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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조선일보, 우린 얼마나 자유롭나?
[비나리의 초록공명] 김용철의 <삼성을 생각한다>를 다시 생각한다
 
우석훈   기사입력  2010/03/10 [18:38]
1.

영화 <인사이더>가 있다. 담배회사에서 담배 맛을 좋게 하기 위해서 인체에 유해한 물질을 담배 안에 섞은 사건인데, 이 사건을 <sixty minutes>라는 프로그램에 올리기 위해서 PD와 퇴직 부사장이 겪게 되는 일들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알 파치노가 좌파 성향의 PD로 나오고, 러셀 크로우가 천식인 딸을 위해서 의료보험을 포기할 수 없어 고등학교 과학교사가 되는 전직 부사장으로 나온다. 아마 내 인생에 작지 않은 영향을 끼친 영화로 남을 것 같다.같다.

이 영화가 슬펐던 것은, 그렇게 오랫동안 사회가사회가 만든 PD와 과학자가, 이 사건을 끝으로 방송을 떠나거나 과학 연구로 돌아오지지 못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공공의 적 2>에, 마지막 쯤에 검찰총장에게 서울검찰청장이 자기 자리를 걸고, 수사를 보장하는 장면이 나온다. 

출국하려는 범죄자의 출국을 막기 위해서 했던 대사 하나가 꽤 오래 기억에 남는다. 

"왜 검사들이 나쁜 자들보다 늘 24시간 늦는 겁니까?"

김용철 사건이 났을났을 때, 좀 조용해지면 <인사이더> 혹은 비슷한 내용으로 내부고발자 사건들에 대해서, 그 중 경제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사건들에 대해서 한 번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나는 너무 바빴다. 왜 우리는 늘 한 발 늦고, 늘 뒤통수를 맞는 것일까?

이 질문은, 답하기가 쉽지 않다.

2.

▲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밝힌 <삼성을 생각한다>     ©사회정론
여행에서 돌아온 이후 제일 먼저 한 일이 김용철의 <삼성을 생각한다>를 교보에서 산 일이다. 밀린 일들이 많았고, 공식적 일정이 많았지만, 어쨌든 나로서는 다른 일들을 제치고 이 책을 먼저 읽었다. 아마 이 책을 당분간은 10권 이상은 살 것 같다. 

이상은의 앨범들을 선물로 오랫동안 사용했었는데, 그런 내가 주로 사용하는 선물 리스트에 이 책이 맨 앞을 차지할 것 같다. 

3.

삼성에서 법무팀을 꾸리고 현직 검사를 영입했다는 소식을, 나는 현대에 있던 시절에 들었다. 

김용철이 있던 시절, 나는 현대에 있었고, 그만큼 핵심 자료들을 다루고 있지는 않았지만, 역시 민감한 사안들을 다루고 있었다. 나는 99년에 현대에서 나왔다. 

IMF 경제위기와 국민의 정부 출범, 그 한가운데에서 나도 참 못볼 꼴을 많이 보았다. 

워낙 돈단위가 큰 재경부 쪽에는 모피아라는 이름으로 그 이름이라도 붙어있지만, 양상은 돈 단위, 즉 '오더'만 달랐지, 김용철이 우리에게 보여준 그 법조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큰 도둑, 작은 도둑이 따로 있을까...

나는 우리나라에 김용철 같은 인사이더들이 더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4. 

공직 생활 동안에는, 나는 삼성과는 내내 불편한 관계에 있었다. 

너무 보여지는 이미지 사업들만 하고, 실제로 필요한 기술투자는 잘 안한다는 게 내가 가지고 있던 불만이었다. 

삼성전자의 몇 가지 내부 설비와 현대자동차의 에너지 맵 같은 데에 불만이 있었고, 이걸 제대로 좀 해보고 싶었는데... 내 접근은 곧잘 차단되고는 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와도 한바탕 한 적이 있었다. 

