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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의 명분을 상실한 이회창
8.8재보선에서 '브랜드 확장의 함정' 에 빠진 이회창ba.info/css.htm
 
이름쟁이   기사입력  2002/08/09 [09:06]
11:2

위의 스코어는 어제 있었던 8.8재보선에서의 스코어입니다.

한나라당의 압승을 보는 순간 본 이름쟁이의 머리속으로 스쳐간 것은 '2009 로스트 메모리즈' 라는 영화였습니다.

'2009 로스트 메모리즈' 는 올 2월에 개봉했던 영화로서, 2차세계대전에서 일본이 승리를 거두어 서기 2009년에도 조선은 여전히 일본의 식민지이고 서울은 일본제국의 제3도시라는 가정하에 그 역사를 되돌리기 위해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영화입니다.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보았을 '만약 그때....였다면,했었다면..' 이라는 '가정'을 기초로 만들어진 영화인데, 12월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가 낙선한다면, 아니 거기까지 갈 필요도 없이 자신의 지지율이 계속 하강하는 순간부터, 이회창 후보는 어제 있었던 재보선의 압승과 그것을 이끌어내기 위한 '만약 병역비리를 저질렀다면 대통령후보를 사퇴하겠다' 라는 말을 대단히 후회하고 8.8 이전으로 되돌아가고 싶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8.8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은 압승하지 말았어야 했었기 때문입니다.

호남을 제외하곤 기초의회의원,광역의회의원,기초단체장,광역단체장 까지 모조리 석권하고 한나라당의 일당독재를 염려하게 만들었던 6.13 지방선거에 이어 8.8재보선에서 압승함으로써 국회의석 과반수를 훨씬 넘어 버려 사실상 대한민국은 '한나라당 치하' 에 들어가게 되었으며, 여기에 대통령 까지 차지하면 완벽한 한나라당의 일당독재가 완성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방선거나 재보선에서 조금 럴럴하게 이겼다면 반드시 '이회창후보를 찍지 말아야 할 가장 크고도 강력한 이유'를 제거시킬 수 있었는데, 연속해서 압승함으로써 유권자들의 머리속에 '한나라당의 일당독재' 라는 두려운 인식을 심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게 어디 사람 맘대로 되는 일이냐고 하겠지만, 맘대로 못할 것도 없습니다. 최소한 이회창 후보가 선거지원을 나태하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이회창 후보는 당장의 재보선에서 이기기 위해 '대통령후보사퇴' 라는 극약처방까지 내세움으로써, 대선 막판에 써먹어야 할 초강수를 미리 사용해 버렸습니다. 오늘 배불리 먹자고 내일 먹기 위해 남겨두어야 할 양식까지 다 밥해먹은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한여름 피부결점'은 'UV스킨커버' 만으로 충분했는데..'대통령후보사퇴선언'을 바르다니...


아무튼, 결과적으로 이회창 후보는 이번 8.8재보선에서 '브랜드 확장의 함정' 에 빠져 버렸는데, 왜 함정에 빠졌냐에 대해 상술한다면,

성공적인 브랜드확장이란, 단순히 다른 브랜드에 자신의 이름을 붙여 그 브랜드를 성공시키게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母브랜드의 영향력도 확장되고, 모브랜드의 자산을 늘리는데 도움이 되어야만 합니다. (이것은 반대로 모브랜드에 도움안되는 브랜드확장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과 같습니다,)

물론, 이회창 후보는 국회와 한나라당에 자신의 영향력이 확장되고 자신의 자산이 늘어났습니다. 행정부를 좌지우지 할 수도 있게 되었죠. 그러나, 국회를 지배한다고 해서 그것이 특별히 이회창 후보의 대선가도에 유리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며, 유권자들에게까지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시킨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일당독재를 저지해야 한다' 라는 모순된 영향력을 확산시키는데 일조했을 뿐입니다.

아무리 이회창 후보와 한나라당이 '부자 몸조심'을 해도 '한나라당의 일당독재 저지'라는 명분은 이회창 후보를 제외한 타후보 지지자들에게 더욱 절박한 문제로 다가왔으며 결집도 향상이라는 반작용만 유도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선거의 의미는 그냥 여전히 존재하는 김대중정권과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 내지는 외면만 확인한 것일 뿐, 다른 것은 없습니다. 이런 선거에서는 그냥 대충 반타작만 하는 것이 좋았는데 이회창 후보는 '대통령 후보 사퇴선언' 까지 하며 너무 앞으로 나가 버렸습니다.

