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새로운 대통령을 맞으며, 광화문의 그대에게
세계최초 인터넷 혁명을 이끈 사이버 코리아, 사이버 대통령ba.info/c
 
민경진   기사입력  2002/12/20 [01:02]
“이번 선거에 진다면 얼마나 뼈아플 것인가? 모두들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지지나 않을지 걱정된다.”

“이번에 이기면 모든 것을 다 이기는 것이다. 모든 것을 다 물리치고 이긴 선거이기에 더욱 귀하고 값진 것이다.”  - 대자보 독자의견에서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처음 가 보고 궁금했습니다. 왜 그곳의 기둥들은 그리도 거창하게 커서 흉측한지. 세종문화회관도 그렇고 그 옆의 정부종합청사도 그렇고. 왜 그렇게 다들 멋없이 덩치만 크던지. 그러고 보니 이들 건물은 모두 박정희 개발독재시대의 유물이더군요. 세종문화회관은 문화회관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관주도 행사가 항상 최우선의 대접을 받았습니다.

유럽에 처음 가 보고 알았어요. 우리 아버지 세대가 그토록 흉내내고자 했던 건물들이 모두 그곳에 있더군요. 유럽의 도시마다 서 있는 웅장한 석조 건물들. 그곳에서 국회의사당과 세종문화회관을 에워싸고 있는 익숙한 돌기둥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덩치만은 한국의 그것들이 훨씬 더 크더군요. 그제서야 깨달았습니다. 국회의사당의 거창한 돌기둥 모두 우리 아버지 세대의 서구 콤플렉스를 달래기 위한 장식품 이었다는 것을.

우리 세대가 그토록 싫어하는 박정희를 왜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들이 지금까지도 그리워 하시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 천년을 외세에 시달린 것도 모자라 일제 36년 그리고 다시 끔찍한 한국전쟁… 코 높은 서양 녀석들의 위세에 기죽고 자존심 상할 때 박정희는 아버지 어머니께 그나마 폐허를 딛고, 배고픔을 극복하고, 자긍심을 일깨워준 지도자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래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거들떠 보지도 않았지만 세계 최대의 돌기둥 건물이라도 지어야 그나마 상처 받은 아버지 세대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었겠지요. 눈물 겹습니다. 그 때 그 습관이 지금까지 남아 회사의 어르신들께서는 아직도 “세계 최대”, “세계 최초”라는 표현을 그렇게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세계 어느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았지만 아버지 어머니 세대에게는 그것이 위안이 되겠기에..

이제 알 것 같아요. 경제규모에 걸맞지 않게 우리나라에는 왜 그렇게 거창한 설비며 공장들이 많은지. 포항의 제철소, 울산의 조선소, 여천의 화학단지 그리고 끝도 없이 줄지어 들어선 공장들. 박정희 대통령은 시커먼 매연을 내뿜는 공장의 굴뚝을 바라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고 하지요? 그토록 설움 받았던 우리 민족의 상처 받은 자존심이 그렇게나마 아물 수 있었다면 남들이야 알아 주든 말든 상관 없었겠지요.

{IMAGE1_LEFT}어머님 우리가 승리했습니다. 기뻐해 주세요. 이번 승리 “세계 최초”로 저희들이 인터넷에서 이룬 정치 혁명입니다. 인터넷의 탄생지라는 미국의 알 고어도 유럽의 선진제국도 그리고 일본도…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꿈만 꾸다 만 사이버 민주정치의 이상을 우리의 아들 딸들이 “인류 역사 최초”로 이곳 작은 땅 한국에서 이루어 냈습니다.

이번 승리 모든 것을 이겨내고 얻은 것이기에 더욱 소중하고 자랑스럽습니다. 막강 조.중.동 지면의 방해도, 징그러울 정도로 끈질긴 지역감정도, 마음 속 뿌리깊은 패배의식도, 미국과 북한의 북풍 간섭도 그리고 정몽준의 어처구니 없는 배신도 모두 물리치고 저희들 기어이 승리했습니다.

사이버 코리아, 사이버 대통령!

우리 아들 딸들의 염원과 갈망이 지난 1년 인터넷에서 피와 땀과 눈물로 맺혀 오늘의 승전보를 어머님 앞에 전해 드립니다. 이제 어머님이 지신 수고롭고 무거운 짐 저희에게 넘겨 주세요. 우리의 아들과 딸들이 그 짐 어깨에 지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 가려 합니다. 아버님 어머님, 이제  더 이상 “세계 최초” 콤플렉스에 시달리지 않으셔도 됩니다.

외국에 나가시면 자랑스럽게 일러주세요. 인류 최초로 진정한 사이버 정치를 성공시킨 주인공으로 역사책에 기록될 당신의 아들 딸입니다.

[참고기사] 민경진, 노무현은 최초의 인터넷대통령 후보[1], 대자보 79호

jean

* 필자는 [테크노 폴리틱스](시와사회, 2002)의 저자입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2/12/20 [01:02]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