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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파로 변한 노대통령 기획전문가들
[비나리의 초록공명] 2년 남았다는 당신들의 할일은 국민에 사과하는 것
 
우석훈   기사입력  2005/11/11 [05:27]
새만금이 곧 막힌다.
 
상징으로 치면, 삼보일배를 비롯해서 최고의 상징을 가지고 있던 새만금이지만, 하여간 이제 곧 막힌다. 마지막 공사를 눈앞에 보고 있다.
 
새만금에는 사연도 많고, 사람들 앞에서 얘기하지 못한 내가 알고 있는 얘기들만 해도 많다.
 
나야 진짜 별 거 아닌 사람인데, 삼보일배가 시작되기 전 그 봄에 원주의 토지문학관에서 열렸던 새만금 대화마당에 앉아있었던 이유 때문이라고, 나에게도 새로 열리는 새만금 대화마당에 참가하라고 메일이 날라왔다.
 
지금 내가 새만금에 대해서 할 수 있는 얘기가 뭐가 남아있을까라고 잠깐 생각을 해본다.
 
유시민이 전북토론회에 와서 얘기했다고 누군가 일러준다. 새만금은 "대국민사기극이다."
 
머리 앞에 두 사람이 얼굴과 한 사람이 이름이 얼핏 지나간다. 이제는 지나간 이름들이다. 대통령 정책실장이던 이정우 정책실장과 그 옆에 보좌관이던 정태인 박사. 그리고 한 때는 새만금 문제에 대한 분석을 맡았던 국가균형발전위의 성경륜 위원장.
 
새만금은 적절한 해결이 가능한 시점이 몇 번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자리에서 떠나고 또 다른 데에서 또 열심히 자신의 삶들을 살고 있다. 문득 그들의 입에서 나왔던 개념들이 다시 생각난다. 동북아중심국가, 국가균형발전, 2만불 경제시대, 환태평양 시대, 서해안 중심시대.
 
그 후에 경제가 좋아졌나? 아니면 농업이 살아났나. 혹은 지방경제의 한 군데라도 제대로 돌아가나? 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내가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나?
 
나는 새만금의 대안을 만든다고 약간의 논문을 쓴 다음에 그야말로 우리 '편'한테 호되게 당했다. 얘기의 핵심은 “'얼라가' 혹은 '젊은 놈'이 위아래 없이 설친다고. 니가 목포를 알고, 군산을 알아? 그리고 부안을 알아?” 그야말로 묵사발이 되도록 터졌다.
 
그래서 난 새만금에 대해서 더 말하고 싶지 않고, 또 내가 사과할 능력도 별로 없지만, 내가 사과할 위치에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그런데 도대체 누가 이 사건에 대해서 사과하느냐고.
 
2만불 경제의 경제기조 2년 후...
 
2만불 경제라고 얘기하고 눈앞이 훤히 보이는 것 같다고 2003년 여름에 노무현 대통령이 말했다. 덩더쿵 덩더쿵... 신나게들 떠들어댔다. 그리고 2년이 흘렀는데, 오늘 우리 주위를 돌아보라.
 
파시즘도 좋고, 박정희처럼만 해주면 좋겠다고 사방에서 떠드는 중이고, 그 안에는 진보진영의 어른들도 다 죽 늘어서서, 박정희식 리더쉽 혹은 그 아류들을 외치는 중이다.
 
2만불을 국가운영기조로 하면 중남미식으로 양극화가 생겨난다고 2년 동안 적지 않은 숫자의 사람들이 외친 셈인데, 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 2년 동안에 대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역시 아무도 없다.
 
미안하다고 말하면 어디 덧나냐? 
 
너희가 병법을 아느냐?
 
"도대체 너희가 병법을 아느냐?"
 
이 얘기를 어디서 들었을까? 2003년 2월, 원주의 토지문학관에서 저녁을 먹고 나서 심통이 나서 집에 돌아가는 분을 사람들이 억지로 불러 세웠다. 마지못해 자리에 앉은 김지하 선생이 하신 첫 말씀이다.
 
