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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 사르코지, 인터넷에서도 루아얄 눌렀다
[기획취재]UCC와 인터넷선거1.인터넷과 UCC, 프랑스 대선에서 눈부신 역할, 판도는 못바꿔
 
목수정   기사입력  2007/05/14 [16:36]
[기획] 2007년 프랑스 대선 : 인터넷과 UCC의 영향1
 
드골 이후 반미 민족주의 노선을 지켜오던 프랑스 우파들에겐 당황스럽기 그지없는 과격한 친미 파시스트 니콜라 사르코지와 푸들 외교의 대명사 토니 블레어를 존경하며 표심을 향해 좌우의 위험한 줄타기를 해온 세골렌 루아얄의 기막힌 대결은 예견대로 사르코지의 승리로 끝났다.

결국 사르코지에게 표를 던진 사람은 53%였지만, 그가 대통령에 당선될 것으로 예견한 사람은 81%였다. 누구처럼 어릴 때부터 대통령을 꿈꾸었고,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나는 아직 대통령이 아니다“를 세뇌하며 표정관리를 한다는 만화를 탄생시킬 만큼 대통령 망상에 사로잡힌 사르코지는 자신의 열망을 실현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언론과 긴밀하게 유착해왔다. 웬만한 언론들이 이미 모두 오른쪽으로 심각하게 기울어 버린지 오래인 프랑스에서, 살벌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자극적 독설가 사르코지는 언론의 사랑스런 이슈 메이커이기도 했다. 그리고, 수년전부터, 마치 중세시대의 거부할 수 없이 다가오는 예언처럼, 치밀하고 광범위하게 언론에 의해 유포되고 조작된 ”사르코지 대통령“의 루머는 결국 프랑스를 포획하고 말았다.    

좌파들 입장에선 장 마리 르펜과 자크 시락 중 덜 위험한 인물을 선택해야 했던 2002년 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덜 위험한 인물을 선택해야 하는 괴로운 선거였다. 한 프랑스 좌파는 이번 대선을 페스트와 콜레라의 대결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페스트보단 콜레라가 덜 위험해 보이기 때문에 그는 결선 투표에서 세골렌에게 한 표를 던지는 길을 택하였다.  

84%에 달하는 경이로운 투표율이 보여주듯이, 이번 선거는 흥행 면에서 매우 성공적이었다. 심지어는 한국 언론들까지, 전례 없이 열띤 취재경쟁을 벌여, 선거직후 대부분의 언론들이 1면을 아낌없이 할애해 준 것은 물론이요, 선거가 끝난 일주일 뒤까지, 뒷 얘기를 전하고 앞으로의 판세를 분석하는 기사들이 줄을 이었다. 친미우파 대세론을 다시 한 번 입증할 기회였으니, 그들이 달려들었던 것도 십분 이해가 간다.

이번 선거를 흥미진진하게 만들어 준 것은 기본적으로 자극적인 독설을 즐기는 매력적인 두 후보의 언론적 상품가치에서 비롯되지만, 인터넷과 UCC등이 선거전에서 제대로 활약을 펼치면서, 그동안 일방적인 관객의 입장이었던 일반 시민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지를 수 있는 통로를 발견하고, 간혹은 막강한 파괴력을 발휘하는 정보들을 생산해내면서 선거판에 전에 없는 활력을 불어넣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양 진영의 지지자들은 선거캠프 못지않은 진지함과 열성을 가지고, 다양한 정보들을 생산하고 그것을 유포했으며, 2005년 유럽헌법 국민투표에 이어, 프랑스는 본격적인 인터넷과 UCC의 선거에 돌입하였다. 

2007 프랑스 대선에서 눈부신 역할을 한 인터넷과 UCC

 이번 프랑스 대선의 정보 소통에서 인터넷의 위치를 가늠해 보기 위해선 구글에 가서 '(프랑스) 2007년 대선' 이라고 쳐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무려 360만개의 검색 결과가 올라온다. 사르코지는 6천만개, 세골렌 루아얄은 천만개 정도가 올라온다.

