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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의 영어몰입, 숭례문 화재보다 더큰 재앙
[이대로의 우리말글사랑] "영어열병, 김영삼의 세계화 실패 되풀이할 것"
 
이대로   기사입력  2008/03/06 [15:10]
지금 나는 중국 대학생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치려고 중국에 와 있다. 지난 겨울방학동안 서울에 가 있을 때 잘못된 영어 교육정책과 지나친 영어 바람에 시달리는 우리말과 국민을 지키자고 서울 종로 보신각 앞길과 불타버린 숭례문 앞에서 “우리말 지키기 서명운동”을 했다. 또 한글단체와 시민단체 대표들과 영어 몰입교육반대 기자회견도 했다. 방학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영어 때문에 고생을 하다가 다시 중국에 와 있다. 
 
그런데 나는 외국에서 우리말을 자랑하고 있는데 고국에서는 우리말이 천대 받고 영어 미친병에 시달리고 있으니 걱정이다. 어떤 대학과 초등학교는 입학식을 영어로 진행했다는 말이 나를 더욱 우울하게 한다.
 
지난 1월 추운 날 종로 보신각 앞길에서 나는 “100년 전에도 여기 이 자리에서 애국지사들은 온 백성이 힘을 모아 나라를 지키자고 외쳤으나 국민이 따르지 않아서 나라를 일제에 빼앗겼습니다. 지금 우리의 사정이 100년 전과 같습니다. 오늘날 우리말이 위기에 처했습니다. 오늘 우리말을 지키지 못하면 그 때처럼 나라가 망할 수 있습니다. 11년 전 국제통화기금 위기 때보다 더 무서운 위기가 옵니다. 우리말은 우리 얼이고 근본입니다.”면서 우리말 지키기 서명을 받았다.
 

▲'나라말 지키기'서명행사가 지난 2월 21일 숭례문 앞에서 진행됐다.     © 이대로

불탄 숭례문 앞에서는 “숭례문 개방 뒤 대비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고 숭례문을 서둘러 개방만해서 아까운 우리 보물이 불타 사라졌습니다. 철저한 대비책 없이 영어 조기교육을 강행해서 부작용만 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국사와 국어까지도 영어로 교육한다는 영어몰입 교육을 서두르면 숭례문 재앙보다도 엄청나게 더 큰 재앙이 옵니다.”며 서명을 호소했다. 그 때 많은 분들이 서명했는데, 한 일본 관광객은 일본돈 100엔을 성금으로 주면서 서명하고 격려 했다.
 
나는 13년 전 얼빠진 김영삼 정권이 세계화를 외치면서 영어 조기교육을 하겠다고 할 때부터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은 아주 잘못된 정책이라고 발 벗고 반대한 일이 있다. 영어 공부를 하지 말자는 것도 아니고 영어가 싫어서 그런 게 아니다. 나도 영어가 중요하고 잘하면 좋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고 무조건 어려서부터 가르치면 좋다고 서두르는 게 잘못이고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식이라면 실패할 게 뻔히 보이기 때문이었다.
 
중, 고교에서 영어를 오래 배우고도 영어로 말을 한마디도 못해서 그렇다면 중, 고교의 영어 교재와 교육방법과 그 환경을 먼저 개선하고 그래도 안 될 때는 조기교육을 하던지 또 다른 방법을 찾고 연구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김영삼 정권은 영어 조기교육을 빨리 안 하면 어떤 강대국이 때리는 지 허겁지겁 서둘러 시행했다. 그 결과 얻은 게 무엇인가? 영어조기 유학 바람을 일으키고, 기러기 아빠를 만들어 가정을 흔들어 놨다. 그리고 영어 사교육은 더 심해졌다. 영어 교사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교육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시행하니 결과가 좋지 않고 부작용만 많이 발생한 것이다. 조기 유학은 더 늘었고 영어 과외는 더 심해졌다. 우리말은 시들어 병들고 있다. 영어 조기교육은 실패한 것이다.
 
그러니 지방자치단체까지 나서서 수백억 원을 들여서 영어마을을 만들고 난리법석이었다. 학교와 교육부가 제대로 영어 교육을 못하니 지방자치단체장이 나선 것이다. 교육부는 병신 꼴이 되었는데 그것도 깨닫지 못하고 고개를 들고 다닌다. 영어학원은 더 늘어나고 영어 열병은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말만 병들고 국민정신만 어지럽고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엄청난 국가 예산이 들어가고, 개인도 마찬가지로 번 돈 거의 모두를 영어에 퍼부어야 했다. 나 같은 보통 사람도 영어 조기교육이 국력만 허비하고 실패할 거로 예상했는데 교육 전문가와 정치인과 관리만 그걸 모르고 헤매고 있다. 좋아진 건 영어 학원이나 교재를 만드는 영어 관련 업자들뿐이다.
 
영어 교육도 제대로 안 되고, 부작용만 많이 일어나니 아예 김대중 정부 때는 영어를 우리 공용어로 하자는 소리가 나온다. 노무현 정부 또한 조기교육을 강화하고 대학에서 영어로 강의하겠다고 한다. 영어를 여기저기서 많이 써야 영어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빈대잡자고 집을 태우는 꼴이다. 이제 이명박 정부는 거기다가 더해서 국어와 국사까지도 영어로 교육하겠다고 한다. 영어 몰입교육을 하겠다는 것이다. 나라 전체 국어정책 예산은 100억인데 영어 교육에 지방자치단체도 수천억 원을 쓰고, 중앙정부도 14조 원이나 쓰겠다고 한다. 참으로 한심하고 답답하다. 마치 영어만이 교육 중심이고 교육 모두로 여기는 거 같다. 
 
▲나라말지키기 서명운동에는 다수의 시민들이 한글사랑에 뜻을 같이했다.     © 이대로

영어가 중요하지만 지나치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고 했다. 이쯤 되면 완전히 영어로 교육을 망치고 애들과 가정을 짓밟고, 이 나라와 국민을 말려 죽이겠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대통령까지 나서서 영어에 엄청난 나라 돈을 쓸 때인가? 진짜 돈을 써야 할 중요한 곳이 얼마나 많은데 영어에만 그리 펑펑 써대니 지나쳐도 한참 지나친 일이다. 지금 중, 고등학교 영어 교육 개선을 먼저 하는 게 해결책이다. 그게 바로 영어 공교육 개혁이다. 세종대왕처럼 국어부터 살리고 외국말을 생각하는 게 차례요 바른 길이다.
 
영어 교육은 영어 교사와 교육부장관에게 맡기고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장은 경제나 살리고 다른 정치나 잘하라. 이제 모두 영어로부터 해방되자. 왜 스스로 얼굴에 침을 뱉고 죽을 자리를 찾아 가는가. 스스로 영어 식민지가 되지 말자. 왜 스스로 얼굴에 침을 받고 죽을 자리로 찾아 가는가. 정신 차리자. 정신 차리면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산다고 했다.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국어인공지능학회 회장

한글이름짓기연구소 소장
세종대왕나신곳찾기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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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3/06 [15:1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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