80년대 중반을 빗대어서 하신 얘기이다. <오적(五賊)> 이후 감옥에 가서 읽은 여러 책 중에 병법 책을 재미지게 읽었다고 하셨다.
 
"너희가 전쟁을 하자는 거냐, 전쟁놀이를 하자는 거냐?"
 
이 병법이라는 얘기를 또 다시 들은 건 부안에서였다. 부안에서 열린우리당으로 출마하고자 노력하고 계시는 어느 선배님 입에서 3년 만에 다시 이 얘기를 들었다.
 
열린우리당 입당 전에 김지하 선생을 찾아뵈었는데, '병법' 얘기를 하셨고 이제 제대로 문제를 해결해보라고 하셨다고 한다.
 
병법을 아느냐? 무슨 섭섭한 말씀을... 나는 <워크래프트 2>부터 시작해서 <스타크래프트>까지 고루 거친 세대이다. 딴 건 몰라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병법이라면 한 ‘병법’ 한다..
 
다 좋은데 병법을 아느냐라는 말을 다시 새만금으로 돌리면, “삼보일배가 병법이었는가”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 험악한 세상에...
 
어쨌든 어디에든 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대구의 참사들
 
더 얘기하지 않더라도 대구는 최근 몇 년간 슬픈 도시였다. 참사로 통계를 내는 게 좀 그랬는데, 성수대교에서 삼풍백화점까지 오는 기간 동안에 천재지변은 서울이 단연 1등이였겠지만, 아마 요즘은 끝없는 사고의 1등은 대구일 것 같다.
 
지난 2년 동안 매 달 한 번씩 대구에 갔었는데, 그 중에 딱 한 번 자고 왔다. 대구의 시민단체 사람들을 만나면 왜 안되는지를 들어주면서 밤새야 하기 때문에 이제는 어지간하면 10시가 되기 전에, KTX가 끊기기 전에 대구를 떠난다.
 
대구에 사고가 그렇게 많이 나도 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정말, 미안하다고 말하면 어디 덧나냐?
 
'기획'이라고 말하는 너도 좌파냐?
 
지난 3년 동안 우리나라의 변화에 대해서 조금 생각해본다.
 
DJ는 미안하다고 말하는 걸 끔찍이 싫어했던 사람인 것 같다. 미안할 때쯤 되면 병원에 입원한다. 그래서 국민들이 뭔가 미안하게 만들었다. 고수다.

YS는 미안하다는 말을 좀 했고, 가장 화끈하게 미안하다고 말했던 사람은, 뜻밖에도 노태우다.
 
"이 사람..."이라는 말로 시작한 비자금 사건 때의 노태우의 낮은 모습은, 그래도 "미안하다고 말해줘요"라는 작은 전통의 시금석 같다 (나는 사랑한다고 말해줘요라는 말을 더 듣고 싶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좌파들도 하나같이 '기획'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기획능력', '기획자', '기획단위'. '기획팀' 등등 기획의 파생어는 끝도 없다. 영어로 한 번 바꿔봐라. 잘 안 될거다. '기획'이 원래 일본말이라서 그렇다.
 
최고의 코메디는 "기획하지 않은 자유"라는 말로 기억된다. 오죽 기획을 많이 하시다 보니, 기획 없다는 것이 다 감동이 되었을까? 기획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좌파들도 계속 쓰다 보니까, 이젠 좌파들도 뭔가 기획해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에 기획이라는 말이 들어온 것은 일제 시대 일본 군대 용어에서부터이다. 식민지 통치를 기획이라고 했고, 군대가 기업으로 변한 미쯔비시(三陵)를 비롯한 일본 기업들이 외국 기업의 planning이라는 말을 기획으로 번역하다 보니, 이래저래 식민지 잔재로 기획이라는 말이 남았다.
 
그러나 이제는 좌파들도 기획하는 시대가 되었다. 게다가 자유도 기획하고, 가끔은 기획하지 않은 자유도 획책하고... 
 
노무현은 극우파가 아닐지 모르지만, 그는 기획을 사랑한다!
 