그러나 2007년 대선에서 인터넷과 UCC가 부인할 수 없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과 별도로, 이것이 유권자의 투표에 결정적 영향을 행사했는지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2월13일 발표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유권자중 24%만이 인터넷(사이트, 메일, 블로그, 동영상)이 자신의 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답했고, 71%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반면에 48%의 프랑스 네티즌들은 후보들의 생각과 프로그램을 알기 위해 인터넷을 사용했다고 대답하고 있다.
 
대중매체들도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했으며, 정당들과 후보들은 매우 진지하게 인터넷 캠프를 구축하고 인터넷을 통해 정보들을 제공하며 UCC에 의해 소통되는 정보에 긴밀하게 대쳐했다. 이번 대선을 거치며, 시민들은 인터넷에서 벌어진 정치토론에 참여하면서, 전통적인 미디어에 의해 제안된 정보를 보충하기 위한 도구로서 인터넷을 점점 더 많이 이용하게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인터넷토론 문화를 즐기고 블로그를 출입하며 흥미로운 정보와 동영상 등을 메일로 주고받는 계층이 프랑스에선 아직까지 상당히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에서 텔레비전은 여전히 정치 정보를 습득하는 통로로서 압도적 1위(58%)를 차지하며, 인터넷은 5%의 정도의 영향에 그친다. 물론 18-34세 사이에서 이 수치는 10%까지 상승한다.
 
또한 인터넷이 여전히 프랑스 사회에서 주된 정보 전달의 통로로서 고전하고 있는 것은, 신뢰 할만한 매체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1/3에 해당하는 네티즌만이 인터넷에서 접한 정보를 신뢰하고 있다. 또한 인터넷에서 정치 정보를 습득하는 층은 비교적 젊고, 고학력인 경우가 많으며 이미 이들은 정치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점을 특징으로 둘 수 있다.
 
지난 4월 5일, 파리9대학에서 열린 세 개의 주요 정당(사회당, UMP, UDF) 인터넷선거 본부장 간의 토론회에서도, 세 담당자는 비슷하게 하루 4-5만의 방문자가 사이트를 방문하며 인터넷이 유권자에게 많은 정보와 재미, 화제거리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정적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칠 만큼 파괴력 있는 매체는 아직 아니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2002년 대선 때, 각 후보들은 공식 사이트를 가지고 있었지만, 후보들은 인터넷을 통한 선거전에 관심을 두지 않았고, 사이트 자체도 평면적인 기본 구성으로만 되어 있었다.
 
인터넷이 투표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던 최초의 기록은 2005년 유럽헌법 국민투표 때였다. 당시 모든 주류 언론과 정치권들의 파상공세에도 불구, 반대(NON)측이 승리했던 것은 반세계화 운동단체의 개미군단들이 펼친 줄기찬 맨투맨 설득작업과 인터넷 공간을 통해 유포된 반대진영의 논리들이 소리없는 설득을 해 냈던 것이 가공할 위력을 발휘한 결과임을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다.
 
당시 마르세이유의 한 법과대학 교수가 순전히 학문적 관심에서 시작한 유럽헌법에 대한 법률적 분석에서, 헌법으로서 어처구니 없는 결함을 가지고 있으며 민주주의를 철저히 유린하고 있는 이 헌법의 모순을 지적했던 텍스트는 수 백만명에게 인터넷을 통해 읽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인터넷의 영향이 유럽헌법에서 때만큼 결정적이지 않았다고 평가되는 것은 “대통령 선거”라고 하는 특수성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과연 여기서 사용된 그 “특수성” 이란 모호한 말 속에 감춰진 진실은 무엇일까?  
 
선두주자 세골렌 : 디스코를 추는 사르코지
 
세골렌 루아얄은 사회당내 경선 때부터 선거캠프 사이트(www.deisrdavenir.org)를 개설한 인터넷 선거전의 선두주자이다. 그녀는 100대 공약을 만들 때에도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135,000여 통의 메일이 생각을 보태기 위해, 그녀의 선거캠프 사이트에 날아왔으며, 이는 100개의 공약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었다. 그녀의 인터넷을 이용한 참여민주주의는 젊은 층의 폭발적 지지를 사회당에 끌어 모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고, 그녀에게 구시대와 결별한 젊고 참신한 후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주요하게 작용했다.
 
