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이 벌어지자 바그다드로 날라간 사람들이 몇 사람 있다. 그 중에 몇 사람은 아주 잘 알고 몇 사람은 잘 모른다. A씨는 나보다 나이가 어리다. 그렇지만 나는 윗분으로 "모시고" 존경을 하는 편이다. 적어도 내가 가지지 않은 것들을 가지고 있을 뿐더러, 이라크의 경험으로 내가 전혀 모르던 것을 알게 된 사람이다. A씨는 여전히 가난하고, 전형적인 도시 빈민으로 살아간다... 그렇지만 언젠가 A씨가 나이를 먹게 되면 우리 사회의 어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야말로 나는 깍뜻히 예를 갖추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나쁜 일을 너무 많이 하면 어른이 되기 어렵고,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해도 어른이 되기 어렵다. 그렇다고 아무 일도 안 해서는 또 어른이 될 수 없다. 나는 나쁜 일을 너무 많이 했기 때문에 어른이 되지 못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거짓말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잘 몰라서 실수한 건 있을 것 같지만,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하지는 않는다. A씨가 나의 나이가 되었을 때 내가 되지못한 어른의 자리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나는 이미 A씨를 어른으로 대접하고, 그리고 그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목격자의 한 명으로서의 삶도 의미있을 뿐더러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A씨는 책을 냈지만 내가 알기로는 엄청나게 안 팔린다. 그래도 상관없다. 진실은 진실의 값으로만 거래되는 것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론을 믿는 편이다.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내가 인용하는 단 한 마디의 용어이다. B씨도 이라크전이 벌어지고 이라크에 갔다. B씨는 자기가 어른인 줄 안다. 별로 그렇게 생각되지는 않는다. B씨는 나쁜 일을 많이 한 것 같지는 않은데, 요즘은 거짓말을 아주 많이 한다. 큰 거짓말에서 작은 거짓말까지 한다고 그 측근들이 나에게 알려준다. 그렇다고 그 거짓말을 일일이 밝히는 일을 내가 하고 싶지는 않다. 관심도 없고, 얼마 남지도 않은 것 같아보이는 내 삶을 그런 쓸데없는 일에 쓰고 싶지는 않다. B씨는 돈을 아주 많이 벌었다. 그리고 자기는 한 달에 50만원으로 청빈의 삶을 꾸려가고 있다고 하는데, 아주 비싼 건물인 오피스텔에서 글을 쓴다는 얘기는 빼먹고 하지 않는다. 오피스텔 유지비는 어쩌면 회사의 후원을 받아서 유지되는 걸지도 모르지만, 하여간 '가난한 삶'을 믿기는 어렵다. 물론 꼭 가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A씨가 이라크에 갈 때는 마침 생활비로 손에 쥐고 있던 돈이 비행기값보다는 컸기 때문이다. B씨가 이라크에 갈 때는 후원을 받아서 하다못해 카메라와 호텔비를 지원을 받았다고 들어서 알고 있다. B씨의 출판기념회가 얼마 전에 열렸다. 똑같은 이라크전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이번에는 넥타이를 맨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자리를 채웠고, 자리는 예약석으로 운영되었고, 말도 아닌 얘기들을 듣고는 포도주를 신나게 마셨다고 한단다. A씨의 출판기념회에 갔다온 사람들은 A씨를 도울 방법이 뭐가 없느냐고 나한테 전화를 했는데, B씨의 출판기념회에 갔다온 사람들은 세 시간이 넘도록 너무 괴로왔다는 얘기와 B씨의 사기행각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이 없겠느냐고 전화를 걸었다. B씨는 어른이 되고 싶어서 안달을 하지만, B씨는 어른이 되기보다는 사업수완이 좋을 뿐이다. 포장기술이 좋다는 것만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지만, 어른이 될 가능성은 없어보인다. B씨는 그동안 크고 작은 거짓말을 너무 많이 했는데, 아마 이 거짓말들이 세상에 알려질 일은 별로 없을 것 같다. B씨는 강연회에서 곧잘 운다. ‘찌지라이제이션’ 죽을 뻔했다고 울고, 무서웠다고 울고, 살고 싶었다고 울고, 이제는 이라크의 반전 지도자 여성들이 불쌍하다고 운다. 그래서 그 죽음 앞의 숭고함 때문에 가끔 따라우는 사람도 있다. 미안하지만 나랑 몇 사람은 뒤에서 B씨가 또 노가리 푼다고 킥킥거리고 웃는데, 그래도 또 따라 우는 사람도 있다. ‘찌지리’도 하나의 마케팅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가끔은 입증된다. 진실되지 않은 양아치들이 울면서 마케팅 전략을 만들어내는 것, “양아찌지리제이션” 이라크의 민중들을 놓고 고민하는 사람은 따로 있고, 정작 돈 버는 사람은 또 따로 있는 셈이다. 옛날에 운동 같이 했던 선배들 중 일부는 요즘 양아찌지리제이션의 길을 걷는 것 같다. 툭하면 양아치 같은 소리나 하다가 얘기를 마감하기 전에 찌지리 전략을 한 번씩 쓴다. 나는 강연하다가 딱 한번 운 적이 있었는데, 절대로 울지 말아야겠다고 작은 다짐을 해본다. B씨는 사업수완이 좋으니까 앞으로도 잘 먹고 잘 살 것 같다. 그가 행복해지는 만큼 사회가 불행해질 것 같다는 경제학적 법칙이 자꾸 생각이 난다. trade-off law of yangatzizilization in korean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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