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파가 되면 뿌리내리고 있는 원칙마저 깡그리 무시하면서 권력을 휘두르고 싶나 보다. 당내 민주주의가 허약하면 변칙이 상식으로 둔갑한다. 당내 개혁을 주도하고 정치개혁을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 열린우리당의 당권파가 입만 열면 자랑으로 내세웠던 경선원칙을, 실은 거추장스러운 게임으로 인식하고 있은 것이 아닌지를 의심케하는 소식을 들었다. 정동영 의장의 입으로 발탁된 우상호 대변인은 3월 6일 6차 최고회의 결과 보고를 통해 지지율과 전략공천을 연동하겠다는 뜻을 언급했다. 우 대변인은 “우리가 영입한 후보라고 할지라도 당내 출마 정치인과 크게 지지율 차이가 있지 않은 경우는 경선을 할 것이고, 당내에서 경선에 뜻을 갖고 당을 살리기 위해 살신성인으로 출마하시려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지지율에 현저한 차이가 있어서 경선자체가 큰 의미로 판단되는 지역의 경우에는 여러 가지 고려해서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어느 지역을 경선하겠다는 결정이나 검토는 없었다”고 밝혔다.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적이 막막해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하지만 대변인의 답변과 다르게, 당 지도부는 광역자치단체 16개 시·도 가운데 무려 14 곳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모양이다. 전략공천으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은 예감에 가득찬 패배주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경선이 아름답다던 몽골기병들이여, 유목생활이 지루하신가? 당권파가 되고나니 풀뿌리민주주의를 뜯어먹고 싶으신가? 그런 사고방식으로는 백년정당은 커녕 권불십년의 망조에 직면할 것이다. 한때 노무현 정부 탄생에 이바지했던 우리는 작금의 열린우리당식 정치행태에 환멸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영입인사에 목매달고 대부분의 지역에서 경선을 실시하지 않으려는 정동영 의장의 당 운영방식을 보면서 2002년 인기 쫓다 집단 폐사한 ‘후단새’들의 몰락극이 연상된다. 지지율 따라 오락가락하다가는 지방선거에 실패하고 대선에까지 대패할지 모른다. 당내경선은 당내 민주주의의 뼈대다. 민주당에서는 당내경선을 국민경선으로 확대하여 권력재창출에 성공했다. 그 원칙을 허물어뜨리면 ‘도로민주당’이다. 당내 경선을 무력화하려는 흐름은 분명 열린우리당의 창당에 대한 회의감만 짙게 드리울 따름이다. 당내 인사들의 지지율을 걱정할 필요 없이 지지율 낮으면 언제든 당 밖에서 영입해오면 된다는 발상은 ‘후단새’를 닮은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이라는 노무현 정신과 다르게 처신하고 있는 사람들은 새겨듣기 바란다. “당내 경선은 모든 공직선거의 기본입니다. 정당도 성역일 수는 없습니다. 특권을 주장해서는 안 됩니다.” 대통령의 요즘생각(2006/02/18 13:38)에 올라와 있는 글이다. 대통령을 꿈꾸는 정동영 당의장에게 묻는다. 유력주자로 손꼽히는 정동영 당의장, 김근태 최고위원의 현재 지지율은 한 자리수 정도 밖에 안 되는데, 내년 대선 때도 대통령 후보로 가장 인기 좋은 후보를 영입해 당내경선 없이 전략공천으로 결정할 것인가? 강금실이 아니라 고건을 영입해도 당내경선은 민주정치의 기본 절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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