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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모병관 “나랑 섹스해야 군대갈 수 있어”
AP통신 6개월 추적탐사, 지원소녀 상습 성추행 등 피해자 100명 넘어
 
최방식   기사입력  2006/08/25 [13:26]
미군 신병을 모집하는 병사들이 여성 지원자들을 상습적으로 강간 또는 성추행 해 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던지고 있다. 피해자들은 16~18세의 고교나 대학생들이며, 현재까지 1백명 이상이 확인됐다. 성폭행은 모병사무소, 모병관의 아파트나 차에서 이뤄졌으며, 모병관은 병사가 되겠다고 찾아오는 여성들에게 노골적으로 "먼저 나와 섹스를 해야만 될 수 있다"며 수작을 부린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에만 80여명의 미군 모병관이 신병 여성 지원자들과 성관계를 가져 징계를 받았다고 AP통신이 지난 20일 온라인사이트에서 보도했다. 이런 범죄는 전군, 그리고 미국 내 전역에 있는 모병사무소에서 일어났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이 사실을 밝히기 위해 AP는 6개월간 탐사취재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보도의 주인공은 퓰리처상 경력의 마르타 멘도사 기자(여)다.
 
퓰리처상 마르타 기자 탐사특종
 
AP가 정보공개법에 따라 당국에 요청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5년 신병 지원여성을 강간하거나 성추행 해 징계를 당한 모병관 수를 군별로 분석해보면 육군이 35명, 해병대가 18명, 해군이 18명, 공군이 12명이었다.

이는 전군 모병관 평균으로 따져보면, 200명중 한명이 지난해 성추행(강간포함)으로 징계를 받은 셈이다. 특히 지난 한 해 범죄수가 그전 10년 간 보고됐던 피해보다 많아 관심을 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처럼 군 내 성추행 사건이 늘은 것은 총체적으로 모병관들의 비행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번 주에 발표된 미회계검사원(GAO)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성추행(보고된 모든 건)이 4백 건이었는데 2005년 630건으로 늘었다.

AP는 성추행을 받은 피해자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피해자 일부와 수감된 가해자 인터뷰를 실었다. 그리고 사건별로 보관된 경찰 수사와 법원 판결문, 그리고 한 피해자의 일기의 일부를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성추행 사건은 모병사무소, 모병관의 아파트와 이들이 사용하는 군 차량 등에서 일상적으로 이뤄졌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16~18세. 그들은 병사가 되려던 이들이다. 그들은 모병관을 대부분 학교 주변에서 만났고, 일부는 도심이나 모병사무소에서 만났다.

이에 대해 한 피해 소녀는 이렇게 말을 시작했다. 늘씬한 키에 긴 머리를 늘어뜨린 18세의 유키아(캘리포니아주) 출신의 그녀는 얼굴을 가린 채 그 날 밤 해병대모병관인 브라이언 후쿠시마 하사관이 강간했던 기억을 털어놨다.
 
피해자, 10대 후반 불우가정 여학생들
 
"먼저 그들과 술을 마셨죠. 그리고 우리는 심야쯤 돼서 모병사무실로 갔죠. 제 친구 둘과 저, 그리고 모병관 셋은 사무소로 갔습니다. 침대가 있어 잠을 자려는데 그가 내 위로 올라와서는 바지를 벗겼죠. 다른 둘도 내 친구 둘과 한 방에서 그렇게 섹스를 했습니다."

가늘고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는 말을 이어갔다. "더 이상 말을 못하겠어요. 생각하기도 싫어요... 우리는 환각제를 복용했었고... 의식을 잃고 말았습니다. 깨어나서 우리는 옷이 벗겨지고 당한 것을 알게됐죠."

