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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는 강원도지사 후보 이광재를 지지하라
[공희준의 일망타진] 삼성은 참여정부에 큰 빚을 지고 있음을 잊지말아야
 
공희준   기사입력  2010/04/08 [17:18]
“상도의는 아주 중요한 것이다. 장사꾼이 상도의를 지키려는 것은 그들이 특별히 도덕적이어서가 아니다. 상도의를 지키지 않고서는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 만약 배신을 밥 먹듯이 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는 장사꾼이 아니다.” - 김욱 ‘영남민국 잔혹사’ 86쪽

이계진 씨가 한나라당의 강원도지사 후보로 결정되었다. 단수 확정, 즉 경선 없이 공천을 받은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이광재 씨의 출마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이광재 씨도 한명숙 씨처럼 재판이 진행 중인 까닭에 출마 여부가 약간은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현재 민주당은 별다른 대안이 없다.

강원도 선거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왜 뜬금없이 상도의에 관한 서설을 늘어놓았냐고 물으신다면 이렇게 답변해주고 싶다. 이광재 씨에 관련된 얘기를 하자니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삼성, 특히 이건희 씨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상도의의 요체는 신뢰일 것이다. 장사꾼의 신뢰는 주는 만큼 받고, 받은 만큼 주는 데서 비롯된다. 이계안 씨는 정주영 회장은 신뢰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기며 기업을 했다고 말했다. 나는 그의 지적에 일정 부분 수긍하는 편이다. 믿음을 주지 못하는 인간은 작은 이문은 남길 수는 있어도 큰 부를 일궈낼 수가 없다. ‘소부재근 대부재천(小富在勤 大富在天)’이라 했다. 작은 부자는 근면함이 낳고, 큰 부자는 하늘이 낳는다는 표현이리라. 여기서의 하늘은 신과 같은 초자연적 존재를 뜻하는 것이 아닐 게다. 수많은 사람들의 믿음을 의미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금년은 호암 이병철 회장의 탄생 100주년이라고 한다. 이건희 씨의 선친인 삼성의 이병철 회장 역시 이계안 씨의 주군이었던 현대의 정주영 회장 못지않게 신뢰에 입각한 상도의를 중요시했으리라고 믿는다. 사기와 협잡에만 의지해서는 굴지의 재벌그룹이 대를 이어가며 유지되기가 어려운 이유에서다. 북한 정권이 인민에 대한 세뇌공작의 힘으로만 굴러가지는 않듯이.

민심을 얻기 위한 쇼 차원인지, 아니면 정말로 돈이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춘천에 자리 잡은 이광재 씨의 사무소가 노천에 위치한 이른바 ‘천막당사’라고 한다. 그 순간 나는 삼성전자의 금년도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34조 원과 4조 3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돼 역대 분기 최고 기록을 세웠다는 최신 뉴스가 자동으로 떠올랐다.

34조 원과 4조 3천억 원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우리 같은 평범한 서민대중들은 알 도리가 없다. 다만 그야말로 천문학적 액수임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물론 이 돈 전체가 이건희 씨 개인의 수중으로 흘러들어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나게 많은 돈이 결국은 삼성가의 재산으로 돌아가리라는 불변의 진실만큼은 변함이 없을 터.

복창하시라. 상도의란 어떤 것? 주는 만큼 받고, 받은 만큼 주는 것! 참여정부에서 가장 많은 혜택을 입은 사람을 딱 한 명 꼽아보자? 유시민? 안타깝게도 1등은 아니다. 노무현 정권의 최대 수혜자는 다름 아닌 이건희 회장이다. 크게는 삼성이 원하는 방향으로 참여정부의 국정이 운영되었다. 작게는 이건희 회장이 늘 한심하게 생각했다는 무능한 처남이 주미대사로 발탁되는 가문의 영광을 누렸다.

김용철 변호사의 책을 보면 중앙일보에서 연락이 올 적마다 삼성그룹 수뇌부는 몹시 짜증스러워했다고 한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홍석현 씨 입장에서는 매형 회사가 제일 만만한 거래처인 것을. 골칫덩어리 처남을 잠시나마 눈에 안 보이게끔 치워준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건희 회장은 삼성 전용기의 스튜어디스들처럼 무릎 꿇고 시중을 들었어도 모자랐으리라.

