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나리의 초록세상 만들기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편의점, 주유소 ‘알바 인건비’의 국민경제학
[비나리의 초록공명]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시스템, 그렇지 않은 시스템
 
우석훈   기사입력  2006/03/09 [13:09]
요즘은 우리나라도 국민소득이 1만불을 넘어섰는데, 4인 가족 기준의 가장이라면 연소득 4만불이 되면 국민평균이 될 것이다. 물론 실제 국민소득은 노동소득만이 아니라 자본소득 그리고 기업이 산출하는 부가가치 같은 것들이 합산되므로 사람들이 체감으로 느끼는 국민소득은 이 평균치보다는 훨씬 작은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전문직과 외국의 전문직 사이의 임금을 비교하는 일을 업무로 가지고 있던 적이 있었는데, 국제기구에 우리나라 전문가들을 파견시키거나 그 쪽에서 채용하는 것에 대한 교섭을 직접 맡아서 진행한 적이 있었다.
 
인건비 ‘싼맛’에 길들여진 대한민국
 
UN 기구의 경우 보통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으면 P3에서 시작이 되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P1이나 P2에서 시작하게 된다. 아주 똑같은 것은 아닌데, P3과 P4가 우리나라의 사무관과 소위 앉은뱅이 서기관과 비슷하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는 않고, P5가 되면 과장직급 정도 되는데, UN 기구가 워낙 미니기구로 형성되니까 실제 권한은 국장급인 경우가 많다. OECD의 A1이 이 P3에 해당한다고 보면 비슷하다.
 
이같은 국제기구의 연금은 생각보다 훨씬 적고, 케냐의 나이로비 같은데 근무한다고 하면 모르지만 제네바 같은 곳에 근무하면 이 연봉 가지고 생활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렇지만 선진국의 경우는 어떻게든 자국민을 이런데 진출시키려고 하고, 개도국의 경우는 임금차이가 워낙 많기 때문에 몇 년만 근무하더라도 인생이 바뀔 수 있어서 상당히 열심히 지원하게 된다.
 
전문직 내에서는 생각보다는 임금 격차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똑같은 일을 할 때 우리나라에서 일하면 3만불인 국가에 비해서 1/3 밖에 생산하지 못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개개인별로 혹은 직종별로 따지면 차이가 있겠지만 평균 내면 결국은 그만큼의 차이가 생긴다. 개인적으로는 기분 나쁠 사람도 있겠지만 그 차이는 어쩔 수가 없다.
 
이와 비슷한 형태로 움직이는 지표 중에 에너지 원단위 중에 부가가치 원단위라는 수치가 있다. 똑같은 에너지를 사용할 때 얼마만큼의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수치인데, 일본이 우리나라의 두 배 정도가 된다. 그렇다면 동일한 에너지를 사용하고도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부가가치를 절반 밖에 만들지 못한다는 이야기인데, 이걸 기술적으로 해석하면 에너지 낭비가 많다고 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일본에서 만드는 물건들이 우리나라의 물건보다 2배의 가격에 팔려나가니까 이런 일이 벌어지는 셈이다.
 
이 수치의 차이를 해석하는 방법이 몇 가지 있는데, 가장 표준적인 방법으로는 '생산성'이라는 개념을 경제학에서는 사용한다. 보통은 노동생산성이라는 걸 그냥 생산성이라고 한다. 전체 임금 투입량을 놓고 국민소득을 나누는데, 만약 평균치라고 하면 이게 바로 1인당 국민소득과 똑같은 수치가 된다. 그러니까 국민소득의 국가별 차이 자체가 바로 국민당 생산성의 차이라고 얘기한다고 해도 수치상으로는 말은 된다. 국민 개개인에게 “너는 미국 국민보다 1/3의 생산성 밖에 되지 않아” 이것이 노무현 대통령이 귀기울이는 재경부 관료들이 주로 하는 말이다. 여기에 약간의 부문별 고려같은 걸 한다.
 
