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처세의 달인 고건, 수완의 정치인 유시민
[공희준의 일망타진] 진정한 의미의 능력과 지혜를 키우는 일에 노력하라
 
공희준   기사입력  2010/01/28 [18:56]
1. 역사에는 라이벌 또는 비교급이 존재한다. 김구와 이승만이 그렇고, 박정희와 김일성이 그렇고, 김대중과 김영삼이 그렇고, 친노세력의 주장에 의하면 노무현과 이명박이 그렇다. 나는 여기에 한 가지 사례를 더 추가하고 싶다. 고건과 유시민, 혹은 유시민과 고건이다.
 
일반적으로는 정동영과 유시민 또는 유시민과 정동영을 라이벌이나 비교급으로 분류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건 정동영 씨에 대한 엄청난 찬사이자 유시민 씨를 향한 터무니없는 모욕이다. 정동영 씨에게 유시민 씨만큼의 수완이 있었더라면 오늘날과 같이 민주당사 주위를 유랑민처럼 맴도는 처량한 처지는 되지 않았으리라.
 
유시민 씨는 정말 수완이 좋다. 오죽 수완이 좋으면 경향신문 사설이 그를 일컬어 다른 건 몰라도 수완 하나는 끝내주는 사람이라고 혀를 내둘렀겠는가? 그렇다면 수완(手腕)이란 과연 무엇일까? 국어사전에 의하면 ‘일을 꾸미거나 치러 나가는 재간’이라고 한다.
 
그러나 수완이라는 단어는 공적 이익을 위해 일을 꾸미거나 치러 나가는 것보다는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고자 일을 꾸미거나 치러 나갈 때 쓰이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이순신 장군이 수완이 탁월해 왜군함대를 격파했다고는 하지 않듯이 말이다.
 
▲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CBS노컷뉴스 (자료사진)

유시민 씨가 또 지역구를 옮겼다. 소리 소문 없이 대구에서 방을 빼서 수도권으로 돌아왔다. 경기도→대구→서울로 이어지는 그의 화려한 발놀림은 보는 이의 찬사마저 자아내게 한다. 한데 아무도 그를 욕하거나 비판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그건 수완이다. 지역구 한 번 옮겼다가 천하의 죽일 놈이 되어버린 정동영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유시민은 지역구와 함께 소속 정당 역시도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로 자주 바꿨다. 이쯤 되면 대한민국에서 정치한다는 사람들 치고 그와 한 지붕 아래 있지 않은 이들을 찾기가 몹시 어려울 게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우리는 모두 ‘유시민계’인 것이다. 유시민 씨가 지역구와 당적을 강남아줌마 자식새끼들 입시학원 순례하듯이 수시로 옮겨 다닌 덕택이다.
 
진보진영에서 오지랖 넓기로 정평이 자자한 인물이 프레시안 김종배 씨와 시사인 고재열 씨다. 김 씨와 고 씨 등의 대표적 강남좌파들까지 잦은 지역구 이동과 숱한 당적 변경에 대해 침묵하게 만든 걸 보면 유시민의 수완이 참으로 대단하긴 대단한 모양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비롯한 잘못된 정책들에 친노세력은 전혀 반성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은 우리나라의 경제주권을 중대하게 손상시킬 위험이 크다. 금융위기에 대한 안전장치를 완전히 제거할 가능성이 높다. 그토록 정신없는 짓거리를 저질러놓고도 여전히 진보진영의 모임에 얼굴을 내밀 정도면 부르는 작자들이나 부른다고 가는 위인들이다 죄다 얼굴이 탱크다. 안면에 깔아놓은 철판의 두께가 상상을 불허할 지경이다. 인간들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야권후보를 단일화한답시고 급조한 이른바 ‘5+4’ 모임에서 한미FTA와 관련해 친노세력이 보여준 자세는 적반하장의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 정세균의 오른팔 강기정 의원은 그 문제는 아예 다시는 꺼내지 말라는 투다. 국민참여당의 정책의원장으로 있는 노항래라는 이는 그런 것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는 식이디. 이게 백낙청 교수나 함세웅 신부 같은 이들이 애지중지 아끼는 친노세력의 현실인식 수준이다. 누구 집에 남는 뒷방 있으면 백 교수나 함 신부께 연락드렸으면 좋겠다. 앞으로 푹 쉬시라고.
 
