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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목지신(移木之信)과 흥일리 불약제일해(興一利 不若除一害)
[김소봉 칼럼] 아수장라장이 된 청문회와 검증자들이 지니고 나온 판도라 상자 속의 쓰레기 같은 범법문서들
 
김소봉   기사입력  2010/08/30 [08:30]
법이란 법을 집행하는 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제도적 장치라고 볼 수 있다. 법을 상징하는 법가사상(法家思想)의 개조(開祖)로 불리는 공손앙(公孫鞅)은 진(秦)나라 효공(孝公)때의 중신으로 상앙(商鞅)이라고도 한다.

원래는 위(衛)나라 사람이었지만 위나라에서는 뜻을 펴지 못하고 진나라로 건너가 효공에게 발탁돼 재상의 반열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가 제시한 부국강병책은 진나라가 패자(覇者)가 되는데 결정적인 원동력이 되었고 그 후 여려 제왕이나 제후들이 상앙의 법가사상을 통치의 기준으로 삼을 정도였다.

상앙은 진나라에서 관리로 등용되자 먼저 조정과 백성과의 의사소통이 없는 나라는 강국이 될 수 없다며 정부가 백성들에게 먼저 원칙을 지키는 모범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법치(法治)를 실현하고자 하루는 궁궐 앞 저자거리에 판자 하나를 세워 놓고“ 이 판자를 남문에서 북문으로 옮기는 사람에겐 십금을 주리라.”고 했으나 관료들에게 수탈만 당해온 백성들은 코웃음을 치며 아무도 옮기려는 사람이 없었다.

상앙은 민심의 추이를 깨닫고 “만일 옮기는 자가 있다면 오십금을 주겠다.”라고 하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없었으나 그중 한사람이‘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서 판자를 북문으로 옮기자 상앙은 즉시 오십금의 상금을 포상했다. 그 뒤부터 조정의 약속을 신뢰한 백성들이 법을 존중했고 거리에 금붙이가 떨어져도 자기 것이 아니면 줍지 않을 정도로 진라나에는 법치주의가 제자리를 잡았다. 이런 나라가 천하의 패자가 않을 턱이 없었다.

공정한 법집행은 조정과 백성과의 약속이며 그 약속은 상호 신뢰로 이어진다. 사마천은 이 경우를 이목지신(移木之信)이라고 해 사기에서 극찬하고 있다. 나라를 다스리는 국가원수나 관료들이 스스로 법을 지켜나갈 때 국민은 그 정부를 신뢰하게 되며 이처럼 위정자와 백성들이 한 마음이 된 국정이 펼쳐질 때 정권재창출은 저절로 이뤄지며 돈 쓰고 거리에 나가 길길이 악쓰면서 공복이 돼 헌신하겠다는 부부젤라를 구태여 불어 댈 필요가 없다.

원나라 시조인 징기스칸과 2대 황제인 오고타이칸을 도와 원나라를 반석위에 올린 인물은 야율초재(耶律楚材: 이하 야율))라는 사람이었는데 본디 요(遼)나라 출신이지만 요나라가 망하자 포로로 잡혀왔다. 포로 중에 야율초재가 있다는 보고를 받은 징기스칸은 직접 궁 밖으로 나가 그의 결박을 직접 풀어주고 환대하자 황제의 인격과 약속을 확인한 야율은 원나라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당나라 태종이 신하 위징(魏徵)과 군신(君臣)의 격식을 떠나 사석에서는 형제처럼 지낸 것처럼 징기스칸과 야율도 삼국지의 도원결의처럼 신의를 맹세했고 2대 황제인 오고타이도 야율을 부모나 스승처럼 섬기며 위정자가 아닌 백성들을 위한 국정의 묘를 의논했는데 이런 원나라가 중원의 맹주가 되지 않을 까닭이 없었다.

오고타이가 등극하자 야율은 즉시 국정운영에 관한 정책을 표(表)로 올렸다. “ 폐하, 한 가지 일을 시작하는 것은 한 가지 해로운 일을 제거하는 것만 못한 것입니다. 또한 한 가지 일을 만들어 내는 것은 한 가지 일을 줄이는 것만 같지 못하나이다. 가장 효과적인 정치란 백성의 삶을 고달프게 하는 일들을 자주 벌이지 말고 편하게 해주는 것이 정치의 가장 위에 두어야 할 위정(爲政)이옵니다.”라고 간언했다.

원문(原文)은 원나라 사기(元 史記) 야율초재전(耶律楚材傳)에 나오는 ‘흥일리 불약제일해(興一利 不若除一害)라는 말로 ’진정으로 백성을 위한다면 백성들이 신뢰하지 않거나 반대하는 사업이나 정책은 즉시 중단해야 하며 새로운 일을 자주 입안하는 것보다 원래 있는 법과 정책 가운데서 해로운 것을 골라내 없애는 것이 오히려 백성의 삶을 가장 행복하게 해주는 것” 이라는 뜻이다.

근래 들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국민과의 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 정책과 내각의 책임자들을 인선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불협화음으로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아울러 명색이 국정의 중심에 서야 할 공인들이 검증받고자 지니고 나온 ‘판도라 상자’ 속은 그 안이 쓰레기처럼 너무 지저분해 볼썽사납기 그지없었으나 그나마 당사자들 몇 사람이 스스로 용퇴해 인사권자의 부담을 덜어주고 국민들의 불만을 해소시켜준 점은 다행으로 생각한다.

아수라장에 다를 바 없었던 청문회의 검증을 지켜보며 금번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천명한 ‘행정다이어트제’라는 제안이 저 야율초재가 제시한 ‘흥일리 불약제일해’라는 “친 서민정책”과 닮은 신선한 실사구시의 정책으로 여겨져 적극 환영한다.
칼럼니스트 /경남연합일보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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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8/30 [08:3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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