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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과 추미애, 민주당은 지금 어디로 가는가
[공희준의 일망타진] 민주당은 예측가능한 정치에만 머무를 것인가
 
공희준   기사입력  2010/01/20 [16:42]
“장내에 계신 당원동지 여러분, 그리고 깨어 있는 시민 여러분! 우리 민주당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서울시장 후보로 추대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습니다. 모두들 열화와 같은 박수로 한명숙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투표도, 개표도 없었다. 후보가 달랑 한 명 출마한 무늬만 경선이었으니 그럴 필요가 원천적으로 없었던 것이다. 들러리조차 나서지 않는 추대 방식의 후보 선출은 1987년 6월 10일 있었던 민주정의당 전당대회 이후 처음이었다. 민정당이 노태우 씨를 대통령 후보로 추대한 날, 전국 각지에서는 “호헌철폐, 독재타도!”의 함성과 함께 역사적인 6월 시민항쟁이 시작되었다.
 
위의 내용에는 가상의 상황이 섞여 있다. 가상이 현실이 되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 나쁜 상상일수록 더욱 그렇다. 추미애 씨가 중징계를 먹을 모양이다. 당원자격이 정지되면 그는 탈당을 하지 않는 이상에는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할 길이 완전히 가로막힌다. 그는 당의 지도부의 독단적 처사에 반발하면서 탈당을 감행한 정동영 씨와는 다른 선택을 할 듯하다. 십중팔구 그냥 주저앉을 것이다.
 
하나마나한 위장경선을 거친 야권 통합후보 한명숙 씨와 치열한 당내 경선을 통해 검증되고 단련된 한나라당 후보자가 격돌하면 누가 이길까? 한명숙 씨가 오늘부터 당장 봉하마을로 내려가 소복을 입고 유훈정치의 백미를 보여줘도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한나라당의 완승이다. 
 
▲ 민주당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추미애 위원장에게 '당원 자격정지 1년'의 징계를 20일 내렸다.  (자료사진)     ©CBS노컷뉴스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있다. 세종시 문제로 격화된 이명박 씨와 박근혜 씨의 대립이 지자제선거서 정점을 찍으리란 계산이다. 천만에. 박근혜 씨와 이명박 씨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게 딱 한 가지 있으니 그건 바로 지방선거, 정확히 수도권, 특히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하는 일이다.
 
박근혜 씨는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패배를 바라지 않는다. 지방권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로 대선 후보 지지율 선두는 달리는 건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걷는 것만큼이나 불안하기 때문이다. 2년 후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라도 박근혜 씨는 우호적 인물들이 서울과 경기도 같은 광역자치단체장 자리를 반드시 틀어쥐고 있어야만 한다.
 
통치권자와 여당 후보의 코드가 서로 어긋나더라도 현직 대통령 입장에서는 같은 당 소속의 인물이 정권을 승계하는 것이 무조건 좋다. 이를 알았던 김대중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이 되었고, 이 진실을 외면한 노무현 대통령은 불행한 최후를 맞이해야 했다. 이명박 씨가 이를 모를 리는 없다. 그가 아무리 박근혜가 미워도 지방선거 패배를 감수할 수가 없는 까닭이다.
 
야당의 힘의 원천은 바람이다. 바람은 예측 불가능한 역동성에서 비롯된다. 한데 지금 민주당은 너무나 예측 가능한 정치를 하고 있다. 추미애 씨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는 그 자신의 판단에 맡겨야 정상이다. 지난 연말, 국회에서 연출된 추미애 씨의 석연치 않은 행동에 대한 심판과 응징은 민주당 당원들과 국민들의 몫이다. 하지만 정세균 씨와 그 주변의 친노 386들은 추미애 씨의 선택지와 국민들이 심판권을 빼앗으려 한다. 그래야 한명숙 씨가 좀 더 편하게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되리라고 계산한 결과다.
 
나는 민주당의 ‘붙박이 후보’ 한명숙 씨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약간이나마 존재하던 한명숙 씨에 대한 호감조차 한명숙 추대 구도로 민주당 전체 분위기를 몰아가는 정세균 씨와 그 주변의 친노 386들 덕분에 깨끗이 사라지고 말았다.
 
요즘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통합과 연대의 궁극적 귀결 방향은 이로 미루어 충분히 짐작할 수가 있다. 먼저 국민참여당에서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벌어진다. 천호선 씨를 꼭두각시 세운 유시민 씨가 압도적으로 승리한다. 그 다음 한명숙과 유시민의 짜고 치는 고스톱이 펼쳐진다.
 