예를 들면 농업은 GDP 중에서 4%를 차지하는데, 인구는 7.1%이다. 이거만 가지고 기계적으로 추론하면, 농업이 7.1%까지 부가가치를 높이거나 아니면 인구가 4%까지 줄어야, 국민 평균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논리에 근거해서 재경부 차관이 종종 하는 얘기를 해석한다면 “농민들 여러분은 국민 평균의 50% 밖에 안되는 생산력을 가지신 분들이시지요? 좀 다른 일을 하셔야 할텐데, 여러분들은 각자 살 길을 좀 찾아보셔야겠습니다”, "농업이 문제긴 문제다"라는 경제관료의 말은 이런 숫자들을 염두에 두고 있다. 물론 여기에 농업의 특수기능이나 농산품의 공공성 같은 걸 가지고 끼어들 수는 있는데, 영 자존심 상하는 이야기이기는 하다.
 
똑같은 부가가치를 해석하는 방법 중에서 자본생산성과 노동생산성으로 나누어서 다시 해석하는 방법이 있다. 3년 전에 경제가 정체라고 재경부에서 난리를 치고, 국민들의 생산성이 너무 떨어졌다고 했는데, 실제로 KDI 같은 곳에서 자본투자율과 자본생산성 같은 걸 가지고 비교해보니까 실제 경제침체의 이유가 노동생산성 저하보다는 자본생산성 저하 때문에 생겨났다는 결과를 보고 담당자들이 “에이, 그런 이유가 아닌데”라며 회피했다. 경제 수치의 상당 부분은 이데올로기적인 함의를 가지고 있다.
 
이 똑같은 결과를 놓고 재계에서는 정부가 발표할 때에는 생산성이 더 높아지고 구조조정을 더 해야 하고 그러면서 노동유연성을 더 확보해달라고 하더니, 6개월쯤 지난 다음에는 “노무현 정부가 좌파 노선을 취하니까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아서 경제가 죽는다” 이렇게 얘기했다. 같은 통계인데, 생산성 검토할 때에는 빼먹었다가 기업투자 저하라는 숫자를 정부정책을 완화시켜달라고 할 때 써먹은 경우이다.
 
실무자들끼리 만나면 그야말로 소주나 한 잔 하면서 "왜 그랬어..."라고 농담삼아 하지만, 서로 어쩔 수가 없다.
 
1. 
국민소득을 비교하면서 생겨나는 몇 가지 단상들에 대한 이론적 정리는 경제학 내에는 거의 없다. 당연한 것이 경제학의 표준 모델 내에는 '국가'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국가간의 소위 다른 리즘(regime, 영역)을 비교하는 학문적 접근은 19세기 후반 이후로 경제학 내에서 전면에 등장한 적이 거의 없다. 미국의 구제도학파가 약간 이런 걸 했지만 일반화시키기 어려운 단편적 접근이라고 할 수 있고, 프랑스의 조절학파가 80년대에 조금 시도하기는 했는데, 축적양식보다는 "조절양식(mode de regulation)"이라는 좀 애매한 개념을 가지고 들어왔다가 결국에는 화폐체계, 즉 중앙은행의 작동방식과 서로 다른 기술혁신 방식 정도가 존재한다는 몇 마디를 남기고 90년대 중반을 거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2.
숫자는 잠깐 뒤로 미루어두고 국가별로 생겨나는 국민소득의 차이 때문에 발생하게 되는 소소한 차이점에 대해서 잠깐 생각해보자. 예를 들면 파리와 쮜리히 그리고 서울에서의 생활을 좀 생각해보자. 서울은 국민소득 1만불 국가, 파리는 2만 5천불 그리고 쮜리히는 4만불이 조금 넘는다.
 
생각하기 편하게 자동차로 비교하자. 서울에서는 자동차가 조금만 이상하면 정비소에 달려가서 정비를 하고, 어지간하면 오일교환 같은 것도 그냥 정비소에서 한다. 파리나 쮜리히에 있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BMW 살 정도로 성공한 변호사라도 정비소에서 간단한 것들도 점검해달라고 할 정도로 배포 큰 일은 잘 못한다. 잠깐 살펴보고 10만원짜리 견적서를 받아보게 된다. 만약 정비사가 정말 마에스트로급이라고 한다면 얼마 나올지도 상상하기 어렵다. 물론 동네의 싼 정비소에서는 요즘은 간단하게 들여다보는 건 비용을 물리지 않는 경우도 있기는 한데,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
 
주유소에 들르면 더 큰 차이가 벌어진다. 우리나라 주유소에는 10대 청소년들이 기름을 주유한다. OECD 국가라고는 잘 믿기지 않는 장면이지만 가끔 '손 값'이 싸다고 청년들을 기름 넣는 간단한 일에 대량 투입하는 이 시스템이 잘 될 거라는 믿음이 잘 가지 않는다. 아직은 손 값이 너무 싸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같다.
 