후쿠야마는 이 사건으로 군사법정에서 기소됐고, 지난해 가을 면직판결을 받고 모병사무실을 떠났다. 그의 군 변호사인 제임스 웨이릭 대위는 후쿠야마가 "판단착오로 가족과 해병대에 먹칠한 것을 죄송"하다고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가해자인 해병 모병관 쉐드릭 해밀턴 역시 지원의사를 밝힌 16세의 고교소녀를 성추행한 범죄로 뉴욕 북부에 있는 오니다교정시설에 15개월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그는 그녀가 먼저 자신을 유혹했고 차 속에서 섹스를 가졌다고 밝혔다. 그 역시 '제3급 강간' 죄로 수형을 받고 있다.

"난 정말 내 자신을 죽이고 싶습니다. 내 고통은 말로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기도를 해도, 아무리 카운슬링을 해도 내가 한 소녀와 그녀의 가족, 그리고 내 가족과 자녀에게 끼친 고통을 치유할 수 없습니다. 정말 너무 너무 힘듭니다."

플로리다 게인스필에 사는 20세 여성도 피해자다. 지난 해 여름 그녀는 육군 한 모병사무소를 찾았다. 모병관인 조지 커크맨 중사(41)가 그녀를 맞이했다. 그는 친절하게 병영생활을 안내하고는 그녀에게 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체육관으로 가 체력을 알아보자고 했다. 결국 그녀 동의 하에 자신의 아파트로 향했다. 적성테스트를 하다말고 그는 그녀를 겁탈했다. 그는 자신의 범죄를 인정했고 올 1월 성추행자로 등록됨과 동시에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병영 내에 근무하고 있다.
 
"정말 너무 너무 힘듭니다"
 
성추행은 강간이 가장 일반적이다. 분명하게 강제로 한 경우다. 기타 성추행은 좀 미묘한 경우가 있다. 모병관들이 대부분 여성이 먼저 성적 유혹을 했거나 최소한 합의 하에 성행위를 했다고 주장하는 경우이다.

이에 대해 성폭력과 직장 성차별 전문가인 킴벌리 론스웨이는 "폭력, 강제적이 아니라 하더라도 상황을 잘 모르는 어린 소녀들이 고통을 겪게 되는 것이기에 군이 기율을 강화하고 예방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한 전문가도 "멋있는 제복과 젊음이 넘치는 모병관들이 군의 권위와 힘을 내세워 어린 소녀들을 유혹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18살의 한 여성 피해자도 이렇게 말했다. "이런 일은 결코 일어나선 안 되는 것입니다. 모병관들은 유니폼을 차려입고 건장한 체구를 자랑하죠. 가난한(대부분 편모 가정) 집안에서 고생하는 10대 소녀들에겐 너무 멋있어 보이는 이들이죠. 저도 그들이 밝은 미래를 안겨줄 것으로 생각했거든요. 전적으로 그들을 믿었습니다. 그런데..."

성추행한 모병관들은 대부분 행정적 징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징계는 대부분 1계급 강등, 감봉 수준이었다. 군법원이나 민사로 다뤄진 건은 몇 안됐다.

미국방부는 올 한해 모병활동에 1억5천만달러를 사용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대변인인 엘렌 크렌케 중령은 거의 모든 모병사무소에서 성추행사건이 발생했는데 매우 심각한 일이며 부적절한 비행이라고 언급했다.
 
"그들을 전적으로 믿었는데... "
 
23일 뉴욕의 인디언론인 '데모크러시나우'와 대담에서 마르타 기자는 "우리가 특종보도를 해 군 모병사무소의 성범죄가 밝혀진 만큼 이에 대한 당국과 의회의 대책마련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며 "범죄를 근절할 때까지 후속 취재와 보도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언론은 특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상황이 악화되며 최근 해병대가 현지 병력 증강을 위한 추가 파견을 선언한 상태여서 모병활동도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성범죄가 더 기승을 부릴 수 있을 우려가 있다며 당국의 철저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 평화를 사랑하는 최방식 기자의 길거리통신. 광장에서 쏘는 현장 보도. 그리고 가슴 따뜻한 시선과 글... <인터넷저널> (www.injournal.net) 편집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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