2. 우리는 흔히 정직하지 않은 사람을 숨 쉬는 거 빼고 다 거짓말이라고 비아냥대곤 한다. 어쩌면 유시민씨는 이미 그 단계마저 뛰어넘었는지 모른다. 그가 숨을 쉬면 실제로는 호흡을 참는 것이고, 그가 호흡을 삼키면 비로소 숨쉬기를 재개했다고 해석하는 편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유시민 씨는 최근 들어 새로운 형태의 수완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성숙한 척, 신중해진 척하면서 구름 위를 노닐고 있다. 그러면서 나름대로 진보적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진보매체들에 책을 광고한다. 나도 그의 수완을 따라하는 의미에서 여유 생기는 대로 광고 좀 해야겠다.
 
유시민 씨가 진중한 자세를 취하겐 된 동기는 아마 현재의 지지율을 지키기 위함을 게다. 그러기에 수완이 좋지만 능력은 없다는 거다. 유시민 씨를 축구에 비유하면 경기시작 1분 만에 상대팀 실수로, 곧 상대의 자책골로 운 좋게 재수로 어영부영 한 골 넣고서 곧바로 경기 끝날 때까지 전원수비 태세를 고집하는 형국이다.
 
▲ 최근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고건 전 총리.     ©CBS노컷뉴스 (자료사진)

유시민 씨에게 막대한 유산을 남겨준 전직 대통령을 ‘수난의 노무현’이라고 한다면 챙길 것 다 챙기면서도 있는 생색은 다 부리고 있는 유시민 씨를 ‘수완의 유시민’이라고 칭하고픈 이유다. ‘수난의 노무현과 수완의 유시민’보다는 ‘처세의 고건과 수완의 유시민’이 훨씬 잘 어울리는 한 쌍 아니겠는가. 애들 말로 밸런스 적절한. 우리나라 포털사이트 운영자들이 개념이 있다면 유시민의 연관검색어로 노무현이 아닌 고건을 띄워야 마땅한 까닭이다.
 
유시민 씨만큼 사방팔방 거미줄을 쳐놓은 인사를 꼽으라면 실컷 고민해봐도 고건 씨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고건 씨는 박정희 정권부터 이명박 정권까지 대를 이어 벼슬살이를 하고 있다. 유시민이 정당판의 고건이라면 고건은 관료사회의 유시민이라고 하겠다. 유시민씨가 경상도가 고향인 청년층 사이에 유독 인기가 있는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터. 유시민 씨야말로 길고 가늘게 살고픈 사람들의 로망이기 때문이다. 노량진에 한 번 와보시라. 공무원이 되어 길고 가늘게 살려는 영남 출신 젊은이들로 시끌벅적하다. 고향을 배신한 대가로 호강을 누리려는 호남의 보수반동적 퇴물들한테 처세의 달인 고건 씨가 귀감이 되는 현상과 마찬가지 이치다.
 
지금 민주당에서는 열심히 친노세력 뒤치다꺼리하면 노무현의 후계자가 되는 줄로 착각하는 정세균 씨나 안희정 씨가 유시민의 경쟁자들을 신나게 제거하고 숙청하는 중이다. 이미 몇 번이나 지적한 듯싶다. 친노세력에게 남은 건 개혁성이 아니라 지역적 편향성뿐이라고. 아무리 애써봤자 안희정이나 정세균이나 영남 태생이 아닌 이상 6두품 신세에 불과하다.
 
경상도 출신 아니면 전부 개털! 반칙과 특권이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던 참여정부가 남긴 초라한 유산이다. 정세균과 안희정이 피바다를 만들면 유시민은 산뜻하게 무혈입성한다. 이건 새우가 고래를 잡아먹는 기적이 아니다. 숟가락 하나로 천하를 평정하는 얌체짓의 극치다.
 
대한민국의 진보진영과 개혁세력에는 유시민 씨만한 수완가가 당분간은 출현하지 않을 전망이다. 유시민 씨의 꿈은 이루어진다. 그 꿈을 위하여 민주당은 피바다가 되어야 하고, 그 피바다를 만드는 과정에서 한국사회의 서민대중들은 사이비 진보와 가짜 개혁세력에게 또다시 헌혈을 빙자한 무지막지한 흡혈을 당해야 한다.
 
