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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당신이 바로 불행이고 결핍
[논단] 현재의 퍼스낼리티와 리더쉽 고집한다면 대한민국 전체가 불행
 
이태경   기사입력  2008/06/27 [19:01]
대한민국을 혼돈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을 MB가 져야 한다는 데 대해 이견을 표명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MB는 협상의 기본을 모두 어긴 채 미국측 요구를 전부 수용하는 어리석음을 범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 결과가 캠프 데이비드 별장 숙박료라는 비아냥거림이 터무니 없이 느껴지지 않는 건 그 때문이다.
 
사태를 한층 악화시킨 건 졸속으로 처리한 미국산 쇠고기 협상의 뒷수습 과정에서 보인 MB의 태도였다.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협상을 그르쳤으면 이를 국민 앞에 솔직히 인정하고 실무자들에게 재협상을 지시하는 것이 옳았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MB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데 인색했고 상상속에서나 일어날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과장했으며 결정적으로 재협상을 하라는 국민들의 요구를 단호히 거절했다.
 
이후 전개된 과정은 모든 사람들이 아는 바와 같다. 50일이 넘게 촛불집회를 계속한 국민들에게 MB가 쥐어준 선물은 최초 협상 결과와 달라진 것이 사실상 아무것도 없는 추가협상 결과와 생업으로 돌아가라는 협박, 그리고 공권력의 무자비한 행사였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가 지닌 함의는 매우 다양하겠지만 대통령이 지녀야 할 덕목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다. 국민들은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지 않는데다 상황이 유리하게 변했다고 판단하자 낯빛을 바꾸고 표변하는 MB를 보면서 정직과 진정성이 대통령에게 얼마나 중요한 덕목인지를 깨달았고, 국민의 생명 보다 통상마찰을 염려하는 MB를 보면서 CEO와 대통령의 차이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건 MB가 매우 모순적이고 분열적인 행동을 태연자약하게 한다는 점이다. 시장경제의 전도사임을 자임하는 MB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의 해결을 미국축산업자들의 이기심이 아닌 자비심에 기댄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위법행위를 밥먹듯이 하셨던 분이 엄숙한 얼굴로 준법과 법치를 말하는 것도 평범한 사람들의 윤리적 미감을 초라하게 만들기에 모자람이 없다.
 
문제는 MB의 임기가 앞으로 4년 8개월이나 남았다는 사실이다. 만약 MB가 지금과 같은 퍼스낼리티와 리더쉽을 고집한다면 대한민국과  MB 모두가 불행해질 것이 자명하다.
 
언젠가 김현은 책읽기의 괴로움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나는 내 자신이 불행이고 결핍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MB에 대해 "당신의 존재 자체가 불행이고 결핍이다"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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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6/27 [19:0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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