별 것도 아닌 슈퍼마켓에 가도 코너코너에 젊은 사람들이 서서 그렇게 꼭 필요하지 않은 주차 안내를 하는 데다가 멀쩡한 청년들이 잘 가라고 인사한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그렇게 인사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은데, 그 인사를 받을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다. 물론 고용이라는 눈으로 보면 “그렇게라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강변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사실 그들에게 더 나은 삶을 만들어주지 못하는 이 시스템이 가장 큰 특징은 사람을 투입하는데 아낌이 없다는 일인데, 이게 좀 심해지니까 사람을 귀하게 대하지 않는 일이 전체적으로 벌어지는 것 같다.
3.
쮜리히의 물가가 비싸지 않느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물론 비싸기는 대단히 비싸다. 보통 공무원 출장비가 가지, 나지, 다지, 이런 식으로 나뉘어지는데 쮜리히 정도되면 하루에 100불 정도의 호텔비가 지급되는 가장 비싼 지역이지만 쮜리히 전 지역을 뒤져도 100불짜리 호텔은 찾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외곽으로 꽤 나가야 150불짜리 호텔들이 나온다.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쮜리히는 관광지가 아니고, 외국 공무원들은 실비정산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쮜리히 같은 데로 출장가면 특히 혼자 가면 비용이 모자라서 곤란한 일이 벌어질 정도로 비싼 곳이다.
 
그러나 실제로 쮜리히에 사는 것은 서울보다 비싸지는 않고, 전체적으로 비교해보면 1/3 정도 저렴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부동산 가격이 서울처럼 황당하지는 않다. 서울 전세값이면 아주 괜찮은 저택을 하나 살 수 있다.
 
음식 재료비는 전체적으로 서울보다 약간 싸거나 비슷한 정도인데, 우리나라에서 싼 건 비싸고, 거꾸로 우리나라에서 비싼 치즈 같은 건 싸니까 체감상으로는 약간 싼 정도이다.
 
교통요금이 비싸기는 한데, 한 달 단위 정기권을 끊어서 생활하는 사람은 서울 지하철보다 그렇게 비싸지 않은 정도로 움직일 수 있다.
 
여행객들이 가장 가격 차이를 느낄 부분은 역시 식당에서 먹는 밥값이라고 할 수 있는데, 외국의 한국식당 중에서 쮜리히의 가격이 가장 비싸 김치찌개 하나에 1만 5천원 정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심지어는 독일어권에서 가장 싼 음식인 도너 케밥이라고 하는 것도 쮜리히에서는 비싸다. 파리보다도 두 배 정도 비싼 것 같고, 독일보다는 많이 비싸다. 스위스의 국민소득이 아마 지금은 4만 5천불에 육박하니까 그 비율대로 물가비율이 높은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는데, 실제로 공산품처럼 유통되는 다른 식료품 재료들은 독일이나 파리에 비해서 비싸지는 않다.
 
차이점은, 손이 들어가느냐 그렇지 않으냐의 차이에 있을 것 같다. 손을 얼마나 비싸게 치느냐의 차이점에서 상대가격의 차이들을 설명할 수 있다.
 
누군가의 손이 들어가거나 시중을 받아야 하는 일들은 쮜리히에서는 그야말로 고관대작도 잘 못한다.
 
돈을 많이 벌기로 하면 오드리 햅번도 만만찮게 벌었겠지만 지금처럼 국제기구가 많이 들어가기 이전에 레만호 근처에서 살았던 오드리 햅번도 두 아들을 키우면서 자질구레한 일들은 거의 스스로 했다고 자서전에 나와 있다.
 
