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장로님께!!!
같은 신앙을 표방하는 장로를 목사가 대권주자로 흔쾌히 지지하지 못할 때 겪는 심적 스트레스는 그리 간단치가 않습니다.
그것도 같은 교단의 초대형, 최고부자들이 모인다는 소망교회의 장로님이 대통령에 나선다는데 후원하기는 커녕 반대해야 하니 그리 마음이 편치는 않습니다.
내 동기생들과 선·후배들이 목회하는 소망교회의 장로인 이명박씨가 대통령이 되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면 되었지 손해는 없을 것이라는 개인적 이기심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이명박 장로님이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면 반대 운동이라도 나서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 것은 장로 타이틀로 대통령이 되기에는 너무 장로님답지 않기 때문입니다.
장로님께서 병약하고 소심했던 노점상 소년으로 대 기업 회장을 거쳐 서울시장, 이젠 유력한 대통령후보까지 된 것은 분명히 '인간 승리'입니다.
그런 입지전적 인물이 지금은 과거를 다 잊어버린 기득권 층의 대변인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을 보면 '시집살이 한 며느리가 더 지독한 시어머니 된다'는 옛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습니다.
본인은 숙명처럼 가난을 안고 사는 대 가족의 막내로 태어나 새벽시장 청소부도 경험했으면서 사전에도 없는 청부론(淸富論)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청부론은 일찍이 고액 연봉논란에 휩쓸렸던 김동호 목사가 내 놓은 말입니다.
높은 뜻 숭의교회의 김동호 목사는 정직하고 땀 흘려 일해서 얻은 부 가운데 하나님 몫을 제외한 나머지는 골프를 치든, 해외 여행을 다니든 사우나를 다니든 자기 마음대로 누려도 좋다는 식의 논리를 전개하였습니다.
그 때는 참 멋쩍고 기괴한 논리를 펴는 별 희한한 목사도 있구나 라고 웃어 넘겼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겠다는 장로님의 입에서 청부론이 나왔을 때는 문제가 달라집니다. 그렇지 않아도 양극화가 심해지는데 청부론이라니?
한 달에 가격이 억대씩 올라가는 아파트가 즐비하고, 강남의 어떤 아파트들은 한 평에 5천만 원을 넘어서서 1억을 향해 나가는데 청부론이라니?
과연 이사회에서 정직하게 땀 흘린 돈만으로 부자가 될 수 있느냐 말입니다. 이명박 장로님 성경에 손을 얹고 대답해 보시죠.
'재산이 많은 것이 자랑스럽다'구요?
장로님! 대선 후보들 가운데 재산이 제일 많아 퍽 자랑스럽겠습니다. 공식적 재산만 178억 9905만원이 시더군요. 모르긴 몰라도 그보다 더 훨씬 많으시겠죠?
그 많은 재산이 장로이기 때문에 민망스런 마음이 든다면 장로로써 대통령 자격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거부(巨富)가 자랑스럽다구요? 그렇다면 대통령되려 마십시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누군가 더 많이 가지면 누군가는 덜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십니까? 이명박 장로님
그러니 장로님의 소망교회까지 과연 올바른 교회인가를 의심받고 있는 것입니다. 장로님의 교회가 신앙을 엔조이하고 있는 교회라는 소문을 잠재우는 교회가 되길 바랍니다.
바른교회라면 부당한 부가 한 곳에 몰릴 때 그 부를 사회에 환원하라고 절규해야 됩니다.
부라고 다 축복은 아닙니다. 내 부가 만일 다른 사람들의 눈물에서 나온 것이라면 저주받을 부가 아닙니까?
장로님 또 '돈 없이 정치하지 못한다'고 하셨나요?
예끼 이보쇼. 그럼 금권정치(plutocracy)하자는 말입니까?
앞으로 정치하려면 개발 정보 빼내 땅 투기라도 해서 정치자금을 두둑히 긁어야겠군요.
그런 마인드를 가지셨으니 시민이 이용할 남산 실내 테니스장을 3년 동안이나 당신이 원하는 시간에 독점하면서 황제 테니스를 즐기셨겠죠?
당신은 장로직을 사임하고 정치판을 영원히 떠나 건설회사를 차리는 것이 적합할 것입니다. 그래도 제가 목사인데 이명박 장로님에게 성경 한 구절 권면하지 않을 수 없군요.
"옷 두벌 있는 자는 옷 없는 자에게 나눠 줄 것이요, 먹을 것이 있는 자도 그렇게 할 것이니라"(눅3:11)
"너희 중에 헐벗은 형제를 보고 그에게 평안히 가라, 덥게 하라, 배부르게 하라며 그 몸에 쓸 것을 주지 아니하면 무슨 유익이 있으리오, 이와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라."(약2:1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