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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추의 계절, ‘김대중 대 노무현’을 생각한다
[공희준의 일망타진] 반MB 전선으로 포장된 ‘5+4’에 들이미는 사람들
 
공희준   기사입력  2010/03/09 [03:13]
동교동계 일부가 호남신당을 창당한다는 참람한 소식이 들린다. ‘평화민주당’이라는 먼지 쌓인 추억의 당명을 선거관리위원회에 ‘찜’해둔 걸 미루어보아 아니 땐 굴뚝에서 나온 연기는 아닌 모양이다.

이명박에게 정권을 봉헌한 원죄로 뒷방신세로 밀려난 옛 집권세력이 투신자살한 전직 대통령을 앞세워 진보개혁 진영의 헤게모니를 다시금 장악하게 될 때부터 호남을 배경으로 한 동교동계 신당 또한 이미 기정사실화된 것과 매한가지였다. 어떤 업종이 좀 흥한다 싶으면 너나없이 뛰어드는 것이 장사하는 사람들의 생리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영정 내세우면 로맨스고, 김대중 영정 내세우면 스캔들이란 법은 어디에도 없다.

동교동 쪽에 있는 선배나 지인들에게 제일 강하게 권고했던 내용이 제발 친노세력 흉내 내지 말라는 거였다. 누구 얘기를 약간 패러디하면 친노세력은 어차피 없어질 세력이다. 노무현 정권한테 국물 얻어먹은 한겨레신문 데스크의 준동과 모 인터넷매체 경영진의 발호도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요번 한 때뿐이다. 김대중 정부의 업적은 낭중지추와 같다.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언젠가는 반드시 부각되기 마련이다.

나는 김대중과도, 노무현과도 특별한 개인적 인연이 없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국민이 그럴 것이다. 두 전직 대통령의 위엄이 사후에 못난 부하와 멍청한 추종자들로 말미암아 엄청나게 손상된다고 하여도 별로 신경 쓸 이유가 없다. 저들이 김대중의 ‘후광’에 편승해, 노무현을 그리워하는 ‘추노’의 분위기를 이용해 정치적 승부수를 띄우건 말건 상관할 바가 없을 수도 있다. 산 자를 죽은 자에게 무릎을 꿇리는 모든 형태의 유훈정치는 결국에는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5+4’인지 하는 이상한 협의체가 하는 짓도 이와 비슷하다. 그들이 하는 짓거리의 본질은 미래를 과거에 굴복시키는 일이다. 거기에 참가한 이른바 시민단체의 대표자들이 도대체 어디서 뭘 하다가 굴러먹다 기어들어온 ‘듣보잡’들인지 국민은 모른다. 알 필요도 없을 터이고.

정치권과 시민사회에 교묘하게 양다리를 걸친 채 꿩도 먹고 알도 먹는, 즉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는 작자들의 기회주의적 행태는 어제오늘 있었던 현상이 아니다. 우리가 정말 한심하기 바라볼 수밖에 없는 사실은 죽은 자가 아닌 산 자를 위한다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생각한다는 진보신당마저 그 비열한 투전판에 뭐 뜯어먹을 게 있다고 고개를 내밀었다는 데 있다. 하우스 주인이 언제라도 선수로 판에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는 최악의 사기도박판에. 한명숙 스페어가 이해찬이라는 수군거림이 여의도 정가에 무성한 탓이다.

건전하고 생산적인 정치협상의 자리와 술수와 협잡이 난무하는 음험한 사기도박판을 구분할 안목이 있었다면 노회찬 씨가 조선일보 생일잔치에 가서 재롱을 부리는 따위의 희대의 자살골은 넣지 않았으리라. 정동영 씨도 잔칫집에 나타났다는데 다들 무슨 생각들을 하고 사는지 모르겠다. 조선일보 생일잔치에 낄 바에는 차라리 소녀시대 콘서트나 구경할 노릇이지. 조선일보 생일잔치에도 역시나 빠지지 않은 정세균 씨는 더는 비판할 가지조차 없을 듯싶다.

