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신당이 마침내 닻을 올렸다. 지도부로 선출된 이들의 면면을 살피니 조금은 초라한 느낌이다. 고관대작 출신이 적어서 초라한 게 아니다. 능력이 출중해서든, 손바닥을 잘 비벼서든 청와대에서 월급까지 받아먹었으면 한국사회에서는 나름대로 출세한 편에 속한다. 초라한 느낌을 주는 이유는 유시민 씨를 제외하고는 국민들의 제대로 된 검증을 받은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한겨레까지 나서서 친노신당 출범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아예 노코멘트에 가깝다. 평가할 가치조차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나는 친노신당의 출범을 축하해주고 싶다. 한국정치가 발전하려면 후흑(厚黑), 즉 두꺼운 낯가죽 밑에 시커먼 속마음을 잘 감추는 걸로 출세하는 세태는 반드시 끝나야 한다. 호남이 싫은 사람은 호남당에 있으면 안된다. 그건 유권자에 대한 모독이거니와 결과적으로는 스스로에게도 불행의 씨앗이 된다.
통합과 연대는 바꾸어 말하면 계속 정체 감추고 지내라는 의미다. 후보 단일화를 핑계로 내세우며 이러한 위선의 정치에 매달리는 정치인들을 국민은 더는 신뢰하지 않는다. 내가 진보에도 고려장이 필요하다고 따끔하게 지적하는 까닭이다.
▲ 지난 17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참여당 창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이재정 대표(가운데)와 최고위원들이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 CBS노컷뉴스 | |
친노신당에는 말발 세기로는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인물들이 주로 모여들었다. 왜 이명박이 집권했는지, 어째서 한나라당에 정권을 빼앗겼는지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여전히 부족한 인상이다.
따라서 친노신당이 성공할 수 있는 방법도 이미 나와 있다. 1) 남 탓하지 않기 2) 땀 흘려 일하는 평범한 서민대중과 코드 맞추기 3) 골프 치지 않기 4) 강남에 집 안 사기.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 요구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친노신당 구성원들한테 이 정도의 양식과 개념은 남아 있으리라고 믿는다. 아니 믿고 싶다. 위에 제시된 행동수칙들만이라도 현실정치에서 충실히 실천한다면 국민참여당은 명실상부에게 국민들이 안심하고 참여할 수 있는 강하고 믿음직한 정당으로 약진할 수가 있으리라.
하지만 과거처럼 남 탓하고, 서민들 무시하고, 골프장에서 시간 때우고, 뒤편에서 강남에 아파트나 산다면 국민참여당은 가진 자산이라고는 세 치 혓바닥밖에 없는 국민참혀당으로 전락할 것이 분명하다. 혀는 짧고 역사는 길다.
한 가지 첨언해두고 싶은 사항은 이제껏 정치와는 담을 쌓고 지낸 2만 5천 명의 시민이 참여했다는 소리는 결코 자랑이 아님을 알라는 것이다. 돌아가신 분께서 생전에 했던 얘기 같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100년 전에 국치를 당하고, 60년 전에 동족상잔의 전쟁이 터지고, 50년 전에 학생혁명이 불붙고, 40년 전에 청년 노동자가 분신하고, 30년 전에 민중항쟁이 벌어지고, 10년 전에야 비로소 남북 정상이 만난 나라에서 지금까지도 정치와 금을 긋고 살아왔다는 건 한 마디로 정상이 아니다. 그런 사람들 2만 5천 명이 당에 참여했다고 하는 걸 긍지로 여기다니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국민참여당 사람들이 나의 비판을 제발 악담이나 저주로 오해해 받아들이지 말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나는 그들이 가장 목마르게 갈구하는 것을 선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관심’이다. 나의 관심을 먹고 국민참여당이 무럭무럭 자랐으면 좋겠다. 그래서 부디 동토의 땅 경상도에도 사람 사는 세상이 찾아오기를 기대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