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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정서로 본 노무현의 막말발언
서민이미지를 빼앗는 조중동의 교묘한 언론공작ba.info/css.html'>
 
이승훈   기사입력  2002/08/23 [01:44]
97년 환란 이후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서민정서가 격화되었다. 환란극복과정에서 서민들이 상대적으로 부담을 많이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감안한다하더라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부정부패, 그리고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빈부격차 등으로 인해 서민정서가 많이 격화된 상태다.

약간의 부연설명을 하자면, 부정부패 문제에 관해서 검찰청과 형사정책연구원자료 및 통계청 자료를 볼 때 공식적인 부정부패건수와 공무원범죄건수는 김영삼정부시절보다 월등히 많아졌다. 통계 외적인 문제로서 적극적인 반부정부패활동으로 인해 암수범죄(暗數犯罪)가 드러난 것일 수도 있다. 또한 등록된 각 범죄의 규모등 내용을 분석해 볼 필요도 있겠지만 적어도 부정부패에 관해서는 김영삼정부시절보다 나아진 것이 없다는 잠정적인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빈부격차문제와 관해서 현재 대한민국건국이래 최악의 빈부격차라고하는데 기왕의 빈부격차 변동의 추세와 차후 예상으로서 투기문제와 자녀 부유층과 서민층의 교육비투자액 등을 볼 때 빈부격차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IMAGE2_LEFT}현정부 들어서 권력층 부정부패의혹 때문에 전례가 없던 특검법이 두차례나 제정되었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올해들어 김대중대통령 아들들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의 알선수재혐의로 구속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것을 지켜보는 서민들의 심정은 분노 그 자체이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이번 대선에서 서민정서가 화두가 됨은 당연한 일이다. 아이러니컬 하게도 이 서민정서를 잘 활용한 것이 귀족이미지의 한나라당 이회창후보이고 상대적으로 활용이 미흡했던 것이 서민적이미지의 민주당 노무현후보이다. 여기에는 조중동의 교묘하고 야비한 고단수 언론공작이 있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아직 대통령아들들의 비리가 의혹단계에 머물렀던 5월 말부터 6월초 보름여의 기간동안의 일이다. 조선 중앙 동아등의 언론들은 노무현후보의 깽판발언을 막말이라고 하면서 연일 기사와 논평, 사설등으로 비난했었다.

[관련기사] <사설> 막말로 막가는 정치(중앙일보 6. 2)  

노무현지지자들은 지금도 깽판발언 등이 노무현의 세련되지 못한 거친 발언이고 조잡한 정치수사라고 보면서 노무현의 표를 떨어뜨리게되는 노무현 실수리스트에 노무현의 막말을 올리고 있는데, 이것은 오해다. 노무현지지자들이 조중동에 세뇌당한 것이다. 조선일보의 대노무현 언론프레임 중의 하나가 바로 '막말하는 노무현'이다.

그런데 노무현은 막말을 한 적이 없다. 할미가 손주가 귀여워서 손주에게 "아이구 이 귀여운 똥강아지새끼" 하는 것이 막말인가? 노무현이 깽판 어쩌고 저쩌고말 한 것은 노무현이 마음을 얻고자 원했던 노무현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한 말이다. 한나라당사람에게 이 말을 했다면 막말이 되겠지만 이것이 어떻게 해서 막말이 될 수 있는가? 그것은 자기를 낮추고 서민들과 가깝게 지내기 위한 서민행보의 일환인 것이다. 서민행보는 선거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번 2002 대선처럼 서민정서가 매우 격화되어있는 경우는 더욱 더 중요하다.

중앙일보는 깽판의 어원과 관해서 말하기를, 노름판에서 통용되는 말로서 방해하면서 위협하다라는 뜻을 가진 '깽판놀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엉터리해설이다. '깽판치고 놀다'라는 말은 있어도 깽판놀다라는 말은 없다. '깽판놀다'가 아니라 '깽판놓다' 일 것이다. '깽판으로 만들어 놓다'를 '깽판놓다'라고 한다. 깽판은 엉망인 개판보다 더 엉망이 된 상황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 개판에서 개를 막 치고 때리면 개들이 깽깽거리면서 개판보다 더 엉망이 되어버린다. 이렇게 개를 구타하는 장면을 연상하면서 개판에서 파생시킨 말이 깽판이고 이것이 용언으로 사용될 때 '깽판치다'로 되는 것이다. '깽판치다'는 개판으로 만들다라는 뜻을 가진 것으로서 빈민, 하층계급사람들이 흔히 쓰는 말이다. 이 말을 하는 것이 대통령후보로서 그렇게 문제가 될 정도로 조잡한 것인가? (노후보가 '남북 관계만 잘 되면 그만'이라고 했다고 문제삼는 유치한 주장에 대한 반론은 지면이 아까워서 생략한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선거구호(슬로건)를 보기로하자. 민주당의 고어(Gore)후보가 유권자들에게 이렇게 외쳤다. "You ain't seen nothing yet!"

의역은 물론 직역으로도 해석이 잘 안될 것이다. 이 선거구호는 세련되지 못하고 천박하고 무식한 빈민이나 흑인들이 쓰는 영어이기 때문이다. "유권자 당신들은 아직 많은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라는 뜻이다. 클린턴의 경제치적을 내세우면서 앞으로 더욱 더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의미에서 하는 말이다.

여기서 ain't는 have not, has not, is not, am not, are not... 등을 구분하지 않고 아무 생각없이 편하게 쓰는, 그 모든 경우에 통용되는 단어로서 흑인과 빈민들의 영어이다. You ain't seen nothing yet!는 이중부정까지 하고 있어서 문법적으로도 틀렸다. 세련된 영어와는 거리가 먼 무식한 이들의 영어이다.

