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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투쟁 KTX 여승무원, "총리님, 제발 대화좀"
전원해고 KTX 여승무원 260여명, 한명숙 총리에게 면담요청서 전달
 
이석주   기사입력  2006/05/25 [00:39]
"한 총리님... 면담 들어주실 때까지 계속 오겠습니다... 저희 두 동지가 목숨을 걸고 단식투쟁에 들어갔습니다... 갈때까지 간 듯 합니다.... 제발, 저희들과 성실한 면담을 부탁드립니다.,.."
-한명숙 총리에게 보내는 면담요청서에 동봉된 한 여승무원의 편지-

사실상 정리해고된 KTX여승무원들이 지부장 2명의 단식을 선두로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한 24일 오후, 서울역에서 농성중인 250여명의 여승무원 중 100여명이 한명숙 총리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농성을 벌였다.
 
이에 앞서 이들은 24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정리해고와 직접고용 요구가 수용될 때까지 지부장 등 지도부를 중심으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총리 면담을 요구하는 농성에 참가한 100여명의 여승무원들은 "5번에 걸쳐 한 총리와의 면담을 요구했으나, 민원실장과 2~3번의 면담만 있었을 뿐이다. 그것도 형식적인 답변만 늘어놓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정부종합청사에 도착하기 전부터 경찰은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50여명의 병력을 배치했고 다행히 농성은 평화적이고 질서정연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승무원들의 절박하고 간절한 외침은 여느 농성보다 더 강하게 느껴졌고, 한 총리와의 면담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지나가던 시민들도 발길을 멈추고 진지하게 경청했다. 
 
"원칙만 내세우며 '모르쇠'로만 일관하는 이 철 사장은 즉각 사퇴하라"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충분히 배려했고 성실하게 대화했다"면서 오히려 여승무원들의 투쟁이 '원칙의 선'을 넘어섰다고 주장한 철도공사 이철 사장. 이러한 이사장의 태도에 여승무원들은 분노하고 있음을 감추지 않았다.
 
이시장이 강조한 대화는 '생색내기' 보여주기용, 구색맞추기'이라면서 사태가 여기까지 오게된 것은 공사측의 불성실한 대화자세에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     © 이석주

지상위의 스튜어디스...KTX의 꽃이라고?

이날 한총리 방문에 나선 승무원들은 한목소리로 "임금체불, 열악한 근무환경, 성차별 등이 우리들을 투쟁하게 내몰았"으며 "사태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자신들의 간절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철도공사가 얼굴을 맞대고 진지하게 대화에 나서는 성의를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 이석주

"단식투쟁에 들어간 2명의 동지들을 보면 가슴이 찢어지는 듯 하다"

KTX승무지부 부산본부의 공현숙 단장은 이날 연설에서 "제1기 KTX여승무원이 되었다는 자부심을 느끼기도 전에 너무나도 힘든 투쟁을 벌여왔다"며 "하지만 80여일이 넘는 기간동안 전개해온 우리 여성들의 처절한 투쟁에 노무현 정부도 놀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 단장은 연설도중 부모님에 대한 발언을 하면서 눈시울을 적시기도 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사랑하는 딸들이 목숨까지 내건 투쟁을 하는 모습에 부모님들 조차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 
 
공 단장은 "우리 노동자 서민의 노동 생존권이 부당하게 억압당하는데 노무현 정부는 책임과 권한이 없다는 이유만 되풀이하고 있다"면서 과연 정부의 책임과 권한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를 되물었다.
 
정부를 향한 '대답없는 외침'에 절망하고 좌절하는 여승무원의 눈물에 집회는 무겁게 가라앉기도 했다.   
 
▲ KTX승무지부 부산본부 공현숙 단장    © 이석주

 "이곳을 넘지 마십시오"

이날 정부종합청사 앞 농성은 경찰의 철저한 통제속에 진행됐다. 경찰측은 사전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50여명의 경찰들을 농성장소에서 불과 20여미터 떨어진 곳에 배치하여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였다.  
 