브랜드확장은 그 '잠재적 피드백효과' 즉, 모브랜드의 이미지를 강화시킬 뿐만 아니라, 더 넓은 제품범주로의 확장 역시 가능케 할 수 있어야 하는데, 11명 당선으로 인해 이회창 후보의 이미지가 더 강화된 것이 무엇이 있습니까? 한나라당과 국회에 대한 지배력만 강화되었을 뿐입니다. 더구나 그 결과로 넓은 범주인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확장시킬 명분을 축소시키고 자신의 확장을 거부할 명분만 확대시켜 주었습니다. 즉, 한나라당의 일당독재를 막아야 함으로서 이회창을 찍을 수 없다라는 명분과 인식만 널리 확장시켰습니다.

이번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의 압승은 일견 '성공한 브랜드확장'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실패한 브랜드확장'입니다. 실패한 브랜드확장이 모브랜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모브랜드와 확장제품의 유사성이 클수록 더욱 커지는데, 이번 재보선에서 당선된 한나라당의 후보들이 한나라당이나 이회창 후보의 성향과는 다른 즉, 개혁성이나 진보성이 출중한 인물들이라면 다시 말해 이회창 후보와 유사성이 적었다면 그나마 위와 같은 우려를 유권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불식시켜 줄 수 있지만, 당선된 후보자들이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와 성향이 같은, 또 다시말해 유사성이 높기 때문에 이회창 후보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더욱 커졌으며 그러한 부정적인 영향은 유권자들에게 그대로 커진 상태로 인식되게 됩니다.

반대로, 노무현 후보의 경우 자신이 직접 재보선에 나온 민주당 후보들을 고르지도 못했으며, 자신의 컬러와 맞는 후보자가 적었기 때문에 비록 브랜드확장에 실패했지만 부정적인 영향은 크지가 않습니다.

당장, 민주당에서 나오게 될 선거패배에 대한 책임문제에서 '씨바, 그니까 내가 하자는 대로 하자고 했잖아!!!!!' 라고 얼마든지 방어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후보에게 실패를 묻고 싶었다면, 노후보에게 온전히 맘대로 후보자도 뽑고 좌우간 선거와중에 절대 흔들지 말고 민주당에서 밀어주고 따졌어야 했는데 선거패배의 책임을 물을 명분을 반노무현 세력이 스스로 막아 버렸죠.

좌우간, 이번 재보선이 대선의 전초전이라고 말들을 했지만, '대선을 위한 잠재적 피드백 효과' 면에서 볼 때, 이회창 후보의 브랜드확장은 실패한 브랜드확장입니다.

브랜드확장을 검토하는데 있어 기업들이 자주 저지르는 중요한 실수가 소비자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 의식구조를 모두 고려하는데 실패한다는 것인데, 기업들은 하나 또는 여러 개의 브랜드연상을 기본적인 잠재적 적합성으로 오인하고 그 과정에서 더 중요할 수도 있는 브랜드 연상들을 무시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이회창 후보는 8.8재보선을 대선의 전초전으로 심각하게 인식한 나머지, 8.8재보선에서 승기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집착하여,그로 인해 유권자의 인식에 자리잡게 될 중요한 한가지 즉, '한나라당의 일당독재' 라는 브랜드연상을 무시하였거나 미처 생각을 못했다는 것입니다.

아니 6.13 선거결과 이후, 너무 많이 이겼다고 오히려 걱정한 한나라당이 생각을 못했을리는 없고, 민주당의 '이회창후보의 병역비리의혹 공세'에 너무 놀라 재보선에서 참패당할까봐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후보 사퇴' 카드까지 뽑는 등, 너무 승리에 집착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브랜드연상을 없애 버리기 위해서는 당장의 승리보다는 되려 참패하는 것이 더 나았는데 생각을 잘못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직 대선이 4개월이나 남았는데 이번 선거에서 승기를 다진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으며, 단지 한나라당이 또 한번 힘자랑 했다.. 라는 것만 보여주었을 뿐입니다. 국회를 지배해 현정권을 손쉽게 공격해봤자 더욱 '일당독재의 위험성' 이라는 브랜드연상만 키울 뿐 별로 실익도 없습니다. 이번 재보선과 대선이 관련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므로 오히려 대선에서 유리하게 이번 재보선이 작용하도록 생각을 깊이 했어야 했다는 것입니다.

