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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와 유시민의 ‘마약장사’ 마인드
[공희준의 일망타진] 경기도지사 후보들의 미래를 진지하게 지켜보자
 
공희준   기사입력  2010/04/15 [05:17]
1. 이건희 씨는 1993년 신경영인지 뭔지를 선포하면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희대의 명언을 남긴 바 있다. 이후 그의 허풍이 한국사회에서 절반쯤은 현실화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마누라 바꾸기, 즉 스와핑(Swapping)이 대도시 신흥 중산층, 언필칭 여피족 사이에서 암암리에 유행하기 시작했으니까. 스와핑을 주제로 영화도 한 편 제작되었다. 클럽 버터플라이(Club Butterfly).

미국 본토의 사회학 용어인 여피(Yuppie)族이라고 하니까 조금은 생경한 표현으로 들린다. 우리 식으로 풀이하자면 출세한 386 세대나, 참여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른바 ‘강남좌파’라고 해석하면 이해가 빠를 듯싶다.

2004년 17대 총선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청와대에서 주최된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당선자 모임에서는 싹스핀 요리를 면전에 두고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참으로 엽기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조지 오웰의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그로테스크한 풍경이었다.

다가오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친노 386들이 밀고 있는 한명숙 씨가 만약 승리하게 된다면 당시의 싹스핀 소동의 주역들이 대부분 참석하는 축하연이 벌어질 게다. 제발 이번에는 상처 입은 서민대중의 마음에 왕소금을 팍팍 뿌리는 짓거리는 하지 말기를 바란다. 명품 양주와 고급 와인에 입맛이 길들여진 출세한 386 세대와 성공한 강남좌파들이 과연 싹스핀보다 저렴한 메뉴를 견뎌낼 수 있을지는 단언하기 어렵겠지만.

2. 한국의 여피족들은 대통령 노무현의 죽음은 기억해도 한미 FTA를 반대하다가 분신한 택시운전사 허세욱 씨의 죽음은 폴란드 대통령 일행의 떼죽음처럼 마치 우리와는 별 상관이 없는 남의 나라 일로 여긴다. 현재의 물질적 풍요는 계속 누리고 싶으면서도 그 위에다가 알량한 도덕적 알리바이마저 토핑으로 얹으려다 보니 이러한 자가당착적 모습이 발생하는 것이다.

경기도의 소도시에 거주하는 내 친구 녀석 하나는 그곳의 시장으로는 국민참여당 후보를 지지한다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건희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좋겠다고 하더라. 알고 보면 내 주변에도 여피족 성향의 인간들이 꽤 많은 것이 사실이다. 부끄럽고 참담하다.

나는 김진표 씨를 여피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원래부터 저쪽 사람이었다. 뭔가 일이 꼬이는 바람에 재수 없이 민주당에 주저앉게 되었을 뿐이다. 삼성의 추천을 받아 노무현 정권에 들어온 고위 경제 관료들의 거의 전부는 이명박 정권 출범을 전후해 원래의 자리인 한나라당으로 복귀했다. 어떻게 보면 김진표 씨가 나름대로는 의리파인 셈이다.

마누라와 자식들 빼고는 다 똑같다고 할 수도 있을 김문수와 김진표와 유시민 셋 가운데 의외로 김진표가 귀족스포츠라 할 골프에 적대적이다. 물론 골프에 대한 그의 ‘상대적’으로 비우호적 태도가, 삼성재벌을 필두로 한 대기업들한테만 일방적으로 혜택이 돌아가는 법인세 인하를 김진표 씨가 노무현 정부의 경제부총리로 있으면서 고집한 기록마저 지우지는 못한다.

3. 경기도에 골프장을 우후죽순으로 난립시킨 김문수 씨도, 새만금에 18홀도 아니고 무려 1,800홀짜리 골프장을 짓겠다고 공약했던 유시민 씨도 전형적인 운동권 출신 정치인이다.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로 인해 전국 도처의 삼림이 타들어감에도 불구하고 삼일절에까지 골프채를 휘두르다가 총리직에서 수치스럽게 물러난 이해찬 씨 역시도 민주화운동 족보에서는 진골에 속한다.

이해찬 씨와는 달리 김문수 씨와 유시민 씨는 골프를 치지 않는다. 골프와 관련된 공격과 비난이 들어오는 즉시로 두 사람은 이 점을 내세우며 요즘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말대로 쉴드(Shield : 보호막)를 치곤 한다.

그때마나 나는 얼마 전에 읽었던 ‘괴짜경제학’의 내용이 연상되는 것이다. 거기에는 시카고의 빈민가에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어느 흑인 마약상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문맹자가 수두룩한 흑인 갱단에서는 대단히 드물게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엘리트 마약상이다.

사무용품 회사에서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근무하던 문제의 마약상은 순수한 경제적인 동기에서 마약사업에 뛰어들게 된다. 그래도 명색이 배운 남자 아닌가? 그는 자기의 마약장사를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로 합리화한다. (1) 나와 우리 조직원들은 마약을 판매는 하되 스스로가 투약하지는 않는다. (2) 마약유통은 흑인들의 부가 흑인공동체 바깥으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는 긍정적 기능을 수행한다.

첫 번째도 그렇지만 두 번째도 어디에서인가 많이 듣던 얘기다. 골프장 증설 찬성론자들은 국내의 골프장을 대폭 늘려서 해외골프여행으로 야기되고 있는 외화유출 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괴짜경제학’의 저자 스티븐 레빗이 소개한 마약상인은 결국은 교도소에 수감되는 신세가 되었다. 시카고 변두리의 흑인 마약상의 그것과 판박이와 다름없는 억지논리를 내세우며 골프장 건설을 외친 김문수-유시민 두 명의 경기도지사 후보의 앞에 어떠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 우리 모두 흥미를 가지고 진지하게 지켜보자. 내 예감으로는 왠지 뒤끝이 좋지 않을 것 같다.
글쓴이는 시사평론가, <이수만 평전>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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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4/15 [05:1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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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재 2010/04/15 [13:07] 수정 | 삭제
  • 덕분에 세상은 갈수록 현란해지고 복잡해지고 좆같아지는데,
    상기上記한 자들의 공로가 어찌 작다 할 것인가.

    포장과 이미지 가공으로 대통령에까지 이른 자가 있었으니,
    마지막 그의 말로까지 포장과 이미지 가공에 이용하는 자들은 곁에서 보고 배운 것이
    그뿐이어서일까.

    그런데 유시민 저 놈은 지는 더 안먹히는데 아직도 그걸 모르고 있는 것같아,
    불쌍한 놈.
    포장과 이미지 가공의 약점은 리바이벌이 안된다는 거야.
    새로운 것이 아니면 안먹혀.

    그런다고 새로운 것에 더욱 현혹되는 민심을 탓하지는 마라. 그런 건 민심의 한
    단면이자 부분일 뿐이고, 너희가 먼저 그것을 이용하고자 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