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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수호신' 3백년생 향나무 3천만원에 '절단'
경북 농촌 마을 주민들, 300년 향나무 절단 판매한 땅 소유자 '고소'
 
이석주   기사입력  2007/01/20 [11:12]
▲ '300년' 향나무의 절취 전과 후의 모습. 마을입구에 놓여 주민들을 지켜주던 울창한 향나무가 흉물스럽게 변해있다.   © 권정원 주민대표
 
땅 소유자가 마을 주민들이 2백여년 동안 대를 넘어 가꾸어 온 300년된 향나무를 절단, 3천만원에 팔아넘기는 사건이 발생해 법적 분쟁으로 격화되고 있다. 주민들은 "비뚤어진 돈 욕심에 조상 대대로 가꾸어 온 나무를 절단해 팔아 넘기는 것은 인륜과 도의에 어긋나는 횡포"라며 분개하고 있다. 그러나 땅 소유자측은 "내 땅에 있는 나무를 내 마음대로 처분한 것인데 뭐가 문제냐"며 마을 주민들의  항의에 개의치 않는다는 자세이다.
 
#장면 1
 
경북 안동의 작은 농촌 마을. 지난해 12월 이 지역 주민 권 모 할아버지는 자신의 집 주변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장기간 병원에 입원 후 퇴원해 찾은 고향 마을에서 마을의 상징이자 애지중지 가꿔온 300년 생 향나무 대부분이 뽑혀져 나간 모습을 목격한 것.
 
#장면 2
 
이 마을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김 모씨. 타지생활을 하고 있는 김 모씨가 오랜만에 어머님의 묘소를 찾았다. 하지만 그 역시 묘소 옆에 흉물스럽게 쪼개진 나무와 없어져버린 가지들, 부서진 바위의  모습을 보고 분노가 치밀었다. 이 나무는 김 모씨의 어머니가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라며 평생 가꿔왔던 나무였기 때문이었다.
 
절단기에 의해 초토화된 몇백년 된 향나무의 이러한 모습은 경북 안동시 와룡면 이상리(理)에서 지난해 12월 부터 벌어진 상황이다. 젊은이들이 결혼과 경제활동 등의 이유로 타지생활을 하고 있어, 마을 주민 구성원 대부분이 노인 인 평화로운 이 마을에 최근 향나무 절단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권 모 옹의 자택. 자택 옆에 위치한 향나무와 바위 등이 쪼개지고 짤려나가 흉물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 권정원 주민 대표

이른바 '마을수호신'이라고 부르며 주민들이 정성스레 보호해온 향나무가 흉물로 변해 버린 것. 주민들은 300년 전 마을 뒷산에 심어진 이 향나무가 고향의 안녕과 번영을 지켜준다며 대대손손 공을 들였다.
 
이후 '생명'과도 같은 나무가 죽게되자 마을 주민들과 타지에 있는 자녀들이 수소문에 들어갔고, 결국 '수호신'같은 주민들의 나무가 몇몇 개인에 의해 돈을 받고 다른지역으로 넘겨진 것을 알 수 있었다.
 
"300년 넘게 주민들이 가꿔온 나무를 개인소유물 이라니"
 
이상리 주민들은 목격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향나무 절취 주범으로서 같은 마을에 사는 몇몇 개인을 지목하고 있다. 주민들은 범인이 선산을 소유한 이모씨들이며 이들이 불법으로 향나무를 절취해 다른 중개업자에게 3천만원을 받고 매도했다는 것이다. 
 
와룡면 이상리 주민 대표 권정원씨에 따르면, 절취 혐의를 의심받고 있는 이들은 '선산'을 소유한 이 모 씨와 그의 매부이며 철저히 이들의 공모로 범행이 이뤄졌다는 것.
 
이 모씨가 소유한 '선산'은 퇴계선생 8대손인 이언순 선생과 그의 아들인 이휘정의 묘소로, 절취된 향나무에서 20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절취를 의심받고 있는 이 모씨 역시 이들 '진성이씨'의 후손이며, 그는 현재 이상리가 아닌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 씨의 매부 역시 '선산' 묘서의 작업 관리자로, 주민들 주장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중인 이 모씨가 이상리에 있는 그의 매부를 시켜 향나무를 절취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 지난 2003년 촬영된 향나무 사진. 평화로웠던 마을은 절취사건이 발생하면서 분노와 슬픔, 불안에 휩싸여 있다.  ©권정원 주민대표 
 
이러한 주민들 주장의 근거는 '300년 향나무'가 절취된 지난해 12월 초 당시 현장에서 상황을 목격한 몇몇 노인들의 언급에 따른 것이다.
 
