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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조차 '코스콤 철거' 맹비난…"李에 분노"
'182일' 코스콤 농성장 강제 철거에 노동계 개탄…"노동탄압 본색 드러내"
 
이석주   기사입력  2008/03/11 [18:26]
부당해고 및 비정규직 철회를 촉구하며 180일 넘게 장기 시위를 벌여온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해당구청이 11일 아침 갑작스런 농성장 강제 철거를 시행하자, 노동계가 이명박 대통령의 '친기업-반노동자' 성향을 규탄하며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새정권 출범 이전 부터 이른바 '이명박 프렌들리'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한국노총 마저 "비정규 노동자를 때려잡는 일이 이명박 정부가 할 일인가"라며 이명박 대통령의 비정규직 노동자 탄압을 맹비난했다.

출범 15일 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각종 노동 현안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쏟아지는 노동계의 우려가 과연 어느정도 인지를 가늠키에 충분한 대목이다.

"국민을 위한 정부가 과연 이런 것이었나"

한국노총(위원장 장석춘)은 이날 '강제철거'와 관련한 규탄 성명을 내고 "이명박 정부가 '국민을 섬기는 머슴이 되겠다'고 밝혔지만, 출범한지 한달도 지나지 않아 이같은 사태가 벌어졌다"며 "이는 850만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절망을 안겨주는 일"이라고 맹비난 했다.

한국노총은 지난해 노동부가 코스콤에 대한 불법 파견 인정 사실을 거론, "입법, 사법, 행정부까지 불법파견을 인정했다"며 "이를 무시하고 있는 코스콤의 행태에 대해선 눈감은 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힘만을 앞세우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서울 영등포구청은 이날 오전 6시 30분 께 용역직원 100여명과 절단기 등을 동원, 부당해고 철회와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증권선물거래소 앞에서 182일 째 시위를 벌여온 코스콤 비정규직 노조원들의 천막을 철거했다.
 
▲ 서울 영등포구청은 이날 아침 증권선물거래소 앞 코스콤 장기농성장에 용역직원들을 투입해 강제 철거에 들어갔다     © 민주노총(노동과 세계)

특히 경찰은 6개 중대 600여명을 투입해 농성장으로 접근하는 길을 완전히 봉쇄하고 구청의 철거 작업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과정에서 강제 철거에 반발한 노조원 150여명이 용역직원 및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조합원 6명이 머리와 허리 등에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 응급실에 긴급 후송되는 사태까지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대부분은 얼굴과 머리, 어깨 등에 부상을 입고 심한 경우 수술까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코스콤 비정규직 노조원들은 지난해 6월 회사 측이 비정규직 근로자 90여 명에 대해 인건비 부담 과다 등의 이유로 정규직 전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지난해 9월20일부터 증권선물거래소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여왔다.

이와 관련, 한국노총은 철거 과정의 문제점도 제시, "용역직원들과 구청이 폭력을 자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병력이 에워싼 채 이들을 비호하는 행위는 서민경제를 살리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약속을 의심케 만들고 남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아울러 "앞으로 정부가 할 일은 현행 비정규법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무분별한 외주용역 전환을 규율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정책을 내놓는 것"이라며 "폭력 철거에 대해 관련자들의 엄중 문책을 요구, 비정규직 대책 마련을 위해 정부와 사용자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회정의 잃어버린 법과 원칙은 독재의 수단일 뿐"

한편 민주노총(위원장 이석행)도 이날 성명을 내고 "사회양극화를 해소하겠다던 이명박 정부가 양극화의 최대피해자인 비정규 노동자들의 처절한 몸부림을 짓밟았다"며 "결국 이명박 정부의 비정규직 해법이 알량한 법과 원칙만을 내세우는 폭력탄압임을 증명한 것"이라고 개탄했다.

민주노총은 대선 후보 시절 부터 이명박 대통령이 보여온 '반 노동자' 성향을 거론, "취임식 날 코스콤을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가둬놓기까지 했던 정부가 강제철거의 이유로 내세운 것은 역시나 법과 원칙이었다"며 "사회정의를 잃어버린 법과 원칙은 독재의 수단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날 강제철거에 대해 노동계와 진보진영의 정당들은 일제히 이명박 정부의 비정규직 노동자 탄압을 강하게 규탄하며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 민주노총(노동과 세계)

"이명박, 드디어 노동자 탄압 본색 드러내"

한편 노동계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강제 철거와 관련한 이명박 대통령의 공식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강제 철거 과정에서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된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접 방문, 이명박 정부의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주문했다.

민주노동당 천영세 대표는 이날 오후 대방동 성애 병원과 증권선물거래소를 차례로 방문, "이명박 정부 출범 보름 여 만에 폭력적인 노동자 탄압이 발생했다"며 "비정규직법을 과감히 개선하는 법안을 만들어가겠다"고 비정규 노동자들을 격려했다.

천 대표는 "이번 코스콤 농성장 폭력 탄압은 이명박 정권 들어 처음으로 발생한 노동자 탄압으로 새정부가 마침내 본색을 드러낸 것"이라며 "기업과 노동계가 함께 가야 성공할 수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한쪽을 폭력으로 대처함에 따라 노동자를 배제하겠다는 의지를 극명하게 드러냈다"고 맹비난했다.

한편 진보신당 송경아 대변인도 이날 "코스콤 비정규직 노조의 천막 철거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첫번째 강제진압"이라며 "영악하게도 경찰이 아닌 용역 직원들로 천막을 철거했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이런 시도는 사회적 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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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3/11 [18:2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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