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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활동 해고' 이마트 비정규직 '복직' 판결
법원, 부당 노동행위 인정 "복직 뒤 임금 지급하라"…이마트 "항소하겠다"
 
이석주   기사입력  2008/01/04 [16:55]
노조활동과 업무방해 등을 이유로 신세계 이마트 측이 회사 소속 비정규 노동자들에 대해 해고 조치를 내린 것과 관련, 법원이 3일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해고"라며 "회사는 계약해지된 날로부터 복직 때까지 매월 일정액의 임금을 (해고자들에게) 지급하라"고 밝혔다.
 
법원의 이날 판결로 지난 1997년 삼성 그룹으로 부터 계열 분리된 이후에도 '무노조 경영'원칙을 추종하며 국내 유통업계 '1인자'로 등극한 신세계가 향후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 노동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노조의 행위는 회사 측의 부당 노동행위에 따른 것"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재판장 박기주)는 4일 신세계 이마트에서 일하다 계약 해지된 최 모씨 등이 낸 해고무효 확인 소송에서 "회사측의 노조방해 행위가 인정된다" 며 "이마트가 최씨 등에 내린 정직처분과 계약갱신 거절은 모두 무효"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신세계 이마트 노조가 이날 공개한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최씨 등에 대한 징계사유는 회사가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부당 노동행위를 한 것에 따른 것"이라며 "유인물 배포행위 역시 근로조건 개선을 도모하려는 차원이었기 때문에 징계 사유로 삼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최 씨 등 3명은 경기도 용인 소재 신세계 이마트 수지점에서 계산원으로 근무하던 중 2004년 12월 21일 노조를 설립했다. 하지만 회사는 노조가 자사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업무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이들 조합원에 대해 3개월의 정직처분을 내렸다.
 
이날 <대자보>와 통화한 민주노총 공공노조 신세계 이마트 분회 이종란 씨에 따르면, 사측은 노조 설립과정에서 노조 간부 및 조합원들을 상대로 이른바 노조탈퇴 공작을 펼쳐왔고, 실제로 같은해 12월 말에는 총 23명의 조합원 중 19명이 노조를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들 3명은 이듬해인 2005년 1월 18일 경기지방노동위원에 '부당징계 및 부당 노동행위'에 대해 구제신청을 접수했고, 비로소 이들 3명은 2005년 4월 17일 3개월의 정직기간을 마치고 사업장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마트는 정직 종료 후 회사로 복귀한 최 씨 등에 대해 그해 5월 전원 해고결정을 내렸다. 이에 조합원들이 강하게 반발했고, 경기지노위도 정직 처분이 '부당징계'라고 판정하자 다시 7월4일 복직을 통보했다.
 
그러나 회사는 불과 6일 후인 7월10일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이들에 대해 최종 해고 조치를 내렸고, 최 모 씨를 포함한 이마트 조합원들이 법원에 '해고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했던 것. 결국 1심 법원은 복직 통보 후 계약갱신을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내린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이마트)는 계약기간 만료 직전에 복직을 통보, 원고들(조합원)에게 계약 갱신에 대한 신뢰를 부여했지만 합리적인 이유없이 원고들에 대하여 계약갱신을 거부했다"며 "이는 사실상 해고에 해당하는 것으로 신의성실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종란 씨 역시 "'무노조 경영' 삼성 관련 회사에서 노조 설립의 이유로 해고 된 것인데, 법원이 사측의 부당 노동행위를 인정한 점에 의의가 있다"며 "아무리 비정규 노동자라 할지라도 '정당한 사유 없이는 해고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이마트, 1억원 넘는 손배소 제기…법원 "유인물 배포 행위는 정당"
 
이밖에도 이날 재판부는 2005년 1월 회사 측이 업무방해와 명예회손 등의 이유로 조합원 3명에 대해 징계를 내린 것과 관련해서도 "(회사 측의) 부당 노동행위에 따른 것"이라고 규정짓고 노조의 정당한 활동임을 명시했다.
 
이와 관련해, 신세계 이마트는 지난해 11월 15일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등의 행위로 회사에 막대한 손해가 발생했다"며 해고조합원 3인에게만 1억2천4백3십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수원지방법원에 제기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미 (조합원들의) 무죄 판결이 확정됐고, 원고들의 유인물 배포 행위가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 범위 내에 있는 것이므로, 근무를 태만히 했다고 볼 수 없고 이러한 이유로 정직과 계약만료는 모두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마트 분회 이종란 씨도 "회사가 최근 1억원이 넘는 소송을 해고 조합원 3명에게 제기했다"며 "법원의 판결은 비정규직을 악용하려고 온갖 부당행위를 해온 이마트의 실체를 인정하고 해고가 부당하다는 것을 일깨워 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항소절차 밟겠다"…노조, 복직 촉구 촛불문화제 열 것
 
한편 이날 법원 판결에 대해 이마트 측은 항소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마트 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이날 <대자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회사에서는 (조합원 3명을) 규정과 절차에 따라 계약 종료 조치를 내린 것"이라며 "항소절차를 밟겠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지난해 이마트가 제기한 손배소와 관련, "당시 회사는 이들의 행위가 사측의 영업을 방해하고 이미지를 실추 시켰다고 판단했다"며 "법원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판단을 내려야 하는 만큼, 항소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 공공노조 신세계 이마트 분회와 조합원들은 오는 15일 저녁 경기 이마트 용인 수지점 정문 앞에서 조합원들의 복직을 촉구하고 회사 측의 부당해고를 규탄하는 의미로 '촛불문화제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종란 씨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이 나온건 아니지만, 이마트 측은 분명 법원의 이날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우리 비정규 노동자들은 '일터'로 복귀하는 날까지 투쟁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의지를 표명했다.
 
법원의 '복직' 판결, 이랜드-KTX사태에 어떤 영향 미칠 까
 
이날 법원이 사측의 부당 노동행위를 인정, 해고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주므로써 지난해 연내타결을 희망했던 이랜드 사태와 KTX여승무원 문제 등 노동계 최대 과제로 남아있는 비정규 노동자 해고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지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랜드와 코스콤 사태의 경우, 신세계 이마트와 같이 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 다수가 사측으로 부터 부당해고를 당한 상황이고, KTX여승무원 문제와 같은 경우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의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친기업-반노동자' 성향을 갖고 있는 이명박 당선인의 노동정책에 대해 "사용자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 당선인이 향후 비정규 노동자들에 대해 어떤 정책을 펼지도 이번 판결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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