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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정자들 연일 의혹…한나라당 '사퇴촉구' 최고조
지도부 의원 20명 '문제후보 사퇴' 만장일치 합의…"의혹 너무 심각해"
 
이석주   기사입력  2008/02/27 [12:57]
▲초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한나라당 내부에서 조차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도권 의원들과 원조보수 김용갑 의원은 이날 하루에만 라디오 방송 등을 통해 문제후보들의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 CBS노컷뉴스
 
'이명박 정부' 초대 장관 후보자들의 의혹이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면서, 한나라당 내부에서 조차 청문회에서의 철저한 검증과 자진사퇴 촉구, 나아가 '문제 후보 감싸기'에 대한 맹공을 퍼붇고 나섰다. 물론, 이러한 '일침' 뒤에는 총선 악재에 대한 우려가 깊이 깔려있다.
 
당장 27일 부터 '문제 장관' 내정자들에 대한 인사 청문회가 시작된 상황에서, 원희룡, 남경필, 고진화 등 당내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집중 포화가 시작됐다. 여기에 이른바 '원조 보수'격으로 통하는 김용갑 의원 마저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나서, 재검토 작업에 착수한 청와대와 이명박 대통령의 향후 입장이 주목되고 있다.
 
"당 지도부 의원 20명, 만장일치로 '문제 후보 사퇴' 합의"
 
한나라당 내 소장파 원희룡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방송 라디오 <백지연의 SBS전망대>에 출연, "각 내정자들이 '나만 나쁜게 아닌데 왜 문제삼느냐'고 억울함을 토로하지만, 그런 무감각에 대해 더욱 큰 심각함을 느낀다"고 문제 후보자들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원 의원은 "지역 임원을 뽑거나 아파트 대표를 뽑는 거라면 투기 의혹 등은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지금은 국정의 최고책임자들을 뽑는 것"이라며 "땅을 사랑한다면, 농사를 지어야지 왜 장관을 하려고 하느냐"고 박은경 환경부 장관 내정자의 해명을 빗대 후보자들의 도덕성을 질타했다.
 
이와 관련, 원 의원은 한나라당 지도부 의원들 사이에서 문제 후보들에 대한 자진사퇴에 만장일치의 합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어제(26일) 원내 대책회의에서 고위 당직자 20여명이 모였는데, '자진사퇴' 의견에 한명도 반대를 안했다"고 밝혔다.
 
다만 원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첫 발을 내딘 시점을 감안, 장관 내정자와 관련해 (한나라당이) 이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 의원은 "대신 (원내 대책회의에서 지도부 의원들은) 이 대통령이 지금 막 출범한 직후이니 만큼, 대통령께서 잘 살펴서 처리해나갈 수 있는 그런 모양새와 시간을 드리자고 합의했다"고 말했다.
 
원 의원은 "엊그제 의원총회에서는 깁용갑 의원님께서 '보수는 국회 때문에 망한다'고 말했다"며 "이런 점에서 과거 열린우리당과 달리, (한나라당은) 국민들이 잘못을 지적하면 곧바로 고치는 모습을 보여야 된다. 그래서 의원들의 박수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김용갑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의 유명환 외교통일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남주홍 통일부 장관 내정자를 비롯한 이명박 정부 장관 후보자들의 '도덕성 결여'를 강하게 질타했다.
 
김 의원은 "도덕성 하자 말고도 국가관이 결여돼 있다. 불법과 탈법 등 언론에 노출된 모든 것은 비리 백화점을 보는 듯하다"며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에 인사를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 했지만 '워스트 오브 워스트'라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고 맹비난했다.
 
원 의원도 "오히려 한나라당 의원들이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며 "그래야 이 사태를 전화위복을 삼아서 '한나라당은 국민의 소리를 정말 무섭게 듣는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줘야 한다. 그것을 증명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의원은 민주당의 반발로 인사청문회가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 대해 "아무리 죄인이라도 양쪽의 얘기를 들어봐야 되는 것 아니냐"며 "청문회에서 후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 다음에 결격 사유가 있으면 부적격이라는 의견을 내면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냥 지나치기엔 의혹들이 너무 많고 크다"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도 이날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야당이나 언론에서 제기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선 누구보다도 후보자들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민심에 따라 본인들이 자진사퇴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남 의원은 "자녀들의 국적, 교육비 이중공제 문제 등과 관련한 해명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한분 한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 상황에서 자세히 말할 수는 없으나, 야당의 지적이나 여론의 질타를 그냥 지나치기엔 (의혹들이) 너무 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남 의원은 "이번 일과 관련해서, 그동안 한나라당이 야당 시절에 요구했던 잣대들이 있다. 그것을 우리가 요구했기 때문에 지키기 힘들고 괴롭지만, 우리도 야당일 때 요구했던 그런 잣대를 이번에 대부분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당 고진화 의원도 이날 <CBS 뉴스레이다>에 출연,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을 섬기는 정부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 문제에 있어서 그런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덕적 결함 등에 대한 국민들의 잣대가 많이 높아졌다. 이런 잣대에서 정부가 국민들과 괴리가 있었다는 게 드러났다"며 "늦을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는데 이 문제를 유야무야하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도 내부 혁신의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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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2/27 [12:5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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