그럼에도 한 가지는 꼭 지적하고 넘어가련다. 조선일보와 ‘5+4’의 공통점 말이다. 둘 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다.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 한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도 절대 권력 못지않게 타락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예언하겠다. 동교동계 신당이 5+4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순간 그 회의체는 깨지게 되어 있다. 그럼 6+4 되는 거다. 다음에 누가 또 당을 만들어 참가를 요청하면 7+4 되는 거고. 그렇게 무한증식하리라.

그곳의 시민단체 출신 듣보잡들이 동교동계 호남신당의 참여를 거부해도 회의체는 즉각 정당성을 상실하고 만다. 회의가 몇몇 정파들만이 모여 지분과 기득권을 나눠먹는 폐쇄적 담합공간임이 만천하에 폭로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가 착수해야 할 작업은 5+4에서 하우스 주인 역할을 하고 있는 시민단체 인사들이 정당판에 기웃거리는지를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는 일이다. 그 중에서 나중에 특정정당 공천이나 여러 정당들의 연한공천을 받고 선거에 출마하는 인간이 나타난다면 나는 명예훼손 소송의 위험성을 각오하고서 그를 기꺼이 ‘개새끼’라고 부를 작정이다.

노추(老醜)다. 누릴 것 다 누렸으면서도 새로운 시대와 세대에 좀처럼 자리를 내주지 않으려는 동교동계 정치인들의 추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노추(盧醜)다. 자신들이 잘 보필하지 못해 이명박한테 뒤통수 맞고 비극적으로 인생을 마감한 주군의 상여를 메고서 국민을 윽박지르는 친노, 정확히 잔노무리의 추악성을 일컫는 말이다.

허나 “양쪽 모두 글렀다. 이상 끝.” 하는 무책임한 양비론으로 결론을 마친다면 이는 중립을 가장한 전형적인 조선일보식 프레임의 소산이다. 보다 엄밀한 판결을 내려야겠다. 나는 동교동계 인사들이 친노세력보다는 천배쯤은 낫다고 믿는다. 왜냐? 김대중의 국민의 정부는 성공한 정권이었기 때문이다. 정권 재창출을 이뤘으므로. 노무현의 참여정부는 실패한 정권이었다. 이명박에게 정권을 빼앗긴 것도 모자라 거의 헌납하다시피 했기에. 게다가 같은 지역주의라도 호남지역주의는 영남패권주의보다는 그나마 역사에 긍정적인 기여를 많이 했다.

영정 붙잡고 정치하는 집단들 가운데 차악을 고르라고 강요하는 게 국민에게 부끄럽지 않은가? 실패한 과거의 집권세력이, 실패가 예정된 현재의 집권세력과 밥그릇 싸움을 벌이는 것을 반(反) 이명박 투쟁이랍시고 들이미는 게 시민들에게 미안하지 않은가?

실패한 과거 정권이나 실패할 것이 뻔한 현재 정권이나 국민들 입장에서는 한결같이 밥맛이다. 두 세력의 이른바 ‘나와바리(영역)’ 다툼, 곧 영업권 분쟁을 반MB 전선으로 그럴싸하게 포장하고서는 거간비를 벌려는 5+4의 시민단체 사기꾼들은 더더욱 밥맛이다. 
 
서민대중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성공하는 진짜 미래권력을 선택할 기회를 달라. 한나라당 터줏대감 박근혜가 미래권력으로 군림하는 그릇된 구도를 박살낼 한 표를 행사할 동기를 유권자들에게 부여하라. 그러한 기회와 동기를 주지 못하는 투표일은 우리에게는 단지 소풍가는 날일뿐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글쓴이는 시사평론가, <이수만 평전>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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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3/09 [03:1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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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달 2010/03/16 [17:06] 수정 | 삭제
  • 이 작가는 자신이 마치 신처럼 이야기한다. 세상 이치 특히 정치판의 이치를 다 꿰고 있다. 마스터베이션 하는 것 아니라면, 당신의 방법 좀 툭 터 놓고 한 번 얘기해 보슈, 궁금하다. 당신은 어떤 머리를 가지고 있는지 한 번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