적이되 진취적이지 못한 호남 정치인들의 의식과 행태는 한국정치를 왜곡시키고 있는 더러운 지역주의 프레임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똑같이 지저분한 짓을 해도 어떤 것은 경상도 사나이의 야성적 패기로 미화되고, 다른 어떤 것은 전라도 천것들의 몰상식한 객기로 매도된다. 이를테면 경상도 정치인이 말을 타면 천하를 평정하려는 도전적 행위로 평가되고, 전라도 정치인이 말을 타면 제 분수 모르고 날뛰는 건방진 짓거리가 되는 것이다.

천정배 씨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막말 섞인 폭언을 퍼부었다고 한다. 말은 곱게 하는 것이 당연히 좋다. 하지만 따져보자. 막말 잘하기로는 경상도 출신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이명박 현 대통령이나 유시민 씨 같은 이들이 단연 발군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정동영 씨나 천정배 씨의 말투와 화법은 경상도 정치인들의 그것들에 비교하면 조금 과장 보태서, 하는 얘기마다 아름다운 서정시가 될 지경이다.

한나라당의 수구꼴통들이건 친노그룹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영남 민주화 세력이건 이들의 원류를 따지고 올라가면 이른바 영남 유림에 가 닿는다. 영남 유림이란 어떤 작자들인가? 자기들은 온갖 물질적 쾌락이란 쾌락은 다 누리면서도 백성들에게는 안빈낙도를 강요한 천하의 위선자들이다. 뿌리는 못 속인다고 보온병 들고 포탄이라고 우기는 안상수 씨의 꼴불견이나, 한미 FTA는 구국의 결단이라고 변함없이 강변하면서도 여전히 진보진영에 천연덕스럽게 한 다리 걸치고 앉아 있는 유시민 씨의 파렴치나 결국은 영남 유림의 유서 깊은 양두구육 근성을 이어받았다고 하겠다.

천정배 씨는 사과할 필요 없다. 누구 좋으라고 사과 하냐? 그가 사과한다고 해서 경상도 태생 기자들이 데스크를 장악하고 있는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이 천정배 씨는 참으로 훌륭한 인격자라고 칭찬해줄 성싶은가? 조선일보는 천정배 씨의 약점 잡았다고 더 기세 올려서 물어뜯고, 한겨레신문은 이명박 정권에 무릎 꿇었다고 입에 게거품을 물고 달려들을 게다.

천정배 씨는, 그리고 호남 정치인들은 뻔뻔해질 대로 뻔뻔해져야 한다. 낮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철학을 공부하되, 밤에는 틈틈이 짬날 때마다 김광수 사장의 잔머리를 연구하고 학습해라. ‘온몸이 보도자료’가 되는 그날까지 부지런히 공부에 매진하라. 천하를 손에 넣는 그날까지는 노무현보다 더 경박해지고, 이명박보다 더 천박해져라. 중후한 무게감은 천하를 손에 넣은 후에 국민들에게 보여줘도 절대 늦지 않다. 후안무치한 영남패권은 호남과 다른 지역의 순진무구함을 먹고산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영남 특유의 후안무치함에는 천배 백배의 후안무치함으로 맞서는 것이 정답이고 상책이다. 그런 맥락에서 천정배 씨 아직 멀었다. 경상도끼리 해 처먹는 ‘우리가 남이가?’는 노무현 정권 때도 매한가지였음을 어째서 국민들에게 용감하게 폭로하지 못하는가?
 
당신 혹시 문성근하고 짝하고서 먹물들 데리고 로도스에서 골목대장 노릇하는 것 꿈꾸고 있어? 
글쓴이는 시사평론가, <이수만 평전>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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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12/31 [21:2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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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시나요 2011/01/11 [20:27] 수정 | 삭제
  • 천정배는 양반이다. 다안다. 호남 정치인'도'에서 '도'자 붙여서 지역색 부추기지 마라. 천정배님은 진짜 양반이다.
  • .. 2011/01/09 [05:59] 수정 | 삭제
  • 정말 시원하고 통쾌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정말 오랫동안 공희준님 글을 찾아 다녔는데 없어서 무지 무지 궁금했었습니다. 구구절절히 맞는 말을 정말 통쾌하게하는군요. ... 오랫만에 좋은 글 고맙고 감사합니다. 올해 건강하고 또 즐겁고 재밌게 이렇게 멋지게 날려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까놓고 말할 수 있는 공희준님이 계셔셔 글 읽는 맛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