다행히도, 여승무원들은 자신들의 절박한 생존투쟁에도 불구하고, 이날 농성 집회는 지극히 평화적이고 질서정연하게 전개되었다.  
 
▲     © 이석주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후문에 배치된 경찰들. 이들은 KTX여승무원들의 처절한 외침에 어떤 판단을 하고 있을지...
 
▲     © 이석주

KTX승무지부 오미선 교선국장이 한명숙 총리에게 전달할 면담요청서를 여승무원들에게 낭독하고 있다..
 
▲     © 이석주

면담요청서를 낭독하는 오 교선국장의 목소리는 강했지만 그러나 사뭇 떨리고 있었다. 벼랑끝에 선 자신들의 운명을 두려워하는 것 같기도 하였다. 애절한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울려퍼지는 동안, 시민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모습을 지켜보았다.  

대답없는 정부....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이들의 투쟁은 80여일이 넘게 진행됐다. 투쟁과정에서 이들의 심신은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강금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캠프를 점거하고 있는 동안, 경찰들과 물리적 충돌을 겪어어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심지어 농성을 진압하려는 연행에 맞서 2층에서 뛰어내린 여승무원도 있었다.
 
▲     © 이석주

 
오 국장의 면담요청서를 숙연하게 듣고 있는 여승무원들.
  
▲     © 이석주

이어 투쟁발언에 나선 KTX승무지부 상황실 송호준 국장은 "531지방선거에 나온 여러 후보자들 중 고통받고 있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는 후보는 거의없다"며 정치권의 反서민성을 비판한 뒤, "과연 이런 사람들이 우리를 대표하는 사람이 맞냐"고 질타했다. 
 
▲     © 이석주

 "비정규직 철폐, 투쟁~ 결사 투쟁!"

면담요청서 낭독 및 발언이 끝난 후 여승무원들은 민중가요를 부르며 단결된 투쟁의지를 내보였다. 비록 몸과 마음이 지쳐있고 생존이 걸린 절박한 상황이었지만, 투쟁가요를 부르며 힘차게 율동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기자는 이들이 아무리 지쳐도 투쟁이 결코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기도 했다.  
 
▲     © 이석주

 
자신들의 주장이 담긴 요구사항과 구호를 적어 놓은 선전피켓. "사랑하는 딸들과  헤어질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며 승무원과 가족에게 최후해고통첩 서한을 보낸 이철 사장을 비웃기라도 하듯, "부모 마음 똑 같다는데, 이철사장만 딴소리"라는 구호가 재치있어 보인다.  
 
▲     © 이석주

 
"한 총리님 너무하시네요...면담을 거부하는 이유가 도대체 ..."

승무원들은 각자의 이름으로 한 총리에게 보낼 면담요청서가 담긴 봉투 안에  자신의 절박한 심정이 적혀진 색종이를 함께 담았다.     
 
▲     © 이석주

 
"갈때까지 간듯 합니다..."

한 여승무원이 한명숙 총리에게 쓴 편지. 끊임없이 외쳐도 대답없는 정부에 대한 실망감, 막다른 길에 들어선 듯한 절망감, 그러나 여전히 놓지 않고 있는 '철도공사 직접고용'에 대한 희망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한 총리님... 면담 들어주실 때까지 계속 오겠습니다... 저희 두 동지가 목숨을 걸고 단식투쟁에 들어갔습니다... 갈때까지 간 듯 합니다.... 제발, 저희들과 성실한 면담을 부탁드립니다.,.."
 
▲     © 이석주

1시간여 가까이 진행된 농성집회가 끝난 후 송호준 국장 및 지부장들이 농성에 모인 모든 여승무원들의 항의서한을 가지고 한명숙 총리에게 전달하기 위해 총리실로 향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총리는 바쁠 것이다. 때문에 이들의 '생존'이 담긴 서한은 누구의 하소연도 그러하듯이 '민원실'로 접수될 것이다.
 
▲     © 이석주

 
기사제공 : 이슈아이 (www.issue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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