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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언론 보다 ‘불량대통령’이 더 문제
[언론시평] 노대통령은 보수언론 탓 말고 자신의 발언부터 살펴봐야
 
양문석   기사입력  2007/01/18 [15:20]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스캔들이라는데. 최근 노무현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이 말이 어찌도 그렇게 노대통령에게 돌려주고 싶은 말인지.
 
예를 들면 ‘부동산문제 외 꿀릴 것이 없다’고 말한다. 과연 ‘부동산 외 꿀릴 것 없다’는 말이 논리적으로 성립될 수 있는 주장인가? 일반국민들, 특히 집이 있건 없건 간에 강남에 집 가지지 않은 국민들에게 부동산을 제외하면 몸으로 느낄 수 있는 대통령의 국정은 거의 없다. ‘부동산문제 외’ 가 아니라 ‘부동산 문제가 전부’라는 뜻이다. 이렇게 볼 때 거의 모든 것을 망쳐 놓고, 나머지 부분에 꿀릴 것이 없다고 하는 발언과 다르지 않으니, 부동산 외 꿀릴 것 없다는 모두 꿀린다는 말인데, 이에 대해서 부끄럼 없이 그렇게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나?!
 
노대통령은 언론을 향해 ‘불량언론’이라고 비난한다. 대통령이 지목한 언론들의 불량성은 이미 익히 알고 있고, 많은 국민들이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불량언론도 불량언론이지만 불량정치인 특히 불량대통령에 대한 ‘불만’은 왜 모르는지...
 
얼마 전 임기 내 원 포인트 개헌을 선언한 다음 날, 청와대가 제안한 개헌 설명회를 겸한 조찬모임에 야4당이 거부, 이에 대한 대통령의 ‘분노’를 대변인이 전했고, 예정 없던 그 날 오후 대통령이 직접 기자들과 만났다. 대변인이 전했던 대통령이 직접 말했던 상관없다. 너무도 기막힌 몇 마디 때문에.
 
“어느 정당이 대화도 안하겠다, 토론도 안하겠다, 이것은 민주주의 안하겠다는 거 아니냐. 국민 앞에 던져진 중요한 국가적 의제에 대해 말도 안하고 깔아뭉개고 넘어가 버리겠다, 이것이야 말로 여론의 지지를 가지고 국정을 실질적으로 주도한다고 자부하는 공당이 취할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를 거부한 한나라당이라며 소위 ‘집권야당’을 겨냥하며 쏟아낸 발언이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런 발언에 대해서 한나라당의 반민주성에 대해서 생각이 먼저 떠오르기보다는 ‘참 뻔뻔한 불량대통령이로구나’ 하는 평가가 먼저 뇌리를 스친다.
 
1월3일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노대통령은 ‘정책은 원래 정부의 것이었으니 정부가 가져야 한다’며 방송정책과 규제 그리고 진흥책 등을 국가권력이 장악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6년 전, 김대중 정권과 언론노동자 그리고 시민사회 방송전문가들이 치열한 논쟁을 거쳐 어렵게 만들어 낸 기구가 ‘무소속 합의제 행정기구인 방송위원회’다. 이를 정부부처로 전환하겠다며, 정부입법예고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것.
 
군사독재정권과 유사민간정부를 거치면서 정치권력이 시도 때도 없이 언론을 장악하려해서, 특히 방송을 장악하려서 생긴 ‘권력의 시녀로서 방송’을,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방송으로 만들겠다는 시대적 요구로 등장한 ‘2000년 통합방송법’과 ‘방송위원회’라는 법적 제도적 장치였다. 한데 이를 정부의 일방적인 판단으로 다시 정부부처로 만들겠다는 발상에 일단 경악한다. 하지만 정부의 입법예고안 작성 과정에서 보여줬던 노무현행정부의 태도는 노대통령이 한나라당을 겨냥해서 한 발언내용과 어찌 그리도 닮았던지.
 