노 대통령 주위의 사람들은 기획을 사랑한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은 혁명가나 전사이기 보다는 이제는 기획자가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 맥락에서의 '기획자'는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얼굴 없이 권한을 행사하는 일본식의 기획자가 우리나라 좌파에는 너무 많다. 그래서 그들은 더욱 전문가를 사랑한다. 지금 정부에는 '기획전문가'가 너무 많고, 평생을 한 가지 일에 종사해서 누구도 그의 말을 경시하지 않으면 안 될 그런 진짜 전문가는 거의 없다.
 
내가 이 정부가 내세운 전문가들을 '엉터리'로 보는 이유는 그가 전에 뭘 했는지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역시 같은 이유로 절대로 전문가라고 스스로를 소개하지 않는다).
 
노 대통령은 극우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가 '채용'한 기획자들은 극우파들을 너무 사랑했고, 정부의 전문가와 대학의 전문가와 기관의 전문가들을 너무 사랑했다. 그래서 3년 만에 이 사회는 완벽하게 극우파 사회로 변모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들이 내세운 것을 생각해보자.
 
1) 혁신 : 전형적인 우파 개념인데, 그 자체로 나쁘다고 할 수는 없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남미형 전환의 'TRIGGER'역할을 톡톡히 했다.
 
2) 경쟁력 : competitivity라는 전통적인 노동/자본 개념이 아니라 총체적인 전투 개념의 competitiveness 개념을 번역한 용어이다. 그 자체로는 국제 무역과 세계화를 설명하기 위한 개념인데, 이걸 농업과 아직 지역 자치 구조가 이루어지지 않은 지역에다가 무자비하게 들이대면서 '박정희를 뛰어넘는 박정희'를 구현하였다.
 
3) 사회 갈등 : conflict는 철학적으로는 사회학자 레이몽 부동(Raymond Boudon)의 perverted effect라는 말과 쌍을 이루면서 80년대 후반에 급격히 진화한 개념이다. 이 개념의 원천은 맑스가 사용했던 모순(contradiction)을 자본주의 재생산정식이라는 증명하기 어려운 절차를 피해서 다시 사용하기 위해서 도입된 개념이다. 이 정부에서 사회갈등이라는 것이 도대체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나는 나에 대한 성찰을 이루었는데, 이 바보들이 도대체 아직도 자기 밖에 모르고 있어... 대상이 된 '당사자'를 대단히 대상화시켜서 바라보고 있던 이 정권에서 이 '사회갈등'이 어떻게 해결될 수 있겠는가?
 
이 정부는 이 세 가지 개념을 축으로 우파들도 그렇게 못했을 극우파 사회로의 변화를 사실상 완벽하게 이루어낸 것 같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이제 사람들은 파시즘이라도 박정희 정도만 하면 좋겠다라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파시즘 하에서 단 10분도 살기 어려울 것 같아 보이는 사람들도 그래도 박정희 때가 좋았다고 얘기한다.
 
그냥 무식하게 덤벙덩벙 잡아서 노무현 이전과 노무현 집권 3년을 비교해보면 확실히 드러난다.
 
3년 전에는 박정희가 좋았다고 그렇게 노골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는 아니었다. 마치 1929년 세계 대공황의 휩쓸린 독일의 중산층과 노동자들이 전쟁을 향해 나아가는 것 같은 그런 광란의 분위기는 아니었다. IMF 여파에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더라도 이 사회는 그런 파시즘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은 차라리 개발독재라도 확실히 하는 게 좋겠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이 얘기가 어디 회원가입을 안하면 글을 쓸 수 없게 하는 음습한 극우파 사이트에서 벌어진 얘기가 아니다. 정치학으로는 가장 많이 공부한 정치학회 같이 학자들 모인 학회 같은 곳에서 앞다투어 벌어지는 논의들이다.

노무현 대통령 주위의 당신들이 기획한다고 방방 뜨면서 행정에 대해서 잘 모르면 가만 있으라고 잘난 척한 2년 반의 결과가 그렇다.

자, 질문해보자!

