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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에서 ‘불온문서’ 취급당한 [남이랑북이랑]
[논단] 한나라당 ‘친미반북’ 후보가 당선된다면 남북 관계 어떻게 될까
 
이재봉   기사입력  2007/06/07 [20:10]
  지난 5월 3일 정치학을 공부하는 원광대 학생들 40여명과 함께 청와대를 방문할 때였다. 경호실 요원이 보안 검색을 하며 내 배낭 안의 서류 봉투를 샅샅이 뒤졌다. 그리고 남이랑 북이랑 5월호 1쪽에 실린 “노대통령과 김위원장의 만남을 기대한다”는 제목의 글을 한참 읽어보더니 배낭을 맡겨놓고 들어가라고 했다. 위험한 폭발물도 아닌 서류조차 갖고 들어갈 수 없단 말이냐고 따지자, 그러한 내용의 글이 경내에서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었다. 남이랑 북이랑 소식지가 청와대에서 ‘불온문서’ 취급을 받은 것이다. 마침 [남이랑 북이랑]을 후원해주고 있는 청와대 고위 관리가 나를 맞이하러 나왔다가 ‘보증’을 서주는 바람에 배낭을 메고 들어갈 수 있었다.
 
  출퇴근할 때든, 대중 강연이나 논문 발표하러 갈 때든, 산이나 바다로 놀러갈 때든, 꼭 짊어지고 다니는 배낭 안에는 언제나 책 한두 권과 두툼한 서류 봉투가 들어있다. 서류 봉투 안에는 남이랑 북이랑 소식지 최근 3-4개월치 몇 부씩이 들어있기 마련이다. 처음 만나거나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과 인사할 때 명함 대신 건네기 위한 것이다. 1999년 [남이랑 북이랑] 운동을 시작하면서 명함을 만들지 않고 이렇게 유별나게 큰 ‘명함’을 사용해왔는데, 이게 청와대 경호실 요원들에게는 통하지 않은 것이다. 나는 ‘노빠’ 만큼은 아닐지라도 노무현 대통령의 많지 않은 지지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요, 5월호 소식지에 쓴 글은 노대통령을 비판하기보다는 그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었는데 말이다.
 
  다음날인 5월 4일 [남이랑 북이랑] 회원 80여명 및 원광대 학생들 40여명과 개성공단에 들어갈 때였다. 북쪽 출입국 사무소 직원들이 보안 검색을 하며 그들의 가방이나 배낭 안에 들어있는 남이랑 북이랑 소식지를 모두 압수했다. 난 통일운동 차원에서 북녘을 방문하는 것이기에, 나와 함께 평양이나 개성 또는 금강산에 들어가는 사람들에게는 버스 안에서 남이랑 북이랑 소식지를 나누어주며 이 운동을 소개하고, 남북 관계나 통일 문제 등에 관해 강의를 하기 마련이다. 그러기에 강의 보조 자료가 ‘불온문서’ 취급을 받은 셈이다. 난 이를 이해한다. 남쪽의 공항이나 출입국 사무소에서 북녘의 신문이나 잡지 등을 압수하듯이, 북녘의 공항이나 출입국 사무소에서는 남쪽의 신문이나 잡지 등을 압수하기 때문이다. 방북시 주의 사항에 남쪽의 “신문, 잡지, 종교 서적 등은 지참 불가”라고 명시되어 있기도 하다.
 
  그러나 ‘냉전의 유산’인 이런 ‘경직된 관행’을 조금씩이나마 바꿔보자는 게 내 생각이요, 내가 펼치는 통일운동의 목표 가운데 하나다. 남쪽에서든 북녘에서든 보안 담당자들에게 꼭 시비를 걸어보는 배경이다. 이번에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책임자로 보이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로 따졌다. “이것은 내가 통일운동하면서 한 달에 한 번씩 만들어내는 겁네다. 남쪽에서는 내가 친북적인 통일운동가로 소문나있고 이 소식지는 친북적인 유인물로 알려져 있어서, 북녘에서는 환영받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이것조차 휴대하지 못한단 말입네까? 특히 이 서류들은 개성 000 참사에게 건네주려고 일부러 가져온 것입네다. 이따 그 글 잘 읽어보시라요. 문제될 게 뭐가 있는지.” 000 참사는 개성공단의 북녘 책임자로 내가 작년 11월 개성공단을 처음 방문했을 때 인사를 나눈 사람인데, 그에게 [남이랑 북이랑]을 더 자세히 소개하기 위해 지난 몇 달치 소식지를 가져온 터였다. 다행히 내 뒤로 줄을 선 남쪽 방문객들은 소식지를 빼앗기지 않았다.
 
