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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의, 5%를 위한, 5%에 의한 이명박 정권
[하재근 칼럼] 강남 땅부자정부 구성해 서민 두 번 죽일 순 없다
 
하재근   기사입력  2008/02/23 [17:19]
어제 이명박정부 초대 내각의 재산현황이 보도됐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수준이었다. 그에 대한 당선인 측의 해명이나 내각 당사자들의 입장 발표를 기다렸다. 오늘 아래와 같은 보도가 있었다.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라디오에 출연, "단순히 재산이 많다는 이유만으로는 비난을 받을 이유는 없다"면서 "법적으로 세금을 착실히 내고 정당하게 보유하고 있다면 많다고 해서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주 대변인은 "부동산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위법이나 탈법이 있다면 비난을 받아야 하고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그러나 저희들이 정밀 검증과정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08-02-22]

법적으로 문제 없으면 그만이라는 소리다. 상황파악도 안 되고 있다. ‘단순히 재산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그 분들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왜 재산 많은 분들로만 국가권력을 구성하느냐는 것이 문제제기의 본질이다. 당선인 측은 우리말도 이해를 못하는가? 국어몰입교육을 아직 못 받아봤나?
 
▲이명박 당선자는 18일 저녁 새 정부의 국무위원 후보 15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들의 평균 재산이 40억원에 이르고, 이른바 '부동산 부자'들이 대부분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이명박 정부는 다른 의도는 없고 오직 능력중심 인사를 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나라에 국정을 운영할 만한 능력 있는 분들은 땅부자, 영남, 소망교회, 서울대-고려대 출신자들뿐이란 말인가? 편중인사를 해놓고 능력인사라고 하는 것은 그 집단만 능력이 있다는 소리고, 이건 인종주의적 발상이다. 비영남 비땅부자 비일류대 국민들을 무능하다고 조롱하는 것이다.

법적으로 문제 없으면 그만이라니. 이 대목에 이르면 말이 안 나온다. 이명박 정부는 도덕적 정당성같은 것은 이미 포기한 정권인가?

장관 후보자 15명의 부동산 총액이 384억1975만4000원이었다. 400억 짜리 땅덩어리 정권이다. 다른 재산까지 합쳐 1인당 평균 40억 원 정도의 자산가들이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과소평가되는 부동산 자산의 특성상 실제 재산규모는 더 클 것이다. 가히 백만장자 정권이다.

15명 중에 13명이 종부세 과세대상이다. 그 비율이 무려 80%다. 우리나라에서 종부세 과세대상 가구비율은 약 2%(전체 1855만 가구 중 37만 9천 가구)다. 80 대 2다. 그 만큼 차이가 크다. 이번 내각은 2% 안에서 고른 셈이다. 더 크게 봐야 5%다. 5% 강남부자(영남, 서울대, 고대, 소망교회 출신)들만 국가를 통치할 능력이 있다는 당선인의 인식. 소름이 끼친다.

얄궂은 건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의 참으로 화려한 부동산 내역이다. 여성부를 폐지할 것인가, 존치할 것인가 말들이 많았다. 존치를 하긴 했는데 장관을 이런 분으로 지명했으니 여성부의 정당성이 땅바닥에 떨어지게 생겼다. 땅 좋아하는 분들이니 땅바닥도 좋아하실 지는 모르겠으나 여성부의 처지가 우습게 됐다.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아파트가 두 채이신데다가 절대농지를 소유한 분이신데, 본인의 해명 기사를 읽다가 몰랐던 것을 알게 되었으니, 남편이 삼성경제연구소장이라는 사실이다.(노컷뉴스 2008-02-22) 강력한 경제대부처를 만든 것으로도 모자라 무분별한 개발을 막아야 할 환경부도 삼성경제연구소 인맥에서 발탁된 것이다. 물론 부부 사이에 생각은 다를 수 있다고 하나, ‘왜 하필이면‘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재산도 재산이거니와 공직자로서의 기본적인 자세가 의심스러운 대목도 있다.

유명환(62) 외교통상부 장관 후보자는 2000년식 도요타 승용차(신고가 877만원)를 소유했다. 이윤호(60)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와 김성이(62)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배우자가 각각 혼다 승용차(2220만원)와 볼보 승용차(5904만원)를 가지고 있다. 또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후보자의 둘째아들은 푸조 승용차(3571만원)를 운전했다. [한겨레 2008-02-22]

공직자의 가정에서 외제차라니. 이것은 산업국가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다. 외교통상부가 도요타 자동차 홍보를 해야 하나? 외제 산업품, 외제 사치품 사용자는 절대로 공직자가 되선 안 된다. 이러면서 국가경제가 어떻고, 국가경쟁력이 어떻고 떠들어대봐야 비웃음만 살 뿐이다. 새 정부가 국익을 무시하고 있다.

이렇게 가면 안 된다

부자들이 부자들을 위해서 스스로 통치하는 정권. 5%의 5%를 위한, 5%에 의한 정권. 이런 상황에서 위법 안 했는데 뭐가 문제냐고 한다. 너무나 실망스러운 인식이다.

