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특별검사제도, 삼성에게 되레 '시간적 여유' 주나
[기자의 눈] 특본 수사 '지지부진' 전망…내년 4월 총선에 영향 줄수도
 
이석주   기사입력  2007/11/28 [13:00]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삼성 특검법안'에 대한 수용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국민들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는 현실과 '공수처법을 연계시켜야 한다'는 원칙 중 '현실'을 선택한 것이다.
 
비록 기자회견 당시 정치권을 향한 '맹성토'가 브리핑의 반 이상을 차지했지만, 노 대통령과 청와대의 입장이 적극적이든 아니든 지난 한 달 여간 논란의 중심에 섰던 '삼성 특검법' 도입은 이제 기정사실이 된 셈이다.
 
하지만 "'초일류기업' 삼성이 그간 받았던 의혹들을 털어내고 진정한 국민의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국민들 바람과 달리, 특검 도입 결정 후 본질과 어긋난 우려들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 이른바 '정치적 악용'과 '특별수사본부'의 형식적 수사에 대한 우려가 바로 그 것이다.
 
노대통령, 특검 '간접' 대상…내년 총선에 영향? 
 
'삼성 특검법'은 다음달 4일 국무회의 의결과 보름 간의 특별검사 임명을 거쳐 60일 간의 수사 '대장정'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은 1차 수사 종료 직후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 이 시점은 대략 내년 3월 초 정도로 예견되고 있다.
 
문제는 삼성 비리의혹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가 내년 4월 총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발표된다는 점. 대선이 끝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상황에서, 여야 정치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할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 불거진 삼성 비리 의혹이 과거와 달리 정관계, 언론, 법조계 등 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후폭풍이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특검에 간접적으로 포함돼 있는 노무현 대통령과 참모들 조차 수사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한 상황.
 
비록 노 대통령이 27일 참모들의 '결백'을 강조, "옛날부터 춥고 배고픈 데에서 살던 사람들이라 인맥이 시원치 않다"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비리 의혹은 사실이 아님을 강조했지만, 검찰이 '성역없는 수사'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 터라, 이들에 대한 소환 조사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일고 있다.
 
여기에 지난2002년 폭로된 이른바 '삼성 X파일'과 관련, 한나라당에게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안겨준 이회창 전 총재와 핵심 측근들 역시 특검의 수사대상이 될 거라는게 일반적 관측. 내년 4월 총선 공천 자리를 놓고 정치권에 불어닥칠 후폭풍을 가늠케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으로 촉발된 '삼성 비리의혹'이 내년 총선 정국에서 '뇌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과연 특검이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정치적 수단으로 악용될 경우, 제대로된 수사가 가능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측 박용진 대변인은 27일 논평을 통해 "이번 특검은 이건희 특검이자 노무현 특검"이라며 "이건희 비자금이나 노무현 대통령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은 모두 수사대상이 될 것"이라고 정치적 수단이 아닌,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특본수사 지지부진할 경우, 삼성에 '시적적 여유' 주는 셈
 
이밖에도 현재 검찰에서 진행중인 '삼성 특별수사감찰본부'에 미치는 영향을 들 수 있다. 즉 지난12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전국사제단의 '로비검사' 명단 공개 이후 꾸려진 감찰본부가 형식적인 수사만을 진행 한 채 실질적 수사권을 특검에 넘길 것이라는 전망.
 
실제로 특본은 28일 "특별검사가 임명되기 전까지 필요한 수사를 진행하되 오해를 살 수 있는 수사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특검이 꾸려지기 전 까지는 전면적인 수사를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앞서 검찰은 사건 초기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 배정했던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을 지난15일 '특별수사·감찰본부'로 이첩, "실체적 진실을 가장 효율적으로 밝힐 수 있는 방안"이라며 수사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향후 조사에 대한 기대감을 일게했던 것도 사실.
 
이후 검찰은 김 변호사가 삼성의 8가지 비리의혹을 폭로했던 지난 26일에 맞춰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 등 의혹의 중심에 선 삼성 주요 임원들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단행했다. 자신들에게 있어 '누명'이라고 할 수 있는 의혹에 대해 강력한 수사의지를 밝힌 것이다.
 
하지만 노대통령의 27일 기자회견 이후 특검 도입이 사실상 기정사실화 되면서, 삼성그룹 본사 압수수색 등 당초 예상됐던 강도높은 수사를 내년 초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특검에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  
 
비록 특본이 27일 김용철 변호사를 소환, 수사의 고삐를 당기고 있지만, 노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법무부는 2중 3중의 수사가 되지 않도록 배려해 달라"고 발언한 점을 감안한다면, 이건희 회장 소환 등의 본격적인 수사는 특검이 꾸려진 이후에나 진행될 전망이다.
 
다만 현재까지도 자신들에게 씌여진 의혹을 벗기 위해 검찰이 강도높은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지만, 특별본부가 기초 조사만 하고 수사를 끝낼 것 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삼성 측에게 '시간적 여유'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27일 저녁 MBC뉴스데스크 보도에 따르면, 김 변호사의 거듭되는 폭로 이후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삼성 측은 이메일 내용을 삭제토록 하는 프로그램 등을 몇몇 직원들에게 지급,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 자료들에 대한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현 시점부터 특검이 꾸려지는 내년 초까지 40여일 남은 특본 수사기간 동안, 검찰이 얼마 만큼의 성과를 낼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검찰 최고위 층 뿐 아니라 정관계 거의 모든 사회분야에 로비를 펼쳤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에게 시간적 여유를 벌어주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성역없는 수사를 통해 삼성 비리의혹의 전말을 밝혀내야 한다'는 국민들의 요구가 거듭 높아지고 있는 까닭이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7/11/28 [13:00]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