노무현 대통령이 기획자인가, 아니면 그 주위에 있던 당신들이 기획자인가?
누가 미안해라고 말해야할까? 노무현 대통령인가, 아니면 열린우리당 혹은 청와대의 당신들인가? 아니면 당신들이 사랑했던 그 '기획 정신'이 스스로 나서서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는 것일까?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이미 이 정부는 '2만불'에서 시작해서 "경기가 나쁘다", "건설로 경제를 살릴거다"에서 이제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그리고 심지어는 "골프장으로 경제를 살릴거다"까지 경제학이 할 수 있는 가장 극우파적인 발언들을 전부 사회 의제로 설정해서 써먹을 만큼 다 사용했다.

우리의 우파들은 당신들에 비하면 그래도 '성장 동력'이니 혹은 '견인 세력'이니 이론적으로 설명될 수 있는 용어들을 사용했지만, 참여정부의 기획자라고 얘기하는 당신들은 경제학 교과서에는 단 5분이면 그건 아니라고 학부생들도 기말고사 답안지로 증명할 수 있는 정도의 얘기들을 '국정'과 '국익'이라는 용어를 동원해서 과감히 사용해버렸다.

그래서 당신들은 좌파의 기획자이거나 혹은 국정의 최종심판자일지는 몰라도 당신들은 '경제 이데올로그'들이었다.

국민소득의 숫자놀음으로 국민들을 통치하고, 그렇게 자신들의 정치적 부문을 정치적으로 늘려가려고 했던 공자식 표현대로 '소인배'에 불과하다.

그러나 아직 2년이 남아있다. 그 시간을 당신들은 다시 정권획득에 사용하려고 하고 있지만 당신들의 이 위험한 게임은 그렇게 승산이 있어보이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 안에는 최소한의 정당성과 이유도 없어 보인다.

제발이지 "미안하다"라고 말해라.

동서고금을 비롯하고 모든 정당한 권력의 출발점은 "그것은 아니다"와 "미안하다"라는 두 가지 힘 위에 서 있다. 당신들이 주창한 "그것은 아니다"가 이제 당신들의 거울로 다시 당신들을 비추고 있다.

지금 와서 ‘그것은 아니다’라고 얘기한다면, 당신들은 이미 '강화된 신자유주의'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있고, 농업 포기정책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있고, '비정규직 양산'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있고, 이라크전에 발을 깊이 담그고 있다.

보통 황제가 재집권을 위해서 사용한 말은 "미안하다"이다. 그리고 당신들은 이제는 "그것은 아니다"를 말할 수 있는 처지에 있지 않고 "미안하다"라고 말할 구조적 위치에 있다.

당신들을 믿었던 매체들은 지금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고, 당신들을 지지했던 양아치가 아닌 국민들은 불신의 강속으로 깊이 들어가고 있고, 당신들의 지지자들은 당신들을 지지했던 이유로 마음이 심란하다.

제발이지 "미안하다"라고 말해라.

그렇다고 내가 당신들에게 더 좌파적인 정책을 쓰거나 아니면 극단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라고 주장하고 싶은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는 다 잘났고, 수많은 기획이 아직도 진행 중인데, 다만 국민들이 믿어주지 않아서 문제가 이렇게 된 것일 뿐이다."

이렇게 말하지는 말라는 얘기를 하고 싶을 뿐이다.

대저 정치는 하늘의 뜻이고, 민심이 곧 하늘이라고 말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전통이다. 당신들에게는 지금 민심은 없다. 그리고 하늘의 뜻도 없다. 그렇다고 총리에게 임명권을 포함한 전권을 넘겨주고 책임총리제라고 하는 그런 말장난을 국민들이 기대하는 것은 내가 보기에는 아니다.

말장난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 이 착한 백성들은 "미안하다"라는 말을 듣고 싶을 뿐이라는 것이, 내 소박한 생각이다. 좌파니, 개혁이니, 그리고 기획이니 하는 용어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은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한다.

"미안하다"고 말해라.

그리고 하나씩 문제를 풀어보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나을 것이다. 
 
국민투표를 활용해라.

1987년 헌법의 개정으로 생겨난 대한민국 헌법 10호는 생각보다 많은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다. 그 때 처음 들어간 장치가 '국민투표'라는 장치이다.