4. 
쮜리히의 물가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싼 물가는 유기농산물의 경우인데, 수 년 전부터 사회적으로 상당히 뭔가 노력을 좀 해서 주곡과 주요 축산물에 해당하는 식재료만큼은 유기농과 농약을 사용하는 관행농 사이의 가격 차이를 눈에 띄게 줄일 수 있게 되었다. 정말로 놀라운 일이다. 손값이 이렇게 비싼 나라에서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유기농이 우리나라처럼 비싸지 않다는 사실이 놀랍다. 물론 바이오라덴과 같이 녹색당 지점처럼 사회 운동으로 운영되는 곳의 약간 귀한 유기농 상품들은 조금 비싼 편인데, 그 대신 여기는 사회 운동으로 유기농을 다루기 때문에 제 3세계 국가들에게 더 비싸게 원가를 지불하고 사온 소위 '페어 트레이드' 상품을 좀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파리와 쮜리히와 독일의 수도 본을 비교해본다면, 놀기에는 파리가 좋지만 살기에는 쮜리히가 훨씬 좋다. 베토벤의 생가와 니체가 청년기를 보낸 본 대학이 있는 본도 쮜리히만큼 살기가 좋고 쾰른까지 라인강변의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멋진 풍경을 가진 도시이지만, 그래도 살기에는 쮜리히가 나은 것 같다. 물론 국제 컨설팅 회사들이 몇 년에 한 번씩 도시 삶의 질 지수를 내보면 몇 년째 부동의 1위가 쮜리히고, 2위가 제네바로 나오지만 쮜리히가 정말로 살기에 좋다는 이유는 그와는 조금 다르다.
 
지방자치가 잘 되어 있는 쮜리히는 그 도시에 정상적으로 살고 있다면 직업과 후생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정도로 실질적인 복지 후생이 오히려 스웨덴보다도 나을 정도로 잘 되어있다. 이 도시에 산다면 절대로 굶거나 소외받지 않게 하겠다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폭정에서 독립할 때의 정신이 남아있어서 그런지 그야말로 가장 현대화된 도시 문명과 지방자치체를 중심으로 하는 자치가 서로 만나서 그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을 만드는 곳으로 형성된 곳이 쮜리히이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멀쩡한 청년들이 서울처럼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있거나 편의점에서  졸면서 밤에 지키고 있거나 별 것도 아닌 쇼핑몰 앞에서 인사하거나 그런 일은 볼 수가 없다.
 
5.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질문은 한 가지로 요약된다. 사람을 귀하게 여겨서 국민소득이 높아진 것인가 아니면 국민소득이 높으니까 사람을 귀하게 여기게 된 것인가?
 
상호 시스템이라고 정의한다면 사람의 손값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게 되면 전체적으로 국민소득은 당연히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개방경제 체계에서는 이 때 문제가 되는 것이 "그래서야 수출이 되겠느냐?"라는 질문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 산다는 나름대로의 수출 이데올로기 때문에 손값은 싸면 쌀수록 좋다는 생각들을 온 국민이 공유하는 것 같다.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데, 적정 수출율 같은 것이 있느냐와 실제 생산원가에서 재료비와 기타에 비하면 생산에 있어서 손값이 얼마나 들어가느냐? 손 절대량이 많이 들어가는 산업은 우리나라에서는 작년에 성장률 1%일 정도로 이미 손값 보다는 재료값과 창의성의 비중이 더 높은 경제단계로 와 있는데, 사람들은 여전히 사람들한테 많은 돈을 지불하면 큰 일 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만약에 국민들이 같이 약속을 해서 지금보다 손 값을 두 배로 올리는 일이 벌어진다면 이 시스템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산업에서 워낙 인건비 비중이 낮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큰 일 없이 돌아갈 것이고, 사람들은 4배는 행복해질 것 같다.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진 적이 있었는데, 내가 아는 한 국가 차원에서는 없고 포드회사에서 실제로 종업원 월급을 거의 두 배 정도로 한꺼번에 올려준 적이 있었는데, 이를 포드시스템이라고 한다. 20세기 자본주의의 생태적 해악의 주범으로 종종 의심받는 바로 그 변화가 이런 변화이다.
 
