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대선의 태풍의 눈, 20-30대 투표율
투표율은 인터넷을 타고 부재자를 넘어 급상승할 것ba.info/css.html
 
민경진   기사입력  2002/11/25 [16:01]
{IMAGE2_LEFT}후보단일화가 노무현 후보로 결론이 나자 단일후보의 득표력이 과연 얼마나 될 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러 분석을 종합해 보면 노무현 후보가 이회창 후보의 강력한 적수로 등장할 것은 틀림 없지만 그렇다 해도 지지율이 최소한 10% 이상을 앞서기 전에는 당선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회창 후보의 핵심 지지 층인 50대 이상 장년층이 노후보의 지지 층인 20-30대에 비해 월등하게 투표참여의사가 높기 때문이다.

금년에 있었던 보궐선거와 지자체 선거, 그리고 `97년 대선을 보더라도 젊은 층의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올해 대선 역시 마찬가지 경향을 보일 것이라는 것이 대다수의 생각이다. 하지만 꼭 그럴까?

우선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번 선거는 총선이나 지자체 선거가 아니라 대선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다른 선거에 비해 대선은 소속 당보다는 후보의 성향이나 인물 됨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 올 해 있은 두 차례의 선거가 현정권의 부패와 매끄럽지 못한 국정운영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강했다면 대선은 5년간 한 나라의 국정운영을 맡길 대통령을 뽑는 만큼 후보의 자질이나 품성이 더 중요한 변수가 된다는 뜻이다.

이것 하나만으로 젊은 층의 투표율이 올라갈 것임에 틀림 없다. 지자체 선거나 보선에서 자기 지역구에 출마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기억하고 투표한 젊은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그나마 투표장까지 간 젊은이가 있다면 대부분 소속 당을 보고 표를 던졌을 것이다. 하지만 대선은 다르다. 선거의 쟁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비교적 명확한 인상을 가지고 투표에 임하는 만큼 소속 당 대신 매체를 통해 파악한 후보 자체의 면모를 보고 표를 던지게 된다. 최근 대학가의 부재자 투표 신고열기는 이런 달라진 분위기를 짐작하게 하는 단서다.

대학가의 부재자 투표 열기를 단지 젊은 층의 표가 수만 표 늘어나는 정도로만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부재자 투표 열기는 대학가 주변 그리고 젊은 층 일반의 투표에 대한 관심을 전반적으로 상승시키는 효과를 불러 일으킬 것이다. 따라서 실질적인 투표 제고효과는 이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만약 선관위가 한나라당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부재자 투표자의 특별 기표소 설치 요건을 까다롭게 굴었다면 단견이라고 볼 수 있다. 기표소 설치와 관련된 논란이 젊은 층의 관심을 더욱 촉발시켜 전반적인 투표율이 오히려 더 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IMAGE1_RIGHT}또한 이번 대선이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세대간 대립이 첨예한 선거라는 점도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60대의 이회창 후보 그리고 50대인 노후보가 각각 전혀 다른 세대에서 집중적인 지지 층을 확보하고 있고 공약 또한 목표 지지 층을 겨냥하고 있는 탓에 세대간 대립이 매우 선명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身土不二, 身冊不二'(대자보 80호)란 글에서 이미 지적한 것처럼 두 세대가 주로 접하는 매체가 신문과 인터넷으로 완전히 다르다는 것 또한 주목해야 할 것이다.

결국 노후보는 그 연령이나 기질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에 이르기까지 젊은 층의 투표에 대한 관심을 끌어 올릴 만 한 요인을 두루 지니고 있다는 느낌이다. 지금까지 역대 대선에서 젊은이들이 자신들과 세대적 일체감을 느낄 만한 여.야의 유력 후보가 과연 있었는가? 김영삼, 김대중 아니면 정주영? 따라서 이번 대선에서 젊은 층의 예상 투표율을 과거의 대선에만 근거해서 유추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접근이다.

그렇다 해도 지금까지의 여론조사를 종합해 보면 이회창 후보 지지자의 투표 참여의사가 초지일관 높게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현 정권의 국정운영에 실망한 계층, 정권탈환 열망으로 똘똘 뭉친 영남, 그리고 급변하는 세상을 따라가지 못해 소외감을 느끼는 장년 세대가 이런 경향이 특히 강하다. 게다가 젊은 층의 상당수가 고향을 떠나 유학을 하고 있거나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 아무리 투표의사가 높아도 상당수가 결국 투표장까지 가지 못하리라는 것도 단일후보의 득표전략에 걸림돌이다.

하지만 앞으로 한 달여 간의 선거운동 기간 중 노후보가 일관된 전략으로 젊은 층의 관심을 붙들어 두는데 성공한다면 지금까지의 어느 대선보다 젊은 층의 투표율이 높게 나오리라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20-30대의 투표율이 장년 층의 그것을 뛰어넘는 일은 쉽게 벌어지지 않겠지만 노후보의 역량에 따라서는 거의 그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이를 수도 있을 것으로 여기고 있다.

장년 층의 정서가 현정권에 대한 심판 의지로 굳게 뭉쳐 있다면 젊은 층은 역사상 유례가 없는 막강한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도구인 인터넷으로 강력하게 조직되어 있기 때문이다. 과연 어느 전문가의 분석이 맞아 떨어질 지 대선 직후의 연령별 투표율을 주시해 보기로 하자.

jean

* 필자는 [테크노 폴리틱스](시와사회, 2002)의 저자입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2/11/25 [16:01]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