1987년 헌법을 잘 보면 그 때 처음 성문화된 글자들이 몇 개 있다.

유시민 위원은 1987년 체계가 한계에 봉착했다고 떠들지만, 우리 사회는 87년 헌법의 장치와 정신도 아직 제대로 사용해본 적이 없다.

역사상 처음으로 87년 헌법은 72조 조항에 대통령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도록 직접 민주주의의 정신을 규정하고 있다.
물론 일반 국민들은 한 번도 안 들어봤을 '경자유전(耕者有田)'이라는 단어가 121조에 들어간 것도 87년 헌법의 정신이다.

87년 10호 헌법의 정신은 45년 1호 헌법의 정신을 이어받아 모든 국민들이 자신들의 권익을 표현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제도적 장치를 만들고 있다. 지금 같이 당신들이 조성해놓은 극우파 사회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민주적 장치이다.

하다못해 교과서도 5차와 6차 개편의 내용들을 지금 전경련을 비롯한 극우파 단체들이 열심히 뜯어고치고 있는 것이 7차 교육과정 개편의 후반기의 모습이다. 바로 당신들이 세상을 기획한다고 하는 그 시점에 벌어진 일이다.
미안하다고 말하기 바란다.

그리고 87년 헌법이 이런 시점을 위해서 예비한 장치들을 사용하기를 바란다. 무서운가? 무서워도 하는 것이 그리스 이후의 민주주의의 정신이다. 최초로 민주주의를 맨 앞에서 외친 소크라테스가 한 일이 무엇인가? 바로 아테네 여신의 신탁의 내용을 몸으로 증명하기 위하여 독배를 마신 일이 아닌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거치고, 다시 한반도에서 45년과 4.19, 5.18을 거치면서 87년 헌법은 독배를 마시지 않고도 민주주의를 시행할 수 있는 절차들을 마련하고 있다.

할 줄도 모르는 기획을 한다고 그럴듯해 보이지도 않는 타협을 하지 말고, 잘 알지도 못하는 정책을 한다고 이상한 극우파 정책 논리를 들이대지 말고, 87년 체계가 만들어놓은 절차들을 활용하기를 바란다. 
  
여론전으로 세상이 움직여지지 않는다는 걸 이해하기 바란다

새만금을 국민투표에 붙이는 것이 가장 간편한 답이다. 생태계는 간편하지 않다. 지역경제도 간단하지 않다. 민주주의도 더더군다나 간단하지 않다. 그러나 당신들 열린우리당의 기획자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 '기획'과 '작전'은 너무 많은 사람들을 어렵게 했고, 그 동안에 너무 많은 사람을 괴롭게 했다.

'사회적 일자리'의 경우에도 다양한 옵션을 놓고 투표를 해볼 수 있다. 그게 당신들 말하는 스웨덴식 혹은 네덜란드식 사회적 합의 아닌가?

87년 헌법은 그러한 사회적 합의를 '국민투표'를 통해서 하도록 길을 열어놓고 있다. 그리고 그 헌법 청구가 남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대통령'에게 그 발의권을 전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어차피 2년 때우다가 나가거나 심통나면 그 전에 나간다고 생각하는 정도라면, 87년 체계가 열어놓고 있는 그 직접민주주의 절차라도 한 번 가동시켜보기를 정말 바란다.

그리고 그게 의미 있기 위해서는 먼저 미안하다고 얘기해라. 미안하다고 말하면 어디 덧나냐?

당신들 눈에 보이는 심통난 듯한 국민들, 도와주지 않는 전문가들, 절대로 움직이지 않을 지방정부의 관료들, 그리고 크고 작은 기업 내의 수많은 월급쟁이들, 그리고 집에 있는 전업주부와 이제는 나이 먹어 사회활동을 접은 퇴직자들. 그들을 극우파로 몰아붙이지 말고, 그들에게 이제는 얘기해라.

"미안하다"

미안하다고 말하면 밀려나는 헐리우드 영화와 같은 꿈에서 깨시길 바란다. 대한민국은 미국이 아니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떠난 이승만 대통령과 프란체스카 여사를 아직도 국부로 모시는 사회이다.

