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나리의 초록세상 만들기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서동요', 드라마에 깃든 황우석신드롬
[비나리의 초록공명] ‘오즈의 마법사’처럼 풍자 사라진 ‘서동요’의 씁쓸함
 
우석훈   기사입력  2005/10/17 [22:06]
사회적 상징이 강한 고전 문학의 전통과 달리 미국의 소설들은 상징이 약하고, 그 대신 약간은 실존적인 인간 자체가 한 가운데로 나오는 경향이 조금 강하다. 헤밍웨이가 그렇고, 마크 트웨인도 그렇다.
 
직설법을 사용하지 않은 소설 중에서 최고의 풍자소설은 오즈의 마법사이다. 금 단위인 온즈의 약자인 Oz는 직설법으로 금본위제가 19세기 후반에 세상을 괴롭힌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때때로는 금본위제가 만드는 디플레이션 때문에 - 딴지에서는 그렇게 얘기했지만 - 그 얘기보다는 실물 증가만큼 교환수단이 늘어나지 않는 금본위제에서는 금을 가진 사람들의 금값만 올라가고 노동자나 농민들 그리고 금 이외의 재산이 평가절하된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고, 오즈의 마법사는 이 금본위제가 가지고 있던 시대의 문제에 대해서 지적하고 있다.
 
물론 나중에 브레튼우즈 체계에 의해서 미국 연방은행이 달러를 금으로 바꾸어주는 금태환을  포기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미국의 세계 지배를 강화시키게 된다는 견해가 더 강하다.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허수아비는 뇌가 없어져서 도저히 변화하는 시대에 따라갈 수 없게 되어버리고 일만 하는 순박한 농민들을 상징한다.
 
강철인간은 아무런 감정도 박탈당한 상태에서 일만 해야했던 노동자들을 상징한다. 제일 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느낌이 없어져버린 인간들...
 
그리고 사자는 민주당을 상징하는데, 이들은 용기가 없어져서 세상을 바꿀려는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한다...
 
그래서 도로시로 상징되는 미국 시민들은 노동자, 농민과 손잡고 사자가 힘을 가질 수 있게 해서 사실 금본위제가 실제로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보다 더 풍부한 유동량을 가지고 있던 은본위제로 가자... 실제로는 은본위제는 도입되지 않고, 나중에 도쿄라운드를 비롯한 일련의 가트 협상을 통해서 피아트 머니 체계로 넘어가게 된다.
 
소설에서는 도로시가 신고 있던 은구두 - 영화에서는 마침 등장한 총천연색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 빨갛게 색칠한 빨간 구두가 된다 - 가 이런 체계를 상징한다.
 
소설이 정답을 제시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즈의 마법사는 공화당의 국가 체계 속에서 노동자와 농민이 살기가 어려워지고, 금본위제를 통해서 일종의 불평등한 부의 강탈 같은 것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얘기를 한다. '찰리의 초콜렛 공장'만큼 상징으로 가득찬 이야기이다.
 
우리나라 드라마 중에서 약간이라도 정치적인 색채를 담고 있는 것은 서동요 밖에는 없다.
 
물론 나머지 드라마도 정치적인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대체적으로 돈이 최고거나 돈이 최고가 아니다. 그리고 사랑이 최고거나 사랑이 최고가 아니다는 딱 두 가지 축으로 들어간다. 전두환 시절이라면 Sex, Spectacle, Sports의 세 가지 파쇼 시대의 문화정책인 섹스 이데올로기에 다 들어가 있는 드라마들이다.
 
너희는 섹스에 대해서 열심히 고민하고 있어... 자꾸 복잡한 거 생각할려고 하지 말고...
 
대장금도 멜로라인을 주테마로 삼지 않고, 끊임없는 기술과 기능 사이의 교감이 스토리 라인을 만들어낸다는 면에서는 보기 드물게 섹스 드라마가 아니였다.
 
불멸의 이순신도 후지기는 후지고, 이데올로기 드라마인건 마찬가지이지만, 그래도 섹스 드라마는 아니었다.
 
서동요는 멜로라인의 외향을 뒤짚어 쓴 과학기술 드라마이다. 작가가 표방한 게 그렇고, 또 김영현 작가가 섹스에 대해서 다른 작가들처럼 그렇게 개인적인 관심까지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믿기도 쉽지는 않다.
 