고어는 평소에 고상한 외모가 큰 문제였다. 대부분의 무식한 서민유권자들이 거리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 고상하고 샌님같은 이미지의 고어후보가 이렇게 세련되지 못하고 천박한 영어를 선거슬로건으로 사용했다. 민주당과 고어가 왜 이런 빈민 흑인 영어를 썼겠는가? 당연하다. 서민행보를 하기 위해서 쓴 것이다. 이런 천박한 말을 함으로서 유권자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음을 과시하고 자신이 솔직하다는 것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말을 썼다. 민주당의 경제치적을 내세우면서 동시에 자신의 문제였던 고상한 이미지를 바꾸고 서민행보 효과를 생각한 훌륭한 선거구호였다.

민주당 고어후보의 선거슬로건에 맞서 공화당의 부시(Bush)후보가 내놓은 슬로건은 "Yes, we ain't seen nothing yet!" 이었다. 고어가 했던 천박한 말투를 그대로 따라 한 것이다. "그래 우리들은 아직 아무 것도 보지 못했다!"라는 뜻이다. '민주당이 집권한 이래 클린턴이 한 것이라고는 바람둥이짓 뿐이다. 그것 말고는 우리는 아무 것도 본 것이 없고 민주당의 경제치적은 아무 것도 아니다'라는 의미에서 하는 말이다. 클린턴의 성추문을 공격하고 민주당의 경제치적을 공격하는 선거구호였다. 그리고 고어의 경우처럼 부시도 무식한 유권자수준으로 자신이 낮아질 수 있음을 과시한 것이다.

다른 모든 것을 떠나 서민행보를 기준으로 해서 You ain't seen nothing yet!이라고 한 고어와 Yes, we ain't seen nothing yet!이라고 한 부시 중 누가 당선이 될까? 당연히 Yes, we ain't seen nothing yet!라고 한 부시가 당선이 될 것이다. 부시는 'we'를 사용함으로서 부시 자신이 빈민 이나 흑인들과 완전히 동화된, 한 차원 더 높은 서민행보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몰라도 결국 슬로건 싸움에서 진 고어는 선거에서도 패배하고 부시가 대통령이 된 것이다.

{IMAGE1_RIGHT}아무튼 고어와 부시의 선거구호는 우리 나라에서 예로 들자면 "경제를 깽판만들지 말자!"를 선거구호로 대통령 후보가 사용하는 격이다. 그런데도 조중동은 고어나 부시처럼 노무현도 서민행보를 했다고 봐줄 수 있는 것을 노무현후보가 천박한 말을 한다고 비난했다. 이것은 조중동이 천박함의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음을 노무현에게 투사한 상황이다. 사람잡네 조중동!

이 깽판발언 관련 조중동의 언론공작이 먹혀들어갔기 때문에 노무현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인 솔직함과 서민이미지를 본의 아니게 떼어 내버리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깽판발언 사건에 대한 조중동의 언론공작은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다. 실제로도 조중동의 5월 말의 연이은 깽판발언 비난보도 이후로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상당히 많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반면에 이회창후보는 빠순이사건등으로 알 수 있듯이 적극적으로 취해온 서민행보를 더욱 더 강화했다. 노무현 후보의 표가 당연히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날개달린 사자에 날개를 떼어버린 격이라고 하겠다. 민주당과 노무현 측에서 부시와 고어의 예를 들면서 깽판발언은 서민행보의 일환이라는 것을 적극 주장했더라면 상당한 지지율하락을 방어할 수 있었을 것이며 차후 대중선거운동에서 노무현후보의 장점을 십분 발휘하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다.

얼마전 노후보가 교통위반딱지받은 속사정에 대한 조중동의 언론공작은 너무나 뻔해서 국민들이 실소할 정도이지만 이 막말보도 언론공작은 지금으로서는 조중동이 성사시킨 대표적인 언론공작이라 할 만하다. 노무현지지자들은 깽판발언등 노무현의 서민적 수사에 대해서 노무현의 실수, 단점이라고 하지 말기를 바란다. 그것은 조중동의 의도에 놀아나는 것이다.

한때 국민의 80%가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가 있었다. 상당한 계급인플레이고 착각이다. 중산층이 되려면 지금 경제사정을 기준으로 최소한 월 500만원정도는 벌어야하지 않을까? 돈만 있다고 중산층이 되는 것도 아니다. 한 두가지 정도의 악기는 다룰 줄 알아야하고, 거실 탁자위에는 항상 오늘의 책소식이라는 북리뷰코너가 펼쳐져 있는 신문등이 있어야한다. 그리고 수시로 사회봉사활동도 해야지 중산층이라는 말을 꺼낼 수 있는 것이다. 진짜 중산층이 얼마나 될까?

환란이후 국민들의 계급인플레의식은 많이 수그러 들었다. 노무현 후보가 국민에 대해 솔직함과 당당함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깽판발언을 서슴없이 해대면서 서민과 동화된 낮아진 모습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아직 시간이 많다. 앞으로 이회창의 서민행보가 근본적으로 위장전술임을 이회창의 선거공약을 통해서 국민들도 알게 될 것이다. 솔직함과 겸손과 박력이 노무현의 매력이자 장점임을 서민들에게 주입시키길 바란다. 힘 좀 내시오 노무현후보. 그리고 이제 제발 어디 갈 때 양복 좀 그만 입기를 바랍니다.

단, 아군이라하더라도 반노니 무슨무슨파니 하는 떨거지정치인들에게는 깽판발언을 삼가야할 것이다. 이 사람들은 스스로 천박함의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어 '깽판'같은 말을 들으면 알레르기반응을 보인다. / 논설위원

자유... 백수광부

* 사진출처 : 노무현 공식홈페이지 http://knowhow.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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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08/23 [01:4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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