6.
사람들의 행복을 돈 만으로 계산하거나 디자인하는 것은 곤란하고 그렇게 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더 많은 월급이나 더 많은 재산이 그 자체로 행복을 보장해준다고 말하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최근에 더욱 많이 관찰되는 것은 사람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민소득이 높아지면 사람의 값이 더 귀해져야 하는데 그러한 변화가 잘 생겨나지 않는 것 같다. 기업은 어떻게 하면 종업원을 비정규직으로 바꿀 것인가에 더 관심이 많고, 내가 '신빈민'이라고 부르는 계층이 도시에서 강화되면서 싼 손값에 청소년들을 구하기가 더 쉬워지니까 그냥 그대로의 대한민국 시스템은 사람에 대해서 소중하다는 생각 없이 그냥 진화하게 될 것 같다.
 
하긴 국익만 있다면 여성이든 난자든 뭐든지 동원할 수 있고, 축구시합만 한다면 시청앞 광장을 채울 군중을 동원하는데 아무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시스템에서 굳이 사람에 대해서 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을런지 모르겠다.
 
대개는 이런 동원경제는 5천불까지 작동하게 되는데,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1만불을 넘어서면서 새롭게 동원경제 체계로 사회문화시스템이 움직여나가는 것 같다. 실업시대라서 그러기에는 아직은 좀 이르다. 본격적인 선진국형 실업사회라고 하기 위해서는 2만불 대에서 그런게 오는데, 1만불 대에서 겪는 현재의 동원시스템은 실제 실업률 보다는 사회문화체계가 동원체계로 재구성되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보다 많이 하게 된다.
 
7.
사람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것은 게임이론 같은 생각으로 해본다면 서로 귀하게 여긴다면 전체가 귀해지는 것이지만 서로 막 대하면 그 게임 내에서 사람의 인격적이든 혹은 도덕적이든 가치가 더 낮아지는 셈이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이 사회의 또 다른 상부체계인 생태계 같은 것의 작동에 대해서 생각한다는 것은 너무 고급스러운 이야기 같아 보인다.
 
그야말로 자연이 밥 먹여줘?
 
경제적으로는 사람을 막 대하는 대한민국의 시스템은 임금체계와 노동의 질에 대한 사회적 구성에서 온다고 밖에 말할 수가 없는데, 더 무서운 것은 이런 임금의 상대적 비율이 아니라 개개인의 상식을 형성하게 되는 문화체계가 더 무섭다.
 
8. 
모든 선진국은 사람을 귀하게 여기게 되는가? 그건 잘 모르겠다. 자신의 민족을 귀하게 여기는 것만큼 '보편적 인간'을 귀하에 여길 정도로 진화하게 된 선진국 사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건국 정신이 홍익이념이라고 하던데,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는 것이 한미 FTA 같은 것으로 드러나게 되는 것인지 현재 사람들의 머리 속을 알 수가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동시대인들이 동시대인들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가 있을 것 같은데, 아이들 그리고 다음 세대를 귀하게 여기지 않는 시스템은 결국 추락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왜 똑같은 일을 하는데, 우리나라와 선진국 국민 사이에 임금이 달라? 이 질문을 계속 하다가 갑자기 어제 읽은 어느 자극적인 문구 하나가 생각난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원칙을 지켜라..." 아주 어려운 말이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6/03/09 [13:09]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

  • 애독자 2006/03/09 [16:44] 수정 | 삭제
  • 비나리님의 애독자입니다.
    위 기사를 읽다가 좃선닷껌의 강경희 특파원(종이신문은 보지도 읽지도 사지도 않는 원칙이라)이 와플클럽에 올린 글을 읽엇는데 내용이 비나리님 글 부연설명한 것이라..
    그러나 역쉬 찜찜.. 유럽의 살인물가는 팁으로 올려놓고 그래서 중국과 인도의 저임금 노동자 수입하자는 것을 잊지 않고 있네요.. 좃선 잉간들은 하나같이 다 똑같으니.. 쯔쯔...