깽판치고 한 판 벌이고, 아니면 말고 할 요량이면 미안하다는 말의 힘을 한 번 믿어보기를 바란다. 

"미안하다"고 말하는 데에는 돈이 들지 않고, 동양 사회에서는 공자 이래로, 부처님 이래로,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은 미덕이다.

지금 이 난국에 미안하다고 말할 그나마 '권력'이라도 가진 건 당신들 밖에 없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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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11/11 [05:2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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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인사대천명 2005/11/17 [17:45] 수정 | 삭제

  • 뭔가 배울 것이나 또는 새롭게 알 수 있는 것이 있을까 해서 봤는데 눈만 아프다.

    단순논리로 이것 저것 버무려서 혼란함.
  • 지나간475 2005/11/11 [19:09] 수정 | 삭제
  • 노무현 정부가 우향적 경향을 보인것도 많고 여당이 제대로 역할을 못한것도 많음은 이해하나 요즘 소나 개나 대통령씹기에 한다리 더 끼운것으로 밖에는 안 보이네요. 그리고 현란한 표현과 지나친 오버(개발 독재가 더 낫다?)는 논점의 핵심이 흐려짐도 감안 하심이.

    근데 이글 보면서 옛날 5공 청문회 중계보면서 경상도 할배들이 노무현보고 '눈까리 탁 밟아 터자야 시원한 모양이제'하던 모습이 왜 자꾸 겹쳐질까? 미안하게시리.
  • 조샘 2005/11/11 [18:42] 수정 | 삭제
  • 미안하다는 말 만하면(안하면) 진정성이 있다(없다)?
    이승만이 미안하다 말했다고 독재자가 국부가 됐어?
    그리고 웬 국민투표 만능론?

    주장하는게 뭔지....
    경제학자 글 참 헷갈리고 어렵네.

    이해 못해서 미안하다.
  • 홍기빈 2005/11/11 [16:40] 수정 | 삭제
  • "3년 전에는 박정희가 좋았다고 그렇게 노골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는 아니었다. 마치 1929년 세계 대공황의 휩쓸린 독일의 중산층과 노동자들이 전쟁을 향해 나아가는 것 같은 그런 광란의 분위기는 아니었다. IMF 여파에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더라도 이 사회는 그런 파시즘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은 차라리 개발독재라도 확실히 하는 게 좋겠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여기에서 아마 개발 독재 - 미국식 신자유주의 종합이라는 한국식 지배 블록이 형성되는 중이며, 여기서 이명박이나 올 초 SERI에서 나온 [한국 경제 어디로 갈 것인가] 운운의 보고서에서 주창되는 바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 흘러간386 2005/11/11 [13:55] 수정 | 삭제
  • 필자의 짧지않은 글을 보면서 '미안하다'가 34본?인가 나왔다. 이 글 만큼 열린우리당 구성원의 한계를 잘 지적한 글을 본래에 본적없다.
    열린우리당과 노통을 공격하기는 쉽지만, 그들의 과오에 대해 진솔한 사과를 요구하는 글은 쓰기 힘들다. 얼마나 절절하면 34번이나 걸쳐 미안이란 단어를 언급했나...
    열린우리당 어떤 사람이 읽거든 제발 '미안'하다라고 미러한번 숙여라.
    그러내 내 당신들의 진정성을 믿어주마..
  • 도대체... 2005/11/11 [12:48] 수정 | 삭제

  • 굉장한 경제학박사께서 말씀하신 거라 나 같은 무지랭이야 알아 들을 수
    없는 게 당연하지만...

    좀 쉽게 씁시다...!

    극우로 변한 '대통령 기획전문가'들이 문제요? 아니면, '미안하다'란 말
    안하는 노무현이 문제요? 것두 아니면...국민투표하지 않은 새만금이
    문제요?

    대중들의 박정희시대 회귀 심리도 노무현 탓이요?

    여기서 새만금 얘기가 왜 나오고...대구참사 얘기는 또 왜 나와요?
    그것두 노무현 탓이란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