  금세 통일이 이루어질 것 같은 기대를 갖게 했던 ‘역사적인’ 2000년 6.15 남북 정상 회담 7주년을 앞두고 남과 북 양쪽에서 겪은 일이다. 이렇듯 남북 관계는 아직 크게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남이랑 북이랑 더불어 살기 위한 통일운동이 남과 북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그 소식지는 양쪽에서 오히려 ‘불온문서’ 취급을 당하고 있지 않은가.
 
  지난 2.13합의 이후 남한과 북한 그리고 북한과 미국 사이에 다양하고 빈번한 만남이 이루어졌지만, 북핵 문제는 이른바 ‘BDA’에 걸려 꼼짝 못하고 있다. 북한과 미국 관리들이 ‘BDA’ 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한 지 3개월이 훌쩍 지나도록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남이랑 북이랑 4월호에 썼듯이, 늦어도 부쉬 대통령이 물러나는 2009년 1월 이전에 한반도 평화 협정이나 ‘낮은 단계의 북미 수교’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강연했는데 내가 거짓말쟁이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참고로, 내가 말하는 ‘낮은 단계의 북미 수교’란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고 미국은 주한미군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관계 정상화를 일컫고, ‘높은 단계의 북미 수교’란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폐기하고 미국은 주한미군을 철수한 상태에서 맺어지는 관계 정상화를 뜻한다.
 
  5월 17일엔 남북 열차 시험 운행이 있었다. 50년 이상 끊어졌던 ‘민족의 혈맥’이 일시적으로나마 이어진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그러나 그 흥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인 29일부터 열린 남북 장관급 회담은 결렬되다시피 끝났다. 북녘이 2.13합의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남쪽이 대북 쌀지원을 보류하겠다는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북한이 2.13합의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BDA’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요, ‘BDA’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북한보다 미국의 책임이 더 큰 것 같은데, 오히려 미국의 압력에 따라 대북 쌀지원을 미루는 게 과연 바람직할까. 남북 관계를 북미 관계나 6자회담에 연계시키는 것도 유감이고, 인도적 차원의 쌀지원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 카드나 압박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도 유감스럽다.
 
  “미국에 할 말은 하겠다고” 큰소리치며 당선된 ‘반미친북’ 노무현 대통령이 이 정도인데, 미국이라면 꺼벅 죽는 한나라당의 ‘친미반북’ 대통령후보가 당선된다면 남북 관계가 어떻게 될지 끔찍한 생각이 든다. 남북 관계가 더 험악해지기 전에 화끈한 노무현 대통령과 통큰 김정일 위원장이 만사 제쳐두고 만나서 남북 사이에 쌓이고 꼬인 문제를 시원하게 풀 수 없을까. 6.15 남북 정상 회담 7주년을 앞두고 품어보는 희망이 환상으로 끝나지 않기를 기대한다.

* 글쓴이는 원광대 교수로서 <남이랑북이랑>(http://pbpm.hihome.com)의 편집인이며, 본문은 소식지 99호(2007. 6월호)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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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6/07 [20:1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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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인 2007/06/18 [09:57] 수정 | 삭제
  • 이재봉씨는 남북관계의 현실과 도전, 남북의 정치·경제적 흐름에 대한
    소양이 지극히 부족한 듯 합니다.
    교수 자격을 가진 사람이 쓴 글이라고 하기에는 안목이 너무도 부족하고
    지식이 얕군요.
    대북·대미성향은 차치하고 경협, 쌀 전용, 정상회담 등의 문제에 대해
    도대체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심스럽고 개성에서 친북 간행물이라며
    환심을 사보려 한 발언도 수준 이하로밖에는 여겨지지 않는군요.
    이런 사람에게 교육이란 것을 받는 학생들이 가여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