그래서 서동요가 오즈의 마법사 계열인가에 대해서 한 번은 질문하게 된다.
 
서동요가 활동하던 시기는 드라마에서는 그렇게까지 복잡하게 나오지는 않지만 그야말로 격동의 시기였다. 선화공주의 언니가 선덕여왕인가, 하여간 여기에 나온 3 명의 공주는 신라의 마지막 성골들이다. 선화공주를 마지막으로 진골시대로 넘어가게 되고, 이 신라의 진골들이 결국 통일을 하게 된다.
 
'장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드라마의 주인공은 나중에 무왕이 되어서 상당히 오래 통치하는데, 결국 이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3,000 궁녀 신화의 의자왕이고, 백제가 이 때 망한다. 무왕이 죽고 선화공주는 백제 정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백제의 몰락은 선화공주가 사망하고 나서 정치적 구심점을 잃게 된 것과 연관이 되어 있다고 알고 있다.
 
서동요는 사실에 관한 드라마는 아니다. 아좌태자와 무왕의 어린 시절, 그리고 선화공주 등이 등장하는 사실 외에는 거의 사실과는 상관이 없다. 물론 꼭 모든 역사 드라마가 사실 드라마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장이가 몸담고 있는 정치집단은 일종의 왕궁 소속 장인들의 모임으로 구성되어 있다. 백제가 일본에 하사하였다는 '칠지검'만이 여기에서는 실제로 존재하는 일이고, 이들이 극 중에서는 두부도 새로 만들고, 온돌도 만들고, 약도 만들고, 새로운 무기인 검과 도의 장점을 결합한 합금이 아니라 합형이라는 새로운 검도 지금 만들고 있다. 물론 사실과는 아무런 상관은 없다.
 
과학기술의 응용인 일종의 엔지니어링이 역사에서는 굉장히 중요하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는 드라마인데, 그 사실 자체는 틀린 이야기도 아니고, 지난 10년 이래로 사관 논쟁과 지나치게 고증학으로 전도되어버린 실증주의에 신물이 난 역사학계가 새로 모색하는 길 중에 하나인 과학사와 관련이 되어 있어 아주 시대의 흐름과 괴리되어 있는 것만은 아닌 듯하다.
 
그러나 과연 김영현 작가의 이 서동요가 진짜로 보여주고 싶은 것, 그리고 어떻게 이 드라마가 무엇을 근거로 SBS를 설득하였는가라고 생각해보면 마음이 그냥 편하지는 않다.
 
조금 큰 시각으로 보면 기술발전에 의한 생산력 역사주의가 과연 이 시기에 오즈의 마법사처럼 시대의 모순을 관통하는 시선하나가 있고 조금 짧게 본다면 황우석 찬가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아주 편하지는 않다.
 
두부를 개발할 때 콩을 잘못두어서 썩었다... 그런데 이게 새로운 식품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하면서 누군가는 이걸 먹어봐야 한다... 얼마 전에도 독버섯을 잘못 먹었다고 싫다고 바둥거리는 사내에게 이건 조직의 의무이기 때문에 억지로 먹이는 장면이 서동요에 나온다.
 
맥락만으로 좀 야박하게 해석하면, 황우석의 난자 360여개를 20명이 약간 안되는 여자가 자의에 의해서 제공했다는 상황과 사회적 맥락 속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보통은 돈 때문에 난자를 제공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하지만, 돈 때문에 이렇게 호르몬계열의 배란촉진제를 먹어 난자 주기일수를 절반으로 줄이고, 주사바늘로 직접 난자를 채취하는 상황에서, 그래도 이게 과학기술발전을 위해서 누군가는 희생해야 한다는 논리로 얼버무려지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과학기술에 대해서 조금은 고민을 해봐야 한다...
 
오즈의 마법사는 동화로 당시의 시대상을 꼬집은 것이지만, 서동요는 연애를 모티브로 한 고전의 이야기로 지금의 시대상을 변호할려고 하는 것 같아서, 또 다른 새로운 길을 열게 될지도 모른다고 김영현 작가의 새로운 드라마를 보면서 과연 이게 새로운 길인지 아니면 SBS가 열렬히 지지하는 황우석에 대한 또 다른 지지를 상징으로 가지고 있는 음습하고 어두운 드라마인지 고민하게 된다.
 
