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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인준 부결의 정치적 파장과 의미
민주당, 분열이냐 정리냐
 
서영석   기사입력  2002/08/02 [02:49]
장상 총리서리의 인준동의안 부결은 무엇보다도 청와대의 국정 장악력에 대한 급속한 약화로 직결될 전망이다. 이미 필자는 권력의 축이 청와대에서 한나라당과 이회창 대통령후보로 급속히 이동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음 글 참조  '권력의 축, 바뀌고 있나')

청와대에서도 “이래서야 누가 총리하려 들겠나”는 반응이었다고 하는데, 아마도 “이제 총리 지명은 청와대에서 하겠지만 승락은 한나라당에서 얻어야 한다”는 말을 완곡히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IMAGE1_LEFT}장상총리서리 인준동의안이 부결되기 전부터, 홍삼게이트로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국민신뢰가 급속히 상실되면서 이미 권력의 축이 청와대에서 한나라당으로 이동할 조짐을 보였었지만, 이번 부결파동은 그러한 물결이 둑을 터뜨린 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정권에서 한자리 하고 싶은 사람들이 이회창후보진영을 기웃거리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으나, 이제는 이 정권의 남은 임기동안이라도 한자리 하고 싶은 사람은 먼저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를 찾아가 ‘재가’를 얻으려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물론 원론적으로는 그런 일들이 없어야 하겠지만 우리 정치풍토나 현실이 어디 그런가)

그렇다고 장상 총리서리 인준 부결이 행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 국정공백이니 뭐니 하는 소리는 말짱 X소리다. 이미 각종 정책결정에 한나라당의 입김은 크게 작용하고 있으며(대북정책만 봐도 분명하지 않은가) 청와대와 내각으로 이원화돼 있으면서 청와대가 내각을 사실상 통괄하는 지금까지의 방식에서 총리가 차지하는 역할은 극히 미미했기 때문에 총리가 공석이라고 해서 잘 나가던 국정이 그로 인해 잘못될 리도 없고. 총리가 인준을 받았다고 안풀리는 국정이 갑자기 잘 풀릴 리도 없기 때문이다. 영향을 결정적으로 받는 것은 청와대의 정치력이다.

필자가 보기에 그동안 청와대는 민주당의 노무현 대통령후보를 전혀 지원하지 않았다. 워낙 청와대에서 밀지 않았던 인물이 갑자기 바람에 의해 급부상한 것이 원인일 수 있겠으나, 그러한 바람이 급속도로 꺼진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대신 청와대의 김대통령 친위그룹들은 막강한 이회창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반(反)이회창 연합전선 구축에 더 열을 올리고 있지 않았나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러한 청와대 친위그룹의 의도는 이번 총리지명 인준부결로 큰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썩어도 준치요,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고, 그래도 김대통령을 내세운 청와대 친위그룹의 힘이 최소한 여야의 외곽세력에게는 어느 정도 미친다고 할 수 있었겠으나, 총리인준 부결이란 반이회창연대를 결성할 수 있는 구심력에 대한 심각한 신뢰의 상실이란 의미와 직결되고 있는 이상, 추진력을 계속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인지 의심스럽다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청와대 친위그룹의 정치력은 한나라당에 미치지 않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노무현후보를 지지하는 그룹이나, 노무현후보를 극도로 배척하는 반노그룹은 청와대 친위그룹의 영향력 바깥에 위치했다고 할 수 있다. 총리 인선시 한나라당의 추천을 받아 완벽한 중립내각을 구성해달라는 노무현 후보의 건의가 청와대 친위그룹에 의해 거부되면서 사실상 서로 딴 길을 걸었기 때문이며, 반노그룹들은 음모론을 펼칠 때부터 영향력 바깥에 서기를 선택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른바 민주당내 중도그룹으로 통하는 다수의 의원들에게는 여전히 일정한 구심력을 갖고 있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총리 인준 부결로 구심력은 상당부분 상실될 것이 분명하다. 이제 중도파 의원들도 청와대만 쳐다보고 있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구심력의 상실은 곧바로 각개약진으로 이어진다. 총리인준 파동은 엉뚱하게 민주당의 자체 분열(다른 측면에서 보면 정리지만)을 촉진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민주당의 정리 내지는 자체분열이 어떤 양상을 보일 것인지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논하기로 하겠다.

그렇다면 한나라당과 이회창후보가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인가. 최소한 자신을 제외한 모든 후보가 단일화되는 반이회창전선의 구축을 저지시킬 수 있는 심리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능성 여부와 관계없이 얘기한다면, 지금같은 형세에서 단일한 반이회창전선의 구축은 상당한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회창후보는 몇 개월전 겪었던 인기추락의 위기에서도 보듯이, 지지의 상당부분을 반김대중정서에 기반한 영남유권자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취약한 측면이 있다. 언제 어느때든 대안만 마련된다면 지지가 이동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향후 반이회창전선은 단일화되기 보다는 두갈래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즉 민주당내 노무현후보를 지지하는 그룹이 당을 정리하고, 합류를 거부하는 세력과 양강(兩强)의 외곽세력이 힘을 합치는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겠고, 돌발적인 변수로 인해 다른 방향으로 갈 수는 있겠으나 현단계로서는 이 정도 전망밖에 달리 나올게 없다. 이회창후보측으로서는 노무현후보든 아니면 정몽준 후보든 1대1로 붙는 상황보다 3파전이 낫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이 노무현후보 중시으로 재편될 경우 반노그룹들은 최소한 한나라당과 제휴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물론 선거 직전의 흥정은 제외하고) 한나라당은 8-8재보선이 끝나면 당이 커져서 고민해야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책임과 견제심리란 걸림돌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IMAGE2_RIGHT}장상 총리서리가 청문회 과정에서 도덕성과 신뢰성의 상실로 낙마했다는 점이 향후 이회창후보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지금처럼 반 김대중 정서에 기반한 지지가 계속되는 한 별 장애는 되지 않는다. 지금의 지지는 도덕성과 전혀 무관한 비호남권의 반 김대중 정서가 결정적인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어떻게든 정리되고 대선 구도가 2파전 혹은 3파전으로 본격진입하는 단계가 된다면 국적문제나 병역문제 등이 또다시 이슈로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총리인준투표직전 국회의원들은 지역구민들의 빗발치는 전화에 가장 많은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과거처럼 당 지도부가 국회의원들의 입장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여론의 힘. 바로 그것이 한나라당과 이회창후보에게는 가장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이 글은 필자의 사견(私見)이오니,이 점 양지하시고 읽어주시되 특히 오프라인 국민일보의 견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기자 개인의 홈페이지에 올리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란 점을 분명히 밝힙니다.

** 본문은 서영석기자의 노변정담(爐邊情談)에서 제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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