내가 아는 것들은. 이제 그만둔지 7년이 지났는 데에도, 그 수많은 모피아 집단들이 여전히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것을 보면서. 늘 마음이 편치는 않다. 

5.

아마 삼성이나 검찰 혹은 법원에서 김용철의 책을 본다면, 일부는 아주 눈쌀이 찌뿌려지겠지만. 몇 가지 기술적인 얘기들, 예를 들면, 자수하면 감면한다는 방식을 경제범죄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것 외에는, 대체적으로 풍문으로 떠돌던 것들을, 김용철이 실제로 그러하다고 확인해준 것에 가깝다. 

분식회계와 관련해서는 엔론 사태를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것 같다. 

김용철의 글은, 대체적으로 편안하게 읽히는 편이다. 그동안 맘 고생을 많이 했을텐데, 이렇게 차분하게 써내려갈 수 있다니, 놀랍기마저 하다.

6.

앞으로 삼성이 변하게 될까?

언제언제 부터인가 내 기억으로는 IMF 경제위기가 지나고 2~3년 이후의 일이라고 생각된다. 삼성은 어느 순간부터인가, 한국에서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70~80년대에 간첩을 조심하는 것만큼이나 국민들은 삼성을 조심하게 되었다. 이게 영, 나라 꼴이 아니다. 

지난 2~3년2~3년 동안, 한국에서 내재화된 공포는 삼성과 조선일보인 셈이다. 

이 두 가지를, 아마 국민들의 절반 정도는 무서워하거나 가끔은 그 무서움을 뛰어넘어 혐오하거나, 그렇게 살아가는 것 같다. 

이게 제대로 된 나라 꼬라지가 아니다. 

삼성과 조선일보를 비교하면. 삼성처럼 강력한 조직 문화 속에서도 고발자가 나왔다. 조선일보에는 아직은 없다. 

그만큼 독특한 기업기업 내의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고, 삼성 이상으로 균질적이며, 구조본보다 더 뭔가를 잘 한다고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육해공군, 경찰, 검찰, 어떤 식으로든 내부 고발자가 나왔다. 

금융과 관련해서는 이런저런 경로로 얘기들이 많이 흘러나와서, 더 이상 한국은행이 어떤 식으로 통제되고 있고, 주요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이제 비밀도 아닌 상황이다. 정작 한국은행 당사자들만, 얘기하면 큰 일 난다고 쉬쉬할 뿐이다..

7.

김용철의 책은,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아마 우리 모두에게 조금씩은 자신과 자신의 삶 혹은 주변에 관한 것들을 생각하게 해볼 것 같다. 

큰 비리와 작은 비리, 큰 결탁과 작은 결탁.
과연 나는 얼마나 자유로울까?
혹은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울까? 

8.

전직 공무원들이 로펌 고문으로 가는 것은, 요즘도 흔한 관행처럼 되었다. 도덕심이 꽤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이런 데에 대해서는 별로 부담감을 느끼는 것 같지 않다. 

크고 작은 비리 혹은 그와 연결될 것들이, 아직 이 사회에 너무 많고, 이명박 정부 이후로 오히려 '매관매직'이 횡행하는 것을 가끔 목격하고는 한다. 

참 안 보고 싶은데, 자꾸만 보인다. 

가슴이 여전히 무겁지만. 진실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말을 얼마 전부터 종종 생각했는데, 이 표현이야말로 김용철에게 아주 적합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국제적 기준으로만 말하자면. 삼성에 노조가 생기고 분식회계가 정리되어야, 이 모든 일들이 한 번쯤은 정리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말, 참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었는데. 삼성도 이제는 이 정도의 국제 기준 정도는 지켜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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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3/10 [18:3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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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중 2010/03/14 [18:32] 수정 | 삭제
  • 어떤 이들은 대기업이 국민을 먹여살린다고 말한다. 일리가 있다고 보지만 저들이 국민과 나라에 주는 피해와 혼란이 더 크다. 대기업과 함께 일류대학이 국민과 나라를 말아먹고 있다. 서울대 출신들이 그러더니 요즘 고대가 제 나라인줄 알고 설친다. 이번 지방자치 선거에서 본떼를 보여주자. 말로 떠들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주자. 그런데 민주당도 별로니 걱정이다.
  • 연애편지 2010/03/11 [14:39] 수정 | 삭제
  • 제가 알기로 비나리님은 대자보에 글을 올리지 않는다고 했는데 허락받고 올리신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우석훈씨도 삼성관련 재단에서 지원금을 받은적이 있다고 하는데... 이런글을 읽으니 좀 불편하게 느껴지네요.