    유럽의 ‘살인 물가’

    얼마 전 자동차 엔진 오일과 오일 필터를 교환했다. AS센터에 갔더니 처음엔 “미리 약속을 잡아야 한다”면서 “10일 뒤에 오라”고 했다. “당장 교체해야 할 상황”이라고 호소하니 5일 후로 예약을 잡아주었다. 더 놀란 건 청구서였다. 280유로. 한국 돈으로 34만원쯤 된다. 그나마 1유로당 1500원까지 치솟았던 환율이 1200원으로 뚝 떨어져 그 정도다.

    파리 거리에 세차를 안해 꾀죄죄하고, 여기저기 찌그러진 자동차가 많이 굴러다니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수리비나 세차비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백미러가 깨지면 테이프로 감고, 심지어 유리창이 깨졌는데도 비닐과 테이프로 덕지덕지 막고 다니는 자동차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세차 한번 맡기려고 해도 명절 앞두고 목욕탕 가듯 큰마음 먹고 날을 잡아야 한다. 자동차 안팎을 손 세차하는 데 36유로(약 4만3000원)쯤 든다.

    한 주재원은 파리에 와서 구입한 중고차가 얼마 전 주행 도중 멈춰버렸다. 8000유로(약 960만원) 주고 산 차였는데 수리비가 4000유로쯤(약 480만원) 들었다. 인건비가 비싼 파리에서는 사람 손이 한번 닿았다 하면 비용이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유럽의 ‘살인 물가’는 그야말로 살인적이다. 세계 주요 도시의 물가를 비교한 순위에서 파리는 선두권을 달린다. 하지만 파리의 비싼 물가를 호소하면 더 비싼 도시, 영국 런던이나 스위스 제네바에 사는 사람들은 코웃음을 친다.

    2년 전 파리 와서 처음 쓴 기사가 ‘치솟는 유로화’였다. 1유로당 환율이 1500원대로 치솟아 파리의 한 식당에서는 공기밥 한 그릇이 4500~6000원(3~4유로), 김치찌개가 2만2000원(15유로)을 넘었다. 그 기사를 쓴 후 제네바에 출장갔는데 제네바 주재 연합뉴스 특파원 선배 부부가 “아니, 값싼 파리에서 왜 그리 징징대느냐”고 했다. 김치찌개 한 그릇이 3만원인 도시 제네바에 사는 주재원들의 생활고(生活苦)는 정말이지 눈물겨웠다.

    유럽에서 비싼 물가 때문에 겪는 에피소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모아놓으면 ‘믿거나 말거나’식의 요절복통 만담집이 될 것이다. 스위스에 살던 한 외교관은 “세든 집의 마루 한쪽이 부서져 고쳤는데 한국에서 마루 전체를 새로 까는 비용보다 더 들었다”고 푸념했다.

    유럽은 많은 부분에서 수요자 위주가 아니라 공급자 위주의 시장이 형성돼 있다. 경쟁이 제한적이고 가격이 높게 책정돼 있다.

    하지만 담을 높게 쌓아도 틈새는 생긴다. 컴퓨터가 고장 나면 한국인들은 프랑스 기술자를 부르지 않고 한국인 유학생 중에 컴퓨터를 잘 다루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전화를 건다. 프랑스 기술자보다 훨씬 컴퓨터를 잘 다루고 서비스 품질도 더 높다. 프랑스 수리공보다 저렴한 가격에 집안 수리를 해주는 조선족 아저씨들도 있다.

    최근 유럽에서는 노동시장 개방이 화두다. EU 집행위원회는 ‘비싼’ 유럽이 ‘값싼’ 인도나 중국과 경쟁하려면 서유럽 국가들이 노동시장을 개방해 폴란드 같은 EU 신규 회원국의 근로자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와 같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발 유럽의 서비스 시장에도 경쟁이 도입돼 서비스 수준도 개선되고 가격도 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지만, 기득권을 쥔 서유럽 노동자들의 반발이 심해 노동시장 개혁안이 난항을 겪고 있다.

    강경희 기자


  • 독자 2006/03/09 [16:24] 수정 | 삭제
  • 그냥 그런생각도...
    얼마전 할인매장 직원모집하는데 보니 거기도 나이제한을 하더군요.
    35세 이상은 일할수 없더군요.
    그래서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