최후의 승리자로 우뚝 설 수완의 대가 유시민 씨와, 그의 고향 선후배들에게 주문하고 싶은 게 있다면 수완으로 흥한 자 수완으로 망한다는 사실을 명심해달라는 것이다. 어차피 승리는 당신들의 차지가 될 테니, 대한민국 서민대중은 당신들의 출세와 부귀영화를 위하여 또다시 기꺼이 피를 빨릴 각오가 되어 있을 테니 이제부터는 제발 얄팍한 수완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능력과 지혜를 키우는 일에 노력해주시기 바란다.
글쓴이는 시사평론가, <이수만 평전>의 저자입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0/01/28 [18:56]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

  • 진실 2010/01/31 [09:17] 수정 | 삭제
  • 우리사회에 엄존하는 지역갈등을 이용한 정치적득세론은 강준만님 이후로 공희준님이
    정면으로 잘 거론하는군요. 얘기해봤자 득도 없어 강교수는 일찌감치 포기하고 말았는데 공희준님의 지적은 꾸준하군요. 고무적입니다.
    한때 영남패권의 반동으로 남프라이즈의 일부 정신이상자들이 그 격을 떨어뜨렸지만 지역주의를 이용하여 정치적득세를 하는 행위는
    여전히 우리 사회의 주요코드입니다.
    유시민은 얼마전 대구에서 출마할 때 아무런 정견 정책 이런 거 필요없이 나는 대구사람입니다. 하나 가지고 출마한 위인입니다. 지독한 지역주의의 화신이
    노무현일당과 유시민입니다. 그러고도 입만 벙긋한며 지역주의타파라고 부르짖었으니
    이완용이 독립운동한다고 설친 꼴이나 진배없죠,
    문제는 이런 위인들이 인터넷상에서 진보진영의 유력한 서울시장후보로 거론된다는
    현실이 서글픕니다.
    그 여론이 조작됐든 말든 말이죠.
    공희준님 모쪼록 열심히 쓰세요. 나주에 책나오면 꼭 한권 사주리다.
  • 김수민 2010/01/30 [21:17] 수정 | 삭제
  • 유시민은 풍자와 모욕을 받아도 싼 정치꾼입니다.

    하지만 기껏해야 정동영 운운하는 것도 보기 안쓰럽군요. 정동영과 유시민은 비슷한 인물 맞습니다.

    그리고 요즘에 민주당 비주류라는 사람들이 정동영 옹호하는 것도 우습더군요. 천정배씨도 그점에서는 참 한심합니다. 얼마 전에는 추미애씨가 사고 한번 크게 쳤지요? 천정배가 정동영 못 벗어나는 건 유빠들이 이종걸 씹어대는 것과 비슷한, 유아적이고 파블로프의 개 같은 현상이죠.

    그리고 노량진 말씀하셨습니다. 진짜 영남 출신 학생들이 많은가요? 하기야 영남이 고향인 저에게도 노량진을 거쳐가는 친구가 꽤 많습니다. 근데 걔네 중에 유시민 좋단 놈은 하나도 못 봤을 뿐더러 걔네가 단순히 가늘고 길게 살려고 공무원시험 준비하는 거 아닙니다. 회사 들어가려고 토익 공부하고 그걸로 온갖 생색내고 공부로 유세하고, 또 기업 시험 떨어져서 한풀이나 하고 있는 애들보단 낫다 싶더군요. 회사 준비하는 애는 말합디다. "진보정당 가입하면 취업에 지장 있는 거 아니냐?" 그러나 적어도 공무원시험 합격한 애들은 "공무원노조 가입이 당연한 거 아니냐"고 하더군요. 그것이 양쪽의 윤리와 인생관을 재단할 수는 없겠지만서도..
  • 얼라이오 2010/01/30 [15:50] 수정 | 삭제
  • 처세의 달인 줄서기의 달인 유시민
  • 미래빨강 2010/01/29 [23:40] 수정 | 삭제
  • 신사장님은 대자보도 보시는군요 헐...
  • 신사장 2010/01/29 [21:41] 수정 | 삭제
  • 실력, 진정성, 철학이 아니라 오직 얼굴 표정으로 정치하는 유사 정치인.

    여기서 "연기파 정치인"이라는 용어에 대한 저작권은 본인에게 있음을 밝히며 무단전재를 허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