세골렌의 공식사이트  “미래를 향한 열망(desirdavenir)이나, 수백개의 지지 사이트 없이는 세골렌 루아얄이 사회당의 대선 후보로 조차 당선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5번째 권력, 인터넷은 어떻게 정치를  역전시키는가”의 저자 티에리 크루제는 말한다.
 
2007년 대선을 통해 인터넷 선거전의 시대를 연 세골렌의 사이트는 그녀의 슬로건, 미래를 향한 열망 (desir davenir)을 그대로 주소로 선택하였다. 이 주소는 또한 발음에서 유명한 샹송 desir d'amour (사랑을 향한 열망)을 연상하게 하기도 하면서, 식상한 정치계에 등장한 아름답고 신선한 여성 정치인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데 적절히 활용되기도 했다. 
 
사회당이 인터넷상에서 자발적인 가입 캠페인을 벌이면서, 모은 30만명의 회원들이 낸 20유로의 가입비는 바로 사회당의 금고로 60만유로의 후원금이 되어 들어갔다. 세골렌은 또한 3D 가상현실사이트 세컨드라이프(www.secondlife.com)에 가상의 선거캠프를 두고, 루아얄이 직접 동영상으로 출연, “ 많이들 오세요, 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유권자를 유혹하기도 했다.
 
소속 정당인 대중운동연합(UMP)에서 단독 대선 후보로 나서서 긴장감 없이 예정된 길을 갔던 사르코지도 세골렌 루아얄에 이어 재빨리 공식 사이트를 만들었다.(www.sarkozy.fr)
 
각 후보들은 공식 사이트 이외에 후보들의 프로그램을 비교하거나, 공약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도록 하고,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도구형 사이트. 공식 사이트를 모방하면서, 사진, 음향, 비디오 등을  통해 일종의 놀이를 제안하는 부차적 사이트들을 같이 거느리며 여기에 각 후보에 우호적인 개인 블로그들이 가세하게 되는데, 사르코지에게는 900개가 넘는 개인 블로그가 존재하기도 했다. 사르코지를 지지하는 한 극성스런 사이트는 구글에 광고를 샀는데, 이 광고는 사회주의자, 혹은 루아얄을 검색하면 나타나도록 되어있기도 했다.  
 
▲사르코지는 디스코를 추는 동영상 웹사이트를 선보여, 발랄한 이미지를 남겼다.     © 출처 : www.discosarko.com
 
내무부장관을 하면서 거침없는 언행과 저돌적인 추진력으로 이미 국민들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충분히 심어준 그는 오히려 그의 지나친 강성 이미지를 유연화하고 알고 보면 부드럽고 재미있는 사람으로 포장하는데 인터넷 선거 전략의 컨셉은 맞추어졌다. 사르코지의 아바타에 마우스를 갖다대고 누르면 개다리 춤을 추기도 하고 마이클 잭슨이나 존 트래볼타가 추는 고난도 댄스를 선보이는데, 언뜻 사르코지를 놀리기 위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사이트는 그의 강경 이미지를 희석하고 화제를 불러 모우는 데 효과를 거두었다는 평이다.
 
또한 사르코지의 사이트는 반대편의 블로거들까지 포함하여 블로거들과의 관계에서 매우 투명한 관계를 유지했던 점이 전문가들로부터 높이 평가되고 있다. 사르코지가 닮기를 열망하는 미국식의 쿨함, 모던함(?) 이 돋보였다고 하는 것이 중론이다.
 
인터넷은 후보와 선거캠프 간의 조율을 위해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각 후보의 사이트는 회의의 조직, 홍보, 선거운동원 조직, 각 사안에 대한 논리의 배포 등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는 것이 프랑스정치연구소의 대표 티에리 베델의 지적이다. 그러나 반면에 인터넷은 후보를 즉각적으로 불안 상황에 빠뜨리는 데 이용될 수도 있다.
 
이번 선거에서 모든 인터넷 전문가들이 빠짐없이 주목하는 부분은 바로 “dailymotion”과 “youtube”등의 사이트가 수행한 폭풍 같은 동영상의 유포와 선동 효과이다. 이러한 사이트를 통해 유포되는 동영상들은 모든 것들,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대중들에게 꿈을 꾸게 하는 현상을 목격하게 해 주었다.
 