한겨레신문과 오마이뉴스와 진보진영의 ‘꼰대’들이 판을 깔아줄 것이다. 법원의 판결결과가 한명숙 씨에 유리하면 유시민이 대승적으로 양보한다. 후보를 양보한 유시민은 한껏 폼을 세우며 대권을 향한 출사표를 던진다. 7월에 있을 은평 보궐선거를 징검다리로 삼아서. 법원 판결이 한 씨에게 불리하면 유시민에게 판돈을 몰아준다. 그러면서 노무현 마케팅 시즌 2가 지루하게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후보사퇴를 압박하는 총공세가 진보꼰대들과 오마이뉴스와 한겨레신문의 주도 아래 노회찬 씨를 겨냥해 체계적으로 수행된다.
 
1인정치, 사당정치를 자행했다고 비판받는 DJ와 YS와 JP도 경선의 모양새를 갖추려고 최대한 노력했다. 나는 경선 출마의 기회를 봉쇄하려고 김대중이 김상현과 정대철을, 김영삼이 박태준과 이종찬을, 김종필이 심대평을 징계에 회부해 당원자격을 박탈했다는 얘기는 이제껏 들은 바가 없다. 노무현을 끊임없이 팔아서 정치생명의 연장을 꾀하는 인간들이 생전의 그가 공정한 경선을 무대로 해서 진정한 국민정치인으로 떠올랐다는 사실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친노세력이야말로 반노진영의 진정한 총본산인 이유다.
 
시중 여론은 현재의 민주당을 민한당에 비유하기 일쑤다. 정세균 씨와 한나라당에 정권 헌납한 친노 386 정치인들이 당의 운명과 진로를 좌지우지하는 탓이다.
 
생각해보니 이건 민한당과 당시 거기에 몸 담았던 인물들에 대한 전폭적 모독이다. 정세균과 친노 386의 민주당이 어떤 당인가? 메타 블로그로 개편한다는 핑계로 당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까지 통째로 없애버린 정당이다. 그리고 민주화의 소중한 성과물인 경선제도마저 아예 무력화시키고 추대로 뒷걸음질하려 한다. 2004년 봄에 유행한 동영상의 한 구절이 민주당과 친노세력의 행태를 간단하면서도 함축적으로 웅변하는 듯하다. “역사는 Zot됐다!”
글쓴이는 시사평론가, <이수만 평전>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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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1/20 [16:4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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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달 2010/01/22 [05:13] 수정 | 삭제
  • 공씨의 노무현 씹기가 다시 시작되는군요...
    공씨는 이명박보다 노무현을 더 싫어하는 사람같군요...
    그러니 경상도 사람들이 김대중보다 전두환을 더 좋아하는 걸 욕할 수 없죠...
  • 어른 2010/01/21 [15:34] 수정 | 삭제
  • 둘 다 밥맛이고 착각속에 사는 무리들이라고 본다.
  • 착각마라에게 2010/01/21 [11:02] 수정 | 삭제
  • 추미애에게 일말의 희망을 걸었는데... 노동법 후 포기
    완전 한나라당 2중대
    민주당이 일어서려면 반드시 열우당 집권시 한나라당과 똑같은 짓 한 것을 반성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함.

    노무현의 죽음은 슬프지만 대통령시 그가 한 일에 대해서는 전혀 찬성 못함.

    /착각마라님 그래도 투표하시죠.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에 힘을 보태야죠.
    제 모양새를 갖추려면 지지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투표해도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에게도 희망을 갖지 못한다면 저도 기권할 생각임.
  • 기권 2010/01/20 [23:06] 수정 | 삭제
  • 노무현서거직후 모였던 그 수많은 인파들은 인간 노무현이 불쌍해서.
    노무현의 핍박당하던 처지가 경제적으로 절딴난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것 같은 착각에서 그렇게 모인 것이지 노무현정치를 잘햇다고 모인 것이 정녕아니엇는데도
    이 친노 떨거지들이 그것이 무슨 자기들을 지지해서 모인 것이라고 대단한 착각을 하면서 자결해야 마땅할 놈들이 정당을 만드네 정세균을 원격조종하네
    별 염병을 다 떠는데
    그런 떨거지들 보기 싫어 이번에도 기권이다.
    민주당이 없어지고 민노당 진보신당이 제 모양새를 찾으면 그 때가서 투표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