    김용철씨도 용기를 내어 삼성이라는 거대한 세력의 비리를 고발하였지만, 김용철씨 역시 삼성에서 근무하시며 비리에 한몫한것도 사실이죠...

    그래서 삼성을 비판=진보 이런식의 접근에 휘말려 삼성비판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이책을 통해 삼성에 의존하지 않고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고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 다시 2010/03/10 [23:34] 수정 | 삭제
  • 삼성은 이미 오래전에 전두환을 탄생시킨 신현확을 퇴임 후에 스카웃했다.
    에버랜드사건을 변호한 이용훈이 대법원장이 되고,
    한미 fta를 책임졌던 김현종이 삼성법무팀 사장으로 영입됐다.
    본문 중에 양복티켓 한장을 받고 삼성에게 우호적인 수사를 한 검사가 있었다.
    삼정구조본은 뇌물공여싱크탱크였다.
    대한민국 공직사회가 얼마나 삼성의 뇌물공세에서 자유로울까.
    삼성은 검찰도 사법도 언론도 역대 대통령들과 정권실세도
    장악한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권부이다.
    장악의 원천은 뇌물이었다. 관리도 뭣도 아닌 오직 돈이었다.

    부디 우리 네티즌들은 이런 실상을 잘 알아야한다.
    조선일보의 해악이 아무리 중하다해도
    문화사업상 실정법 저촉엔 별 해당사항이 없다.
    그러나 삼성의 범죄행각은 구체적이고 직접적이다.
    조선일보에 비할 바 아니다.
    조선일보의 요설은 성숙한 의식으로 걍 무시하면 된다.
    그러나 삼성의 이건희의 막심한 범죄행각을 국익을 위한다고 사면해준
    정권에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혁명의 시대가 갔다는데 다시 거리에서 놈들과 한판 붙어 볼 수 있을까.
    그렇게는 안될거다. 정열도 분노도 이미 화석이 되어버린 시대에 말이다.

    그럼 기껏 삼성제품 불매운동. 아니다 그건 더욱 아니다.
    삼성냉장고 삼성 tv없는 가정은 쉽게 상상이 안간다.
    삼성노동자들과 연구원들을 그들과 도맷값으로 같이 취급하여선 안된다.

    조직적이고 면밀한 대응이 있어야한다.
    삼성수뇌부의 범죄행각을 사람들이 자세히 알도록
    그들의 뇌물에 매수된 자들이 오늘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현실을
    자세히 알도록 끊임없이 설득해야 한다.

    삼성에게 매수되었던 노무현잔당들과 민주당인사들이
    이번 지방선거에 반mb가 어쩌니하면서 진보를 들먹이고 껍죽댄다.
    이건 정말 슬픈 코미디이다.
    우리 네티즌들은 뭘 잘아는 것 같아 하면서 이렇게 뭘 잘 모른다.

    사람들은 알아야한다.
    삼성의 몇조원대 도둑질은 눈감아주는 이들이
    우리들이 단돈 10만원 도둑질해도 구속을하고 징역을 살게하고
    사면은 더욱 안되게 한다는 사실을.

    함세웅 전종훈 신부및 정의구현사제단과
    경제개혁연대 김상조교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우리들의 미약한 힘을 보태주질 약속해야한다.

    삼성만 그런 뇌물을 주었을까를 생각해보라.
    대한민국을 매수된 권력으로부터 구출해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