불행하게도 UCC를 통한 공격은 극우를 닮은 우파 사르코지에 비해 이상적이고 보다 도덕적인 세계에 속하는 사람으로 자신을 그리려 애썼던 세골렌에게 더 큰 치명타를 남겼다.
 
사르코지에게도 비슷한 정도의 비방과 짱돌들이 날아갔지만, 오히려 그러한 타격들에도 눈 하나 까딱 않는 사르코지에 의해 사람들은 점점 압도당해 갔고, 지지율에서 늘 3-4% 모자랐던 세골렌은 자신을 좌파적 이상을 실현한 인물로 이상화시키려다 불쑥 불쑥 터져나오는 불협화음에 무너져 버리기를 반복했다. 물론 각각의 가격이 어떠한 대중적 파장을 불러 일으키느냐에는 각각의 사안에 대해 대중언론들이 어떻게 다루느냐가 중요한 관건일 터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대부분의 언론은 둘 다를 이슈메이커로서 사랑했지만, “킹”으로서 오래전부터 한 사람을 지목하고 있었던 것이다.
 
2007년 프랑스 대선의 거대한 강자 : 블로그
 
이번 선거에서 블로그는 수직적,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혼용하는 새로운 정치토론의 장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인터넷상의 소통방식을 민주화하는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특히 UCC 동영상의 등장과 결합되면서 블로그는 이번 대선에 역동적인 정보들이 소요돌이 치게 하면서, 선거의 담론들을 주도하는데 시민들의 직접적인 참여를 유도하면서 그 위력을 발휘했다.
 
사회당 후보 지명전 때부터 세골렌 루아얄의 교사들 35시간 근무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동영상을 통해 그 위력은 입증되었다. 
 
▲자유는 주어지지 않는다. 자유는 쟁취하는 것이다. 68혁명의 한 포스터를 패러디한 세골렌 루아얄 지지 포스터     © 출처 : 세골렌 루아얄 지지사이트 http://segolene2007.canalblog.com
세골렌 후아얄은 지방도시 앙제에서 가진 중학교 교사들과의 환담에서 “교사들은 학교에 주당 35시간씩 머물러 있으면서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 무료로 과외수업을 해주어야 한다“ 는 발언을 하였다. 더구나 이러한 구상에서 재정의 추가적인 부담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마치 교사들이 나가서 쓸데없이 아르바이트 하느니 아이들을 위해서 봉사해야 한다는 투로 전면적으로 교사들을 공격하고 나선 것이다.
 
이 장면이 동영상으로 퍼져나가면서 세골렌은 구글 검색어 1위에 떠올랐고, 프랑스 네티즌들은 서둘러 이 동영상을 퍼나르기 바빴다. 그녀는 이 발언에서 교사들의 자율권을 침해 할 것을 암시하기도 하면서, 프랑스 사회에서 터부로 간주되는 영역까지 서슴없이 침범하면서 학부모들이 좋아할 수 있지만, 교사들은 반기를 들 생각들을 과감하게 펼쳐보였다. 이 사건을 통해 세골렌은 전통적인 좌파 지지 세력인 교사들에게 반박을 삼으로써, 자살골을 넣었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고, 자신의 입장을 돋보이게 하기위해, 기존 사회당의 입장에서 후퇴하는 과감한 선택을 하는, 전형적인 사르코지식의 논쟁테크닉을 구사했다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프랑스 교사들은 평균 1주일 15-20시간 정도의 수업을 진행하고, 과제물을 채점하거나 수업을 준비하는 일은 집에서 하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학교 안에서 35시간을 일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50시간이 넘는 노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참고자료] 교사들의 엄청난 비난을 몰고왔던 세골렌의 교사 35시간 근무 발언 동영상
 
사르코지의 열혈팬이자 프랑스 블로그계의 스타인 로익 르 뫼르(Lo'ic Le Meur)가 자신의 블로그에 이 동영상을 올리고 이에 멘트를 단 뒤로, 르몽드, 르피가로, AP통신을 비롯한 50여개의 매체가 앞 다투어 이 동영상에 담긴 세골렌의 의도를 문제 삼았다.
 