한국사회 양극화는 두 가지 지점의 문제가 있다. 소득격차와 자산격차다. 우리나라는 소득격차보다 자산격차가 훨씬 더 크다. 여기서 자산이라 함은 부동산 자산과 금융 자산을 일컫는다.

김대중 정부 때는 금융 자산가들이 잔치를 벌였고, 노무현 정부 때는 금융(주식) 자산가들과 부동산 자산가들이 모두 만세삼창을 불렀다. 자고 일어나면 불어나는 재산에 그들을 어쩔 줄을 몰랐다. 그러면서 입으로는 잃어버린 10년을 말했는데 어쩌면 그건 장관직에 좀 더 부자들을 앉혀주지 않아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드디어 자산가들이 스스로 통치하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금권지배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이 당선인이 아무리 능력이 기준이라고 강조해도, 우리 사회 지배층의 기준이 금권이라는 의혹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동양역사를 돌이켜보면, 자산격차의 증가는 언제나 파국으로 귀결됐다. 부동산 자산이 한 쪽으로 쏠릴 때(토지겸병), 유민과 민란(황건적 등)이 발생하고, 중산층 붕괴에 의한 국가 세수 감소에 따른 작은 정부 발생, 복지 등 안전망 축소, 역성혁명의 수순이 반복된 것이다. 자산양극화를 상징하는 구호가 이것이었다.

'(서민들에겐) 입추(立錐)의 여지(餘地)도 없다' (부자들이 땅을 독점하고 있어 서민들에겐 송곳 하나 꽂을 땅도 없다는 뜻)

동양에서 자산분배의 이상을 상징하는 말은 ‘대동(大同)’이다. 제도적으로는 ‘정전제’다. 일종의 공상적 사회주의인데 물론 이것이 실현된 적은 없다. 그러나 자산격차의 증대로 구왕조가 망한 후 새로 들어선 신왕조는 언제나 이런 이상에 입각한 개혁조치를 단행했다. 그래서 모든 신왕조의 초기에 국력증대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거꾸로 지금 말기현상쪽으로 가고 있다.

이런 걸 보고 ‘망조’가 든다고 한다.

자산소유자들은 자산가치 폭등을 국가경제호황으로 착각한다. 바로 이것 때문에 노무현 정부 때 정권 측 인사들이 한국경제 좋다고 노래를 불렀던 것이다. 자기들 재산이 늘어나고 있으니까. 미국도 1990년대 이래 자산버블이 진행될 때 신경제 찬가가 가득했다. 백인 중상층의 자산이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점점 통치자들의 인식과 국가경제의 현실 사이에 괴리가 발생한다. 국가 정책도 민심과 따로 놀게 된다. 자산가들끼리만 모여 있기 때문에 그들 이익의 훼손을 국익의 훼손이라고 착각하는 경향도 점점 강화된다.

그리하여 강남부자들만 유리한 영어강화, 고교자유화, 입시자유화 정책을 전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정말 스스로도 믿게 된다. 자기들 앞집, 옆집, 뒷집을 돌아보니 다들 그게 좋다고 하니까. 이런 분들만 골라 국가권력을 구성하면 국익엔 치명적인 위협이 발생한다.

나는 무조건 돈이 많다는 이유로 그분들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 권력구조가 부자통치체제로 가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는 것이다. 부동산으로 돈 벌고 싶으면 그렇게들 사시라. 말리지 않는다. 단 공직에 오를 분들은 그런 인생을 살지 않은 그룹에서 많이 나와야 한다.

공공적 책무성이 중요한 공직 트랙과 사익 극대화가 중요한 재테크 트랙의 인재풀이 구분되어야 한다. 후자가 전자를 먹으면 국가 공권력의 정당성이 무너진다. 이 당선인이 좋아하는 사회질서도 무너진다. 사회질서가 무너지면 결국 피해보는 건 서민이다. 부자정부 구성해 서민을 두 번 죽일 순 없다.
* 필자는 문화평론가이며 <학벌없는사회> 사무처장을 역임했습니다. 블로그는 http://ooljiana.tistory.com, 저서에 [서울대학교 학생선발지침 - 자유화 파탄, 대학 평준화로 뒤집기]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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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2/23 [17:1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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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5% 2008/02/25 [04:30] 수정 | 삭제
  • 지식은 짧고 혀는 빨랐던 놈현처럼
    하재근군도 생각은 짧지만 선동은 용감하군

    자네 이런거 아나?
    남의 돈, 남이 낸 세금으로 먹고 살려는 심보를 거지근성이라 한다네..

    이런 거지근성을 가진 자는

    1. 자신과 가정과 이웃을 망치고,
    2. 회사를 말아먹고,
    3. 나라를 거덜낸다.

    이런 걸 보고 '망조'가 든다고 한다네...

    하재근군도
    더이상 남의 세금 축내지 말고
    남들처럼 정직하게 땀흘려 일해서
    돈도 많이 벌고
    세금도 많이 내고
    어려운 이웃도 도와 보시게

    자네가 한번이라도 제대로 노동을 해보면
    지금처럼 거지근성을 선동했던 사실이
    많이 부끄러울걸세

    그리고,
    가진자 5%를 잡으려는 포퓰리즘이
    없는자 95%를 잡는다는 사실도 알아두게

    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