작가 김영현은 대장금이 끝나고 난 다음에 너무 일찍 밑천이 떨어졌거나, 아니면 너무 일찍 우아하지 않은 시장의 논리를 대변하는 길로 가게 된 것이 아닐까라는 개인적인 작은 염려가 생겨났다...
 
오즈의 마법사는 언제 보아도 즐겁지만, 서동요는 점점 볼수록 마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한다. 이 드라마가 조금씩 더 불쾌해지는 건 연기자들이 연기를 못하거나 과학적 고증이 부족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5/10/17 [22:06]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

  • 바로잡기 2005/10/20 [01:20] 수정 | 삭제
  • 일단은 당시 시대상황부터 보죠. 백제 무왕과 신라 선화공주의 로맨스는 신빙성이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신라의 영역확장에서 오는 가야계 김유신의 성장과 성공신화에 더 가깝죠.
    그리고 삼국시대 과학기술이라는 것은 농업방면의 생산력 확장에 불과합니다. 과학기술(첨성대 등에서 볼 수 잇는 천문학을 제외하곤 보잘 것 없는 수준)이 실생활, 일반 평민에까지 미쳤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많고요.. 이것은 제2탄으로 올리겟습니다.

    일단은 아래 글부터 읽어보시죠^^

    우리가 알고 있는 서동요는 과연 백제 무왕과 신라 선화공주의 러브스토리가 맞을까?

    결론 부터 말하자면 사실이 아니다.

    삼국사기를 비롯한 어느 역사서에도 백제 무왕이 마동이라는 기록은 없다. 또한 어느 역사서에도 신라의 공주가 백제 무왕에게 시집갔다는 기록도 없다.



    일연이 삼국유사에 서동요의 엉터리기록을 실은 것은 분명 그의 실수이다. 이제부터 조목조목 역사의 진실을 따져보자.



    먼저 삼국사기 열전 김유신편을 자세히 읽어보면 재미있는 기록이 있다.



  • 서동요 애청자 2005/10/19 [20:51] 수정 | 삭제
  • 김영현 작가를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사적으로 황우석박사의 실험과 황박사의 실험 윤리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눈봐 있어서 글을 적습니다. 김영현작가는 개인적으로 황우석박사의 실험 윤리에 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으며 황박사의 실험이 법적인 테두리내에서 윤리적이로 수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두부에 대한 것은 사용된 재료가 모두 독이 없는 것이고 그것을 맛보라하는 것은 귀엽게 볼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와같은 내용을 바로 황박사의 실험 윤리를 용인 혹은 조장한다고 적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 생각이 됩니다.
    개인적으로 삼국시대는 한반도에서 중요한 시기라 생각이 됩니다. 물론 그 중요성이 자본주의의 태동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요. 삼국시대에 농업을 보면 생산력의 비약적 발전을 이룬시기입니다. 이와 같은 발전은 쌀농사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관개농법을 이용한 쌀농사가 정착된 시기가 삼국시대이고 이시대에 이를 뒷받침하는 과학기술의 비약적 발전과 토목, 관개시설등 거의 현대시설에 손색이 없는 기술적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김작가도 이와같은 이야기를 드라마를 통해서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조금 더 지켜보시길 부탁드립니다.
    드라마의 구상은 황우석신드롬 이전에 이미 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장금이 한참 방송되고 있을때 대장금 이병훈 피디께서 다음은 과학기술이라고하는 내용을 신분에서 읽은봐 있습니다. 시기적으로 보아 황우석신드롬 한참 전이구요. 과학기술의 철학적 접근에 관한 내용은 몇회인지 기억나지 않으나 주인공의 입을 통해 인간을 위한 과학에 관해 이야기 한것 으로 알고 있습니다. 과학의 이용이 전쟁이나 지배계층의 도구로 이용되어서는 않된다는 메세지로 저는 이해하였습니다. 아마 현재적 관점에서 본다면 과학기술의 자본의 독점적 이용을 경계하는 내용으로 해석이 가능하리라 봅니다.
  • 김성국 2005/10/19 [18:18] 수정 | 삭제
  • 몇가지 바뀌었네요.
    1) 성골과 진골
    2) 선덕여왕(성덕여왕이 아니라)
    3) 신라는 선덕여왕 다음의 진덕여왕이 신라의 마지막 성골출신 왕입니다. 진덕여왕 이후, 무열왕(김춘추)부터 진골출신이 왕이 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