'한나라당의 일당독재에 대한 위험성'을 생각못할 유권자도 있지 않겠느냐? 라고 하겠지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코떡입니다.

확장된 것은 확장된 것입니다. 갈비시가 밥을 많이 처먹어 뚱뚱해졌다면 사람들은 그 갈비시를 '뚱땡이' 로 봅니다. 4차선 도로가 확장되어 8차선이 되었다면 운전자들에게 그 도로는 8차선으로 확장된 것으로 보이지 예전의 4차선이 아닙니다.

지방선거 압승에 이어 재보선압승으로 한나라당은 엄청 뚱뚱해졌습니다. 한나라당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습니다. '집권야당' 이니 '한나라당 치하의 대한민국' '사실상의 대통령 이회창' 이라는 말들이 더 이상 우스개 농담이 아닙니다. 말만 야당이지 사실상 '집권당' 이라는 것은 이미 다 인식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브랜드가 확장했을 경우, 소비자는 그 브랜드확장을 문자 그대로 인식합니다. 가령, 비듬방지샴푸인 '노비드'를 만드는 회사에서 치약을 만들어 그 제품에 '노비드' 라 이름붙여 출시했다면 그 제품에선 비듬냄새가 느껴지게 되며, 껌사업에도 진출하여 신제품 껌에 '노비드'를 붙였다면 그 껌을 씹을 땐 비듬을 씹는 듯한 느낌이 들게 마련입니다.

대한민국에 한나라당출신 선출직 공직자들이 꽉차 있고, 모든 매체가 그것을 다루고 있으며, 노후보도 '일당독재'를 이야기 할 겁니다. 이제는 시위도 별볼일 없는 민주당사 앞에서 하는 게 아니라 한나라당사 앞에서 시위하지 않습니까?


AD2002 노무현, 이회창 정권과의 1인전쟁이 시작된다. 주연:노무현,이회창 . 감독:이름쟁이


대통령은 레임덕에 걸려있고, 권력은 이미 한나라당으로 넘어갔다는 것을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가 다 알고 있습니다. 그것을 잘 보여준 것이 '장상총리에 대한 인준 거부'였습니다. 대한민국의 권력은 한나라당에 있다는 것을 똑똑하고 명확하고 명시적으로 보여주었죠.

한나라당이 대선 선거기간 동안 줄곧 외치게 될 '정권교체' 라는 단어는 더 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이미 국민들이 정권교체를 해주었는데, 무슨 정권교체를 또해달라는 말입니까? 이회창 후보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정권교체'를 외친다면 그것은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교체를 해주어야 한다는 역설적인 주장일 뿐입니다.

대체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자기 맘대로 총리하나 임명하지 못했다는게 말이 됩니까? 정말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 맞습니까? 아니 그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게 했으면 이미 한나라당으로 정권교체가 된 것이고, 이회창 후보는 제왕적 대통령을 능가하는 황제적 대통령의 권한을 이미 가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권교체' 가 아직 안끝났다고 우겨봐야 소용없습니다. 대한민국의 실질적인 대통령은 누가 뭐래도 이회창 후보입니다.

이회창 후보가 '정권교체'를 외치면, 노무현 후보는 맞는 말이라며 제발 그렇게 해달라고 국민들에게 호소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오히려 노후보의 호소력은 더 높아집니다. 노무현 후보는 날이면 날마다 '정권교체'를 이루어 달라며 외치고 다닐 겁니다. 더 이상 김대통령을 비판해야 하는지 갈등때릴 필요없이 노후보는 실질적 대통령인 이회창 후보를 신나게 즐거운 마음으로 비판할 겁니다.

왜나고?

사실상 2002년 8월 8일부터 정권은 김대중 정권에서 이회창 정권으로 넘어갔으니까.

'정권교체' 의 명분을 상실한 이회창 후보...

대체 무슨 명분으로 표를 달라고 할 겁니까?  


* 본 기사는 브랜드 네이밍 전문사이트인 이름쟁이 http://www.irmjangi.com 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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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08/09 [09:0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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