방송에 초대된 그녀는 자신에게 당시의 발언에 대해 여전히 확신을 갖고 있냐는 질문에 대해 이리저리 말을 돌리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자신은 “교육이야 말로 프랑스의 미래를 결정 지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둥 딴 소리를 늘어놓아야 했다.
 
이 사건은 비행청소년들을 군대에 보내야 한다고 한 좌파임을 의심케 하지 않을 수 없는  그녀의 공약과 더불어, 선거기간 내내 그녀를 따라다녔던 “좌파의 탈을 쓴 우파”라는 비아냥에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고, “치마 갈아입듯, 생각을 바꾸는 정치인”이라는 치명적 이미지를 유포했다.
 
사건을 터뜨린 로익 르뫼르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더 이상 오프더레코드는 없다. 누구나 핸드폰을 주머니에 가지고 있고, 악의에서든 선의에서든 모든 눈앞의 광경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 정치인들은 공식석상에서의 발언 뿐 아니라, 어디서든 그들이 하는 말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치인들은 청중에 따라 완전히 반대되는 발언을 하면서 그들이 해왔던 카멜레온 노릇을 하는데 앞으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라고 확실한 공격의 쐐기를 박기도 했다.
 
2007년 프랑스 대선은 몇몇 블로거들을 유명인사로 만들어 버렸고, 실제로 이들은 후보들에게 직접적인 조언을 하는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는데 로익르뫼르는 사르코지에게 정보통신 분야의 자문을 담당하기도 했던 대표적인 정치 브로커형 블로거였다.
 
그 밖에 반핵, 반전 운동을 하는 단체들을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시민단체들은 오히려 그들의 운동에 대선을 이용하기도 했다. 반핵을 위한 시민들의 인터넷 서명운동에 대선 후보들의 서명을 참여시켜 서명참여를 높이기도 하고, 후보들에게 핵문제 등에 대한 질문을 해서 답변을 단체 블로그에 게시하고, 단체의 뜻과 반대의견이 나왔을 때에는 해당 후보 낙선 운동을 전개하기도 한다.
 
한편 르몽드 인터넷판은 CANAL+의 기자 로항 바장이 사르코지의 집에서 점심식사를 하며 사석에서 나눈 얘기들을 자신의 블로그에 무삭제로 적나라하게 묘사한 내용을 다루기도 했다. 정작 로항 바장은 사르코지의 압력으로 이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서 삭제하였으나 다행히도 인터넷에서 여전히 그의 글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인터넷의 막강한 복제력과 이같은 정보에 대한 대중들의 열렬한 반응은 검열과 저작권을 무력화 시키기에 이른 것이다.

이 글에서 자신의 집권을 믿어 의심치 않는 여유작작한 사르코지의 모습과, 교사가 등장하면 일제히 일어나 경건하게 교사를 맞이하는, 나치시대를 연상시키는 일사불란한 학교와 학생들의 모습을 꿈꾸는 사르코지의 유사 히틀러적 면모가 여과없이 드러나기도 했다. 
 
아군끼리 주고받은 메일링
 
각 선거본부가 유포하는 메일링에 의한 마케팅 효과는 미지수 혹은 부정적이다. 개인의 영역과 공공의 영역 사이에 분명한 선이 있는 프랑스식 선거 문화에서 이러한 직접적인 마케팅은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 중론이다.
 
반면, 개인들 사이에서 서로 주고받는 메일은 선거기간 중에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언론에서 공개되지 않는 무수한 UCC들이 개인들 간에 유통되었다.  그 중 가장 많이 유통되었던 것 중의 하나는 “나는 누구일까요”로 시작되는 사르코지의 전기이다.
 