상기해 보면, 노대통령은 ‘정당이 대화도 안하겠다, 토론도 안하겠다 이것은 민주주의 안하겠다는 거 아니냐’며 한나라당을 비난했는데, 정부 입법예고안 작성 및 입법발의 전 과정에서 노무현대통령과 그의 정부가 보여준 태도가 바로 이러했다.
 
설명회 한 번 공청회 한 번, 그것도 설명회와 공청회에서 나온 거의 모든 의견은 묵살했다. 정보공개를 신청하면 다음에 하겠다며 논의 내용을 숨겼고, 수십 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총리 면담을 신청하면 들어줄 듯하다가 면접하자고 한 당일 아침에 거절해 시민사회의 대응자체를 무력화시켰다. 사회적 합의기구로서 민간인과 정부부처 관계 장관들로 꾸린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의 의견도 대부분 묵살.
 
애초부터 무소속 독립행정기구를 파괴하고 행정부처로 방송정책과 규제 통할권을 가져가겠다는 시나리오에 따라 무늬만 설명회요 공청회를 열었을 뿐이고, 사회적 합의기구조차 형식적 절차로 구성한 것이다.
 
노대통령과 그의 정부는 한나라당이 한 짓보다 훨씬 더 심각한 반민주성을, 그것도 노골적으로 드러내 놓고, 자기들 주장을 무시하고 자기들 초청을 거부했다고 반민주성 운운하는 것 자체가 ‘스캔들’이다. 아집으로 똘똘 뭉친 노대통령과 그의 정부는 이것은 ‘로맨스’로 착각하겠지만.
 
한미FTA협상은 또 어떤가? 안한다고 하다가 어느 날 기습적으로 협상에서 결정적인 무기인 스크린쿼터 쇠고기 수입 등 4대 선결조건을 무조건 수용한 후 한미FTA를 시작, 벌써 막바지까지 끌고 왔다.
 
이제까지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끌어냈다는 뉴스는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다. 오로지 양보해주었다는 뉴스만 가득하고 이에 더 해 미국이 추가로 뭘 요구하고 있다는 뉴스뿐이다. 협상 초기 개성공단 상품의 한국산 인정부터 지난 해 연말 무역구제 관련 핵심조항에 대한 미국의 수용 등 반드시 따내겠다고 큰 소리 쳤던 영역은 미국의 일방적인 묵살로 사라져버렸다.
 
그 과정에서 농민 노동자 시민사회 등 소위 말하는 ‘민중’ 또는 ‘서민’들은 ‘망국적 한미FTA’라며 노대통령과 정부의 재고를 끊임없이 요청했다. 하지만 노대통령과 그의 정부는 철저히 무시, 집회조차 불허하는 반민주성을 드러낸다.

심지어 자기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한미FTA 찬송가’를 지상파를 통해서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광고하면서, 농민들이 국민들의 성금으로 제작한 한미FTA 반대 광고물은 지상파를 통해서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주름살 가득한 농민이 ‘한미FTA되면 농촌은 망한다’고 한 장면, ‘한미FTA는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라고 하는 아나운서의 목소리, 이것이 광고 못할 이유인가? 이것이 노대통령이 말하는 ‘민주주의’인가?
 
그래서 노무현대통령을 불량대통령이라고 하는 것이다. 불량대통령이 한나라당을 향해 비난 했던 “여론의 지지를 가지고 국정을 실질적으로 주도한다고 자부하는 공당이 취할 태도는 아니다”고 한 말을 돌려준다. 아니 정확히 ‘여론의 지지마저도 가지지 못한 채 국정을 실질적으로 주도한다고 자부하는 불량대통령과 그의 정부가 취할 태도는 아니다’고 고쳐서 되돌려준다.

* 글쓴이는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입니다.
언론학 박사이며,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과
대자보 논설위원을 역임했습니다.

*블로그 : http://yms7227.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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