권정원 대표에 따르면, 당시 몇몇 노인들이 이 모 씨 매부가 강제로 향나무를 뽑는 과정을 목격했고, 이 상황에서 힘없는 노인들은 변변한 저항한번 하지 못한 채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당시 이 모 씨 매부는 노인들의 '나약한'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 현장에 있던 노인들 몇몇에게 10만원 가량의 돈도 건넸다고 권대표는 설명했다.
 
권정원 대표는 "향나무는 돈에 눈이 먼 진성이씨 묘소 주인과 그의 매부가 미리 계획해 절취한 것"이라며 "주민 전체의 소유인 마을 나무를 개인이 마음대로 뽑아 팔아넘긴 사실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비열한 행위"라고 개탄했다.
 
반면 절취 행위를 범한 이 모 씨 측은 향나무가 심어져있던 토지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300년 된 전통 향나무가 자신의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기자가 사실확인을 위해 이 모 씨 및 그의 매부와 연락을 취해봤지만, '출타중', '연락두절' 등의 이유로 사건 중심에 서있는 두명 모두와 연결 할 수는 없었다. 
 
다만 우연히 전화연락이 닿은 매부의 처는 "주민들이 왜 그렇게 반발하는지 알 수 없다"며 "토지는 명백히 우리 것이기 때문에 나무 또한 우리의 재량으로 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밝혀 책임질 이유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법적으로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이 모 씨 측 주장은 묘소가 조성되기 전 부터 향나무가 심어진 사실을 감안했을 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 주민들 입장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절취된 향나무는 진성이씨 선조의 묘소가 조성되기 전인 200~400년 전 부터 주민들의 손으로 심어졌고, 이후 대대를 이어가며 보호돼 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전통적인 관행과 의식에 기반하여 형성되는 관습법에 따라, 주민들이 마을의 풍년과 번성을 기원했던 향나무를 어느 한 개인의 소유물로 간주한다는 발상 자체에 의문을 가질수 밖에 없는 상황.
 
실제로 독일 등 다른 국가에서는 전통적인 나무와 국가 지정 보호수, 심지어 거리의 가로수 마저 개인 소유가 아닌 국가의 소유로 여겨 공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상리 주민들은 "향나무는 주민 모두의 소유임이 명백하다"며 "이씨 및 그의 매부가 향나무를 자신들의 소유라고 주장하는 것은 자신들의 비뚤어진 욕심을 채우기 위한 사기극"이라고 분개했다.
 
▲이 모씨 등에 의해 절취된 향나무 모습. 큰 가지들은 모두 잘려나갔고 잔 가지들만이 남아 있어 흉물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권정원 주민대표

"한달 이내에 되돌려 놓지 않으면 법적책임 물을 것"
 
현재 이상리 주민들은 이 지역 평화와 안녕을 보장해주던 향나무가 제3자에게 절취돼 팔려갔다는 사실에 허탈해하고 있다. 향후 마을에 재앙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도 확산되고 있다. 
 
권정원 대표는 "마을 구성원이 대부분 노인인 이상리는 현재 분노와 슬픔에 빠져 있다"며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마을의 전통적인 수호신을 돈을 받고 팔아넘긴 주범들은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권 대표를 비롯 마을 주민들은 지난 17일 이 모씨와 그의 매부 등 2명을 상대로 안동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에 경찰측은 피고인 소환 및 관련자 조사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마을 주민들은 한달 이내로 향나무를 원상복귀 하지 않을 경우 이들 2명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물린다는 방침이다.
 
권대표는 "향나무 불법절취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에 대해 명예회손 및 정신적인 측면에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벌일 것"이라며 "하루빨리 300년된 향나무를 제자리에 심어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슈아이 (www.issuei.com) / 대자보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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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1/20 [11:1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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