저자가 분명하지 않지만, 매우 정교하게 그의 일생을 추적하고 있는 A4 3장 분량의 이 글은 헝가리에서 태어나, 나치와 협력하여 유태인을 탄압하는데 일익을 담당했던 아버지를 따라 전쟁이 끝난 후, 전범재판을 피해 프랑스로 도망해 온 이야기로 사르코지 인생의 서두를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청소년 시절부터 극우단체에 가입하여 아버지가 해오던 인종차별적 행동을 대를 이어 실천하며 오늘날에 이른, 철저한 파시스트 사르코지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면, 어떻게 프랑스 유태인 사회가 사르코지의 엘리제궁 입성을 좌시할 수 있었는지 가히 의문스럽기 그지없다.  이러한 개인들 간의 메일이 폭발적인 전파력을 지니면서도 결정적으로 후보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까닭은 비슷한 정치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유대를 맺고, 사르코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반 사르코지 메시지만을, 반 세골렌 성향을 가진 사람들 역시 그녀에 대한 불신을 더 키울 내용의 메일만을 반복해서 받기 때문에 결국 판단을 바꾸기 보다는 판단을 굳히는데 활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그 첫 번째 이유이다.   
 
두 번째는 프랑스 사회에서 여전히 절대 다수의 사람은 인터넷과 UCC을 익숙하게 활용하거나, 이를 신뢰할 만한 매체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직 전통적인 방송과 언론이 사람들의 정치적 판단을 결정하는데 주된 정보원이 되고 있는 프랑스 사회에서 사르코지는 미디어와 매우 공고한 유착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의 성공에는 프랑스 제1TV등 방송과 언론 출판 매체의 90%를 쥐고 있는 라가르데르 등 미디어 재벌의 공이 컸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들은 지난 수년간 “사르코지 = 대통령”의 등식을 프랑스인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이들에게 세골렌 스캔들과 사르코지 스캔들이 같은 방식으로 조리되지 않을 것임을 너무도 확연한 사실이다. 이 불공정한 게임판에서 UCC와 인터넷이 판세를 뒤집을 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순 없었다.
 
선거 이후 아직도 남아있는 인터넷의 여진...
 
더욱이, 전통적인 좌파 지지층에 더 호소할지, 아니면 중도 노선 쪽으로 더 가야 하는지를 갈등하던 여전히 사회당의 대표 주자로 나선 세골렌은 결과적으로 좌우의 공약을 한꺼번에 끌어안은 난망하기 짝이 없는 저 울퉁불퉁한 색깔의 100대 공약을 어깨에 걸머지고서, 너무도 공격받기 좋은 자세로 만인 앞에 서 있었다. 인터넷은 그녀를 세련된 차세대 주자로 부각시키는 데에도 기여했지만, 그녀의 알록달록한 치마 속을 들추는 데에도 공히 기여를 한 셈이다. 
 
대통령에 당선된 사르코지는 언론과의 유착관계를 둘러싼 소문을 입증하듯, 언론재벌인 뱅상 볼로레 소유의 호화 요트(사흘동안 임대료만 약1억3700여만원)를 타고 지중해에서 휴가를 즐겼고, 프랑스인들은 입을 쩍 벌리고, 그들이 뽑아준 황제의 놀라운 첫 행보를 바라보았다.
 
사르코지의 열혈팬이자,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세골렌 죽이기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로익 르뫼르는 이번 선거를 통해 얻은 지명도를 발판으로 새로 시작하는 사업에 매진하기 위해, 선거 막바지에 열린, 2007년 대선이 낳은 5명의 인기 블로거들의 토론에 불참을 선언하였고, 그 사이 사르코지와 같은 당 소속인 고등교육연구부 장관 프랑수아 굴라르(Franois Goulard)는 “만일  프랑스인들이 사르코지가 누군지 제대로 알았다면 그에게 투표할 사람은 5%로 안될 것”이라는 뒷북을 남겨, 누군가에 의해 포착된 이 한 줄기 발언은 또 하나의 UCC가 되어 네티즌들에 의해 열심히 프랑스 전역을 누비고 있다. 
 
* 필자는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입니다.

* <대자보>는 한국언론재단 지원으로 [기획취재] UCC와 인터넷선거‚를 17회에 걸쳐 연속 보도합니다.
 
이번 보도는 프랑스 대선에서 사르코지와 루야얄 후보의 선거운동 양상과 시민사회단체의 선거참여의 양상을 UCC 등 인터넷이 어떤 했는지 분석을 통해 올 12월 한국 대선에서의 인터넷의 바람직한 역할을 모색하는데 있습니다. 앞으로 전개될 [기획취재]에 누리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환영합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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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5/14 [16:3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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