어디 그뿐이랴. 삼성 X파일이 폭로되자 참여정부가 사건의 본질을 불법 로비에서 도청으로 호도함으로써 이건희 씨가 먹어야 할 콩밥을 국민의 정부에서 국정원장을 지낸 신건 씨가 먹었고, 이건희 씨의 심복 이학수 씨가 받아야만 했을 재판을 노회찬 씨가 대신 겪는 해괴하고 엽기적인 촌극까지 빚어지기도 하였다.

이제는 삼성이 참여정부에게 갚을 차례다. 이건희 씨는 춘천과 인근 지역의 삼성계열사 직원들 동원해 이광재 씨에게 번듯한 사무실 하나 빨리 지어주시기 바란다. 그리고 자원봉사자 형식으로 실무 능력 뛰어난 똑똑한 임직원들 선거캠프에 대거 파견하라. 능력 없는 노사모 회원과 민주당 당직자들 데리고 이광재 씨가 어떻게 효과적인 선거운동을 펼칠 수 있겠나?

이광재 씨를 지원하는 일은 결국에는 이건희 씨에게도 이득이 될 수밖에 없다. 이광재 씨는 나름대로 상도의를 아는 인물일 테니 삼성 측의 도움에 대해 생판 모른 척 하고서 천연덕스럽게 입을 닦지는 않으리라.

네티즌들은 ‘청춘불패’의 김태우나 한가인 남편 연정훈이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고 우스갯소리를 해댄다. 과연 그럴까? 강원도 선거판만 유심히 관찰하자면 이건희 씨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공식적 한나라당 후보 이계진이 승리하면 소리 내 웃을 수 있고, 소액주주 운동 벌이는 장하성 교수를 빨갱이 아니냐며 비난했다는 이념적 한나라당 후보 이광재가 당선되면 속으로 웃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소리 내어 웃는 것과 속으로 웃는 것 중에서 어느 게 진짜로 행복한 반응인지에 대한 판단은 읽는 이들에게 맡기도록 하겠다.

산업재해로 추정되는 백혈병으로 말미암아 꽃다운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젊은 여성 노동자의 죽음에 눈감는 짓은 그냥저냥 이해하겠다. 하지만 이광재 씨마저 모른척한다면 이건희 씨는 상도의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이건희 씨는 자신이 참여정부에 너무나 큰 빚을 지고 있음을 잊지 마시기 바란다. 도리어 내가 깜박 잊을 뻔했다. 이건희 씨는 유시민 씨한테도 채무가 있다. 유시민 씨가 총대 메고 의료(보험) 민영화의 물꼬를 터주었으므로. 요 경우에는 유시민 씨와 이명박 씨가 이건희 씨의 공동채권자가 되겠다. 그림 참 희한하네.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일 수도 있겠고...
글쓴이는 시사평론가, <이수만 평전>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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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4/08 [17:1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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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라리오 2010/04/14 [19:11] 수정 | 삭제
  • 참여정부......한마디로 웃기는 정부였다....
    주딩이는 좌파 몸은 우파로... 실재로는 재벌과 기득권층에 엄청난 보따리를 선물하고 이명박에게 정권까지 헌상하면서....
    .....좌파정부라는 소리를 듣는 웃기는 정권이었다......
  • Leo 2010/04/12 [11:53] 수정 | 삭제
  • 병원 진료를 좀 받아 분노 조절을 좀 하시던지 해야 겠습니다.
    좀 유치한 생각 들지 않아요?
  • jhw0987 2010/04/09 [19:21] 수정 | 삭제
  • 급하긴급한모양이군요 히한한논리로 지지호소하니 말이오
  • 삼성공화국 2010/04/09 [16:12] 수정 | 삭제
  • 모든 권력은 시장에 넘어갔다고 주창하며 국민이 준 권력을 재벌에 넘겨주고 견찰에 넘겨준 노무현 전 대통령도 지하에서 기뻐할듯 합니다.
    지금 이명박이 정권잡아 삽질하니 그때 참여정부 인사들 뭐 민주투사라도 된양 떠드는데 웃음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